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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엽기 혹은 진실 (세상 모든 즐거움이 모이는 곳) 원문보기 글쓴이: 수원 삼성 블루윙즈
그 독약은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내가 구매자라는 사실을 숨기느라 추가 비용까지 들었다.
그래도 아깝지 않았다. 최무정 그 녀석에게 평생 뜯길 금액보다는 적었으니까.
이 독약이면 녀석을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만들 수 있었다. 부검에서도 검출되지 않을 테니, 먹이기만 하면 깔끔하게 처리될 터였다.
20년 지기 친구를 내 손으로 죽여야 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지만, 먼저 우정을 배신한 건 무정이였다.
석달 전. 나는 경쟁 회사의 대표였던 친구 김남우를 살해했다. 문제는, 무정이 녀석이 우연히 그 장면을 목격했다는 점이었다.
진짜 친구였다면 경찰에 자수를 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녀석이 택한 건 '협박'이었다. 매달 300만 원을 내놓지 않으면, 경찰에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
나는 어쩔 수 없이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점 요구하는 게 많아지는 지금, 나도 이런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 평생 녀석에게 약점을 붙잡힌 채로 사는 건 끔찍했으니까!
나는 현금을 집에 깜빡하고 왔다는 핑계로, 무정이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은 웃으며 말했다.
" 그럼 제수씨 선물이라도 사가야겠는데? 흐흐 "
" 선물은 무슨..됐어. "
내가 준비한 선물만 제대로 받아주면 된다.
집에는 미리 독약을 타 놓은 고급 양주가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녀석이 그것을 본다면, 자기가 먼저 양주를 따자고 요구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내가 을의 입장이란 것을 지독하리만큼 이용하는 녀석이었으니까.
무정이가 심장마비로 쓰러지면, 내가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아내가 목격해줄 것이다. 그리고 119가 도착하면 게임 오버!
완벽한 계획이었다.
.
.
.
[ 띵- 동. ]
이른 저녁. 무정이를 데리고 집에 도착한 나는 벨을 눌렀다.
곧바로 응답해오지 않는 아내의 그 몇 초가 짜증 났다. 지금 내가 긴장하고 있는 걸 녀석이 눈치챌까 봐 조바심이 났으니까.
" 어디 갔나? 여보-! 아 여보-! "
[ 띵- 동. ]
다시 벨을 누르고 얼마 뒤. 참지 못한 내가 열쇠를 꺼내려던 순간, 문이 열렸다.
" 당신?? "
의아한 얼굴의 아내는, 최무정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내게 물었다.
" 당신 오늘 저녁에 친구 만난다더니...? "
" 어~ 이 녀석 집밥 좀 먹이려고 데려왔어. "
" 아, 그래? 들어오세요~ "
" 하하 실례하겠습니다 제수씨~ "
무정이는 넉살 좋게 웃으며 내 뒤를 따라 들어왔다. 나는 일부러 양주가 보이는 주방 쪽으로 녀석을 유도할 생각이었다.
한데, 이럴 수가!
" ?! "
내가 준비해놓은 양주가 개봉되어, 식탁 위에 한잔 따라져 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란 나는 다급하게 아내를 돌아보았다!
" 다, 당신! 저거 먹었어?! "
" 응? 어~ 어. 아니? 먹으려고 했는데, 아직. 왜? "
아! 천만다행이었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언성이 높아졌다.
" 당신은 무슨, 술도 안 하는 사람이 갑자기! "
" 그냥 먹으면 잠이 잘 올까 싶어서.. 왜? 비싼 거야? "
" 으음..아니야. 근데 이거 먹어도 잠이 잘 오는 건 아니고, 당신은 머리만 아플 거야. 먹지 마. "
" 아, 그래? "
나는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키며 아내가 술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무정이의 눈치를 살펴보니 역시나, 녀석은 양주병을 들고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한데?
