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대리운전 38일차 초보기사가 밤이슬 카페에 첫 게시글을 남깁니다.
저는 올해로 49살 된 이른바 투잡기사입니다.
다니던 직장 분위기가 왠지 심상치 않던 중 결국 올해초에 올 것이 오더군요. 명퇴했습니다. ㅠㅠ
그나마 어찌어찌 근무시간과 보직을 조정하여 월200에 계약직으로 겨우 재입사하였네요.
아파트 대출금 상환...각종 공과금...생활비...
여기에 결정적으로 큰애 사립학교 공대 2학년, 작은애 1학년입니다.
월200으로는 정말 도저히 답이 안나오는 막막한 상황이 닥쳐온 것입니다.
그간 이곳 카페 글들을 주욱 읽어보고...
지방(전남 광주)에서 4년째 대리운전을 하는 후배에게 전화로 이것저것 조언을 구하고...
3월30일... 이곳 카페에서 대리기사 구한다는 구인글을 보고 용기내어 무작정 찾아간 사무실에서 바로 등록하고,,,
일단 부딪쳐 보자는 마음으로 딸랑 로지 하나 깔고 대리기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월1일부터 4월13까지는 로지 한개로,
4월13일부터는 콜마나를 추가하여 로지1+콜마너 조합으로 일했습니다.
10~18시 근무하고 퇴근할 때는... 20시~02시정도,
14~22시 근무하고 퇴근할 때는... 22시~첫차까지, 대리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고향(전남 장성)에 팔순 노부모님이 계십니다.
어버이날이 낀 황금 연휴 기간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뵈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였지만,
한푼이 아쉬운 현실이라 선뜻 길을 나서지 못하고 대리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콜이 많았을 6일(금) 저녁조차도 연휴 여파로 조용하게 한가하더군요 ㅠㅠ;;
어찌어찌해서 수원 영통에 떨어져서 복귀콜을 쪼이고 있는데...
충남 공주가 7만에 자동으로 들어옵니다. 정상적이라면 복귀 걱정에 선뜻 잡지 못할 콜이었지만,,,
순간적으로 공주KTX역이 떠올랐고, 남쪽 고향으로 부모님 뵈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망설임없이 바로 켓취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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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하니 손과 거리는 약150미터...바로 만나서 소렌토 차량으로 공주로 출발했습니다.
경로 검색하니 99km ... 고속도로 무료통행이 끝난 직후 새벽 시간이라 그런지 진짜 매우 한가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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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주행만에 공주에 도착하니 대략 새벽3시반... 혹시나 플을 켜보니...
20km 넘는 전혀 알지 못하는 동네(대전인가요?)에서 삥바리콜들만 떠다니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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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복귀는 접고, 내려온 김에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뵙기로 마음을 굳히고 첫열차 첫버스 등을 검색합니다.
공주역KTX 하행 첫열차가 07:43분으로 검색되고,,,공주터미널에서 공주역까지는 약 22km 버스로 1시간...
06:30정도 공주역으로 가는 첫버스를 타면 되니 2~3시간 정도 시간이 비네요...
불꺼진 깜깜한 공주터미널 앞 해장국집에서 소주한잔 하면서 버스를 기다리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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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와 콩나물해장국 & 소주 한병...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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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소주한잔 하면서... 오늘은 얼마나 벌었나 로지 완료창을 켜 봅니다.
그럭저럭 고향에 다녀올 여비 정도는 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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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에 소주한잔 하노라니, 어느덧 아침이 밝아오고...
버스를 타고 난생 처음 와보는 공주역에 도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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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역...백제의 고도답게 무령왕릉에서 발굴된 황금관을 본딴 조형물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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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장성역에는 KTX가 정차하지 않아 가까운 정읍역까지 표를 사서 열차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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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연휴라서 그런지 첫열차인데도 사람들이 거의 꽉 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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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분만에 정읍역에 도착...빠름~빠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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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정읍시외버스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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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까지 시외버스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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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읍내에서 마트에 들러 소고기랑 이것저것 좀 사들고 고향집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예정에 없던 아들이 불쑥 찾아오니, 늙으신 어머니가 깜짝 놀라며 왜 내려왔냐고...두손을 꼭 잡고 반겨주십니다.
