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배낭여행 - 여행첫날 -
아침에는 날씨가 맑더니 흐려진다. 내일부터는 추어져서 아침 최저 2도,
낯 최고 7도에 머문다고 일기예보를 한다. 싱가포르의 날씨는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니 천둥 번개가 치며 바람은 없고 최저기온 24도, 최고기온 32도라고 한다.
나는 추위를 피해 더운 나라로 가는 것 같았다.
어제는 감기 기운이 있어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5일분이나 지어왔는데
오늘은 약간의 열이 있는 듯하다. 다소 걱정은 되지만 약을 한 봉 입속에
털어 넣고 나머지 약은 잘 챙겨 넣었다.
아침에 등교하는 늦둥이 아들에게 “다녀 오마”라는 말을 건네고 출근하는 큰 딸은
“아빠 많이 보고 즐겁게 지내다 건강하게 돌아오세요“하며 기분 좋게 인사한다.
오후 6시 비행기이니 시간이 많다. 아내와 함께 점심외식을 하며 “같이 갔으면
좋았을 텐데 혼자 가서 서운하다“고 내가 말하자 하나도 서운하지 않으니 실컷
즐기다 오라고 한다. 이번 여행 내용으로 보아 그 어느 때 여행보다도 재미있을 것
같아 그동안 수차례 같이 가자고 했지만 사실 아내는 몇 년 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다녀왔고, 아들 학교문제와 성당일도 많으니 혼자 다녀
오라고 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딸들에게서 문자가 쉴 새 없이 날라 온다. “많이 드시고....
많이 보시고......“, ”건강하게......“, ”엄마 선물은.....“
(큰딸은 교편을 잡고 있는데 완전히 배낭여행 광이다. 기회만 있으면 유럽으로 떠난다.
지난여름에도 터어키에서 열흘이상 머물며 페러글라이딩도 즐기고.......아무래도 부전여전 인가 보다)
오후 2시 30분, 아내와 가볍게 포옹을 하고 집을 나섰다. 집 앞에는 바로 인천공항
까지 가는 리무진이 있다. 낮 시간이라 별로 붐비지 않는다. 새벽시간에는 손님이
많아 배차담당 아저씨 한 분이 고정 배치되어 있는데 오늘은 아저씨가 안 보인다.
자주 나가다 보니 이젠 아저씨도 나를 알아보고 반가와 하시는데 왠지 서운하다.
이내 오는 버스를 타고 많은 생각에 잠긴다. 이번이 두 번째 배낭여행 이지만 순수한
혼자만의 여행은 처음이라, 생각했던 대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결심해 보지만, 건강도 안 좋은 사람이 고생을 자초하며
혼자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말리던 주위에서의 만류와 몸 컨디션 등으로 기대와
설레임, 막연한 두려움 등을 가슴에 앉고 공항에 내렸다.(혹시나 만약을 대비하여 환전시
(U$ 500이상 무료 보험가입)와 임의로 거액의 보험을 인터넷으로 가입하였다)
이번이 15번째 해외여행이자 싱가포르가 30번째 여행국가라서 공항에 도착해서도
공항이 낯이 익고 친숙하다. KAL 카운터로 가서 가급적 앞자리를 부탁한다며 말하고
보딩패스를 발급받으려니 원하는 특별한 좌석이라도 있으면 말하란다.
나는 앞자리 쪽이면 아무 곳이나 좋다고 하자 28열(화면 밑) G석(통로)으로 좌석을
배정해 준다.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고 로비에서 국제전화 카드 20,000원
짜리를 사고 나서, 시간이 많이 남아 현대카드 VIP Rounge에 들려 커피와
스낵으로 긴장을 풀고 오늘과 내일의 여행계획을 점검해 본다.
(나는 공항호텔 투숙을 위해 짐은 전체를 휴대함)
* 처음 여행하는 분들을 위한 팁 : 공항호텔은 대부분 공항 내 Transit Area 근처(면세구역 내)에 있는데
이곳은 입국수속 전이나 출국수속 후에 갈 수 있기 때문에, 짐을 붙이면 입국수속 후에 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호텔에 묵으려면 짐을 휴대하여야 함.