" 오~ 죽이는데! 이거 비싼 거 아니야? 크~ 의사가 술 먹지 말라고만 안 했어도! "
" 뭐,뭐? 뭐라고? 의사가 술 먹지 말랬다고?? "
" 어~ 요즘 간이 안 좋아서. 금주 노력 중이다 하하. "
" 아.. "
이런 옘병! 하필이면!
나는 양주병을 다시 식탁에 내려놓는 녀석의 모습을 절망스럽게 바라보았다. 아 제발!
" 그, 그래도 한두 잔 정도는 괜찮지 않아? 이거 이미 따버렸는데.. "
" 음~~ "
나는 고민하는 듯한 녀석의 얼굴을 간절하게 바라보았다. 한데 그때,
[ 띵- 동 ]
" 음? "
현관 벨이 울렸다.
" 누구지? "
고개를 갸웃한 아내가 현관으로 가서 문을 열자마자,
" 재준 형! "
" 아! "
한 덩치가 막무가내로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석달 전 내 손에 죽은 김남우의 동생, 김남지였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김남지가 왜 갑자기 우리 집에? 설마? 설마??
" 나, 남지야...? "
무섭게 굳은 얼굴의 김남지는, 똑바로 걸어와서 내게 물었다.
" 형. 나한테 뭐 할 말 없어요? "
" 어, 어어? "
뭘 알고 온 걸까? 내가 남우를 죽인 걸 눈치챈 걸까? 어떻게? 왜?
나는 당황하여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내뱉지 못했다. 그때, 무정이가 내 앞으로 나섰다.
" 남지야? 오랜만이다. 갑자기 여기는 웬일이야? "
" ...오랜만이네요 형. "
" 웬일이야? "
" 재준이 형한테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
" 뭔데? "
" ... "
김남지는 나를 가만히 노려보았고, 나는 새파랗게 질렸다. 저건 분명, 알고 있다. 알고서 왔다!
내 낌새를 눈치챈 건지, 무정이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 말해 봐. 물어볼 게 뭔데? "
" ...우리 형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
" 남우? 남우가 왜? 재준이한테 뭘 물어보려고? "
" 그건... "
무정이는 마치 내 대리인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주었고, 그 덕에 나는 조금씩 진정할 수 있었다.
한데, 이런 옘병할!
"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진정 좀 하고 남지야. 술이라도 한잔할래? "
무정이가 김남지에게, 식탁 위에 있던 술을 권하는 게 아닌가?!
나는 황급히 끼어들며 무정이의 손에서 잔을 빼앗았다!
" 자, 잠깐! "
" 응? "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모습! 나는 어쩔 수 없이 당장 튀어나오는 대로 말을 내뱉었다.
" 그, 그래 남지야! 내게 물어볼 말이 뭔데? 어? "
빌어먹을, 정신이 없었다. 상황이 왜 이렇게 꼬이는 거지?
생각 같아선 당장 이 위험한 술을 싱크대에 흘려버리고 싶었지만, 그런 눈에 띄는 행동을 할 순 없었다.
다행히도 이 술이 아닌 김남지에게 집중되는 분위기에서, 김남지가 입을 열었다.
" 우리형 사고 났던 그 날, 근처에 주차했었던 차주를 오늘 겨우 찾았거든요? "
" 어, 어? "
" 근데 그 차주가 하는 말이, 어떤 형사가 사고 조사를 위해서 메모리 카드를 가져갔다고 하더군요. 재준이 형. 형이 그걸 왜 가져갔어요? "
" 응? 뭐?? "
이런 빌어먹을! 그 작자를 어떻게 찾았지? 아니, 그게 나였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혹시, 짚어 넘기는 걸까? 모른 척 잡아떼야 하나?
" 말해봐요. 그걸 왜 가져갔어요? "
" 그... "
짧은 순간, 나는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떠올려보았다.
김남우가 사망하면서 경쟁 기업을 운영하는 내가 이익을 얻은 건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날 김남우와 내가 만났던 사실도 알고 있으니, 김남지가 나를 의심할 수 있는 건 합리적인 일이다. 그래서 넘겨짚었다? 내가 블랙박스 영상을 가져갔다고 떠보는 중이다?
