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조의 여왕] 17
#1. 지애동네 슈퍼 앞 (N)
달수 : 사장님! 저희 동네 오신 진짜 이유가 뭡니까?
태준 : 뭐?
달수 : 사장님 정말... 우리 지애 좋아하시기라도 하시는 겁니까 뭡니까?
태준 : (표정 있다가 싸늘하게) ....... 그런다고 하면 어쩔건데!
달수 : (에이씨!!! 폭발하고 확 일어나면)
태준 : (함께 일어나고 쓰윽 한발 다가서며) 어쩔거냐구!
달수 : (확 멱살잡고)
태준 : (함께 멱살 잡는데)
지애 걸어오다가 두 남자 서로 멱살 움켜잡고 있는 거 보이면.
지애 : 또 오밤중에 술먹고 쌈박질들 하고 있네 증말. (한심하다는 듯 혀차다가) 저게 누구야?
(달수와 태준인 거 깨닫고 깜짝 놀라는) 미쳤어 저 인간이!!!
지애, 다다다 뛰어간다.
지애 : 당신 왜 이래! 아니 사장님! 왜 이러세요! 왜 쌈박질을 하고 그래요! 나이들이나 어려? 동네 챙피하게 진짜!
달수 : (멱살 잡고 있던 손에 힘 풀리고. 후!!!)
태준 : (표정 있다가 멱살 놓는다)
지애 : 무슨 일인데 그래 당신.
달수 : (홧김에) 아니 사장님이 당신 좋... (멈칫)
지애 : 사장님이 뭐!
태준 : (표정)
달수 : (태준 노려보며) 아니야. 사장님이 많이 취하셔서 너무너무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하시네? 그래서, 내가 잠깐 흥분을 했나봐.
태준 : 나는 헛소리한 거 없는데?
달수 : 보니까 사장님 주사가 좀 있으신 거 같애. 들어가자 여보!
태준 : (표정 있다가) 아줌.. 천지애씨. 술 한잔 마시고 가요.
지애 : (표정)
달수 : (확 오르지만 참으며) 술은 무슨 술입니까. 시간도 늦었는데. 그렇지 여보?
지애 : (표정있다가 일부러) 한잔 하지 뭐. (철퍼덕 앉고)
달수 : (이씨 표정)
지애 : 당신은 먼저 들어가든가.
달수 : (오기 나서 옆에 앉으며) 아니야. 나두 한잔 더 하지 뭐.
태준 : (자리에 앉고 표정)
(컷튀면) 지애 태준 짠... 건배하고.
달수 눈에서 레이저 쏘며 보고 있다가 자기도 짠.. 하려는데. 그냥 마시는 지애 태준.
태준 : 그럼 내가 그동안 거짓말한 거 그냥 봐주기로 하는 겁니다?
지애 : (달수 의식해 일부러 다정하게) 아우 그럼요 사장님. 뭐,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죠.
달수 : (욱하고) 뭘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어. 그냥 한번 거짓말 한 것도 아니고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그런건데?
지애 : (쳐다도 안보고) 당신이 거짓말에 관해서 할 말이 있었나? 그쪽으로 일가견 있잖아. 논문도 쓸 거 같은데 왜?
달수 : (에씨..)
지애 : (쌩해서 술 혼자 따라 홀짝 마시고) 아 나 요새 과음하네.
태준 : (오징어 다리 뜯어주며) 자요.
지애 : 어머나, 이런 배려. 역시 고위층 배려는 수준이 다르네요. 감사해요 사장님. (미소로 오징어 다리 뜯고)
달수 : (폭발할 것 같고)
지애 : 어떻게... 이사와 보니까 우리 동네 어떠세요. 맘에 드세요?
태준 : 네 뭐. 좋은데요?
달수 : 금방 불편해 지실 겁니다. 여기 뭐.. 지하철도 없구요.
태준 : 원래 지하철 안타고 다녀서요.
달수 : (그렇지 참..) 또 뭐.. 퀸즈팰리스 살다가 이런 데 살면 좀 그러실텐데?
태준 : 괜찮아요. 같은 동네에 친구도 있고.
달수 : 친구요?
태준 : 아줌마 얘기 안했어요? 우리 친군 거?
지애 : (보고 있다가 괜히 오바) 아 내가 그 얘길 안했나? 사장님이 그냥 너무 잘해주셔 가지구.. 삔도 주워다 주셔..
우울하다 그럼 노래도 불러주셔.. 힘없다고 삼계탕도 사주셔.. 참 근자에 보기드문 우정이지. 그죠 사장님?
태준 : (미소) 그렇죠?
달수 : (소주 꼴딱거리며 마시고) 가자 여보!
지애 : 왜?
달수 : 당신 취한 거 같아서. 사장님 앞에서 실수할까봐 그렇지.
지애 : 아 지는 멱살잡이해놓고..
달수 : (팔 탁 잡더니 일으켜 세우고) 사장님.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까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지애 : 그럼 나중에 뵈요 사장님.
달수 : 나중은 무슨 나중이야. 가!
지애 : 아 이거 놓고 가! (짜증부리며 손 확 놓고 가면)
달수 : 같이 가 여보... (뒤따라가고)
티격태격하면서 멀어지는 지애 달수.
그거 보며 소주 남은 거 털어내는 태준.
#2. 태준 새집 거실 (N)
태준 소파에 앉은 채 옆에 엎드려 있는 태봉이를 쓰다듬으며 혼잣말.
태준 : 태봉아. 이 형이 미친걸까. 아 내가 왜 그랬지? 왜 그런말을... 뭘.. 좋아하면 어쩔거냐는 둥...
(소파에 팍 엎드려 얼굴 묻고) 아... 쪽팔려. (고개 번쩍 들며) 온달수 그눔 자식이 설마 그 얘기 아줌마한테 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겠지 태봉아? 아니라고 말해 줘.
#3. 지애 집 거실 (N)
소파에 이불 덮고 누운 달수. 잠 안와서 뒤척이는데.
홍식OFF : 이혼하기 전에 자네 문제로 오해를 받아서 회장님 사모님께 많이 들볶였던 모양인데.
그 와중에도 자네 안짤리게 하려고 무지 애썼다고 하더라구.
달수 뒤척.
태준OFF : 애를 갖자 그러더라구요? 어머니랑 약속했다면서.
온달수씨 안 다치게 하는 조건으로, 애 가지라 그러셨대요 우리 어머니가.
달수 벌떡 일어난다.
<플래쉬컷>
소현, “이렇게 따뜻하고 좋은 거라면 다 버리고 싶다..” 얘기하던.
달수, 안쓰런 마음에 표정. 왔다갔다 하는 표정.
이때 안방 문 열리고 지애가 나오다가 그런 달수와 마주친다.
지애 : 뭐하는거야 안 자고?
달수 : 어? 아니야. (하며 얼른 소파쪽으로 가는데)
지애 : (문득 어떤 생각이 들고 멈칫하며 본다)
달수 : (소파에 앉아서도 좀 멍하다)
지애 : (조용히 있다가) 당신 혹시... 그 여자 생각해?
달수 : (팔짝 뛰며) 아니야! 절대로 아니야! 절대 그런 거 아니고. 난 말했잖아. 당신이랑 정원이만 지켜주겠다고!
난 절대... 정말로 절대...
지애 : (OL) 절대...라는 말. 그만 할래? 나 왜 그 말이 그렇게 거슬리지? 평소엔 그 말 잘 안쓰잖아.
달수 : .......!
지애 : 괜히 오밤중에 서성대면서 사람 가슴 내려앉게 하지 말고. 잠이나 자. (화장실로 들어가 버리고)
달수 : (표정)
#4. 화장실 (N)
세면대에 물 틀어놓은 채 눈물 닦아내는 지애. 후..한숨도 쉬고.
지애 : 내가 아직도 그래 아직도. 아직도 울화통이 터지고 맘이 쓰려 아직도.
#5. 영화관 (N)
코미디 영화를 하고 있고. (골드클래스 정도 되는 공간)
소현이 혼자 영화를 보고 있다. 옆에 사람들은 모두 깔깔대며 웃고.
소현 처음에는 웃으면서 보다가, 어느새 쓸쓸해지고.
#6. 병실 (N)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는 봉순. 옆에 서 있는 준혁.
의사와 간호사가 와 있다.
준혁 : 왜 이렇게 늦게 깨어나는 겁니까? 뭐 잘못되거나 그런 거 아니죠?
의사 : (챠트 보고) 깨어날 때가 되긴 했는데...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니까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의사 간호사 나가면.
