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 샌님이란 말은 남산에 살고 있는 샌님이란 뜻인데 샌님이란 생원님의 준말로, 남산골에는 벼슬을 못한 불우한 양반이나
과거에 떨어진 생원님 즉 샌님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이런 말이 생겨난 것이다.
남산골 샌님은 비록 불우하고 가난한 살림을 하고 있을 망정 정신적으로는 선비로서의 고고한 기질이 살아 있어서,
남산골 샌님은 고을 원을 낼수는 없어도 원님의 목을 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과거를 보고 벼슬길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부정을 보고 그대로 있을 수가 없어서 상소를 써 내서 고을 원의 목을 날라가게
했다고 해서 생긴 말이다. 남산 골 샌님은 사회의 목탁으로서의 역할 을 해냈다고 할 수가 있다.
남산골 샌님이란 그저 빈한하고 건달같은 사람이라는 업신여기는 말이 아니라, 누더기를 입어도
뼈대만은 단단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남산골 샌님들 가운데서도 가장 특출하고 재미있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허생전에 나오는 허생이라는 인물이다.
허생전이라는 소설은 연암 박지원이 지은 소설인데, 허생이라는 사람이 실패의 인물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 허생은 흔히 볼 수 있는, 늘 글이나 읽으면서 과거를 보면 단골로 낙방만하는 그런 무위도식하는 무기력한 양반이 아니라
제법 실천력이 있고 엉뚱한 데가 있는 재미있는 인물이다. 말하자면 돈키호테적인 면을 가진 사람이다.
허생이 살던곳이 남산의 묵적골로 돼 있다. 묵적골은 바로 지금의 묵정동이다.
묵정동이란 이름은 먹적골에서 나온 말인데 그 전의 이름은 먹사동이라고 했다.
허생전의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집 앞에는 우물이 있고 우물 위에는 해묵은 늙은 살구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다 자빠진 싸리문이 이 살구나무를 향해서 열려 있는데 두어 칸 밖에 되지 않는 초가집이 비바람을 가리지도 못한 채
초라하게 서 있다. 이것이 바로 허생이 살고 있는 묵적골의 초가집이다. 집을 보면 주인을 알 수 있듯이 그는 돈과는 담을 쌓고 지내는 사람인데 책은 좋아해서 과거도 못보는 주제에 맨날 책만 읽고 있으니 마누라의 바느질 품으로 입에 풀칠을 하고있는 형편이다.
아무리 마누라가 부처님같은 여자라 하더라도, 이렇게 집안에 들어 앉아서 7년간이나 책만 읽고 있으니 투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책만 읽으면 누가 밥을 먹여주느냐, 노동을 못하면 장사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니냐! 이렇게 야단을 치니 본래가 남산골 샌님인 허생도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다.
남산골 허생은 애초에 10년 작정을 하고 책을 읽어 도를 닦을 생각이었는데 7년을 겨우 채우고 마누라에게 쫒겨나다시피 집을 나와 버리고 말았다. 묵적동의 초가집을 돌아다보며 한숨을 푹 쉬고 나서는 운종가 (지금의 종로)로 걸어 나가는 것이다.
그는 운종가를 거닐면서 마음 속에 당돌한 야심하나를 생각해 냈다. 그리고 길 가는 사람을 붙들고 한양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누구냐고 묻는다.
오늘 끝장을 보려 했는데 사정상 (3)편으로 미뤄야 할 거 같습니다. ㅎㅎ
첫댓글 재미있는 얘기 3회로 끝내지말고 길게 길게 이어주길 부탁합니다.
내 말이...
10회쯤 늘려서 합시다.
횟수를 늘리면 광고 수입도 짭짤할거고.. 농담이고.
오형, 작가젹 소양이 놀랍습니다. 더 늙기 전에 한 편 부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