전화로 어머니와 아내에게 마지막 출국인사를 하고 Rounge를 나서니
어느덧 탑승해야 할 시간이 다가와 출국심사(지난 8월1일부터 내국인과 등록된 외국인에게는
입. 출국카드 작성이 모두 생략 되었다)를 받고 Gate에서 잠시 휴식 후 비행기를 탑승하고
나니, 6시 20분경 비행기는 굉음을 울리며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화면을 보니 KE641편의 전체적인 비행거리는 대략 4,600km가 조금 넘는 것 같고,
정상 고도에서의 비행속도는 시속 900km 내, 외로 서해와 군산상공을 거쳐 대만
동쪽해상과 홍콩상공, 필리핀 상공을 6시간이상 날아 창이공항 도착예정 시간을
11시 31분(현지시간)으로 예정하고 있다.
기내에 비치된 책자를 통해 내가 탄 항공편에서 오늘 제공될 서비스의 내용을
확인하고 간단한 간식거리와 기내식사, 음료수 등을 마시며 좋아하는 가벼운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Music Channel 3. 4. 5번에서는 우리 모두의 귀에 익은 클래식음악이 잔잔히
흐른다. 언제 들어도 좋은 베토벤 교향곡 6번 F장조 작품번호 68번 “전원”,
요한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강”, “빈 숲속의 이야기”, 모차르트의
“교향곡 21번“,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 등을 감상하고
나니 영화 케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이 상영 되었다.
밤잠을 설칠까봐 기내에서는 일부러 잠을 청하지 않고 지냈는데, 도착한 후
호텔에서 푹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언제나 느끼는 생각이지만 한 때는 많은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스튜어디스(stewardess)의 고달픈 일과를 보며, 요즈음에 와서는
3D업종에 해당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미모와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자기 직업에 만족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그리고 친절히 근무하는 승무원에게
고마움을 느끼면서 그들의 인격을 존중하여 정중히 대하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젊은 여성이 아닌 중년이후의 여성으로 바뀌겠지만.........)
밤 11시가 가까워지자 기장의 announcement가 있다. 이 비행기는 약 40분 후인
11시 38분 도착예정이며 현지의 날씨는 맑고 현지의 기온은 27도라고 한다.
현지시간으로 11시 48분경 비행기 문이 열리고 모두들 트랩을 통해 arrival hall
쪽으로 급히 걸어간다. 늦은 도착시간으로 인해 모두들 마음이 급한가 보다.
나는 앞쪽에 앉았었기 때문에 비교적 선두에서 이들과 함께 걷다가 Transit
Hotel 표시판을 보고 왼쪽으로 회전하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에 있는
호텔 로비로 향했고, 다른 승객들은 아마도 입국수속과 짐을 찾아 각자의
집과 시내의 호텔로 갔을 것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도착홀 쪽으로 걷다보면 보이는 호텔위치 안내 표시판)
(공항호텔 후론트 데스크)
내가 도착한 호텔의 정식 이름은 "Ambassador Transit Hotel"이다.
도착한 손님 중에서 내가 제일먼저 도착하였는지 카운터에 손님이 없다.
내가 “예약했다”고 말하니 이름을 확인하고 나서 “Single Budget Room과
Common Showers & Toilets“ 이라고 확인해 주길래 “알고 있다”라고 말하니
세금 등을 포함하여 S$ 40.45를 계산하란다.
카드로 계산하고 나니 방 번호 “391”호를 배정하면서 화장실과 샤워실은
Fitness Center를 이용하라며 손가락으로 위치를 알려주기에 나는 “고맙다”며
내일아침 5시 30분에 모닝콜을 부탁하고서 시계를 보니 12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방의 등급별 요금이 자세히 나와 있음)
방에 들어서니 조그만 침대와 책상, 전화기, 인스턴트 차, 에어컨, 시계, 거울이
구비되어있었고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어 시원하였으나 혼자서 자기에는 조금
비좁은 듯하였다.
(Single Budget Room내부로 작고 아담하다, 침대길이가 좀 짧았다)
(Fitness Center 입구, Centre는 영국식 표현)
* Fitness Center는 객실과 10여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개별 샤워시설과
화장실이 독립되어 3개가 설치되어 있었고, 기본적인 샴푸와 비누, 머리빗,
칫솔, 치약, 수건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내일을 위해 짐을 내려놓고 바로 Fitness Center로 가서 대충 씻은 후
이번 여행이 나에게 매우 유익한 여행이 되고 무사히 마치고 가족에게
돌아 갈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잠을 청해 본다.
첫댓글 아 정말 너무 꼼꼼하게 올려주셔서 감동입니다~ ^^
싱가폴....다시 가고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