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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벗님들과 함께 올랐던 월악산 영봉의 신비스런 자태와 그 즐거웠던 하루가 여태도 내 추억의 비망록에서 색 조차
바래지 않았건만 이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가는 기억의 파노라마는 다겁생이 지난 어느 먼 동화의 세계 처럼 마냥 아름답다.
덕주사 마애불을 경유하여 제법은 가파른 암릉길을 로푸를 잡고 오르며 참으로 우연찮게도 내 목전에서 로푸에 매 달려
대롱거리던, 흰색 세로줄 무늬가 약간씩 보이는 검은 등산 바지를 입은 에쉴리 여사님의 우람한 히푸짝만 하염 없이 올려다
보면서 깊은 상념의 나래를 펼쳤던 일을 생각하면 지꿈도 쓴 웃음이 피식 나온다.
남편 되시는 분이 어떤 분이신진 잘 모르겠지만 부인의 엉덩이를 저 처럼 피둥 피둥하게 잘 살찌울려면 최소한 투쟙 정도는
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개코피를 흘리지 않을까?
영봉을 지척에 둔 송계삼거리 안부에서 멀리 영월에서 출조를 하신 진권님과 영월댁 내외분 그리고 몰운님과 함께 참으로
오붓하게 점심을 먹곤 영봉은 생략하고 약삭 빠르게 하산길을 서두르다 강 대장님 손에 목덜미를 잡혀서 복날 개 끌리듯이
올랐던 영봉!
해그름 할 무렵에 하산을 하여 구멍가게 앞 비닐 하우스에서 김이 무럭 무럭 나는 순대와 오소리 감투를 안주 삼아 느림보
벗님들과 마냥 즐거웠던 뒷풀이 한마당.
을씨년 스런 초겨울에 그 시절의 아스라한 추억을 뒤적이노라니 웬지 모를 서글품에 잠시 가슴이 울컥인다.
남자란 발뿌리를 비롯하여 세 뿌리를 경계하고 조신 하여야 한다고들 한다.
이미 내구년한이 다 되어 가는 나 가튼 인물은 용도가 거의 폐기된 거시기와 발뿌리는 신경을 아니 써도 무방하지만 문제가
문제라면 요너무 혓뿌리는 칠성판에 몸을 누일 때 꺼정 조심에 조심을 거듭 하여야 한다.
군바리 훈련 받던 시절 항시 내 옆에 함께 있었던 택이 라고 하는 동창이자 전우가 한놈 있었는데 좁은 이마에 꽁치처럼 뾰족
튀어 나온 주둥이는 조청을 먹은 넘 처럼 굳게 다물곤 입을 떼는 법이 없다.
항시 허공만을 응시 하면서 가끔씩 눈만 꿈뻑이는 택이 놈은 철학도 구냥 철학이 아니라 인도철학을 전공했다.
남자란 모름지지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일을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던 난 적성에도 도무지 맞지 않는 공대를 다니면서
인문학을 전공하거나 목표가 일평생 접장으로 분필가루를 마셔야 하는 사범대를 지원하는 넘들을 참으로 한심한 눈으로
바라 보면서 주제도 잘 모르고 경멸을 하던 그 시절.
인도철학을 전공해서 대체 무슨 수로 가족들을 먹여 살릴지가 여간 궁금하기도 하고 항시 찬물에 푸욱 집어 담근 거시기 처럼
풀이 포옥 죽은 모습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택이 놈이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어서 천추의 한이 될 혓뿌리를 잘못 놀려 댄다.
야 임마! 너 인도철학과를 졸업해선 대체 무얼 해서 먹고 살래? 평소엔 말 한마디 없던 이 인간이
야 이 뜨발넘아 넌 공과대를 나와선 뭘 해서 쳐 먹고 살래?
물론 말 한마디도 대꾸를 못 하곤 군바리 마치고 정신 없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겨우 목구녕에 풀칠이나 하면서 살던 어느 날
동기회 총무로 부터 택이 넘의 근황을 듣곤 난 앞으로 엎어 진다.
모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지방 대학에서 부총장으로 근무를 하던 택이 넘이 정규 사범대를 졸업 한 동기놈들은 교감도 채
못 되었음에도 강남에 있는 꽤 잘 나가는 여중에 교장으로 부임을 한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난 머리를 싸 매고 드러 눕는다.
