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정진철 | 날짜 : 13-09-19 21:24 조회 : 1703 |
| | | 방송국에서 해외동포 위문공연을 할 때면 가능하면 빼놓지 않고 보려고 한다. 우리가 이 땅에서 이런 저런 모습으로 뭉개며 살고 있을 때 이 나라를 떠나서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었는지 궁금하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가끔 진한 감동을 먹고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우리 살림살이가 어려웠던 시절에 미국에 사는 교포들을 위한 위문 공연을 녹화 중계해준 적이 있었다. 선진화된 미국에 대한 동경이 한창일 때였다. 교포들은 대체로 여유 있고 부유한 모습들이었다. 그동안 이역만리 타향에서 성공하느라고 얼마나 힘들었겠느냐 하는 위로였다. 흘러간 옛 노래를 들으면서 고향에 있는 부모 형제를 그리워하며 향수를 달래는 공연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고향이 아직 어려운데 부모형제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떠 올리며 미안한 마음이 배어있는 눈물인 것 같았다.
그동안 우리도 피와 땀 그리고 고통을 감내하는 힘든 세월을 이겨내며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다.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이었다. 대학을 졸업했으나 취직할 곳이 없어서 신청서에 중졸학력으로 속여서 그것조차 수십 대 일의 경쟁을 거쳐서 파독 광부로 떠났다. 미개인이라고 멸시를 받으면서도 가난한 조국의 부모형제를 생각하며 지하 1000미터의 막장에서 눈물로 버티어 냈다. 어린 처녀들은 간호사로 파독되어 하루 12시간씩 야간근무를 도맡아 가며 한 푼이라도 모아서 고향의 부모에게 보내려고 청춘을 바쳤다. 그 당시 그 처녀들이 함께 부르며 향수를 달래며 눈물을 흘렸던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동백아가씨라는 노래였다.
국내에서는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하면서 새마을 운동이 벌어졌다. 그 무렵 “삼천만의 자랑인 대한 해병대 얼룩무늬 번쩍이며 정글을 간다.” 군가를 부르면서 귀신 잡는 해병대 청룡부대가 월남에 파병되었고 곧이어 “자유 통일 위해서 조국을 지키시다 조국의 이름으로 님 들은 뽑혔으니 그 이름 맹호 부대 맹호 부대 용사들아” 맹호부대가 파병되었으며 “ 아느냐 그 이름 무적의 사나이 세운 공도 찬란한 백마고지 용사들” 백마부대를 뒤이어 한국의 젊은이들이 파월되어 타국만리에서 목숨을 바쳤다.
그리고 이들이 흘린 피의 댓가로 경제 원조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 경제 계획을 착실히 실천해 나가고 있을 때 오일쇼크로 경제위기에 봉착하자 열사의 중동으로 많은 건설 근로자들이 해외취업을 떠나 오일 달라를 벌어 들였다. 불행하게도 혼자 남은 일부 탈선한 여인네들이 중동에서 보내온 돈으로 춤바람이 나서 가정이 파탄되기도 했던 시절이다. 그 당시 이들을 위한 위문 공연은 노래를 부르던 가수도 그리고 노래를 따라 부르던 군인 근로자 모두 부둥켜 않고 울 수밖에 없었던 서글픈 시절이었다. 이처럼 적어도 이 시대의 우리 민족의 혼은 한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나라를 빼앗기고도 아무말도 못하는 슬픔이, 해방후에는 왜 이렇게 굶주리고 못사는가하는 서글픈 한이다. 배고품에서 벗어나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한이다. 그 한을 건드리면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났다. 올림픽을 치루고 나서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되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해외 교포를 위한 위문 공연은 그 후에도 계속 되었다. 감동도 여전 하였고 눈물도 흘렸다. 그런데 위문 공연 모습을 보면서 언제인가부터 그 옛날의 부러워하던 시선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 대신 고향 을 떠나 이역만리 타향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하는 측은지심에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그러나 오만한 마음은 아닐까 하고 조심하는 마음이었다. 비록 서로 떨어져 살아 왔으나 같은 시대를 살아 온 연민의 정인 것 같다. 우리는 이 땅에서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며 오늘을 건설했고 그들은 이미 발전된 사회에 맨몸으로 도전하여 갖은 수모를 감내해가며 뒤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쳐왔다는 점에서 서로가 맺힌 한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다. (2013. 9) |
| 임병식 | 13-09-20 12:42 | | 우리의 근대사를 돌아보면 격동의 역사였던것 같습니다. 60년대 들어 파독과 월남 파병, 여기서 모여진 돈이 산업발전의 종잣돈이 되어 획기적인 발전을 할수 있었지요. 그 현장을 지켜봐온 저로서는 눈을 감으면 격동의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갑니다. | |
| | 정진철 | 13-09-20 18:15 | | 정말 다채로운 역사를 타 넘어 온것 같습니다 임선생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ㅎㅎㅎ 우리나라는 한 이 너무 많은 민족인것 같습니다 한많은 미아리고개, 한많은 낙동강, 한많은 대동강아~ 한많은 청춘~ 사방에 한이 많습니다~~ㅎㅎㅎ | |
