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년(戊申年, 1848년) 진찬도병(進饌圖屛)





1. 인정전진하도(仁政殿陳賀圖) 2. 통명전진찬도(通明殿進饌圖) 3. 통명전야진찬도(通明殿夜進饌圖) 4. 통명전헌종회작도(通明殿憲宗會酌圖) 1848년(헌종 14) 순원왕후의 육순과 신정왕후의 망오(望五: 41세)에 거행된 진찬례를 여덟 폭 병풍에 그린 이 그림은 궁궐 안에서의 성대한 의례와 연회를 담고 있다. 궁중행사를 여러 가지 모습으로 파악하게 해주는 이러한 궁중연회행사는 의례 절차를 적은 의주(儀註)와 세부사항을 기록한 절목(節目)에 맞게 진행하였다. 그리고 왕실가족, 조정의 신하, 백성들이 모두 평안하고 풍년이 들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을 때에 치러졌으며 흉년이나 가뭄이 들 때에는 비용 절약 차원에서 생략되기도 하였다. 대왕∙왕대비∙대왕대비의 생신과 왕의 등극 주년(登極周年)을 기념하여 그려진 궁궐진찬도(宮闕進饌圖)는 나라를 다스리는 도를 펴고 경로효친(敬老孝親) 사상을 통하여 정치적 안정을 꾀한 기록화로 볼 수 있다. 또한 각종 의례절차를 통한 공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행사, 국빈 대접을 위한 잔치에 필요한 각종 기물과 상징물, 악공의 연주에 맞춰 춤추는 인물들의 발빠른 움직임,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 상을 나르고 술잔을 올리는 하인들의 분주함 등 행사장 주변에서 엮어내는 다채로운 인물들의 장면이 있어 당대의 궁중 풍속화로서도 매우 중요하다.
통명전의 연향 공간은 크게 다섯으로 구분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공간을 설명하면, 전내殿內, 주렴珠簾 안쪽 보계補階, 주렴 바깥 보계, 휘장 밖 편계偏階(보계 하층), 정양문(正陽門) 안쪽 뜰이다. 자경전 전각 만으로는 연향을 베풀기에 협소하므로 넓은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월대月臺에 이어서 임시로 마루를 설치한 것이 보계이다. 연향의 주인공이 대왕대비전이므로 보계에 주렴을 드리워 보계를 구분하였다.
○ 전내에는 대왕대비의 어좌가 중앙 북벽北壁에서 남향하여 있고, 그 앞에 진작탁進爵卓과 찬안饌案이 놓여 있다. 그 남쪽에 왕이 대왕대비에게 술을 올리는 진작위進爵位가 있다. 진찬도에는 사각형의 자리로 표시되어 있다.
○ 주렴 안쪽 보계 공간은, 다시 둘(전내殿內에 가까운 공간과 정재 공연장소와 가까운 공간)로 구분된다. 전자를 영외楹外, 후자를 주렴 안 보계로 표현한다. 진작위 바로 남쪽인 영외楹外에 밤을 밝힐 화룡촉畵龍燭 2개와 향을 피울 노연상爐烟床 2개가 있다. 위에는 등燈을 달아놓았다. 또 동쪽에 수주정壽酒停과 다정茶停이 있는데, 대왕대비에게 바칠 술과 차가 있는 곳이다. 전내殿內, 주렴 안 보계, 주렴 밖 보계 등 곳곳에 촉대燭臺가 있는데, 화룡촉 보다는 좀 작은 것들이다. 주렴 안 보계에 준화樽花가 있다. 준화는 길이가 9척 5촌이나 되는 커다란 붉은 벽도화碧桃花를 용준龍樽에 꽂아 놓은 것을 말하는데, 비취로 만든 새들이 벽도화에 앉아 있다.
○ 주렴 바깥 보계는 정재呈才가 공연되는 곳인데, 공간이 넓으므로 「의주儀註」에서는 이를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동계東階·서계西階·남계南階 및 주렴 밖 계階(北階를 뜻함)라는 말을 쓰고 있다. 주렴 밖 보계에는 전하배위殿下拜位가 있고 서보계西補階에는 전하시연위殿下侍宴位가 동향하여 있다. 서보계 북쪽가까이에 전하의 주정酒停과 다정茶停이 있다. 야진찬에서 공연된 정재는 포구락抛毬樂·선유락船遊樂·검기무劍器舞·처용무處容舞이나, 「통명전야진찬도」에는 포구락정재를 공연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동보계 쪽에 무고정재의 무구舞具인 무고와 북채와 그려져 있다. 여령이 춤추는 공간의 좌우에는 인인장引人仗·정절旌節·용선龍扇·봉선鳳扇·작선雀扇·미선尾扇·청개靑蓋·홍개紅蓋 등의 정재의장呈才儀仗이 늘어서 있다. 전하시연위 남쪽에 조촉차비照燭差備가 동향하여 서있는데, 촛불을 세우거나 눕힘으로써 음악을 연주하거나 그치도록 신호하는 역할을 한다.
○ 정재를 공연한 보계의 하층인 휘장 밖 편계에는 등가登歌 악대가 있다. 휘장 위쪽에 사롱동紗籠燈을 죽 설치해놓았다. 「통명전야진찬반차도通明殿夜進饌班次圖」에는 편계 아래 뜰에 헌가軒架와 내취內吹 악대가 있는데, 「통명전야진찬도」에는 헌가 악대만 그려져 있다.
첫댓글 순원왕후(純元王后)는 순조(純祖)의 비(妃), 헌종의 생모(生母)로서 왕대비(王大妃)가 되고, 신정왕후(神貞王后)는 추존 문조(효명세자)의 비(妃)로 조대비(趙大妃)로 알려진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