준혁 걱정되는 한숨 쉬고 돌아보는데.
그 사이 정신 든 봉순이 가늘게 눈 뜬 채 준혁 보고 있다. 화장기 없이 초췌한 모습.
준혁 : (반가운 마음 누르고 담담하게) 일어났네? 몸 좀 어때.
봉순 : (뭔가 얘기하려고 입 달짝이지만 말이 잘 안나오는 상태)
준혁 : 어.. 얘기하지 마.. 첨엔 목소리 잘 안나올거랬어.
봉순 : (표정)
준혁 : (어색하게 옆에 앉고.. 가만 있다가) 말하지 말고, 그냥 내 얘기 들어. (사이) 나 정말... 화났어.
봉순 : (표정)
준혁 : 내가 당신한테 형편없는 남편이었던 건 잘 알아. 그래도 그렇지. 이런 일도 얘기 못할 정도로, 내가 그런 사람이었어?
봉순 : (표정)
준혁 : 아프다고. 수술 받아야 된다고. 같이 가달라고. 그런 말 한마디 못할 정도로 내가 그랬어?
그게 어떻게 나한테 폐끼치는 거야. 당신이 그동안 나한테 어떻게.. 했는데. (하는데 자기도 모르게 울컥)
봉순 : (눈물 그렁해지고)
준혁 : (눈 벌개져서 봉순 보다가 괜히 무뚝뚝하게) 화장 안했어도... 봐줄만 하거든?
앞으론.. 쓸데없이 새벽에 일어나서 화장하고.. 그러지 마. 알았어?
준혁, 눈물 보이기 싫어서 벌떡 일어나더니 창쪽으로 가서 뒤돌아 서고.
봉순, 지난 서러움 밀려들면서도 고맙기도 하고. 눈물 터지고.
#7. 지애 집 거실 (M)
달수 나가려는데. 척하고 내밀어지는 구두.
달수 : 이게..뭐야?
지애 : 뭐긴 뭐야. 이거 명품은 아니지만. 싸구려도 아니거든? 우리 형편에선 오바해서 산거야.
달수 : (표정)
지애 : 이뻐서 주는 거 아니니까 착각하지마.
달수 : (지애 맘 알겠고) 잘 신을게. 그리고, 잘 다녀올게.
지애 : (달수 어깨 보면 뭐 묻었고 순간 털어주려다가 멈칫하며) 거기 어깨 뭐 묻었네. (신경 쓰이지만) 가면서.. 털든가..말든가.
(하고 확 들어가 버린다)
달수 : (표정 있는데)
정원 : 아빠. 이렇게 해 봐. 내가 털어줄게.
달수 : 응! (얼른 수그리면)
정원 : (탁탁 털어주며) 원래 여자는 한번 삐지면 뒤끝이 기니까, 너무 섭섭해하진 마. 알았지?
(하고 뽀뽀도 쪽 해주고) 이건 엄마 대신 내가 해주는거야.
달수 : 그래. 우리 딸밖에 없다. (머리 쓸어주며 웃고)
#8. 유치원 앞 (D)
지애, 정원 손 잡고 신나게 흔들며 걸어 들어가고.
지애 : 정원아. 유치원 다시 가니까 좋아?
정원 : 응! 그런데 엄만 주입식 교육이 싫다며.
지애 : 어? 싫지. 싫기는 싫은데 사람이 또 지 좋은 것만 하고 살 순 없잖니? 엄마두,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하면서 사는 거 많거든.
정원 : (갸웃) 어떤 거?
지애 : 예를 들면... (표정) 용서.. 같은 거?
정원 : (잘 모르겠지만 끄덕끄덕) 근데 엄마. 나 유치원 다니면 돈 많이 들지 않아?
지애 : 많이 들지. 그러니까 가서 귀 쫑긋 세우고 이거저거 많이 주워듣고. 간식도 딴애들보다 많이 먹고. 젤 열심히 놀고.
그렇게 본전 싹 뽑아. 알았지 딸래미?
정원 : 응!!
지애 : (기분 좋게 웃으며 머리 쓸어주고 함께 팔 크게 흔들며 유치원으로)
#9. 동대문 시장 일각 (D)
지애, 쇼핑백에서 가방 꺼내 영자에게 보여준다.
지애 : (긴장) 어때?
영자 : (보며) 이건 어디 꺼냐? 첨보는 거다?
지애 : 어디꺼는 아니구. 내가 만들어 본 거. 방금 공장에서 나온 따끈따끈한 신상!
영자 : 이걸 니가 만들었다고?
지애 : 왜... 이상해? (약간 긴장)
영자 : (요리조리 살펴보고) 아니? 안이상한데? (표정 있다가) 좋은데?
지애 : 그래? 어떨지 몰라서 일단 샘플만 뽑아본건데...
영자 : 진짜.. 니가 디자인을 한거라고?
지애 : 디자인이라기 보담두... 맨날 베끼는 거 지겹기도 하구. 밤에 잠도 안오구 해서 한번 생각나는대루 해본거야.
영자 : 야. 접때 니가 빌려간 돈, 이걸로 퉁치자. 내가 이거 팔아줄게.
지애 : 진짜? 진짜?
(컷 튀면) 영자네 가게 전면에 걸려 있는 가방.
지애, 근처를 괜히 기웃기웃하면서 누가 그 가방 안 사가나 본다.
여자 손님 와서 만져보면. 눈빛 반짝해서 사려고 하나? 보는데.
구석에 던져놓고 그냥 가 버리면 에이씨.. 실망하고.
지애, 영자 몰래 종종걸음으로 와서 가방 털어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걸어놓고 쪼르르 숨어서 사가나 안사가나 본다.
그렇게 한참 있는데.
남녀 손님, 지나가다가 가방 보고.
남자 : 이거 카피에요?
영자 : (안에 있다가 나오며) 아니에요. 디자이너 오리지널 제품이에요.
남자 : (여자에게 어때? 묻고) 얼마죠? (하는)
지애 : (구석에서 숨죽여서 그거 보다가 좋아서 입막고 큭!!! 하는)
#10. 동대문 시장 다른 일각 (D)
여자, 지애가 만든 가방 매고 가고. 옆엔 남자.
지애, 괜히 그 뒤로 종종 따라가다가. 멈추고.
지애 : 어머나~ 이 가방 어디 꺼에요?
여자 : 네?
지애 : 어우 죄송해요. 가방이 너무 이뻐서. 백화점에서도 못본 거 같은데?
여자 : (기분 좋고) 국내 디자이너 오리지널 제품이에요. 하나밖에 없는 거라 백화점에서도 못 구하는 거래요.
지애 : 어쩐지.... 그 디자이너 누군지 감각 있다. 이쁘다 진짜. 어디서 사셨어요? 정말 하나 밖에 없대요?
아유 나도 사고 싶은데 아까워라~ (오바 떠는)
#11. 회사 앞 (N)
나오면서 얘기 중인 달수,하대리,양과장,김과장 등 남자들.
하대리 : 어제도 감사실 앞에서 사라지고. 오늘도 무단결근하고. 한부장 진짜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달수 : (표정)
양과장 : 안그래도 인사발표 때매 뒤숭숭한데 참...
하대리 : 속으론 은근히 좋은데 표정관리 하는 거 아니에요?
양과장 : (표정 관리하며) 내가 뭘?
하대리 : 아니.... 막말루 한부장 자리 위태롭게 되면 그 밑에 과장들만 노나는 거 아닌가?
김과장 : (듣고 있다가 코웃음치며) 과장이라고 다같은 과장이야? 부장 자리 빈다고 아무나 다 부장되진 않지.
양과장 : (기분 나쁜) 김과장. 너 그거 무슨 뜻이냐? 지금 넌 되고, 난 안된다, 그뜻이야?
김과장 : 난 그런 얘기한 적 없는데? 양과장은 괜한 자격지심이 있는 거 같애.
양과장 : 뭐 임마? (험악한데)
달수 : (말리려고 얼른 껴들며) 아참. 양과장님. 제품개발운영위원회 때 쓸 자료 책상위에 놓고 나왔거든요. 내일 좀 봐주실래요?
자연조미료의 취약점인 제품 보존성을 높이는 방안을 좀 더 보완해 봤습니다.
양과장 : 어. 그래.
이때 몰래 숨어있는 파파라치 달수를 찍는다. 아무 것도 모르고 얘기하며 걸어가는 팀 사람들.
김과장 : (비아냥) 이 팀은 CM이 양과장이 아니고, 온달수씨야? 일도 혼자 다하잖아?
양과장 : (다시 험악) 뭐 임마?? 자세히 뜯어보면 리드는 내가 하고 있어.
