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교내 순회∙상담 등 직접 학생지도
“학교 학생 모두 성장통, 행복한 학교 위한 지혜 필요”
현장 공감 이틀째인 아침 7시 20분, 김상곤 교육감은 OO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았다.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탓에,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교육감을 보며 학생들이
조금 당황해 한다. 간혹 실내화를 신고 오는 아이, 가방도 없이 등교하는 아이들은 교육감의
‘따뜻한 지도’를 받는다.
◦ 어버이날인 8일,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요즘 가장 힘들다는 고등학교 학생인권부장
으로 하루를 온통 살았다. 학교교육 현장을, 학생․학부모․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날 것’ 그대로 보고 듣고 느끼기 위해서다.
◦ 신흥공업지역에 위치한 비평준화지역 일반고인 OO고는 26학급, 재학생 1천명 규모의
큰 학교로, 빈곤․가족 해체․학습 부진 등 양극화의 폐해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교육여건이
열악한 학교에 해당한다.
◦ 학습과 생활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은 탓에 생활인권부 교사들의
어려움도 따라서 크고 버거울 수 밖에 없다.
◦ 학생인권부 아침 회의에서 다루어야 할 안건 만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재심요구,
교내봉사 프로그램, 선도위원회 개최, 학생회 대의원회의, 학교폭력 예방 교육, 설문지
배부 등 할 일이 산더미다.
곧 이어 교감과 생활인권부장의 ‘생활지도 대상’ 학생들에 대한 지도와 조치 방안에
대한 협의가 이어진다.
◦ 동급생끼리 사소한 언쟁이 커다란 쌍방폭행 사건으로 이어져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싸움을 말리는 것을 저지하며 동영상으로 촬영한 아이도 있다. 또 다른 학교
폭력
사안은 피해학생이 곧바로 경찰서 지구대에 신고한 사건이다. 한 아이는 성폭력
용의자로 경찰조사가 진행중이어서 그 결과를 보고 조치방안을 의논하기로 한다.
특별교육, 교내봉사명령, 상담 등 다양한 ‘지도’ 조치가 결정된다.
◦ ‘문제’를 일으키는 많은 학생들이 처한 여러 상황들이 공유된다. 빈곤과 가족 해체
등으로 보살핌으로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자존감이 낮은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에
김상곤 명예 생활인권부장의 표정이 우울해진다. 극심해진 양극화, 약해진 사회적
신뢰와 통합력, 부족한 복지안전망 등이 복합되어, 결과적으로 우리 학생들을 더욱
어렵게 한다.
“존중받으며 자란 아이가 존중할 줄 압니다. 아이들이 아무리 어려워도, 적어도 학교와
교사는 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고 가르쳐야 합니다. 그게 모든 교육의 출발입니다”
◦ “인권조례 때문에 학교가 어려워진게 아닙니다. 공교육 붕괴와 학교폭력 문제는 어제
오늘 일어난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학교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모두
성장통을 앓고 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과거로 회귀할 수 없습니다. 이 통증이
새로운 학교문화, 새로운 교육을 위한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 교사들과의 대화시간, 학생지도가 힘들고 학교가 전반적으로 슬프고 우울하다는
젊은 여선생님을 비롯한 교사들의 하소연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김 명예 생활인권부장
이 정말 간곡히 당부하는 말이다.
폭행으로 교내봉사 명령을 받은 2학년 이연오(가명) 학생과 상담실에서 마주 앉았다.
◦ “성장과정에서 누구나 실수하지만, 실수를 성장의 힘으로 만드는 지혜가 있고
없고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며, 명예 부장은 아이의 손을 꼭 잡는다. 아이가 수줍게 ‘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작게 전한다.
◦ 학교폭력과 흡연 예방을 위해, 쉬는 시간마다 그리고 점심 시간에 학교 화장실과
실내외 취약지역을 일일이 순회했지만, 단 한 건도 ‘적발’하지 못한다.
학생 대의원 회의, 학생․학부모․교사 대상으로 진행되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에 참여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지만,
◦ 무엇인가 아쉬운 듯 김 명예 부장은 교사들에게 한 차례 더 ‘난상토론’을 청하고,
다시 ‘학교와 교육, 그리고 교사들의 삶과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가 힘들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학교폭력과 학생 자살 등
우리 교육의 어두운 그림자가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 학생인권부장으로 학교와 학생의 어려움을 직접 체험한 김 교육감의 오늘 하루가 그
해결책 하나를 찾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