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오르막 코스! 감정여행
NO11. 어색하다 - 이다솜
[해설]
(어색하다)는 감정에 투명 망토를 쓰고 있는 것처럼
평소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마음에 (어색하다)가
들어오면 바로 체감이 가능한 감정이다. 어찌할 줄 모
르고, 옛날식 깡통 로봇이 된 것처럼 삐걱거리게 된다.
보이지 않는 벽까지 생기게 한다. (어색하다)라는 벽을
느끼면 밖으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어색함에서 벗
어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에 따라 (어색
하다)에서 벗어나는 시간은 천자만별이다. 강제로 어
색함에서 벗어나려 하다가는 더 깊은 (어색하다)를 맞
이하며 더 역효과를 낸다. 가장 빠르게 어색함에서 벗
어나려면(편안하다) 감정을 만나거나 차라리 어색한
순간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어색해요'라고 말하면 오히
려 빠르게 긴장이 풀어질 때가 있다.
§
요즘 뭐 하고 지내냐는 말을 들을 때 (어색하다)를
가장 크게 느꼈다. 평소라면 직업명을 밝힌 후, 요즘 어
느 방송국에 있는지 얘기했을 거다. 하단 일을 그만두
고 말할 수 있는 직업명을 잃게 된후, 뭐 하고 지내냐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뭐 하고 지내는지에 대해서 명쾌
한 한 마디로 끝내지 못하고 말이 길어졌다. 구구절절
말하는 순간, 어색함이 바로 찾아왔다. 여태 잘 걸어왔
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걸음마를 배우는 느낌이 들었다.
δ
이런 어색한 마음을 깊이 품고 지내던 와중에, 진짜
로 걷는 자세를 배우고 고쳐보려고 노력한 적이 이었
다. 그동안 지독한 팔자걸음으로 살아왔는데, 팔자걸음
은 보기에도 안 좋고 건강에도 안 좋다며 꼭 고쳤으면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가 있었다. 꾸준히 팔자걸음으로
걸어온 탓에 단번에 일자로 바르게 걷는 일은 쉽지 않
았다. 온몸에 힘을 줬고 특히 발 안쪽에 힘을 주고 걷게
되었다. 걷고 있다는 일상적인 행동이 이상하게 느껴
졌다. 뭐 하고 지내냐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어색했다.
이 모습을 보고 지금 뭐 하는지 묻는다면 "그냥 좀 걷
고 있어."라고 말할 것 같다. 굳이 "제가 팔자걸음으로
살았는데요, 그게 목부터 무릎,골반까지 변형되고 척
추관을 좁혀 척추관 협착층도 생길 수 있대요. 게다가
무릎 안쪽 연골이 빠르게 닳아 젊은 나이에도 퇴행성관
절염까지 초래한대요. 그래서 일자로 걸으려고 하고 있
거든요? 근데 그게 쉽지는 않은데...(생략)" 라고 줄줄
이 옲지 않을 거고, 말을 더 보태지도 않을 거다.
д
그런 것처럼 '요새 뭐해?"라는말에 다 설명이 필요
없고 나 자신도 어색해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일
하고 있어요." 혹은 심지어 더 단순하게 "뭐 하고 있어
요. " 한 마디로 설명을 끝날 수 있다. 어떤 직업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계속 앞으로 가고 있다. 어색하지 말
고 가보기로 했다. 차라리 요새는 "이걸 어디서부터 얘
기해야 하는 모르겠지만... 제가 말이죠..." 라는 말
로 근황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대체 어디까지 말이 길
어지며 얼마나 많은 이야기로 구구절절 소개할 수 있을
지가 궁굼해졌다.
첫댓글 책속의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