하대리 : (말리며) 에이 진짜 왜들 이러시나. 부장님도 없고. 이럴 때일수록 서로 뭉치고 위하면서, 다음을 도모해야지.
인사가 대수야? 승진이 대수냐고! 왜 혼자만 살겠다고 다들 이래요 이러길!!!
#12. 갤러리 앞 일각 (D)
(M) 경주하는 듯한 - 하대리와 향숙이 빠른 걸음으로 오고 있다. 손엔 선물꾸러미.
하대리 : (코치하는) 어리바리하게 뒷꽁무니만 쫓아다닐 게 아니고. 뭔가 강렬한 인상을 심어줘야 된다고. 알겠어?
향숙 : (어리바리하게 끄덕끄덕..)
하대리 : 이게 어떤 인삼주라고?
향숙 : (더듬더듬) 시..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5년된 이..인삼을.. 누룩... 하고 광천수....
하대리 : 아 증말 이런 누룩 같은 여잘 봤나! (달달 외는) 시골에 계신 할머니께서 약효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5년근 인삼을 쌀과 누룩,
그리고 지하 백미터에서 끌어올린 초정 광천수를 사용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저온 발효시킨 것으로서,
순하고 은은한 인삼주 고유의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사모님! (버럭) 이걸 못해 이걸?
향숙 : (긁적긁적) 죄송해요. 외운다고 외웠는데...
하는데, 코너 돌아서 오는 양과장과 이슬. 양과장 손에 화분과 커다란 백화점 쇼핑백 들려있고.
이슬 : (윽박지르며 오는) 암튼 당신! 이번 승진 때 김과장한테 밀려서 부장 못되면 확 그냥 접어버릴라니까.
(하다가 향숙 보고 얼른 추스르는) 어므나 하대리네.
향숙 : 안녕하세요. (꾸벅)
양과장 : 자네도 여기 온거야?
하대리 : 뭐... 이사님 사모님이 갤러리 대표로 취임했다고 이 사람이 자꾸 오자 그래서요. 아 귀찮게.
양과장 : (눈치보며) 나두. 난 별로 안 오고 싶었는데. 이 사람이 자꾸만.
하대리,향숙, 양과장,이슬, 서로 조금 더 빨리 가려고 흘낏대면서 경보로 걸어가는데.
뭔가 휙 지나간다. 보면, 김과장과 정란이 빛의 속도로 갤러리 입구로 들어가고 있고.
헉! 놀라는 두 부부. 미친 듯이 따라 뛰어 들어가는.
#13. 갤러리 내부 (D)
영숙의 취임을 축하하는 화환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이미 여러 여자들 와 있고. 직원들도 몇몇 보이고.
영숙은 그들에 둘러싸여 축하인사 받느라 정신없다.
이슬,정란,향숙도 사람들 틈을 뚫고 들어간다.
정란 : 사모님. 정말 축하드려요. 맨 앞에 있는 큰 화환. 보셨는지...
영숙 : 응. 봤어. 뭘 그런 걸 보냈어.
향숙 : (얼른 껴들어 보려고) 사모님... 시..시골에.. 할머니.. 누룩... (하는데)
이슬 : (확 밀치고 들어와 다다다) 사모님. 이거 복나무라구요. 이 나무 뿌리에 복주머니가 달려 있어서 이걸 선물 받으면
하는 일이 족족 번창을 하고 돈이 그냥 막~ 물밀듯이 들어온다 그러네요.
(정란 슬쩍 보고) 별 의미없는 화환보단 낫지 싶어서... 특별히 주문했어요.
정란 : (표정)
영숙 : 어머. 그래? 고마워. 저쪽에 좀 놔줘?
이슬 : 네 사모님.
향숙 : (다시 한번 시도) 사모님... 누룩... (하는데)
영숙 : (다른 쪽 보며) 어머나. 마부장네도 왔어? 뭐하러 와~ (하며 가고)
향숙 : (내민 채 어색한 표정)
하대리 : (저쪽에서 조마조마하게 보고 있다가 어후 속터져!)
이때 고운 지나가면. 얼른 다가가는 이슬.
이슬 : 정고운씨?
고운 : (새침하게 보는) 왜요?
이슬 : 왜 또? 양과장네라고 해보지?
고운 : 저 지금 좀 바쁘거든요?
이슬 : 그거 알지? 내가 우리 사모님.. 아니지 대표님 오른팔인거.
정란 : (옆에서 팔짱 낀 채 고운 째리고 있다가 그건 아니다 싶어) 오른팔은 나 아냐? 자긴 왼팔이지.
이슬 : 지금 그게 중요해? (다시 고운 째리며) 너 나중에 내가 꼭 민쯩 까게 할거야. 두구 봐!
고운 : (후! 입바람 불고 열받아 하면서 확 가는)
#14. 감사실 (D)
감사위원들 굉장히 못마땅한 표정들로 보고 있고. 준혁이 앞에 와서 앉아 있다.
한쪽 옆엔 홍식 호두알 두 개를 손안에 굴리며 준혁을 보고 있다.
감사1 : 그날은 왜 감사 직전에 사라진 겁니까?
감사2 : 뭔가 찔리는 게 있으니까 그렇게 한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준혁 : 그런 건 아닙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습니다.
감사2 : (버럭) 이 사람이.. 감사가 장난인 줄 알아요?
준혁 : (표정) 죄송합니다.
감사1 : 본격적으로 그 얘길 해보도록 하죠. 온달수씨 뇌물 수수 사건을 꾸민 게 한준혁 부장 맞습니까?
준혁 : (홍식을 본다)
홍식 : (호두알 만지작거리며 준혁 본다)
준혁 : (옆에 놓인 서류를 본다. 그 표정 위로)
<플래쉬백>
봉순 : 김이사가 협박하면 무조건 나한테 미뤄. 식중독 사건도 그렇고 CCTV 빼온 것도 그렇고. 다 나 때문이잖아. 당신은 몰랐잖아.
그거 때문에 당신 혼자 이번 일 책임지면 안돼. 무조건, 나 팔아. 당신은 전혀 몰랐다고, 솔직하게 말해.
감사2 : 대답을 못하는 건 긍정한다는 뜻입니까?
홍식 : (말려주는 듯) 강위원. 너무 다그치지 마시고. 한부장이 생각할 시간을 주시죠.
감사2 : 아, 예 이사님. (하고 못마땅하게 준혁을 보면)
준혁 : (표정)
감사1 :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일개 다시마업체의 대표와 짜고서 뇌물수수사건을 꾸민 장본인이 한준혁 부장 맞습니까?
홍식 : (준혁을 뚫어져라 보며 호두알 따닥..따닥하던 거 뚝 멈추고)
준혁 : (팽팽하게 보고 있다가) .... 네. 맞습니다.
홍식 : (보일듯 말듯 미소 다시 호두알 굴린다)
준혁 : (홍식 보며 서류를 꽉 움켜쥐는 표정에서)
(시간 경과)
준혁 없고. 홍식과 감사위원들만 남았다.
감사2 : 참... 규정대로 처리하고는 싶은데 (조심스레) 한부장이 이사님 라인이라서...
홍식 : 그런 거 없어. 난 공과 사는 분명한 사람이니까.
감사1 : 그럼 극단적인 결정을 내려도 상관 없다는 얘기신지...
홍식 : 규정이 그러면 그래야지. 난 신경쓰지 말고, 필요한대로 하라구.
#15. 이사실 (D)
홍식 영어로 통화중이다.
홍식 : (영어로) 며칠 내로 그쪽으로 건너가겠습니다. 이쪽 일은 착착 진행돼 가고 있으니까, 걱정 마십시오.
그곳에 가면 그분도 만나뵐 예정입니다. (웃는데)
이때 비서 밀고 들어오려 실랑이 벌이는 준혁.
준혁 : 이사님!
홍식 : 예, 그럼 그때 뵙죠. (끊는다) 들어오게 해.
준혁 : (들어온다. 표정 있다가) 대기발령이라구요?
홍식 : 그럼 그 정도 징계도 각오 못한거야? 사람 참... 나 믿고 기다리라 그랬지.
준혁 : 얼마나 기다리면 됩니까.
홍식 : 그거야 뭐.... 오래 걸리겠어?
준혁 : 이런 말씀 송구스럽지만 저는 이사님에 관해서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습니다.
홍식 : 지금 날 협박하는건가? (웃고)
준혁 : ..... 죄송합니다만 그렇습니다.
