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야 산다
히5:7
사람은 태어날 때 울음으로 시작하고, 눈물 속에 살다가, 통곡소리와 함께 세상을 떠납니다. 그것은 눈물 없는 인생은 없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눈물은 약한 사람,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없는 사람, 고통받는 사람들만 흘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웃음은 기쁨과 건강을 상징하지만, 눈물은 슬픔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웃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해서 억지로 웃게 만드는 '웃음 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하지만 잘 우는 것도 웃는 것만큼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웃음이 면역력을 높여 주는 것처럼 울음 역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더욱 결정적인 순간은 오히려 웃음보다 눈물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어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의 눈물이 그러했듯 망나니 자식을 돌아오게 하는 것도, 낙심한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도 눈물인 까닭입니다. 또, 웃음은 오래 웃어봐야 30분을 넘기기 어렵지만 30분 이상 우는 사람은 많습니다. 혹 30분 이상 실실 웃으면 십중팔구는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게 뻔합니다.
그래서 [울어야 삽니다]란 책의 저자인 이병욱 박사는 "웃음이 가랑비라면 울음은 소나기요, 웃음이 파도라면 울음은 해일"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거나 감춰둔 상처들을 완전히 끌어올린 한번의 눈물은 영혼까지 정화시키고 감정을 순화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많은 학자들은 눈물을 '신이 인간에게 준 치유의 물'이라고까지 말합니다.
사막의 가시는 원래 잎사귀이지만 메마름이 가시로 만든 것입니다. 그처럼 메마름은 가시를 만들어 나를 찌르고, 남을 찌르는 재앙이 됩니다. 씨뿌리는 비유에서 바위에 떨어진 씨가 죽은 것은 '습기' 곧 눈물이 없었기 때문(눅8:6)이고, 가시나무가 되는 것도 결국은 메마름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 밭에 뿌려지는 믿음 소망 사랑의 씨앗들도 감동 받고 눈물을 흘려야 옥토 밭이 되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다이애나 효과'란 말이 있습니다. 1997년 8월,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자 영국 국민들은 비탄에 빠져, 눈물을 흘리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후 한동안 영국의 정신병원과 심리상담소에 우울증 환자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것입니다. 조사결과 다이애나의 장례식 때 실컷 울었기 때문임이 밝혀졌는데, 이를 '다이애나 효과'라고 부릅니다. 미국 여성들은 한 달 평균 5.3회 우는 반면, 남자는 1.4회 운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자의 평균수명이 더 짧은 이유 중 하나가 여자보다 덜 울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사역의 핵심은 '통곡과 눈물'(히5:7)에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그리고 예루살렘 성을 보고 우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울지 않을 것을 인하여 울고, 울어야 할 것을 인하여 울지 않는, 눈물이 왜곡된 시대입니다.
이사야와 예레미야 선지자는 민족의 아픔과 죄로 사무친 백성을 보면서 울었습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은,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 가는 민족의 쇠운을 보고, 가슴을 치며 울며 "저는 우리 민족의 죄인이올시다. 하나님께서 이 민족을 사랑하여 주셨는데, 이 민족을 위하여 아무것도 한 일이 없습니다. 저는 죄인이올시다."라고 울며 기도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종교 개혁가 존 낙스는 "하나님이여 내 조국을 내게 주시지 않으시려면, 차라리 내 생명을 거두어 가소서."라고 눈물로 기도했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골고다 길에서 여인들이 뒤따르며 울자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눅23:28)고 하셨습니다. 히스기야는 죽을병에 걸렸을 때, 눈물로 기도했더니 하나님께서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내가 네 기도를 들었고, 네 눈물을 보았노라"(사38:5)고 응답하시며 생명을 연장시켜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기쁨 가운데 거하며 살기 원하지만, 우리의 눈물을 보시고, 기도를 들으시는 분입니다.(시126:5-6)
울면 무너진 신앙과 잃어버린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눈물이 있어야, 회개가 있어야 주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눈물은 하늘을 보게 하는 천국렌즈이며, 인간 됨의 표현입니다. 눈물은 가난과 슬픔으로 지친 이들의 아픔을 씻어냅니다. 눈물로 써내려 간 기도만이 마침내 하늘에 닿습니다.
눈물은 아픔과 고통을 씻어주고, 땀은 게으름과 나태를 씻어줍니다. 그래서 땀과 눈물보다 위대한 영혼의 창은 없습니다. 어떤 죽음도 울어주는 눈물이 있으면 살아납니다. 샘이 터지면 사막도 비옥해집니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마지막에 울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이미 삶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울 수 있음은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