너무도 작아진 어머니를 잠시 끌어 안아보니,,,참 익숙한 어머니의 냄새에,,, 눈물이 왈칵 나올 뻔 했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집에서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에 앉아 도란도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부모님은 제가 명퇴한 사실을 전혀 모르십니다.
밤이슬 맞으며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것은 더더욱 모르십니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올 고향집이 있고,,,두손잡고 반겨줄 부모님이 아직 살아계시는 저는 참 행복한 놈입니다.
참으로 맛난 점심을 먹고 ,,, 이것 저것 젊은 사람이 할 집안 일을 좀 거든 후,
내가 태어난 탯자리 그 방에서 눈을 붙이고 정말 달콤한 꿀잠을 한잠 푹~잡니다.
꿀잠을 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가고 석양이 드리워지고,,,
대리 입문하면서 귀챦게 이것 저것 물어도 그때마다 친절하게 알려준 4년차 대리기사인 고향 후배에게 연락이 옵니다.
연휴에 콜도 별로 없을텐데 형이 소주한잔 살테니 좀 일찍 마치고 오랜만에 얼굴 보자고 약속을 잡고,
부모님께 추석에 다시 내려오겠다고 건강하게 잘 지내시라고 인사드리고 동네앞에서 광주 시내버스를 타고 나섭니다.
광주광역시 시내버스 안에서 혹시나 여기에서는 플이 뜰까? 콜은 잡히나? 궁금해서 로지분할플을 구동시켜봅니다.
5.7토 21:30분 광주 첨단지구에 들어서서 플을 보는데... 허걱...이런 콜이 올라옵니다.
순간 광주 화정동으로 알았는데...아닙니다.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으로 가는 콜입니다. 18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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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이 아닙니다.
분명히 핸들포유에서 올린 정상 콜입니다.
서울로 복귀해야할 저로서는 정말 잡고 싶은 꿀콜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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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기로 약속한 후배에게 전화해서 일산가는 18만짜리 콜이 지금 떴다...어째야 하냐고 하니...
자기랑은 다음에 봐도 되니 망설이지 말고 잡고 서울로 복귀하라고 하네요.
거리가 11키로인데... 잡아도 도착이 너무 늦으면 손이 취소하지 않겠냐 하니...
일단 잡고 손과 통화후 택시로 제2순환도로 타고 쏘면 넉넉히 10분이면 풍암금호까지 도착가능하다고 알려줍니다.
알겠다...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이콜잡고 서울로 복귀한다... 다음에 보자...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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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망설였습니다. 잡을 것인가...말 것인가...
복귀콜로는 아주 땡기는 콜이었지만,,,
그동안 여러가지로 도와준 후배와의 약속을 취소하면서까지 잡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누가 감히 못잡는지 10여분을 더 둥둥 떠다니다가 사라지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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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컸지만,,, 다시 후배에게 전화해서 약속 장소인 상무지구로 나오라고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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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를 만나니... 왜 그거 안잡았냐고 형 바보 아니냐고 합니다 ㅠㅠ
그러면서 왜 자기 플에는 안보이는데 형플에는 보이냐면서 서로 플을 꺼내서 테이블에 놓고 비교해 보니...
저는 수도권에서 올린 콜만 보이고,,,후배는 광주권 콜만 보이더군요...
위에 상록수 사동->월피동 콜도 상황실에서 광주 사동으로 좌표를 잘못 찍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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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1달차 입장에서 서울대리 광주대리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 새벽까지 잔을 기울이다가,
광주송정역에서 05:30분 KTX를 타고 서울로 복귀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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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경력 38일차 초보 대리기사의 좌충우돌 귀향길...