" ! "
아니지 혹시, 차주에게 내 사진을 보여주었을까? 그랬을 수도 있나?
" 어, 어어-! 내가 가져갔지. 그래 기억난다. 나도 김남우를 죽인 범인을 잡고 싶어서 그랬었어. "
" ... "
" 그냥 말하면 안 줄 것 같아서, 형사라고 말하고 받아왔는데...봐보니까 찍힌 게 없더라고. 그래서 까맣게 잊고 있었네. 미안하다. "
" ...그래요? "
잘한 거다! 잘했다. 위험하지만 이 수가 최선이다.
" 그럼, 그 메모리 카드 저도 좀 보여줄래요? "
" 어? 어, 어..그게? 어디 뒀더라.. "
나는 몹시 곤란해졌다. 여기서 잡아뗀다면 더욱 의심을 받을 텐데, 다른 수가 없을까?
한데 그 순간,
" 메모리 카드? 혹시 내가 전에 빌려 간 그건가? "
" 어, 어? "
무정이가 또다시 나섰다!
그제야 나는, 무정이가 내 범행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단 걸 깨달았다. 녀석이 매달 돈을 뜯어내기 위해선, 내가 절대 잡혀선 안 되는 것이었다.
" 잠깐만 있어 봐, 내가 전에~? 너 서재가 어디였지? "
무정이는 고개를 갸웃하며 내 등을 밀더니, 서재로 나를 유도했다. 그리고 따로 거리가 멀어지자마자, 빠르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 너 지금 상황을 알고 있는 거지?! 경찰 조사가 시작되면 너 백퍼센트 잡혀간다. 네가 블랙박스 정황을 인정했으니, 남지가 경찰에 말하면 무조건 조사가 들어올 거라고! "
" 그건...! "
" 죽이자. "
뭐??
" 김남지를 죽이자고! 그 수밖에 없어! 아직 경찰에 말하지 않은 지금 죽일 수밖에 없다고! "
나는 흔들리는 눈으로 무정이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얼굴은 진심이었다.
물론, 지금 나는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 술 한 모금만 먹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래도 되나? 내가 김남우를 죽인 건 거의 우발적이었다. 거기다 죄 없는 김남지까지...?
설령 김남지를 지금 당장 심장마비로 죽인다치자, 너무 좋은 우연이 아닌가? 무정이의 의심을 피할 수 있나? 혹시 이상한 낌새를 느끼면?
무정이는 고민하는 내가 답답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 어쩔 수 없다고! 그 방법밖에! 네가 김남우를 죽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뺑소니로- "
한데 그 순간-,
[ 꺄악-! 왜 이러세요?! ]
" ?! "
" ?! "
안방에서 들려온 아내의 비명에, 나와 무정이가 황급히 달려갔다!
문이 열린 안방에서는, 김남지가 서랍장을 거칠게 뒤적거리고 있었다.
" 너 지금?! "
김남지는 내 외침을 무시하며, 빠르게 손을 놀렸다.
" 메모리 카드가 어딨는지 잘 기억이 안 나시는 것 같은데, 제가 한번 찾아보죠. "
" 너...! "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김남지를 내버려 두었다. 메모리 카드는 이미 예전에 버렸으니까. 대신, 지금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한 판단일지, 머릿속으로 말을 골랐다.
한데?
" 꺄아아악-! 이러지 마세요!! "
김남지가 옷장 문을 열려고 하자, 아내가 필사적으로 막아서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이 김남지를 의심케 했는지, 거센 손놀림으로 아내를 밀치려 했다.
" 김남지! "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으려다가, 멈췄다. 지금은 김남지가 원 없이 뒤지도록 놔두는 게 정답이다.
이상한 건 오히려 아내였다. 왜 저러는 거야 저 여자는?!