사촌이 땅을 샀다고 배가 아파서 드러 누운게 아니라 혹시나 혹시나 택이 놈이 동창회 모임엘 나온 나를 만나곤 대뜸
야 공대 나온 돌삐! 넌 지꿈 무얼 해서 먹고 살고 있냐고 물으면 무어라고 답변을 하여야 하는지를 골똘히 생각하기 위함이다.
구렇다고 집에서 하루 놀고 하루 쉬는 신세라고 말을 할 수는 업꼬 내 양심에 거짓말 또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마냥 답답해
하던 어느 날 부터 택이 넘이 동창회 모임엘 슬슬 나오기 시작 한다.
어쩌다 동창회 모임엘 나가는 날이면 난 꽁지를 바짝 내리곤 택이넘과 항시 10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면서 안절부절을 하노라니
같은 테이블에 앉은 몇 몇 동기들이 쑤근 거린다. 택이 넘 가튼 인간들이
콧배기도 보이지 않던 동창회 모임에 얼굴을 디 밀 적엔 반드시 노림수가 있다는 것인데 아니다 다를까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
택이 자식놈 결혼 시킨다며 청첩장이 날아 든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동기생들이 택이넘 결혼식엔 아니 가겠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우리 느림보 산악회에도 몇 번 출조를 한 적이
있는 내 친구 산적은 구태여 가야 겠다는 것이다. 성황리에 자식 결혼을 마친
택이 넘이 동기회 총무에게 전화를 하여선 대체 산적이란 동기가 어떤 인물이여 무슨 학과를 졸업했냐고 여러 번에 걸쳐 문의를
하더란 것이다.
대부분의 동기들이 결혼식엘 불참하였는데 구태여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 와 준 산적이 너무도 고마와서 택이 너미 총무를
통해 산적의 안부를 물은 것은 물론 아니였다. 산적 본인의 말에 의하면
결혼식장엘 찾아 가니 택이 넘이 산적 얼굴도 제대로 알아 보지 몬하길래 축의금 봉투에 엿이나 사서 쳐 먹으라고 딸랑 오천원
짜리 지폐 한장을 넣었다는 것이다. 이쯤해서
일이 마무리 되었으면 물론 아무런 일도 없었으련만 이년 전 느림보와 함께 월악산 영봉을 올랐다가 뒷풀이에서 껄쭉한 안주
덕분에 불콰해진 얼굴로, 돌아 오는 느림보 리무진에서 정신없이 곤하게 자고 있는 내 핸펀이 요란하게 울리길래 펼쳐 드니
동기회 총무넘 이다.
야 돌삐! 나 동기회 총무인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니?
사타구니에 손 쑤셔 넣고 부달이나 쮸뮬딱 거리면서 개트림이나 하고 잇다.
다 때리 치우고 전화 한 용건은 다름이 아니라
교장하고 있는 택이넘이 부친상을 당했다고 부고가 와서 동기들에게 연락을 하니 문상을 함께 가겠다는 동기넘은 한 넘도 업꼬
같은 과에 다녔던 몇 몇 친구넘이 몇 푼 부주금만 전달해 달라고 해서 동기회 기금 두어 푼 갹출하여 혼자 지방에 있는 상가로
갈려고 택이 넘에게 전화를 했더니 택이 넘은 오늘 법회에서 설법을 해야 하는고로 상가에는 없다는 것이다.
상주가 없는 상가에 가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를 선비의 고장이니 양반의 본향이니 하는 안동땅 출신인 내게 유권해석을
내리란 것이다. 대충 얼버무렸으면 참으로 좋았으련만
이 정신 나간 인간이 제 2탄의 설화를 유발하며 후회막급할 구업을 짓기 시작한다.
동기회 총무의 말에 의하면 택이 넘은 우리 처럼 머리를 길르고 넥꼬다이를 매고 다니지만 자신이 속한 종단에서 엄연히
승려 신분이란 것이다. 구래서
아버님 초상날에도 무지몽매한 중생들을 위한 법회에 참석하노라 상주로서 빈소를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야 총무! 사나 자슥이 대가리 깍고 출가를 함은 속세와의 인연을 끊었다 함이고 더욱이 장례날 법회를 주선 하노라 상가에
있지 못할 자식놈 이라면 우선 주위 친지들에게 부고장을 돌려선 아니 되는 것이 아니냐? 이룬 일은
유교 법도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 상가에 문상을 가든 말든 니 꼴리는 대로 해라. 단
택이넘이 원하는 것이 그 알량한 부주돈 아니냐? 몇 푼 거둬 들인 돈이 있거든 인터넷 뱅킹으로 보내 뿌려라 니미.