홍식 : 갑종장군이라고 알지? 저 밑에서부터 전쟁이란 전쟁은 다 치루면서, 총알도 몇 번씩 맞아가면서,
그렇게 죽을둥살둥 훈장 타고 공 세워 장군 자리에 오른 사람.
준혁 : (표정)
홍식 : 그런 사람의 전술은 머리론 따라갈 수가 없어. 왜냐. 몸으로 배운거거든.
내가 이 회사 들어와 이 자리에 오를 때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준혁 : (표정)
홍식 : (미소) 자네 머리로 내 계획을 따라잡으려고 그러지 마. 그럼 크게 다쳐. 대신, 그냥 믿어. 그럼 끌어 올려줄테니까.
준혁 : 그렇지만 이사님...
홍식 : 날 겪어보고도 몰라? 낼모레쯤 해서 가족끼리 밥이나 먹자구.
준혁 : (긴가민가하면서도 조금 안심도 되고) 예. 알겠습니다.
#16. 복도 (N)
준혁 뚜벅뚜벅 걸어오는데. 김과장 서성대고 있다가 보고.
김과장 : 부장님. 어떻게.. 되셨습니까.
준혁 : (표정)
김과장 : 전 정말 그 일... 부장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한 거 밖에..
준혁 : 그 일? 무슨 일?
김과장 : 예?
준혁 : 자네가 이번 일에 무슨 관련이라도 있었나?
김과장 : !!
준혁 : (어깨 툭툭 쳐주고 가면)
김과장 : (다행이기도 하고 좀 고맙기도 하고)
#17. 기획실(N)
준혁 지친 듯이 들어오는데. 어두운 곳에 달수가 혼자 앉아 있다.
준혁 멈칫해서 보면. 달수 일어나 마주보고.
달수 : 한부장님이 그러셨다구요?
준혁 : (표정)
달수 : 아니라면서요! 믿으라면서요! 전 그래도 부장님 믿으려고 했는데.
준혁 : 내가 잘못을 했다면 회사로부터 처벌을 받게 되겠지. 자네가 내게 화낼 자격은 없어.
달수 : 자격이 왜 없습니까? 부장님 때문에 제가 어떤 일을 당했는데요!
준혁 : (차갑고) 관심 없어.
달수 : 관심이 없어요?
준혁 : 자넨 자네 것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거고. 난 내것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 아닌가?
전쟁중에 왜 총질하냐고 따지는 놈도 있나?
달수 : 같은 편끼리두 총질합니까?
준혁 : 같은 편이 어딨어? 보기보다 어리석네.
달수 : !!
준혁 : 결국 총 맞은 건 나잖아? 자넨.. 살았으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으라구. (하고 부장실로 들어간다)
달수 : (기막히면서도 오기가 받히는 표정. 확 노려보고)
#18. 사장실 (N)
태준, 서류 왕창 쌓아놓고 슬렁슬렁 보듯이 넘기고 있다. 잠깐씩 턱 괴고 생각하는 듯 하기도 하고. 그러더니 문득.
태준 : (보지도 않은 채) 황비서. 뭐해.
입구쪽에 숨어서 저눔이 뭐하나 염탐하고 있던 황비서, 헉하고.
황비서 : (아무렇지 않은 척 다가온다) 아... 퇴근 안하시나 해서.
태준 : 내가 원래 벼락치기 스타일이잖아. 몰아서 하느라 바빠. 먼저 들어가.
황비서 : 예? 예.
태준 : 뭐 할 말 있어?
황비서 : (어떻게든 만회하고 싶어서) 저... 김이사님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태준 : 거긴 늘 심상치 않지 뭐.
황비서 : 극비리에 해외 출장을 가시는 모양인데...
태준 : 그래서?
황비서 : 저는 도움이 되실까 해서.
태준 : 내 도움이 되고 싶으면 말이야. 부를 때 재깍재깍 오기나 해. 어디 가서 딴 일 보고 있지 말고.
황비서 : 예. 알겠습니다. (찔끔해서 사라지고)
태준 : (표정 있다가 컴퓨터 클릭하면)
대주주들의 신상정보와 지분소유정도에 대해서 나온다.
하나 하나 클릭하면서 보는 태준 표정.
#19. 퀸즈팰리스 앞 (D)
소현, 여비서와 함께 차 타러 나오는데.
저쪽에서 몰래 숨어서 소현 사진 찍고 있는 파파라치가 보인다.
소현 표정 있다가 파파라치 쪽으로 걸어간다.
여비서가 앞서 가서 제지시키려고 하는데. 손 들어 막는 소현.
소현이 너무 쎄게 다가가자 멈칫해서 카메라 내리는 파파라치.
소현 : 이거 찍고 얼마 받아요?
파파라치 : (당황하다가)
소현 : (지갑에서 수표 꺼내더니 내민다) 얼말 받든 이거보단 적게 받죠? 내가, 준비안된 상태에서 사진 찍는 걸 안좋아해서.
파파라치 : (수표 보더니 조심스레 받고)
소현 : (여비서에게) 메모리카드 받아서 없애버려! (하고 도도하게 다시 차로 간다)
#20. 갤러리 (D)
영숙, 이거저거 지시하고 있다.
영숙 : 그거 좀 치우구. 샤핑을 제일 잘 보이는 데 배치해 놔. (하고 돌아서면)
소현이 서 있다. 영숙 자기도 모르게 엄마야.. 하다가 다시 우아하게.
영숙 : 오셨어요?
고운 : (저쪽에서 반가운) 어머! 대표님!
소현 : (눈으로 인사해 주고 휘 둘러보며) 뭐가 많이 바뀌나봐요?
영숙 : 뭐.. 아무래도 새주인이 오니까. (하며 천천히 걸어가는) 심은하두 한국화를 그린다고 하고. 요샌 동양적인 게 대세잖아요?
그래서 동양화를 쫙 한번 깔아봤어요.
소현 : (멈춰선 채) 아! 그런데 서양미술작품과 동양미술작품의 감상법이 다른 건 알고 계시죠?
영숙 : (뭐지?) 그럼요.
소현 : 알고 계시는 분이 그러진 않을텐데? 동양미술작품은 작품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걸어가면서 봐야 하는데.
서양작품일 땐 반대구요.
영숙 : 아.. 알죠. (자연스럽게 가던 방향 바꾼다)
소현 : (여유롭게 보는 표정)
영숙 : 곧 오픈식이 있을 예정이에요. (초청장 내밀며) 와주셨으면 감사하겠어요.
소현 : (표정 있다가) 물론이에요.
#21. 도너츠 까페 (D)
이슬, 정란, 지애, 향숙 앉아 있다.
이슬 : (도너츠 집어주며) 자기야. 과일도너츠야. 먹으면서 아는 거 좀 시원하게 싹 털어놔봐.
지애 : 저 아는 거 없다니까요?
이슬 : 아니, 저번에 한부장님 사모님이 자기랑 한판 뜨고 병원 실려간 다음에 감감무소식인데 아는 게 없다니.
지애 : 뜨긴 누가 떠요. 안 떴거든요.
정란 : 그래. 아니라 치고. 지금 자기 친구 양봉순씨는 어디서 뭐하고 있는건데? 집에두 없구. 전화도 안받구.
지애 : 양봉순..씨요?
정란 : 자기 몰라? 한부장 완전 낙동강 오리알됐잖아.
지애 : 네? 그게 무슨...
정란 : 지금 감사받고 징계 기다린대. 출근도 안한다지 아마?
이슬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모님 사모님 할 땐 언제고 한방에 양봉순씨냐?
향숙 : 그..러게요. 그건 좀 너무한 거 같애요.
정란 : (찍 째려보면)
향숙 : (조용..)
정란 : 부장 와이프니까 사모님 사모님 한거지. 이제 아무 것도 아닌데. 양봉순을 양봉순이라고 하지.
소봉순이라고 하냐? 말봉순이라고 하냐?
이슬 : 암튼 진상. (밉게 째려보고 다시 지애에게) 진짜 아는 거 없어?
지애 : (표정)
#22. 봉순 병실 (D)
봉순, 링겔 낀 팔로 신문 오리고 있다. 이때 노크소리 나고.
봉순 : 네.
지애 : (들어오고)
봉순 : (어색) 어.. 왔니?
지애 : (역시 어색) 몸은 좀 어떠냐.
봉순 : 괜찮아. 근데 넌 문병 오면서 빈손으로 왔니?
지애 : (표정 있다가 앉으며) 뭐하냐?
봉순 : 신문 스크랩. 식품 관련 연구 결과 나오면 스크랩 하던 버릇이 있어서.
지애 : 나도 나지만. 너도 참...
