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성모 승천 대축일) 하늘을 향한 희망 성모 승천 대축일은 승천하신 예수님을 따라 지상 생활을 마친 성모님 영혼과 육신이 하늘로 올라가셨음을 기념하는 날이다. 성모님이 스스로 하늘에 올라가신 게 아니라 하느님이 그분을 하늘로 들어 올리셨다. 성모님이 예수님처럼 하늘에 오르신 일은 유한하고 죽어 다시 흙으로 되돌아가야 할 운명을 지닌 우리의 미래요, 믿음이며, 희망이다. 이 이야기는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교우들이 먼저 이를 믿기 시작했고, 학자들이 연구해서 믿을 교리로 선포했다(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 12세). 하느님과 하나가 되고 하늘나라에 속하기를 바라지 않는 이에게는 허무맹랑한 상상일 거다.
우리는 하느님과 하나가 되고 하늘나라로 가는 긴 순례 중이다. 순례는 본래 고단한 거다.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많은 유혹에 시달리고 넘어지기도 한다. 이 긴 영적 순례 중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희망을 잃어버리는 거다. 그런데 성모 승천은 인간 승리가 아니라 가난한 이의 희망이다. 성경이 말하는 가난한 이, 히브리말로 ‘아나빔’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스스로 하느님의 종이 되고, 그분의 섭리에 자신의 모든 걸 맡겨 하느님 아닌 다른 것에는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사람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아버지 하느님 뜻에 죽기까지 순종하셨던 예수님이 바로 그런 분이셨고, 남자의 도움 없이 아기를 가져 죽게 될 수 있는데도 하느님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셨던 성모님이 그런 분이셨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가브리엘 천사를 만난 그날 이후로 성모님의 인생에는 오직 아들 예수님밖에 없었다. 육신까지 하늘나라에 불려 올려진 성모님은 오늘도 여전히 일하신다. 몸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다. 성모님은 실제로 여기저기 나타나셔서 하늘나라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신다. 성모님에게는 예수님밖에 없으니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께 전구를 청하는 이는 예수님을 만나 친해진다.
지바 도시치(1885-1934), 그는 일본 사람이다. 안중근 의사가 의거 후에 뤼순 감옥에 갇혔을 때 그를 전담하던 교도관이었다. 처음에는 안 의사를 증오했지만, 점차 그의 고귀한 성품, 의거를 일으킨 대의명분, 굽히지 않는 신념에 깊이 감동받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는 안 의사에게 머리를 숙이고 일본이 한국 독립을 위협한 일에 대해 일본인으로서 사과했다고 한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재판에 관련된 검사, 변호사와 다른 간수들도 안 의사를 존경했다고 한다. 안 의사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던 나머지 그에게 유품을 청했고, 안 의사는 그에게 붓으로 유묵을 남겨주었다. 거기에는 ‘위국헌신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 즉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이 군인의 본분이라고 적혀 있다. 그는 전역 후에 고향으로 가서 그것을 집 안에 걸어두어 가보로 삼았고, 한 사찰에 안 의사 사진과 위패를 두었다. 증오와 저주하던 사람을 존경하고 숭배하게 되었다. 무엇이 한 사람을 그렇게 완전히 바꾸어 놓았을까? 그것은 안중근 의사의 고귀한 성품이다. 고귀한 성품을 지닌 사람과 만남이 한 사람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진실을 알게 했다.
우리에게 성모님이 그런 분이다. 그분은 당신을 만나는 우리가 회개하고 복음을 믿게 하신다. 안중근 의사는 이제 기록에만 남아 있지만, 성모님은 하늘나라에 계시며 2천 년 전 남겨진 사도들에게 하셨던 거처럼 똑같이 예수님의 제자이자 하느님 자녀인 우리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 가신다. 성모님 계신 곳에 예수님이 계신다. 부활하신 예수님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제자들을 갈릴래아로 오라고 하셨던 거처럼, 성모님도 여전히 그때 하시던 일을 하고 계신다. 성모님은 하늘에서 당신께 전구를 청하는 모든 이를 만나신다. 홀로 하늘에 올라 하느님께 보상받으신 게 아니다. 이는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어날 일을 앞서 보여준 거다. 하지만 하느님을 모르고 그분을 바라지 않는 이에게 이 이야기는 유치한 상상일 거다.
예수님, 저와 모든 피조물을 구원하시려고 여전히 일하십니다. 성모님을 온 인류의 어머니가 되게 하신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복잡하고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 많지만 주님이 어떻게 사셨는지 기억하며 초연하게 살 수 있게, 주님이 거룩한 영혼들과 함께 계신 그곳에 제 마음을 두겠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이름으로 어머니를 부르는 제 마음을 아드님께로 인도해 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