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류산 야구장이다.
530!
맨발로 에어로빅 후 수다상을 차린다.
어제의 행복과 기분좋은
피로감을 일망타진 한다.
아직도 감흥이 그대로다.
작가는 체험이 생명이다.
글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것이
문학에 대한 예의다.
나의 종교는 문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종교의 화두는 사랑이다.
독자들의 종교는 다양하다.
모든 종교를 존중하고 초대되면 기꺼이 간다.
다양한 체험은 수다상의 천군만마다.
어젠 평생에 한 번 올까말까한 기회를 잡았다.
부끄럽게도 나를 화신불이라고 일방적으로
부르는 명리학계의 효자손인 언니가 기회를
선물했다.
야근을 마친 시각이 아침 9시!
바로 달려 나가니 일터 앞으로 차가 왔다.
입만 달랑 가지고 오라는 부탁을 여러차례하여
빈 손으로 갔다.
차 안은 순수로 휩싸였다.
늘 기사 노릇을 신바람 날리며 해 주시는 명리학 선생님의 남편이다.
어린왕자 같은 순수함과
건강한 심신의 소유자다.
그 옆엔 연하의 형부와 코드가 척척인 00언니의
고정석이다.
아내인 명리학 선생님은
기분좋게 그 자리를 양보한다.
뒷좌석엔 수다상 작가인 나.
독자들인 명리학 언니와
종동서인 멋쟁이 언니가
참새처럼 쫄로리 앉았다.
보자마자 난리부루스다.
수다꽃이 범람하여 차를
뚫는다.
수십 년 지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얼굴을 붉힌 적이 없는
특별한 인연들이다.
난 명리학 언니의 총애 덕분에 늦게 합류했다.
작가.요양사라는 이유로 오히려 대접이 넘친다.
황송할 따름이다.
요양원 이야기에 다들 감동 받고 우리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걱정도 한다.
요양원에 가는 일이 없기를
소망하며 화끈하게 살자고
입을 모았다.
지금!
이 순간만이 확실하다.
내일 하겠다고 자꾸 미루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운동장에 보슬비가 놀러 왔다.
어제 나들이에 최고의 날씨를 선물하더니 오늘도
역시다.
우산도 준비했으니 걱정 없다.
명리학 언니가 감포도량 함께 가자며 고무된 목소리로 초대장을 날린
순간 감포 바다를 가슴에
담았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간 것이 비신자인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언니도 작가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라며 가족과
오랜 인연이 함께 하는
자리에 끼워 준 것이다.
꽃자리 마다 작가와 함께하는 것이 오히려 영광이라고 말해 주는 언니는 친동기간이나
마찬가지다.
개구리 무논처럼 수다꽃이 절정일 때 바다가 마중을
온다.
부처님이 바다를 향해 서 계신다.
바다같은 마음으로 살라는가르침인 듯.
바다의 어원은 받아준다는
뜻이란다.
불교 대학을 오래 다닌 언니가 시키는대로 절을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것이 예의다.
바닷가에 위치한 감포 도량에서 조금 더 가니
관음사가 보인다.
어마어마한 행렬이 이어진다.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점안 법회.
난 불교에 무지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글쟁이다.
우학스님이 참선하는 곳이란다.
.무문관.
영화에도 등장한 유명한
곳이라는 걸 알고 관심지수가 폭등했다.
아주 풍광이 수려하다.
점안 법회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수천 명이 모여
들었다.
오후 2시에 있는 법회를 보려고 새벽길을 달려 온
사람들이다.
우리도 복잡하기 전에 온 것이 탁월한 선택이다.
.눈치가 빠르면 절에 가서도
새우젓을 얻어 먹는다.
이 속담과 가장 어울리는
민첩함을 보이는 명리학 언니다.
범종 루각 아래가 명당이다.
종일 그늘인데다 산바람.부처님의 사랑이 함께 했다.
초파일 때 먹었던 절밥 보다
더 양도 푸지고 나물 가지 수도 많은 밥을 보시 했다.
백설기.물.믹스커피까지
보시하니 어찌 고맙지
않으랴.
난 불심보단 식심이 커서
신바람이 꽃등이었다.
절밥을 안 주는 줄 알고
언니들은 각자 꽃밥을
준비 했다.
난 야근 마치고 바로 온다는 핑계로 입만 달랑 왔지만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수다상 읽게 해 주고 요양원에서 어르신 효자손
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는
명목으로.