밀치면서도 다시 일어나 옷장을 사수하려던 아내는, 결국 김남지의 힘에 완전히 밀려났다.
" 안돼-! "
곧장 김남지가 옷장문을 활짝 열어 재꼈는데-,
" 헉?! "
" 우왁?! "
" ?! "
옷장에서, 팬티 바람의 사내가 굴러떨어지는 게 아닌가?!
아내는 볼 것도 없이 재빠르게 내 앞에 무릎 꿇어 빌었다!
" 여보 미안해! 여보 정말 미안해! 여보 미안해!! 응? 여보 미안해!! "
순간적으로 나는 상황을 파악했다. 이 여자가 바람을 피웠구나! 내가 나간 사이 남자를 집에 끌어들였구나! 그래서 아까 문을 늦게 열었구나!
하지만 나는, 아내에게 당장 화를 내지 못했다. 왜냐면-,
" 주, 죽었어? "
바닥을 나뒹구는 사내가 미동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시체, 그는 이미 시체였다.
그제야 뒤돌아본 아내도 상황을 파악하고 "꺄아악!" 비명을 질렀다.
무정이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고, 김남지는 굳은 얼굴로 시체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나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식탁에 따라져 있던 술은 저놈이 마신거였구나! 아까 내가 벨을 누르자마자 급히 옷장에 숨었다가, 안에서 독의 작용이 돌아 심장마비로 죽었구나!
" 꺄아악! 꺄아아아악! "
" 이, 이런! 재준아...? "
옘병!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도무지 어찌할 줄 모르던 그 순간, 김남지가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 설마, 이 남자를 죽인- "
" 무, 무슨 개소리야!! "
나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재빠르게 아내에게 소리쳤다.
" 다, 당신! 저놈 뭐야?! 저, 저놈이 왜 여기서 죽어있어?! 어?! "
그러나 혼이 나간듯한 아내는 벌어진 입을 덜덜 떨기만 할 뿐, 어떤 말도 내뱉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몇 번을 더 윽박지르는 사이, 김남지가 차갑게 말했다.
" 경찰에 신고 먼저 하죠. "
" ! "
놀란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야 하지? 신고해도 되나? 되는 상황인가? 나와는 상관없나??
그 순간, 무정이가 다급하게 나섰다.
" 자, 잠깐만! 일단 사정을 들어보자고! 제수씨가 살인범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사정을 먼저 듣자고! 응? "
" ... "
그리고 무정이는 재빠르게 내게 속삭였다.
" 경찰 오면 끝장이야! 저 놈이 네가 블랙박스를 빼돌린 걸 다 말할 거라고! "
" ... "
무정이는 홀로 바쁘게 움직여 침대의 이불로 시체를 덮어버리고, 아내를 일으켜 세워 밖으로 나갔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따라 나갔고, 김남지도 거실로 나왔다.
한데 이런 옘병?!
" 일단, 다들 술 한잔하면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자고! 안 마실 수가 없어 이건. "
무정이가 식탁 위의 술로 향하는 게 아닌가?!
도대체가 이런 씨! 어떻게 한순간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나는 황급히 무정이를 막으려고 움직였다.
한데. 한데... 한데.
" ... "
생각해보면, 상관없지 않을까?
원래부터 죽이려던 최무정. 죽여야만 하는 김남지. 나를 배신한 아내. 저 셋이 모두 죽는다면?
그것이 오늘 일어난 이 빌어먹을 문제들을, 한방에 해결할 방법이 아닐까?
나는 지금, 이 엉망진창으로 엉킨 실타래를 도저히 풀어낼 자신이 없다. 차라리 눈 딱 감고 모두를 죽여버린다면,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지 않나?
당연히 경찰은 의심하겠지. 그래도 증거가 없다. 우연이라고 우기면 될 것 아닌가? 아내의 외도남이 폐쇄된 상황에서 심장마비로 죽고, 그 시체를 발견하고 놀란 모두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일관되게 주장할 순 있었다. 증거가 없으니, 경찰도 날 어찌할 순 없다. 나는 그냥 저렇게 계속 주장하기만 하면 된다.
