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북진
갸르릉 갸르릉
갓난아이의
오래된 기침소리가
아비의 심장을 관통할 때마다
아비의 굽은 등은
폭격을 맞은 듯 움찔, 더 굽어졌다
일월의 매서운 추위도 경악하여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후퇴를 하고
아버지 등에 업혀 나는 그때 한 살
물 먹은
목화솜처럼 쌔근쌔근
포대기에 싸여 한없이 젖어들었다
단순한 피난민들은 제각기
잃어버릴 신발짝들을 찾아
서울에서 부산으로
남에서 더 남으로 내려갔다
이 땅의 아버지 한 사람
솜이불을 뒤집어 쓴 채
다이아 찡* 한 알을 구하기 위해
북으로 북으로
영면에 든
땅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북진 중이다
*이 약은 한국전 당시에 폐렴, 임질 설사 등 곪은 곳에 특효약이었다.
**************************************************************************************
5.
K 타운*
흐릿한
망막 저 뒤로 즐비한 흑백의 떡집과 방앗간 소규모 식품점 빛바랜 음식점들, 그 자리에 들어선 총천연색 하늘이 빌딩과
호텔들을 올리고 선명한 간판들을 올리고
올림픽길
W
핫도그 가게의 한인 주인이 풋내기 알바생들의 엉덩이를 더듬기로 소문 난
그
알바 여고생들은 지금쯤 내 얼굴을 하기도 하고 은행장의 얼굴을 하기도 하고 지역 선교사들의 얼굴을 하거나
그해
그 여자애들을 남자애들을, 포물선 밖으로 튕겨 나간 빛나는 청춘들을
마리화나로
세상을 알아가던 대수롭지 않은 여자애들은 오렌지색 폭스바겐을 몰던 남자애들과 연애를 하거나 근처 시립대학으로 진학하거나
남자애들은
서둘러 군인이 되어 US 시민으로 안주하거나
그도
저도 못한 우리들은 유령처럼 무기력한 안개처럼 인근 몇몇 도시를 떠다니다 밸리로 세리토스로 타주로
흘러들어 차차 코리안아메리칸으로 유입되었고
이곳
엘에이 K
타운에 이민 보따리를 풀었던 부모세대들은 자신의 아들들이 꿈속에서조차 영어로 말하길 원했던 올드타이머들은 수많은 지면을 빌어 부고란의 천국민으로 유입되었고
이제
부모세대가 된 우리들은 다 큰 어른이 된 아이들의 등을 멀리서 지켜보거나 빈둥빈둥 데스밸리 사막을 굽어보거나
결혼식에 총총 불려가거나 아바의 댄싱퀸이나 비틀즈의 예스터데이. 히피 근성의 낭만을 되씹거나
*코리아타운
첫댓글 축하해요^^ 희진님 근데 시와시학이 오더니 못 받은지 오래됐네요 이사하고 주소를 말안해서인듯
고맙습니다. 토담님
좋네요. 시는 삶이다라는 말을 새겨봅니다 보이는 것이 시고 삶이고 한국에서 느끼지 못하는 이국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 내셨네요 연륜이 보입니다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우리는 사진에서나 본 그런 것까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슴니다. 윤숙님
부끄럽습니다. 오랜동안 이 교실에서 갈고 닦고 교수님의 가르침 을 실천하고 필사하고,(오늘도 8편의 시 필사, 그중에서 한편 좋은시방에 올려놓을게요),, 그런 때문이지요
희진님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ㅎ
이다님 감사해요 시쓰기가 갈수록 수월치 않네요. ㅎ
@희진 동감입니다
시 좋은데요 .. 저는 언제나 이렇게 쓰나 소외 감이 밀려오네요.
전 잠이나....
축하해요.
고맙습니다 저는 죽현님 시 진정성이 느껴지는 그런 시가 좋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