봉순 : 뭐?
지애 : 아니다. 그런데... (표정 있다가) 니 남편은?
봉순 : 회사 갔지 뭐.
지애 : ! (모르는구나..)
봉순 : (약간 자랑스레) 어젯밤에두 집에 들어가 자라고 해도 말도 안듣고 여기서 자고 나갔어. 걱정돼 죽겠다 얘.
꾀죄죄해서 팀 사람들이 흉보면 어쩌니.
지애 : 아... 그래? 그런데. 지난번 일 말야. 우리 남편 뇌물수수사건, 니 남편이 꾸몄다는 거. 그건 잘 해결됐대니?
봉순 : (표정 있다가) 그거 아니라고 결론난 거 모르니? 철 모르는 니 남편이 사고 친 거야.
지애 : (버럭) 그런 거 아니거든?
봉순 : 아니긴 뭐가 아니니? 우리 남편 감사 받은 건 아무 관련 없다고 결론 다 났어 얘. 뭘 좀 알고 말해라.
지애 : (말하려다가 참고) 관두자.
봉순 : (거만하게 타이르듯이) 회사는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야. 니 남편한테 일이 더 이상 안 커지고 적당히 마무리된 걸
감사하게 생각하라 그래. 다신 그 일, 입에도 올리지 않게 입단속이나 잘 하구.
지애 : 너 수술 아주 제대로 됐구나?
봉순 : 뭐?
지애 : 아주 양봉순 뇌구조는 그대로인 것 같다. 지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아주 희한한 뇌잖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요거 요거가. 응?
봉순 : 야! 이게 감히 어딜 밀어!
지애 : 어디는 어디야. (강조) 양봉순씨 머리지.
봉순 : 이 기지배가 정말! 암튼 이쁘게 보고 싶어도 이쁜 짓을 해야지!
지애 : 어머나~ 우리 텔레파시 통한거니? 내 맘이 딱 그렇거든? (확 일어나 나가려고 하는데)
봉순 : 야!
지애 : 왜!
봉순 : (딴 데 보며 틱 내뱉는) 쥬스나 먹고 가!
지애 : (표정 있다가 냉장고 열어보고) 포도맛 없어?
봉순 : 있는 거 그냥 쳐드세요!
지애 : (째려보고 캔 뚜껑 따서 둘러마시고. 봉순 한번 슬쩍 본다. 쟤 어떡하냐... 좀 걱정도 되고)
#23. 만화방 (D)
양복에 넥타이까지 맨 준혁. 꼿꼿하게 앉아 만화책 보고 있다.
옆에 초딩,중딩들 시선도 왠지 신경쓰이고.
초딩 : (와서 당돌하게) 아저씨 2권 다 보셨으면 가져가도 돼요?
준혁 : 어? 어. (다른 초딩에게) 나 3권 줄래? (받고 미소)
(컷튀면)
상의는 벗고 넥타이도 헐렁하게, 양복 바지는 몇단 정도 둥둥 걷어올리고 벅벅 긁어가면서 만화책 넘기며 낄낄대는 준혁.
자장면도 후루룩 먹어가면서.
(컷 튀면)
빈 자장면 그릇 앞에 놓여 있고.
소파에 기댄 채 만화책 껴안고 잠들어 있는 준혁.
#24. 슈퍼집 앞 (D)
지애, 패턴 뜰 재료들 이만큼 사서 낑낑대며 들고 오는데.
태준의 개가 슈퍼 앞에 앉아 있다. 슈퍼 아줌마 물건 정리하고 있고.
지애 : 어? 태봉이 아냐? (가까이 와서) 얘 주인 어디갔어요?
아줌마 : 어. 그 총각? 잠깐 맡아 달라 그러더니. 곧 오겠지 뭐. (하고 들어가고)
지애 : (개를 쓱 보더니) 지 주인 닮아갖구 아주 뺀돌뺀돌하게 생겼네. 야.. 태봉이. 싯다운. 어허.. 안 일어나?
요거요거 말 안듣는거 봐라. 어이 태봉이 일어나라고! 싯다운!
태준 : (어느새 와서 옆에 있는) 천지애씨?
지애 : (보고 흠칫해서 정중하게) 아.네.
태준 : 싯다운은... (하더니 지애 어깨 잡아 의자에 앉히는) 이게 싯다운이거든요. ‘일어나’는? 스탠덥! 유노우?
지애 : (맞다! 이런 개망신..)
태준 : 싯다운하면서 일어나라 그러면, 우리 태봉이는 얼마나 난감하겠어요? 안 그래?
지애 : (머쓱) 아.. 내가 잠깐 헷갈렸네.
태준 : 정말.. 다방면으로 무식하신 것 같아요. 영어면 영어. 사자성어면 사자성어. 속담이면 속담. 상식이면 상식.
뭐 하나 안 무식한 게 없으니. 그것도 참 재주에요?
지애 : 사장님이야 말로 가만 있는 사람 염장지르고 복장터지게 하고 열받게하는 걸론 달인이신 것 같네요!
(싸늘) 전 가던 길 가보렵니다.
태준 : 잠깐만요.
지애 : 왜요?
태준 : 아 나 아줌마한테 장단 맞추기 너무 힘들어. 이게 굿거리야.. 자진모리야.. 세마치야.. 어느 장단이야 도대체.
지애 : 에?
태준 : 남편이랑 있을 땐 부담스럽게 잘해주다가, 나랑만 있을 땐 완전 찬바람 쌩쌩 불고. 사람이 왜 그래요? 적응 안되게?
지애 : 그거야 뭐....
태준 : 나 이용하는거죠.
지애 : (뜨끔) 예?
태준 : 남편 질투심 자극하는데 나 이용해 먹는거잖아요. 내가 인물도 번듯하고 돈도 잘버는 사장님이니까.
남편 자극하기 딱 좋아서. 틀려요?
지애 : (기막히고) 아니 뭐 자기 입으로 인물이 번듯하대?
태준 : 언젠 친구라 그래놓고 사람을 이용이나 해먹고. 쓸모없다 싶으면 가차없이 버리고 말이지. 너무하네.
지애 : 누가.. 버리긴 버려요. (표정 있는데)
태준 : 그런데 손에 든 건 뭐에요?
지애 : (갑자기 생기가 도는) 아~ 이거? 가방 패턴 뜰 건데....
태준 : 가방?
지애 : 내가 알바로 동대문에 물건 납품 한다고 얘기했나요?
태준 : (표정)
지애 : (신나서) 오늘 처음으로 내가 직접 디자인한 가방을 내놨는데. 그걸 어떤 손님이 사간거에요. 부르는 값을 깎지도 않고
그냥 가져가더라구요. 보통은 완전 깎거든요. 이게, 맘에 들었다는 얘기지. (생각만 해도 흐뭇하고)
그래서 수정 좀 봐서 다시 한번 제대로 만들어 볼라구요.
태준 : (끄덕끄덕) 아....
지애 : 아우 그냥 날개 돋친 듯이 팔리면 난 어떡하나.
태준 : 별 걱정을 다해. 뭐 생기지도 않을 일을 걱정해요?
지애 : (옛날 버릇 나오고) 아 왜 남의 일에 벌써부터 초를 치구 그래요!!
태준 : 어? 나한테 막 큰소리 치네? 나.. 남편 회사 사장님인데?
지애 : (찔끔해서 속으로만 궁시렁)
태준 : (웃기고 귀여워서 보고)
#25. 레스토랑 (N)
영숙과 홍식 밥 먹고 있다.
영숙 : 아우 난 몰라. 오픈 파티 럭셔리하게 준비하고 있는데~ 당신이 빠지면 어떡해요?
홍식 : 그럼 어떡하나. 명인회장이랑 시간 장소 맞추는 데 얼마나 공력이 들었는데.
영숙 : (하긴...) 두바이 가면 얼마나 걸리는데요?
홍식 : 글쎄.. 한 일주일 정도? 은소현네 쪽은 어떻게 돼 가?
영숙 : 허회장이 애쓰곤 있나본데 윤여사가 보통내기야? 자기 남편 꼬드겨서 지분 빼내자고 그러고 있나봐.
은회장두 지 딸이 그렇게 고생하면서 살았단 얘기 듣고 맘이 좋겠어?
홍식 : 잘 돌아가고 있네.
영숙 : 참! 한준혁 부장 자린 공석이잖아요. 어떻게 하기로 했어?
홍식 : 뭐 그 밑에 김상우 과장이라구, 그 친구 좀 똘똘한 거 같긴 하던데.
영숙 : 거긴 너무 영악하지. 와이프도 마찬가지구.