" ... "
그냥 저지를까? 그렇게 해결할까? 그것 말고 다른 좋은 생각이 떠오르나? 안방의 시체, 최무정, 김남지. 지금 이 모든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냔 말이다!
" ......그래 술 한잔하자. "
나는 무정이가 술잔 나르는 걸 도왔다.
거실 소파에 모여 앉은 모두에게 내가 손수 술을 따랐다.
가장 먼저 무정이가 한 모금을 마셨다.
" 캬~ 비싼 술이라 다르네. "
녀석은 굳어있는 아내와 김남지의 분위기를 풀려고 했다.
" 제수씨 일단 한잔하고 진정 좀 하세요. 남지야 너도. 우리 허심탄회하게 얘기 좀 해보자. 너 지금 할 얘기가 많지? "
" ... "
굳은 얼굴의 김남지는 거의 원샷 하듯이 술을 들이켰다. 술을 안 하는 아내도, 이 순간은 술의 도움이 필요했는지 쉽게 들이켰다.
나는 그들이 술을 마실 때마다 움찔 놀라며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에게 드는 감정이 복잡했다.
그래도 이미 돌이킬 순 없는 일. 나는 일부러 심각한 얼굴을 가장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내에게 쏘아붙였다.
" 내가 아는 놈이야? "
" ... "
" ...가서 보고 와야겠어. "
" 야야 재준아? "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안방으로 들어간 뒤, 문을 닫고 잠갔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렇게까지 죄책감이 들 줄이야?!
누구 때문이지? 아내인가? 아니면 그냥 내 쓰레기 같은 방어본능인가?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귀를 막았다. 어린 시절 듣기 싫은 소리를 막아내듯이, 귀를 막아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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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데 말입니다. 정재준 씨. "
" 저는 본 대로 말할 뿐입니다. 그게 다입니다. 옷장을 열었더니 벌거벗은 남자가 죽어있었고, 그 모습에 놀란 셋이 쓰러졌습니다. "
" 하아..알겠습니다. "
독약은 비싼 값을 했다. 뉴스에까지 나올만한 기상천외한 사건이 되었지만, 경찰은 증거가 없어서 나를 잡아넣을 수 없었다.
'아내의 내연남이 심장마비로 죽고, 그것을 본 4명 중 3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 황당한 뉴스를 접한 모두가 나를 의심했고, 주변인들의 수군거림을 받게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증거가 없으니까!
나도 처음에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곧 어마어마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불안한 김남지도, 평생을 옭아맬 최무정도, 나를 배신한 아내도, 모두가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나는 정말이지, 극상의 해방감을 만끽했다.
그 사내가 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다.
" 이번에 제 독약을 산 게 선생님이시죠? 그 뉴스를 보자마자 바로 감이 오더군요. 내가 판 독약이 아니라면, 그렇게 어이없게 다 심장마비로 죽을 수가 없지요. 아무리 우연도 정도가 있지. 하하 "
" ... "
" 그냥 한 달에 500만 원씩만 주시면 됩니다. 그럼 입에 자물쇠를 딱! 채우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하하 "
출처 오늘의 유머 복날은간다 님
첫댓글 저새끼도 죽여야해
죵나재밋다 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 쉴틈없이 재미있어
아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코메디 느낌ㅋㅋㅋㅋ
연극 라이어 잔혹 버전 같다ㅋㅋㅋㅋ
와 재밌닼ㅋㅋㅋㅋㅋㅋㅋ 무정이 계속 진정하고 술 한잔 하자고 하는게 금주가 앵간히 힘들었나보구만ㅋㅋㅋㅋㅋㅋㅋ
이 단편시리즈 쓴사람 글 모아서 책도냈던데 존잼이야
ㅋㅋㅋㅋㅋㅋㅋ 쉴새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