말이란 것은 내 입속에 있을 적엔 내가 마음대로 부리는 종 이지만 요너무 말이 내 입을 벗어 나는 그 순간 이후엔 나를
노예 처럼 부려 먹는 상전 노릇을 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참다운 지혜를 한번 만나 보십시다.
나사렛의 예수가 힘 들고 지친 이들을 돌보며 그 세력(?)을 확장하자 제일 먼저 불안해 한 인물들은 압제자 로마의 비호하에
갖은 기득권을 누리며 호의호식하던 유대의 정치인,대제사장 그리고 율법학자들이였는데 이 감당하지 못할 예수라는 인물이
눈에 가시였다. 예수가 여러 대중을 향해 던지는 복음 한마디 한마디를 면밀히 살피면서 법적으로,정치적으로 또는 종교 율법으로
거슬리는 어떤 점을 찾아 엮어 넣을 궁리만을 골똘히 했으나 예수는 이들의 상대가 물론 아니였었는데 어느 날
예수께서 회랑에서 복음을 전하는 도중에 군중 속에 숨어서 예수의 설화를 기대하던 바리새파와 율법학자들이 예수께 질문을
던진다. 물론 이리 가면 경상도요 저리 가면 전라도 땅인 교묘한 질문이다.
유대인으로서 로마 황제에게 세금을 납부 하는 것이 옳으냐 아님 납세를 거부함이 옳으냐는 것이다.
납세를 거부함이 옳다고 답변을 하면 로마 황제가 가만 두지 않을 일이고 납세를 하여야 한다고 강변함은 유대인들의 메시아로서
자격을 잃게 되니 수 많은 군중들의 예수에 대한 기대는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일이다.
답변을 아니 할 수도, 이렇게도 아니면 저렇게도 답변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예수께선
당시 이스라엘에서 유통되던 로마의 동전 한 닢을 달라고 하신다.
동전에 있는 로마 황제의 초상과 몇 자 쓰여진 로마 글씨를 가리키며 이는 누구의 것이냐고 군중들에게 묻는다.
로마 황제의 얼굴이며 로마의 글씨라고 군중들이 답변을 하니 예수께서 가라사대
로마 황제의 것은 로마 황제에게로 돌려 주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로 돌아 감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솔로몬의 지혜가 노랗게 색이 바래 지는 순간이다.
여러 군중들의 손에 이끌려 로마 총독 빌라도 앞에 예수께서 섰을 때 빌라도 총독이 중얼 거린다.
예수가 여러 말을 많이 하였지만 그 속에 죄가 될만한 어떤 말도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없다는 것이다.
울 사랑하는 느림보 님들 월악산 잘들 댕겨 오셔요.
탄천변 음지에서 주로 서식하는 쥐며느리 돌삐 인사 드립니다.
첨언 : 소 같은 초식동물은 항시 포식동물들에게 쫒겨 다녀야 하므로 틈이 날 때 씹지도 않고 양껏 먹어 두었다가 한가한 시간이
되면 되새김질을 하므로 위가 네개나 된다. 쌩고기 집에서
써비스로 잘 나오는 천엽이 바로 소의 위 이고 순대집에서 최고의 메뉴로 꼽히는 오소리 감투는 돼지의 스토마 즉 위장이다.
그리고 갈매기살과 함께 인기 메뉴인 막창은 끝창 혹은 뒷창으로도 불리워 지는데 맛은 뛰어 나나 그 양이 극히 적다.
그래서 요즘 흔히들 유행하는 막창집에선 궁여지책으로 막창과 맛이 비슷한 소의 네번째 위를 썰어서 낸다.
막창은 넙적 넙적하게 썰어서 나오질 않는다. 곱창(소창)처럼 동글 동글하게 창자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리역 인근에 갈매기살과 막창을 전문으로 하는 꽤 괜찮은 선술집이 있기는 있는데 언제 시간이 날 적에 길을 가다가
양놈 지갑이나 하나 줏으면 제가 함 쏘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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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랫만에 구비구비 실타래를 풀듯 구수하게 풀려 나가는 돌삐님의 이야기 보따리..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것도 재미있고'
그 인물들의 일상을 상상하는것도 재미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던 돌삐님의 이야기 보따리..
더 자주 그 보따리속에 빠져들고 싶습니다.^^
돌삐님 !!!!!!!안녕하시지요.?????
오늘 영봉을다시 오셨어야 했는데 넘아까워서요.
또다른 스토리가 있었을텐데요.
송년산행때는뵐수있지요.ㅎ
언제나 재미 만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