홍식 : 그래?
영숙 : 어차피 임시방편인데 위로 기어오르려고 애쓰는 사람 박아서 뭐해요? 적당히 어리바리하고 얼빵한 놈들을 위로 올려놓고,
기획부를 아예 무주공산으로 만들어 놓는 게 편하지 않나? 곧 큰일 터뜨릴 때도 그게 낫고.
홍식 : (일리가 있어 끄덕이고)
#26. 회사 로비 (D)
하대리 멍한 표정으로 서 있고. 그 옆에 김과장, 양과장도 멍한 표정.
그리고 맨 끝에 달수도 하대리 보고 있다. 인사에 관한 발표가 나 있다.
한준혁 부장은 대기발령이고. 하참대리가 과장이 돼 있고. 온달수 사원이 대리가 돼 있다.
옆에 몰려 있던 직원들도 대학 입시 본 거처럼 탄식과 환희가 엇갈리며 그 자리를 떠나고.
달수, 하대리 둘 다 멍...
하대리 : 오타.. 아니겠지?
달수 : 설마요. 오타면 난 진짜.. 화낼거야.
김과장 : (열받는지 에이씨 가 버리고)
양과장 : (씁쓸하게 두 사람 보는) 축하..한다. (하고는 쓸쓸히 가면)
하대리 : 달수야! (양팔 활짝 벌리고)
달수 : 하대리님! (안기려는데)
하대리 : (한발 물러서며) 제대로 불러주라!!
달수 : (아차..) 하과장님!!!
하대리 : 그래 온대리!!!
두 사람, 순간 껴안고 소리소리 지르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27. 이사실 앞 (D)
준혁 와 있고. 비서가 응대중.
비서 : 이사님 해외 출장가셨다니까요?
준혁 : 그런 말씀 전혀 없으셨는데. 출장 스케쥴은 언제부터 잡혀 있었던 겁니까.
비서 : 일주일 전부터 잡혀 있던 거에요.
준혁 : !!!!
비서 : 나중에 돌아오시면 뵈러 왔었다고, 메모 전해드릴께요.
준혁 : (뒤통수 맞은 듯한)
#28. 퀸즈팰리스 로비 (D)
이슬, 정란도 패닉 상태고. 향숙 역시 멍한.
이슬 : 아니 무슨 인사가 이따구야? 부장 자리도 비었는데 거긴 냅두고. 왜 과장이 하나 더 늘어난거냐고.
정란 : 내 말이 그 말이잖아.
이슬 : 좋겠네? 하대리.. 아니 하과장넨가?
향숙 : (그제야 실감 나는지 울먹하더니 여보오..하며 괴성지르며 뛰어가고)
이슬,정란 : (깜짝이야/그거 보며 열받는데)
이때 봉순이 오다가 이들과 마주친다. 많이 회복된 봉순. 예의 그 도도한 걸음걸이로 다가오고.
이슬 정란, 그런 봉순 보며 표정들.
봉순 : (미소로 다가오고) 자기들.. 오랜만이야?
이슬 : 네... 사모님. 근데 무슨 일 있으셨어요? 통 안보이시던데...
봉순 : 응. 몸이 좀 안좋아서 잠깐 입원해 있었어. 오늘 아침에 퇴원했구.
정란 : 그럼... 아무 것도 모르시겠네?
봉순 : 응? 뭘 몰라?
이슬 : 얼마나 속상하세요 사모님.
봉순 : (아무렇지 않은 미소로) 글쎄... 뭐가?
#29. 지애 빌라 앞 일각 (N)
달수, 케익 정도 들고 기분 좋게 걸어오다가 개 끌고 오던 태준과 마주친다.
달수 : (표정 있다가)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태준 : 이제 퇴근해요?
달수 : 예.
태준 : (케익 보고) 그건 웬거에요? 뭐 축하할 일이라도 있나?
달수 : (힘주어) 오늘이 저희 결혼기념일이거든요.
태준 : (표정) 아아...
달수 : 뭐, 사장님께서 아실지 모르겠지만 부부에게 결혼기념일은 뭐랄까.. 굉장히 의미 있는 날이라서요.
태준 : 글쎄. 그러고 보니까 난 그거 챙겨본 적이 없네.
달수 : (저런 나쁜놈!)
태준 : 어떤 의미가 있는데요?
달수 : 예? 아 그러니까... (표정 있다가) 지난 1년도 잘 버텼구나. 잘했다. 고맙다. 서로 이런 거 얘기해주구요.
다음 1년도, 싸우지 말고, 헤어지지 말고, 아프지 말고, 기죽지 말고, 잘 살자. 뭐 이런 걸 다짐하기도 하구요.
태준 : (끄덕끄덕) 굉장한 의미네.
달수 : (웃으며) 굉장할 것까진 없지만, 특별한 의미죠. (못박듯) 우리 두 사람에겐.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가면)
태준 : (뒤에서 보는 표정. 씁쓸한 미소 정도)
#30. 지애 집 거실 (N)
지애 여전히 냉정한 표정으로 있고. 앞엔 달수. 반지케이스 내민다.
지애 : 이게 뭔데?
달수 : 있잖아 여보. 내가 우리 결혼기념일을 돌이켜 보니까. 첫 번째 결혼기념일 땐 내가 의대 그만두고 편입 준비한다고 하면서
당신 부려먹었고. 두 번째 결혼기념일 땐 회사 짤리고 와서 당신 속 썩였고. 세 번째 결혼 기념일 땐...
지애 : (OL) 그거 다 하고 앉았을라구? 나 졸리거든?
달수 : 비싼 반지 아니야. 은반지야. (표정) 그런데 앞으로 결혼기념일 때마다 비싼거든 싼거든, 반지 하나씩 사줄게.
지애 : 뭐?
달수 : 당신.. 힘들 때마다 나랑 좋았던 추억 하나씩 까먹으면서 그렇게 참잖아. 앞으로 나랑 살면서 힘들 때마다
결혼기념일 반지를 팔아먹든, 한강에 갖다 버리든, 당신 맘대로 해. 그러면서, 좀만 참아줘.
지애 : (표정) 나한텐 이번 결혼기념일이 최악이야. 이런 걸로 대충 때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달수 : (표정 있다가 비장의 무기) 여보. 나 승진했어.
지애 : (표정 읽을 수 없는)
달수 : 다 당신 덕이야. 첨엔 제발 정규직만 됐으면 했는데. 나, 대리 달았어! (지애의 기쁜 반응 기대하는데)
지애 : 졸린다 그랬지. 나 들어가 잔다.
달수 : 어? 여보... 대린데....
지애 : (덤덤한 표정으로 방으로 탁 들어가는)
#31. 지애 집 안방 (N)
지애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팍 엎어지며 베개로 입 막고 소리죽여 좋아하고 있다. 어떡해 어떡해... 발버둥 치면서.
#32. 봉순 집 거실 (N)
봉순 꼿꼿하게 앉아 있는데. 준혁 아무렇지 않게 들어온다.
봉순 : 늦었네요.
준혁 : 어? 어. 회의가 좀 늦게 끝났어.
봉순 : 그래요? (뚫어져라 보면)
준혁 : (좀 찔리고 오히려 더 쎄게 나가는) 나 밥 줘!
봉순 : (표정)
준혁 : (더 쎄게) 나 오늘은 굴비 구워줘! 굴비 없으면 밥 안먹어!
봉순 : 어디 갔다오는거에요?
준혁 : .... 회사 다녀오지 어딜 다녀와. 사람 참..
봉순 : 여보! 솔직히 말해요.
준혁 : (알았구나..!!)
봉순 : (차분) 지금까지 뭐하다 오는거에요.
준혁 : (표정 있다가) 여기 저기... 만화방이랑 도서관이랑.. 남산도 갔다가.. 청계천..도 갔다가...
봉순 : (안쓰런 맘에 더 버럭) 그렇게 멀쩡하게 차려입고 그러고 다녔어요?
준혁 : ......
봉순 : 김이사 끝까지 물고 늘어지라니까! 왜 안 그랬어요!
준혁 :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였어. 괜히 당신 치부나 들추게 되지.
봉순 : 내 치부 들추게 될까봐 당신이 다 뒤집어쓴 거라구요?
준혁 : 꼭... 그렇다기 보다는... 어차피 같은 결과일 거 무리하고 싶지 않았어.
봉순 : 그래서, 이대로 물러나게요?
준혁 : 김이사가 기다려 보라고....
봉순 : 당신 바보에요? 지금 그 말을 믿어요? 기다려서 지켜줄 사람들 같았으면 지금처럼 당신 내치지 않아요.
