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465
천자문082
동봉
0305배울 학學
0306넉넉 우優
0307오를 등登
0308벼슬 사仕
0305배울 학學斈学壆
아들 자子 부수에 들어있는 글자입니다
영어로는 '스터디Study'
또는 '린Learn'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배울 학學자는 본디 이게 아니고
처음에는 '흙 굳을 학壆'자였습니다
'흙 굳을 학'이라는 새김에서 드러나듯
배움이란 터基礎를 다지는 작업이지요
대지土를 장만하고 터를 닦은 뒤
그 터 위에 움집冖을 짓습니다
양 손臼으로 나무를 엮는爻 모습에서
고대광실은 아니라 하더라도
사람이 우선 쉴 수 있는 작은 움집입니다
또는 양 손臼으로 나무를 엮는爻 게 아닌
책爻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배움이란 '본받다效'는 뜻과 함께
학동들을 '사귀다爻'로 풀기도 합니다
배움의 주체가 누구이겠습니까
어린이들이고 청소년입니다
그래서 '흙 토土'자가 빠진 자리에
'아들 자子'자가 대신 들어앉은 것입니다
본 뜻은 '배우고學 익힘習'입니다
전서篆書에 '깨우칠 효斅'자가 있는데
이 효斅자에서 회초리攴가 생략된 것이지요
이 배울 학學자는 때로
다르게 새기고 발음되기도 하는데
되샛과의 새 '고지새'를 표현할 때는
'고지새 할學'로 새기고 읽습니다
전혀 뜻 밖이지 않습니까?
고지새는 우리나라 여름 철새로서
밀화密話/花부리로 잘 알려진 새입니다
한문에는 특이한 새김이 꽤 많이 있습니다
'즐거울 락樂'이 '좋아할 요樂'가 되고
'깨달을 각覺'이 '꿈 깰 교覺'로 읽히고
'악할 악惡'이 '미워할 오惡'로 새겨지듯이
'학學'이 '고지새 할學'외에도
'가르칠 교學'로 새겨지기도 합니다
불교에서 유학有學이냐
무학無學이냐 하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유학은 학문적으로 완벽하게 다 갖춤이요
무학은 배운 게 없는 무식한 자일 수 있습니다
또한 유학은 배울 게 남아 있는 그룹이고
무학은 더 배울 게 없는 경지입니다
배울 게 남아 있다면 이는 중생 그룹이고
더 배울 게 없다면 부처의 경지입니다
같은 단어 유학과 무학을 놓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처럼 학덕이 높은 사람이 되는가 하면
배울 게 남아 있는 중생이 될 수도 있고
보고 배운 바가 없는 무식한 자가 되는가 하면
더 배울 게 없는 무학의 자리無學位
곧 아라한阿羅漢arhat일 수도 있습니다
0306넉넉 우優
넉넉하다는 것은 어떤 상태일까요
가진 것이 많은 게 넉넉함이겠습니까
아니면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마음이 여유로우면 넉넉함이겠습니까
여유로운 마음이 넉넉함이라면
한 번 여유로워진 마음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늘 여유로울까요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여유로움의 정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같은 '넉넉할 우優'자를 놓고
'뛰어날 우優'자로 새기기도 합니다
그럼 '뛰어나다'는 것은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학문이 뛰어남일까요
기술이 뛰어남일까요
예능이 뛰어남일까요
지위가 뛰어남일까요
경영이 뛰어남일까요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우리가 잘 쓰는 말로
사람이 아닌 신神은 완벽한 존재이겠습니까
신의 세계는 민감한 분야이니
어떤 경우라도 건드리지 말라고요?
사람 인亻변에 근심 우憂자를 붙인 것이
'넉넉할 우優'자고
'뛰어날 우優'자입니다
그러고 보면 넉넉하고 뛰어남은
근심 걱정이 전혀 없는 게 아니라
걱정 근심이 늘 함께 함이 될 것입니다
'근심 우憂'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근심은 사랑愛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러기에 '근심 우憂'자와
'사랑 애愛'자는 그 바탕이 동일합니다
사랑愛은 손길爪에서 시작되고
덮어冖주는 마음心으로 이어지며
삶에 있어서 보조夂를 맞추는 데 있는데
손길 대신 머리百로만 헤아리려 하니
으레 근심憂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머리百'는 왜 '일백 백百'자로 놓았을까요
몸의 각 부분과 지절肢節들이
각기 하나의 기능을 지닌 데 비하여
머리는 온갖百 기능을 다 지닌 까닭입니다
아무튼 넉넉함 속에는
근심 걱정 번뇌도 함께 들어있어야 하고
뛰어남에도 이들이 녹아있어야 합니다
하나님 부처님은 근심이 없겠습니까
당연히 근심 걱정이 없어야겠지요
하나님은 잘 모르겠으나
부처님은 근심이 태산이실 것입니다
샛길로 빠지려는 중생 때문입니다
한 젊은 벗이 내게 질문을 해왔습니다
"큰스님, 질문이 있는데요?"