참으로 약간은 충동적인...그래도 나름 의미있는 연휴동안 귀향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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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계시는 회원님들 고참은 고참대로 초보는 초보대로
모두 나름대로 정말 많은 사연속에서 대리기사 일을 하고 계실 것입니다.
지금도 대리기사로의 입문을 고민하면서 카페에서 눈팅만 하는 회원 또한 분명 많을 것입니다.
저도 몇달동안 눈팅만 하면서 고민하고 또 망설이고 그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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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접어두고...직접 부딪쳐 보십시오... 그러면 길이 보일 것입니다.
대리기사 38일차 초보가 뭐 얼마나 알겠습니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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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지 않고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면, 최소한의 보상은 따라오는 것이 이 바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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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해서 4월 딱 첫 한달간 로지 150콜 + 콜마나30콜 = 총 180콜 정도 타서 3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하시는 분은 그냥 참고 정도만 하세요...
( 잠시 올려두었던 월결산표는 선배회원의 조언에 따라 삭제합니다. )
여기에 콜무,경유비, 팁 등 약 10만 정도의 잡수익이 발생하고...
교통비 약15만 + 플2개 3만, 보험료8.5만, 관리비3만 = 30만 정도의 지출이 발생합니다.
투잡이긴 하지만, 4월 한달간 이틀 쉬고 꾸준하게 일한 결과, 대리운전으로 200여만원 정도의 수입이 생겼습니다.
계약직으로 변하긴 했지만 급여200을 포함하면, 힘들지만 나름대로 내 가정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명퇴 당하고 정말 암울했던 현실에서,,,
그래도 헤쳐나갈 살 길을 이곳에서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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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황에서 대리운전 일을 생각하시는 분들 ... ...
똥콜도 타고 우량콜도 타게 될 것입니다.
운수업이라 말그대로 운수가 좋고 나쁜 것이 작용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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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손을 만나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자존심을 잠시 접어두고, 보이지 않는 사회적 괄시를 견뎌낼 인내심과,
성실함을 무기로 꾸준히 버텨갈 자신이 있다면,,,
기꺼이 한번 해보세요.
암울한 현실에서 한가닥 작은 빛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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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이 닥쳐도...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생각에만 머물지 마시고 용기를 갖고 직접 부딛쳐 가면서 극복해 보세요.
몸은 힘들지 몰라도... 정신과 영혼은 결코 망가지지 않습니다. 망가져서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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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가 끝나고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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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힘을 내서 주어진 현실을 묵묵히 헤쳐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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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안전운전 하시고, 돈 많이 버시기 바랍니다. 꾸벅^^
진상 손을 만나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자존심을 잠시 접어두고, 보이지 않는 사회적 괄시를 견뎌낼 인내심과,
성실함을 무기로 꾸준히 버텨갈 확고한 자신이 있다면,,,
기꺼이 한번 해보세요.
암울한 현실에서 한가닥 작은 빛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절대 희망을 놓지 마시고,,,부디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
@해무리 네~~ 감사합니다...
저랑 비슷한 처지
하지만 저는 아직 명퇴 아직 안 당하고 악착같이 버티는 중
한편의 대리운전 파노라마 같은 글이네요
거액의 복귀콜도 마다하고 후배와의 소주한잔을 나누는---- 따뜻한 인간미도 느껴집니다.
투잡으로 3년정도 하니 몸이 안좋아짐을 피부로 느끼네요
건강관리 잘 챙기세요.
막상 겪어보니 정말로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덩더궁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항상 좋은 날 되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감동이 있는 글..잘 읽었습니다.늘~안운하시고 건승 하세요~화이팅!!
응원 고맙습니다.
신불사님도 함께 화이팅입니다 ~!
착하게 열심히 살고 계시네요.
이렇게 열심히 살고 계신분도 있군요
감동입니다.
저도 사실 용기가 없어 눈팅을 하고 있는데 수일내로 시작하려고요
많은 도움되었습니다.
마음 먹었을 때 바로 시작하세요.
망설이면서 하루 보내면 십만원이 사라집니다...함께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