2023년 11월 28일 13시, 복합문화공간 거창청년사이에서 2023년 개인별 지원 평가(정합성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주택은 각 가구의 집'이고 '시설에서는 사회사업으로 돕는 일이 일상적으로 사는 데까지 미'치니(「복지요결」),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라 해도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평소에는 서로의 공백을 메우며 일합니다. 협력하지 않고는 개별 지원하기 어렵습니다.
"교대 근무를 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면 팀원이 모두 출근하는 날은 거의 없습니다.
누구는 당직 서고 아침에 퇴근했고, 누구는 오늘 당직이라 아직 출근 전이고,
연가에 출장, 원래 휴무인 날까지 포함하면 사정이 꽤 복잡해집니다.
그렇다고 입주자분들이 자기 스케줄을 미루거나 취소할 수는 없습니다.
홍길동 씨는 오늘 오전에 공방 수업이 있고, 아무개 씨는 오후에 요가학원에 다녀와야 하고요.
이때 월평빌라에서는 같은 팀 동료가 돕습니다.
사전에 일일이 인계하고 부탁하지만, 그 부탁을 미안한 마음으로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돕고, 감사히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하면 입주자를 개별로 도우며 사회사업할 수 있습니다.”
(하은, 재활 23-12, 개인별 지원을 위한 근무는?, 정진호)
그런데 이날은 월평빌라 사회사업가가 모두 모였습니다.
이렇게 같은 자리에서 함께하는 건, 일 년 중 개인별 지원 평가(정합성 평가) 날이 유일합니다.
의미를 알고 나면 달리 보입니다. 같은 사람, 같은 풍경이 더욱 귀하게 느껴집니다.
이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 2023년, 한 해 동안 각 입주자를 개별 지원하며 작성한 사회사업 기록을 엮은 책. 월평빌라 입주자가 서른 명이니 책도 서른 권이다.
정합성 평가회에서는 표지와 목차, 사회사업에 정합하여 소개하고 싶은 기록 한 편을 담은 가상 책을 만들어 와 나눈다.
2023년 12월 31일, 올해 마지막 날 기록까지 더해야 최종본을 완성할 수 있다.
▲ 발표를 기다리는 동료의 손. 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준비한 자료를 꺼내어 거듭 확인한다.
매일 보는 동료라고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잘 알아서 더 떨린다.
그 떨림 앞에서 형식을 갖추어 진행하는 일의 의미를 확인한다.
▲ 자기 순서에 맞추어 모든 사회사업가 앞에서 10분씩 발표한다.
주제는 '올해 사회사업가로서 동료에게 소개하고 싶은 사례 하나', 무엇을 이야기할지는 저마다 선택에 따른다.
글로 읽어 아는 이야기는 동료의 말로 다시 듣고, 몰랐던 이야기는 새로 들어 알게 된다.
'사회사업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입니다.'(「복지요결」)
'"시설은 각 입주자의 집이다." 시설의 개념을 밝히고 일합니다. "약자도 살 만한 사회, 약자와 더불어 사는 사회,
'"이웃과 인정이 있는 사회." 이상을 품고 일합니다.'(「월평빌라 이야기 2」 8쪽, '월평빌라 소개')
우리의 이야기로 우리의 일을 확인한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 왔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더욱 선명해진다.
우리의 슬로건, "당신이 월평입니다".
이 '당신'에 여러 사람을 포함할 수 있을 겁니다.
때로는 입주자, 때로는 사회사업가, 때로는 입주자 저마다의 둘레 사람, 때로는 뜨거운 여름을 빛내는 단기사회사업가….
2023년 11월 28일, 오늘은 월평빌라 사회사업팀, 행정지원팀, 의료지원팀 모든 동료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당신이 월평입니다." 네, 당신이 월평입니다.
2023년 11월 28일 화요일, 정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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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양말'
동료 앞에서 나눈 발표의 마지막에 사진 몇 장을 소개했습니다.
언제 필요한 일이 있을 것 같아 차곡차곡 모았는데, 이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출근해서 회의하는데 앞자리에 앉은 동료가 자꾸 웃더군요.
힐끗 무언가 자꾸만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말하지 않으니 영문을 몰랐으나 집으로 돌아가 곧 알게 되었습니다.
제 양말에, 양말에 구멍이 났더군요.
당시는 부끄럽고 재미있기만 했습니다.
누군가 구멍난 양말을 신고 있으면 사진을 찍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렇게 모으다 보니, 한 사람 두 사람 더해지다 보니, 어떤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구멍난 양말이 곧 '우리 일'을, '사회사업'을 증거해 주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일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신발과 실내화를 신었다 벗었다 합니다.
입주자 스케줄에 맞추어, 둘레 사람과 약속 시간에 맞추어, 화장실을 참아 가며 뛰어다니는 날도 있습니다.
이렇게 일한 날은 양말에 구멍이 나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나의 동료가 어떻게 일했는지 잘 알기에 동료의 구멍난 양말도 부끄럽지 않고요.
거창 사람들이 주로 활동하는 거창군 거창읍 지도입니다.
월평빌라 입주자가 다니는 학교, 학원, 동아리, 마트, 옷 가게, 신발 가게, 미용실, 꽃집, 교회, 성당 대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동료 누군가는 입주자 홍길동 씨와 이 지도 안 어딘가를 누비고 있을 겁니다.
언젠가 나의 양말이 구멍나도, 동료가 구멍난 양말을 신고 있어도 우리는 부끄럽지 않을 겁니다.
서로 구멍 같은 건 못 본 척 지나가며 어깨나 한번 토닥여 줄까요.
첫댓글 구멍난 양말. 발로 일하는 사회사업가의 훈장 같은 거네요. 평가회 잘 준비하고 기록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