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두 가지의 판단·사태 등이 양립(兩立)하지 않는 것. 예를 들면 `고양이는 동물이지만 고양이는 동물이 아니다'라는 따위.
이번에 양귀자의 모순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제목인 모순은 앞에 쓰인 것과 같이 두가지의 판단이나 말 등이 전혀 앞뒤가 맞지 않고 충돌한다는 뜻이다. 이책 ‘모순’에 나온 주인공 안진진씨는 이 책에서 어느날 갑자기 깨어나 부르짖으며 자신의 인생에 자기의 온 생애를 걸어야 겠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참 열망 없었던 자신의 삶에 대해 변명하기 위해서 어머니의 삶을 무조건적으로 들쳐내어야 한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안진진씨의 어머니는 만우절, 4월 1일에 쌍둥이로 태어났다. 어릴적 너무나도 똑같아서 한사람 같다고 불리던 그녀의 어머니와 동생은 결혼과 동시에 비로소 두사람이 되었다. 한 사람은 세상의 모든 행복을 차지하는 쪽과 다른 한사람은 반대로 세상의 모든 불행을 다 소유하는 것으로. 안진진씨는 불행을 다 소유한 언니쪽으로 편입되어 태어났다. 안진진씨는 너무나도 똑같은 조건 속에서 출발한 두사람이 왜 이다지도 다른 삶을 살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 할수 없었고, 언젠가부턴 삶에 대한 다른 호기심까지도 다 거두어 버렸다.
그도 그럴것이, 안진진씨의 어머니와 이모는 너무나도 결혼후에는 급격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안진진씨의 아버지는 제 3자에게는 깡패, 건달, 양아치라고 불리는 사람이였다. 하지만 안진진씨는 그녀의 아버지가 타인에 의해 한번도 정확히 읽혀지지 않은 텍스트였다고 한다. 그의 술은, 어머니에게 결혼 직후부터 재앙을 예고하는 숨은 불씨 였다고 했다.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자신을 가두지 마라며 집안 살림을 부수고 어머니를 때리고 다음날엔 그 때려부순 가전 살림을 사다 받치는 걸로 무마하곤 했다.
그런 아버지와 결혼한 어머니와 달리 안진진씨의 이모는 굉장히 가정적이고 돈도 잘버는 건축가와 결혼을 했고 안진진씨와 그녀의 동생과는 달리 두 아들,딸들도 굉장히 말도 잘듣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그런 모범생 아들 딸이였다. 겉모습은 더 빠르게 늙어가며 이익을 열심히 따지는 어머니와 달리 이모는 늘 사근사근한, 꽃 한송이 선물에 누구보다 기뻐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냥 평범한 안진진씨에게도 마음만 먹으면 결혼해버릴수 있는, 남자가 둘이나 있었다.
한 사람은 늘 항상 모든 스케줄을 계획해놓으며 안진진씨에게 계속해서 진한 화살표를 그리고 있는 나영규라는 사람이고 또 다른 한사람은 김장우라는, 표현이 서투르지만 안진진씨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여기서 안진진씨가 두사람한테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도 참 흥미로웠던 것 같다. 안진진씨는 나영규씨에겐 모든 것을 말하며 지냈지만 김장우씨에겐 굳이 다 들어내지 않으며 더 좋게 보이기 위해 노력 한다.
안진진씨는 결혼 할 상대를 고민하면서 사랑에 대해 고민한다. 결국에 나영규씨의 청혼 결정도 미뤄놓고 김장우씨와의 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에서 안진진씨는 김장우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 여행 뒤로 나영규씨의 청혼을 거절하고 김장우씨와 결혼 하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청혼을 제대로 거절하려고 하던 참에 직장에서 이모에게 미스터리한 편지를 받는다.
이런 사랑스러운 선물을 많이 하는 이모를 생각하며 연 그 편지에는 충격적인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이모는 안진진씨의 가난하고 시려서 바쁜, 어머니의 삶을 부러워 했었고 자신의 삶은 너무 숨이 막히고 지루했지만 자신을 지키고 있는 그 여러 지루하고도 단단한 벽을 부수기엔 너무 많은 사람이 다칠까 두려워 이렇게 삶에서 도망치는 선택을 한다고, 자신이 뒤처리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였다. 이 일 후에 안진진은 이모의 삶을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나영규씨와 결혼 하게 된다.
이책을 읽으면서 여러 모순점과 사람의 심리를 읽어낼 수 있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이모와 어머니 이야기가 제일 흥미로웠던 것 같다. 그 너무나도 다른 두 이야기가 결국 주인공 한테까지 영향을 주었기에.
이모가 그렇게 부러워 했고, 안진진이 선택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가진 그것이 무엇일까?
사실 가진것과 다수가 생각하는 행복의 의미로 따지면, 이모는 부러워 할 필요가 없었다. 늘상 가난에 쫓겨 사는 엄마는 세월의 풍파로 거칠어졌고 한번도 온전하게 쉬지도 무언가 좋은걸 먹어보지도 취미생활을 해본적도 없었다. 이모도 그걸 충분히 알고 있었고 충분히 자신의 취미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였지만 마지막 쓴 편지에 보면 그 행복이 자신에게는 너무 지루했고 불행이였다고 했다.
어머니는 반대로 사고치고 다니는 아들 수습하랴, 생활비에 필요한 돈 버랴 중풍맞고 돌아온 아버지 다시 돌보랴 정신이 없었다.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여러 불행 때문에 정신없이 그 불행들에 맞서느라 무언가를 더 여유있게 남겨가면서 쉬지도 못하는 정말 고단하고 지치는 인생을 살았고 실제로 이모집에 갈때마다 더 신경질 내던 모습을 보면 자신의 삶이 이모의 삶에 비해서 불행하고 창피하다고 생각했던 듯 하다.
하지만 책에서 나는 그런 불행이 찾아오면 찾아올수록 크게 좌절해서 무릎 꿇었다가도 다시 일어나 더 씩씩하게 일하는 어머니를 보았고, 안진진씨도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 너무나도 불행하고도 행복한 삶을 사는 나의 어머니라고 묘사 하기도 했다. 이모가 부러워하는 그 모습이 어머니의 이런 살아갈 의지를 주는 것들이지 않을까. 이모가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딸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들도 많은 세상을 포기한 이유는 어머니처럼 용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없고 하루하루 생계를 책임지면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지루함에 생을 포기한 것 아닐까?
안진진은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왔고 하루하루 온 힘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일인지 알기에 김장우와의 결혼 말고 나영규와의 결혼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모든 인간은 힘들어하고 싶지 않아 한다. 항상 즐겁고 평온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모순적으로, 삶이 그리 고단하지 않으면 쉽사리 우울해지고 허무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 중간을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