준혁 : (표정)
봉순 : 절대 물러나면 안돼요 당신! 어떻게든 피하지 말고 버텨요! 출근도 해요! 쫓겨난 사람처럼 굴지 말구요! 얼굴에 철판 깔아요!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그걸 생각해요!
준혁 : (표정)
봉순 : 밥 차려놨어요. 가서 먹어요. (하고 들어가면)
#33. 봉순 집 주방 (N)
준혁 들어가 보면. 굴비를 비롯해서 맛있는 반찬들이 가득하고.
준혁, 순간 반가워서 얼른 자리에 앉아 밥 먹기 시작하는데. 먹으면서 울컥 올라오는 게 있다. 눈물 꾹 참으며 밥 먹는.
이때 뛰어들어오는 혁찬. 물 따라 마시다가 준혁 찬찬히 본다.
혁찬 : 아빠. 울어? (보다가) 굴비가 그렇게 좋아?
준혁 : (고개도 못들고 눈물 삼켜가며 밥 먹는)
#34. 기획실 (M)
준혁, 예전에 달수가 인턴 때 앉았던 자리에 멀뚱하게 앉아 있다. 책상엔 아무 것도 없고.
직원들 모두, 저건 왜 나와있나... 불편한 표정으로 힐끗거리면서 지나가고.
준혁 직원들 지나갈 때마다 걸리적거려서 의자 비켜줘야 하고, 민망하고 불편하고.
아무 할 일이 없어 뻘쭘하기 그지 없다.
이때, 애증의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던 달수가 뚜벅뚜벅 걸어온다.
달수 : 안녕하십니까.
준혁 : (애써 카리스마 지키며) 어 그래. 달수씨.
달수 : 지금 딱히 할 일 없으시죠.
준혁 :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다리꼬며) 왜?
달수 : (들고 있던 서류뭉치 턱 내려놓으며) 복사 좀 해오시죠.
준혁 : (!!!!) 뭐?
달수 : 복사. 영어로 카피. 한번에 못알아듣습니까?
헉해서 뒤에서 보는 하대리,양과장,김과장.
준혁 : 온달수씨!
달수 : 자료 복사니까 이면지에 해도 되구요. 두쪽 모아찍기 해서 이쁘게 자료철 해 가지구 좀 가져다 주시겠습니까?
복사기는 저쪽에 있는 거, 아시죠? 가끔 걸림현상 있으니까 조심하시구요.
준혁 : (열받은 듯 벌떡 일어나는데)
달수 : 뭡니까.
준혁 : (멀쩡하게) 급한거야?
달수 : ...네?
준혁 : (진지 톤) 급한거구나! 그럼 도와줘야지! (괜히 달수 어깨 두어번 툭툭 치더니 서류 뭉치 확 들고 간다.
쪽팔려 죽겠지만 애써 의연하다)
달수 : (밉게 노려보고 가는)
#35. 회사 일각 (D)
준혁, 인사과 직원 만나고 있다.
준혁 : 좀 더 알아볼 수 없어?
직원 : 우리가 뭐 힘이 있냐. 감사실엔 인사과도 꼼짝 못하지 뭐.
준혁 : (하..미치겠는데)
직원 : 그런데 한부장. 대기발령일 땐 외출이나 결근.. 인사과에 보고해야 하는 거.. 알지?
준혁 : (발끈) 얌마 너! (하는데)
달수가 고개 쏙 내밀며 부른다.
달수 : 다들 커피 마시고 싶다는데...?
준혁 : (표정 있다가 쎈척) 어? 그래? 내가 도와줘야겠네? 내가 없으면 일이 돌아가질 않으니까. (하면서 가고)
#36. 기획실 (D)
직원들 불편해하고 있고. 준혁은 적고 있다.
준혁 : 괜찮아. 편하게들 해. 양과장은 뭐?
양과장 : 저는.. 밀크... 그런데 부장님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준혁 : 아냐아냐. 내가 도와주고 싶어서 그러는데 뭐.
하대리 : 그러게. 이제야 내 동기 준혁이 답네. 준혁아. 나도 밀크로 부탁한다.
준혁 : (확 그냥! 표정 있다가) 그래. 참이도 밀크.
김과장 : (표정 있다가) 그냥 다 밀크로 통일하죠 뭐. 부장님 힘드신데.
준혁 : 그럴래? (하는데)
달수 : (가만 있다가) 저는, 캬라멜 마끼아또요.
준혁 : (!)
달수 : (노려보며) 왜요?
준혁 : (꾹 참으며 캬라멜 마끼아또 적는) 시럽 넣을거야?
#37. 슈퍼집 앞 (D)
지애 기다리고 있으면. 태준이 온다.
태준 : 웬일이에요? 아줌마가 날 먼저 부르고.
지애 : 출근하시는 길이시죠? 바쁘면 나중에 뵈도 되는데. (조심스레 쭈쭈바 내밀며) 이거 좋아하시는 거 같아서.
태준 : 아 고마워요. 얘기해요.
지애 : 아니... (긁적긁적) 그건 아니겠지 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태준 : 뭐가요?
지애 : (어렵게) 저희 남편이 승진을 했더라구요? 대리로.
태준 : (표정)
지애 : 혹시.... 사장님 빽이 작용을 했나... 아니 솔직히 아직 저희 남편이 회사 들어간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이렇게 바로 대리를 달 상황이 아닌데. 혹시나 해서.
태준 : 아줌마가 날 잘 모르시는구나. 첫째. 난 인사에 있어선 매우 공정한 사람이구요.
둘째. 대리 인사까지 챙길 정도로 한가하지 않거든요. 왜? 난 사장이니까.
지애 : 아....
태준 : (갸웃) 근데 아줌마 말대로라면 이번 인사에 뭔가 문제가 있었나? 내가 좀 알아볼까요?
지애 : (황급히 손 내저으며) 아니에요 아니에요! 방금 내 말은 못들은 걸로 하세요. 생각해 보니까 우리 남편이
진짜 열심히 하기는 했어요. 맨날 밤새고. 천연조미룐지 뭔지 그것도 첨엔 힘들다 그랬는데
우리 남편이 여기저기 막 뛰어댕겨서 지금 거의 개발 다 됐잖아요.
태준 : 그건 테스트해 봐야 아는건데?
지애 : 에이 암튼요.
태준 : (표정 있다가) 아줌만 참 이상해. 남편 미워죽겠다면서 왜 그렇게 챙겨요?
지애 : 아 그럼 남편이 이뻐서 챙기는 여자도 있나 뭐? 그런 여자 몇 안될걸요? 다 미워 죽겠어도 어쩔 수 없이 챙기는거지?
태준 : (궁금) 왜요?
지애 : 한 배를 탔잖아요. 집채만한 파도가 밀려오는데. 한배 탄 사람이 미워죽겠다고 노를 내팽개치나? 그건 같이 죽자는거지.
태준 : 더 크고 튼튼한 배. 왜~ 모터까지 달린 배. 그런 배로 갈아타면 되지?
지애 : 사장님이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요. 남녀 사이에도 의리라는 건 존재를 하거든요.
태준 : (끄덕끄덕 하는데)
화자off : 태봉씨?
태준, 응? 해서 보면. 화자가 서 있고. 태봉 헉 놀란다.
지애 : 어? 화자야.
화자 : 이런 게 운명인가봐. 내가 아침에 눈을 딱 뜨는데 자꾸 동쪽이 땡기더라구. 우리 태봉씨를 만나려고 그랬나봐!
태준 : 저기.. 나 출근하던 길이었거든요? 나중에 봐요. (슬금슬금 가는데)
화자 : (따라가며) 태봉씨! 이게 얼마만의 해후인데요!
태준 : (걸음아 나살려라 도망가며 전화하는) 황비서! 나 데리러 와! 급해!
화자 : 태봉씨!!!
#38. 지애집 거실 (D)
절망스런 화자. 지애가 냉수 내주면 벌컥대고 마시고.
화자 : 지애야. 나랑 점보러 안갈래?
지애 : 니가 점쟁이면서. 자존심도 없냐 이것아?
화자 :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어. 도무지 태봉씨 맘을 모르겠어. (엎어지고)
지애 : 왜 몰라? 난 딱 보면 알겠는데?
화자 : 뭔데?
지애 : 그냥 흘리고 다니는거야.
화자 : 뭘 흘려?
지애 : 아 왜 있잖아. 어장관리하는 애들. 그냥 자기가 아는 모든 여자들이 자길 좋아하게 만들고 싶은 거지.