| | 이방주 | 13-09-20 22:37 | | 정진철 선생님, 우리 근대사는 선생님 말씀처럼 한을 풀어야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었던 듯싶습니다. 그래서 이만큼 경제적으로 어깨를 펴게 되었으니 이제는 부를 잘 나누는 정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국민이 다함게 잘 살 수 있도록, 가슴에 멍들지 않는 삶, 누구나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으며, 취업 고통에 휘말리지 않는 삶, 노년의 삶이 두렵거나 비굴해지지 않는 삶을 꾸릴 수 있는 나라 살림을 만들어나가야 하고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절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 | 정진철 | 13-09-21 00:41 | | 그런데말입니다. 아무런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우리 부모님들이 참 슬기로우셨던것 같아요 그 짧은 기간동안 이만큼 살게 된것은 밥은 굶어도 자식들에게 교육을 시켰고 그게 가장 큰 힘이 된것 아니겠습니까 | |
| | 임재문 | 13-09-21 00:50 | | 한으로 말한다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이제는 일본과의 한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풀지못한 한많은 민족이 우리 민족입니다. 어서 빨리 더욱 더 강한 나라가 되어 일본에 맺힌 한 그리고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의 한도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가 아닌가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진철 선생님 ! | |
| | 정진철 | 13-09-21 19:31 | | 정말 한으로 말한다면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우리를 깔보는것 같습니다 전에 일본에 갔을때 우익이라는 한 사람을 만나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너희들은 왜 미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에게는 빌빌대면서 우리나라 한테만 유독 깔보는 태도냐고 했더니, 우리나라사람들이 분열이 잘되고 다루기가 쉬운민족이라고 하는 소리를 듣고 역겹게도 했지만 느끼는 점도있었지요 | |
| | 김권섭 | 13-09-21 05:57 | | 현대사는 참으로 많은 격동과 난관을 지나온 것 같습니다. 북한남침, 4,19혁명, 5,16쿠테타, 5,18민주화운동 진학의 열풍,베트남참전, 경제개발,서독파견, 해외파견 등등 정치,경제 恨이 국가 위상에서는 어느 정도는 풀렸지만 아직도 빈부격차는 또 다른 한으로 남았군요!. | |
| | 정진철 | 13-09-21 19:34 | | 그 빈부 격차가 부르는 한도 가볍지는 않습니다 온갖특혜를 입고 재벌들이 컷는데 수많은 돈을 곡간에 싸놓고서도 풀지도 않고 쓰지도 않기 때문에 돈이 돌지를 않는것 같습니다 그걸 풀려고 하는게 경제 민주화인데 기득권충의 반발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 |
| | 류인혜 | 13-09-21 07:05 | |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몇 년 전에 발표된 글이고, 깊은 성찰은 아니지만 선생님 글에 대한 공감으로 위에다 올리겠습니다. 아직 남아있는 명절 연휴 잘 보내세요. | |
| | 정진철 | 13-09-21 19:41 | | 명절중간쯤 우연히 챈널을 돌리다가 독일동포 위문 공연 모습을 보았습니다. 흘러간 노래를 듣는 모습들도 예전처럼 한 서린 모습들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마음만 먹으면 비행기타고 왔다갔다 하는 세상이니까 그런것 같습니다. 태진아의사모곡등 애절하게 불러도 그다지 반응이 없더라구요, 다만 장사익이 부른 봄날은 간다라는 노래가 한 을 가장 잘 표현하는 노래였던 것 같았고 반응이 대단하더군요 | |
| | 일만성철용 | 13-09-21 09:51 | | 한 편의 지나간 역사를 되돌아 보게 하는 글이네요. 외국에 가서 보면 우리가 역사를 새롭게 바꾼 자랑스런 국밍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아세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잘 사는 나라를 만든 것이 우리 세대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북한이 핵으로 무장하려는 것도 사실은 발전한 한국이 두려워서라고도 생각되구요. | |
| | 정진철 | 13-09-21 19:44 | | 북한은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수 없는 곳입니다. 오늘 또 변덕이 나서 이산가족상봉도 연기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석기등 종북인사들을 통일 애국인사들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에 있는 종북인사들을 용공으로 몰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공까지 칩니다. 제생각에는 김정은 세습정권이 끝날때까지는 이들과 교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되는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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