내 귀를 부처님 귀라고
칭찬까지 해 주는 언니들이
진정한 부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리복까지 있어 밀양 얼음골 같은 루각 아래서
절밥을 먹었다.
집밥은 중참과 저녁까지
먹을 요량으로 절밥부터
먹었다.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사랑을 느끼면서 꿀처럼
먹었다.
명리학 언니가 미리 담근
열무 물김치가 압권이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하니
마음밭 쌍둥이 같은 독자
언니가 돗자리 카페를
차린다.
각종 커피류.과일을 내놓는다.
이에 질세라 아직 독자는 아니지만 인품이 훌륭한
언니도 꼼꼼하게 챙겨 온
먹을거리를 내놓는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전생에 복을 얼마나 지었길래 이토록 과분한
사랑을 받는걸까.
언니들은 말을 너무 예쁘게
하니 우째 사랑하지 않겠냐며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언니들이 꽃자리를 지키는 동안 난 관음사 구석구석을
누비며 많은 것을 느꼈다.
코로나 이후 이런 인파는
처음이다.
수천 명이 한마음으로
점안식을 영상으로 감상 했다.
어디가 좋은 자리인지
감이 잘 온다.
맨 앞에 일찌감치 진을
쳤다.
바로 큰 영상 화면 앞에
서 있었더니 오후 2시에
스님 몇 분이 점안식을 큰 법당 안에서 거행 하신다.
그 장면을 몇 군데 영상으로
설치하여 보게 했다.
내 옆엔 때 맞추어 피었다는 보리수 꽃 향기가 진동했다.
뙤약볕 아래 다들 앉거나
서 있는데 내 앞에 거짓말처럼 작은 나무가
서 있다.
그 속에 쏙 들어 가 더위도 식히고 점안식을 지켜 봤다.
식이 끝난 후 줄을 서서
큰 법당으로 들어 가는 것도
수천 명 중에 열 손가락 안에 들어 갔다.
인자한 스님이 점안한 부처님의 사진을 일일이
선물하셨다.
수천 명이 받고 갈무리 한
시각은 다섯 시가 가까웠다.
우린 차들이 모두빠져 나간 후 가자며 이른 저녁을
먹었다.
명리학 언니가 새벽부터
애써서 지은 찰밥.물김치.고구마줄기와 머위볶음.묵은 김치는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인자한 모습이 부처를 닮은
어쩌다 만난 왕언니는
민들레초무침과 산나물을
내놓는다.
역시 너무 맛있어서 입이
춤을 춘다.
마음밭이 쌍둥이인 독자 언니가 얼려 온 냉커피는
인기 짱이었다.
마시고 또 마셨다.
무릉도원에 온 신선들의
잔치 같았다.
글쟁이에겐 평생 볼까말까한 신비한 체험이라 그 자리에 동참시켜 준 명리학 언니
부부가 부처님 같았다.
꽃자리를 접고 나오다가
다시 바다를 만났다.
주차 후 바닷가로 갔다.
바닷 바람이 행복을 부채질한다.
사진이 내 마음 상태를
오롯이 알려 준다.
한껏 고무되어 차 속에서
노래 잔치가 저절로
벌어졌다.
어린왕자처럼 순수하고
사랑과 배려심이 바다같은
형부는 숨은 가수다.
당당한 직업인이면서도 색소폰까지 배워 동영상을
보여 주어 박수 갈채를
보냈다.
형부는 노래방에서 혼자
여섯 시간 동안 백 곡도
넘는 노래를 부른 경험이
있을만큼 노래가 인생이다.
네 여인은 우리를 위해 운전과 짐꾼 노릇을
기꺼이 해 주신 형부를 위해
노래방에 가자고 했다.
코로나 이후 처음이다.
차 안에서 열광한 것도
모자라 노래방까지 초토화시켰다.
다들 신명꾼이다.
서로 주머니를 열겠다고
예쁜 싸움 끝에 왕언니께
양보했다.
맥주와 안주까지 시켰다.
남편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만 마셨다.
숨어 있던 끼들을 총망라했다.
그 누구도 뒤로 빼지 않아
즐거움의 끝을 보았다.
난 무조건 .소양강 처녀.를
부른다.
너무 행복하여 목청껏
내질렀다.
오 마이 갓!
100점!
빵빠레와 함께 축하송이
흐른다.
60세 까지 살면서 노래로
백점 받은 건 처음이다.
음치지만 노력했다는 것을
기계도 인정한 것일까.
저녁까지 먹이고 싶다는
왕언니의 극진한 사랑을
거부했다.
이미 맘배.몸배는 만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