화자 : 그런거야? 난 그의... 수많은 물고기 중 한 마리였던 거야?
지애 : 나두 잠깐은 저 남자가 나한테 관심있나 그랬다니까?
화자 : 유부녀 주제에!
지애 : 그러니까. 유부녀도 그렇게 헷갈리게 만드는 거면 말 다한거지.
화자 : 태봉씨... 난 당신의 단 한 마리 물고기가 되고 싶은데..... 태봉씨...
이때 지애에게 전화 온다.
지애 : 여보세요? 아, 사모님. 오픈...파티요?
#39. 갤러리 입구 (D)
이슬,양과장. 정란,김대리 꽃다발 정도 들고 함께 서 있는데.
안경도 벗고 머리 풀고 세련되게 화장도 한 향숙과 당당한 하대리 등장.
이슬 : 어머.. 이게 누구야? 하대리네 못알아보겠다.
향숙 : (훗..) 하대리네는 무슨. 일찍들 와 있었네?
정란 : (헉!) 자기 말이 짧다?
향숙 : (무시) 하과장님? 들어가세요.
하대리 : 그럴까? 오늘 비쥬얼 괜찮다 여보. (둘이 팔짱 끼고 들어가면)
일동 : (어이없어하는데)
이때, 각자 들어오는 달수 지애 부부. 준혁 봉순 부부.
이슬 정란, 봉순 보고. 어머어머..한다. 봉순은 여느때보다 화려하고 당당.
봉순 : 자기들. 안녕?
이슬,정란 : 아..예...
지애 : (홱 보고) 둘이 어쩐 일이야? 초대 받았니?
봉순 : 얜. 초대를 꼭 받아야 오니? 축하할 일은 함께 나누면 좋지. 안그래 여보?
준혁 : 어. 그렇지. 도울 일 있으면 돕고.
달수 : 회사에서도 많이 돕고 계시니까 여기까지 안오셔도 되는데.
지애 : 가만. 그럼 뭐라고 불러야 되나? 대기발령중이니까, 한 대기네? 이렇게 불러야 되나?
일동 : (쿡..)
봉순 : (울컥 하지만 겨우 참고 미소)
지애 : (고소한)
#40. 소현 집 거실 (D)
소현과 태준 마주앉아 있고.
태준 : 오랜만이다. 죽었나 살았나 궁금해서 들렀다.
소현 : (미소) 이사간 동네는 마음에 들어?
태준 : 어.
소현 : (표정 있다가) 나도 이사가려구.
태준 : 벌써? 어디로?
소현 : 다른 나라로.
태준 : 뭐?
소현 : 일단은 프랑스에 있는 친구한테 가서 신세 좀 지면서 뭐하고 살지 좀 생각해 보고. 학교도 등록할 수 있으면 하고.
태준 : 너 누구랑 상의하고 결정한 일이야?
소현 : 아니?
태준 : 안그래도 너희 집에서 너랑 나 때문에 심정 많이 상해 계신 거 같던데. 계속 이렇게 삐딱선 타도 되겠어?
소현 : (쓸쓸한 미소 있다가) 삐딱선 타고 멀리멀리 어긋나야 다신 여기 안 돌아보지. (표정 있다가) 그런데... 그 사람은 잘 있대지?
태준 : (표정) 대리 달았다더라 얼마전에.
소현 : 아 그래? 천지애씨 많이 좋아하겠네.
태준 : (씁쓸) 그 여자야 뭐... 지 남편밖에 모르니까.
소현 : 그런데 있잖아. 어머니 쪽에서 사람을 붙이는 것 같애.
태준 : 그래?
소현 : 우리 친정 쪽이랑 지분 협상할 때 유리한 카드로 쓰려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
나야 가버리면 상관 없지만. 그 사람한텐 치명적일 수 있잖아.
태준 : (표정 있다가) 일단 일어나. 저녁 먹으면서 얘기하자.
소현 : 갈 데가 있어.
태준 : 어디?
소현 : (표정 있다가)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공간. 마침 초대장도 받아서, 가기 전에 들러보려구. 같이 갈래?
#41. 갤러리 내부 (N)
오픈식 진행되고 있고. 간단한 다과들 정도 놓여진.
지애는 카나페 같은 거 주워먹고 있고. 달수 옆으로 오는.
달수 : (사람들 뚫고 와서 접시 내밀며) 여보. 샌드위치 좀 먹어봐.
지애 : (표정 있다가 차가운 거 좀 가신) 고마워.
달수 : (!! 좋고) 에이 뭘. 이 정도로. 뭐 더 먹고 싶은 거 있어? 연어샐러드 먹을래?
이때 영숙이 오더니 지애 부르는.
영숙 : 자기야. 테입 컷팅할건데, 나와.
지애 : (먹다가 켁) 예? 제가요?
영숙 : 그래. 내가 자기네 부부 아끼는 거 자긴 알아야 돼. (속삭) 이번 대리 발령도 우리 그이 힘이었다는 거, 알지?
지애 : (확 부담스러워지고)
(컷튀면)
영숙,지애,이슬,정란,향숙에 몇몇 여자들 더 서 있고. 봉순은 자리에 있는.
테입 컷팅하고. 박수치고 표정들.
(컷튀면)
고운 : (사회 보는) 다음 순서는, 퀸즈갤러리에 대표로 취임하신 오영숙님의 작품증정식이 있겠습니다.
평소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쳐오신 오영숙 대표님의 증정작품의 제목은... (어이없어 읽기 싫고) 반품입니다.
일동 : (표정들)
그림 펼쳐지면. 이번에도 알 수 없는 그림.
영숙 : (곱게 인사하고 진지하게) 이번 작품의 제목은 반품입니다. 즐겁게 쇼핑을 마치고 와서 물건을 뜯어봤는데, 확 깰때가 있죠.
백화점의 조명빨에 속았다거나 점원의 말빨에 속아 원치 않은 물건을 샀을 때! 그래서 그 물건을 반품해야만 할때!
백화점에 그 물건을 들고 다시 가야만 하는 귀찮음! 직원과의 실랑이로 인한 피곤함!
그리고 마침내 물건을 환불받았을 때의 환희! 이 모든 감정의 변화를 작품으로 승화시켜 봤습니다.
쏟아지는 박수. 그리고 곱게 인사하는 영숙.
이때 들어오는 소현,태준.
지애,달수 무심코 고개 돌렸다가 표정.
영숙 : (표정 있다가) 네. 방금 은소현 전대표님이 도착하셨네요. 환영의 박수 보내주세요. (박수치고)
간단하게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소현 : (표정 있다가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데 아무래도 달수 의식된다) 이 갤러리와 함께했던 5년 동안 참 행복했습니다.
조만간 공부를 위해서 해외로 떠나게 될텐데요. 그곳에 가서도 여길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달수 : (!)
지애 : (그런 달수 반응 그대로 느낀다)
영숙 : (소현과 달수 표정 살피고)
#42. 갤러리 외부 물가 일각 (N)
지애 달수 어색하게 서 있다.
달수 : 그만 갈까? 뭐 할 일도 없는데.
지애 : (표정) 그러든가.
이때 다가오는 영숙.
영숙 : 지애씨. 나 잠깐 볼래? (일부러 데려가는 느낌)
지애 : (표정 있다가) 네 사모님. (따라가면)
달수 혼자 서 있는데.
들어오다가 멈칫 달수 보는 소현. 달수 돌아보고 ! 표정.
소현 : 오랜만이야.
달수 : 어.. 그래. 그런데... 너 어디 가?
소현 : 이혼하고 나면 나갈거라 그랬잖아.
달수 : 그렇지 않아도 물어보고 싶은 거 있었어. 너 혹시... 내가 짤릴까봐 중간에 니가..
소현 : (OL) 그런 거 없어. 난 선배랑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거 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 (하다가 멈칫 표정)
저쪽에서 두 사람을 찍고 있는 파파라치가 보이고.
소현 : 선배. (하며 달수 막아주려고) 고개 돌리지 마.
달수 : 왜.
소현 : 고개 돌리지 말라구. 이쪽으로 비켜.
파파라치 달수를 조준해서 찍는 표정들.
소현 : 들어가 먼저. (하면서 달수를 밀어내려다가 삐끗..)
그대로 물에 빠지는 소현. 달수 표정!
순식간에 아수라장 되고. 사람들 몰려오고.
뒤늦게 뛰어오는 지애. 놀라는데.
저만치 뒤로 뛰어나오는 태준.
그 순간. 달수, 물에 뛰어들어 소현 팔을 붙잡고.
그 모습 보는 지애 표정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