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장모 된 사연
옛날 조선시대에 한 부부가 살았다.
아들을 장가보냈더니 얼마 되지 않아 죽었고,
연이어 부인마저 죽어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외롭게 살았다.
그래서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재혼할 것을 간곡히 권하였으나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는 아버님을 홀로 두고 어떻게 개가할 수
있느냐고 극구 사양하였다.
"돈 없는 홀아비도 사는데 나는 먹고 살 재산은 있으니
내 걱정 말고 너는 재혼을 하도록 하여라.
나는 홀로 있는 너를 보는 것이 더 괴롭구나."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거듭 권하면서 재혼할 자금을 넉넉히 주었다.

며느리는 울면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며느리가 길을 떠나던 날, 저녁나절이 되면서 보슬비가 왔다.
그녀는 비를 피할 곳을 찾던 중 울도 담도 없고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이 있어서 들어가니
한 노처녀가 친절히 맞이하여 주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서로의 처지를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처녀가 먼저 말했다.
"나는 열세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집이 가난하여
아버지께서 재혼을 못하시어 지금까지 내가 모시고 있지요."

다음은 며느리가 말했다.
"나는 결혼한 지 몇 달 안 되어 과부가 된 후,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아 왔는데 시아버지께서 밑천까지 주시며 재혼을 하라고 하시어
부득이 나오는 길이랍니다."
두 사람은 대화하는 과정에 이상하게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며느리가 먼저 제안했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은 하늘이 도와주신 연분인 듯싶습니다.
나의 시아버지께서 사십밖에 안 되셨으니 아가씨가 그리로
시집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러면 우리 아버님은 모실 사람이 없는데요?"
"그야 내가 모시면 되지요."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면서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해서 시아버지는 노처녀와 재혼하고,
며느리는 노처녀의 아버지와 재혼하였다.
그러고 보니 촌수가 뒤바뀌어 며느리는 장모가 되고,
시아버지는 사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