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민주당도 강하IC 요구" vs 野 "종점은 그대로였다"
중앙일보
입력 2023.07.07 17:56
업데이트 2023.07.07 19:26
위문희 기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노선 변경안에 포함된 강하IC(나들목)가 정치권의 새로운 공방 요소로 떠올랐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를 비롯한 의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TF 기자회견을 갖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무책임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취소 및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은 애초에 민주당 측에서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장관은 “2021년 5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양평군수와 민주당 지역위원장이 당정 협의를 열고 예타안에 반대하면서 강하IC를 설치하도록 노력하고, 중앙정부를 움직이겠다고 선언했다”며 “그때 민주당이 제시한 안이나 지금 국토부가 복수안으로 제시한 검토안이나 같다”고 말했다. 양평군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국토부의 변경 노선은 강하IC 신설을 포함하므로 민주당의 요구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달라진 건 자기네가 군수가 떨어지고 야당이 된 것뿐”이라며 “검토를 해달라고 복수안으로 올린 그중에 하나를 가지고 김건희 여사를 위한 특혜라고 주장하는 건 내로남불이고 거짓말 선동 프레임”이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5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고속도로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뀌자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강상면 일대에 토지를 소유한 김 여사 일가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했다는 주장이다. 원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긴급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말릴 방법이 없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사업의 전면백지화를 선언했다.
김경진 기자
이에 민주당은 강하IC를 설치하더라도 강상면을 종점으로 요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2021년 4월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고속도로 신설안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자 한 달 뒤인 최재관 민주당 여주·양평 지역위원장이 정동균 당시 양평군수와 당정협의회를 가졌다. 최 위원장은 강하IC 설치를 포함한 12개 읍·면 지역 주민과의 간담회 내용을 전달했다. 최 위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토부가 제안한 왕창리 일대 강하IC를 주장한 게 아니고 광주시 남종면과 경계인 강하면 운심리 쪽에 IC를 내 달라고 했던 것”이라며 “그때 당시에도 종점 변경을 얘기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사업 백지화 취소도 촉구했다. 당내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야당의 의혹 제기에 해명은 고사하고 백지화 운운하며 국민을 협박하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자 직권남용”이라며 “원 장관은 양평군민과 국민께 사과하고 백지화 철회 후 사업을 원안대로 처리하라”고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경기도 화성 소재 자율주행 테스트베드(K-City)에서 열린 '제3회 국토교통부·스타트업 커피챗 시즌2'에서 기업대표들과 청년들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회 국토위 소속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저는 장관직을 걸 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원 장관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양평 소재 김 여사 일가 땅에 대한 한 의원의 질의가 있었고, 원 장관이 “확인해보겠다”고 답한 사실을 설명하면서 한 의원은 “(원 장관이) 사전에 (김 여사 일가 양평 땅을) 인지하지 못했냐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있었던 토지형질변경 논의는 대안 노선과는 연결고리가 전혀 없었다”며 “참 집요하고 악질적”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강하IC 신설을 요구한 사실을 두고도 ‘자가당착’이라며 반격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2년 전의 민주당이, 나아가 양평군민들이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려 한 셈인가”라며 “오로지 정쟁에만 매몰돼 세상 모든 일에 색안경을 끼고 달려드니 이런 낯부끄러운 자가당착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에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백지화의 책임을 민주당에 덮어씌우려는 원 장관의 나름의 얄팍한 기만술. 처량하고 한심하다”며 “원 장관은 가짜뉴스 유포 그만하고, 사전에 사업 백지화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가받았는지나 밝히라”고 했다.
양평 고속도로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야는 오는 17일 국회 국토위를 열기로 했다. 원 장관도 출석한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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