"그래? 그럼 물어보시게."
"부처님은 아무런 근심이 없으시겠지요?"
"부처님도 근심이 있으시다네."
"큰스님, 지금 농담하시는 것이지요?"
"농담이라니! 부처님을 놓고?"
"아! 죄송합니다. 저는 농담이신 줄....."
내가 얘기했습니다
"아닐세,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말일세
묵혀 두시는 근심이 없으시다네."
"묵혀 두시는 근심이 없으시다고요?"
"그렇지, 우리 젊은 친구 잘 들어보라고."
"네, 큰스님."
젊은이의 침 삼키는 소리가
그 자신의 대답을 삼켜버렸습니다
"중생들의 근심은 어떠하냐 하면
지나간 근심을 가져와 되새김질하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 근심을 앞당겨 와서
가불假拂 근심을 하고 있거든!
그런데 우리 부처님께서는
되새김질反芻형 근심이 없으시고
가불형 근심이 없으신 게 다른 점이지."
중생들은 근심을 재어두지만
부처님께서는 재어두는 게 없으십니다
재어두시지 않는 게 근심만이 아니라
공덕조차도 재어두시지 않습니다
마치 태양이 에너지를 재어놓았다가
한꺼번에 방출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현시성現時性으로 방출하듯
부처님의 공덕도 그와 같습니다
넉넉할 우優자는
그림씨 '넉넉하다' '뛰어나다' 외에
이름씨 직업적 예능인인 광대
연기자, 배우, 탤런트 등을 가리킵니다
간체자로는 넉넉/광대 우优자가 있습니다
영어로도 충분함Sufficient 외에
배우 여배우의 뜻으로 Actor, Actress,
뛰어나다는 Excellent, Excellently
매우 훌륭함의 뜻으로 Fine이라고 합니다
0307오를 등登
이 오를 등登자는
앞서 읽은 운등치우雲騰致雨의 등騰과
새김訓은 같으나 글자는 다릅니다
오를 등騰이 말馬의 기운을 표현했다면
이 오를 등登은 단계 오름입니다
'운등치우'에서 구름의 솟아오르는 모습이
마치 기세등등한 말의 기운이었다면
이 등登은 한 단계 한 단계 오름입니다
부수 필발머리癶 아래에
콩/팥 두豆자를 놓은 글자인데
콩 두豆자는 잔의 상형문자지요
제사 모실 때 올리는 잔豆 모양입니다
모락모락 오르는 향 연기를
사실적으로 그린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1. 오르다
2. 나가다
3. 기재하다
4. 익다
5. 제기 이름 등登
6. 해(달) 돋이, 솟다
7. 수레(산, 계단, 척도)에 오르다
8. 직급(지위, 월급, 성적 등)이 오르다
'어긋날 발癶'을 '필발머리'라 하는데
'필발머리'란 '필 발發'자에서
머리 부문만 따와 생긴 부수 이름입니다
또 필발머리는 신위를 모신 제단 앞에
드리워진 커텐 아래 쪽을
양쪽으로 걷어 묶은 모습이지요
다시 말해 평소에는 커텐을 드리워놓았다가
제사를 모실 때는 커텐을 걷어
양쪽으로 묶는 모습을 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필발머리發 부수 글자들은
제사 제祭자를 비롯하여
제단祭壇과 관련된 경우가 많습니다
0308벼슬 사仕
사람 인亻변에 선비 사士를 한 글자로
본 뜻은 정치에 참여함이고
벼슬길에 나아감이며
벼슬하고 있는 이는 승진함입니다
오피셜 랭크Official rank입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입니다
나흘 뒤면 나라살림을 책임질
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지요
선거란 최선을 선택함이 아니라
최악을 버리는 작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우씽쓰 선생은 말하고 있습니다
"학우등사學優登仕,
많이 배운 뒤 벼슬길에 오르라"고요
주권을 가진 국민으로부터
한 나라의 살림을 대신 맡는 이들이라면
기본적 학문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세금포탈을 비롯하여
별을 수두룩하게 단 범법자에게
국민 모두의 일
나랏일을 맡길 수 없고
나와 국민을 배신한 자에게
나랏일을 통째로 맡길 수 없습니다
04/09/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휴일을 법문으로 시작합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천자문으로 주말 아침의 문
활짝 열어 마음 환기시켜 보네요
학우등사. . .
천자문의 향 널리 널리 퍼지오니
오늘도 멋지고 환한 날이길 두 손 모읍니다
이갑수 대령님. 아름다운 휴일 보내십시오
카페지기 실린달 보살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