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 단상 5/예초기]예초刈草질, 그 통쾌무비痛快無比한 맛!
농촌의 생활필수품 예초기刈草機를 샀다. 일제 제노아ZENOA 45만원. 국산보다 성능이 월등히 낫다고 한다. 우리 기술은 왜 일본을 앞서지 못하는 것일까. 아버지는 늘 손톱깎이(스메끼리)는 일제가 최고라며 우리의 기술력을 한탄했었다. ‘풀 벨 예’자가 제법 s낯설다. 무쇠날 회전하는 게 장난이 아니다. 발목인들 못자르랴. 함부로 다룰 기계가 아니건만, 어차피 몸에 익혀야 할 일. 벌초도 해야 하고, 논두렁과 과수원의 풀도 깎아야 한다. 휘발유와 엔질오일 혼합비율은 25대 1. 눈을 보호하는 안전모자도 갖춰야 한다. 자칫하면 병신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버버(무서워)하며 등에 짊어지지 않을손가. 심호흡을 한다.
조부모와 어머니 봉분을 깎아드렸다. 모처럼‘이발’을 해드리니 시원해 하실 것같다.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예초질’에는 팽팽한 긴장 속의 희열이 있다. 작업 중 돌멩이가 튀어 장딴지나 눈이나 얼굴에 맞을 수도 있고, 무쇠날이 땅을 후욱 파며 순식간에 팽 돌아버리는 아찔한 순간도 많다. 하지만 눈 앞에 삭-삭-삭 마구마구 잘려나가는 풀이나 나무줄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기분이 통쾌무비痛快無比일까. 무쇠날은 1초에 몇 회나 도는 걸까. 정말 비교할 데가 없을 듯하다. 아무리 그악스런 풀들도 예초기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내 앞에 닥친 곤경들도 이렇게 시원스레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누구라도 예초기를 한번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짧은 인생 살면서 예초기를 둘러메고 이런 기분을 맛보지 않거나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 즉 비극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멘탈이 잘못된 것일까. 도회지의 삶에만 익숙한 친구들이여, 재미로라도 한번 시도해 보시라. 네 시간여만에 가족묘지가 훤해졌다. 허나 장마를 거치고 처서까지는 풀들이 또다시 무성하게 자라리라.
9월 중순엔 여기저기 위잉 위윙 예초기 소리로 온 산이 진동을 한다. 굉음으로 몸살을 댄다. 벌초伐草, 이 시대 얼마 남지 않은 이 미풍양속美風良俗은 얼마나 계속될까. 예초기가 없다면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아직은 예초기 덕분에 최소한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지만, 일가 형제들이 모이는 연례 가족행사를 하는 집들도 시나브로 줄어들고 있다. ‘못난 나무가 선산 지킨다’는 속담처럼 천형天刑처럼 농촌에 사는 ‘죄’로 친척이나 지인들의 산소 벌초를 대신 해주며 부수입을 챙기는 것도 예초기 덕분이다. 예초질의 ‘달인’이 되어 올 가을부터는 ‘벌초 아르바이트’나 해볼거나. 어쩌면 다음날 아침 팔이 안올라갈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하하.
첫댓글 예초기의 윙윙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듯하네.
어린시절 튀밥튀는 뻥소리를 들으려 중앙시장 튀밥집앞에 쪼그리고 앉았다가 두귀를 막고 뻥소리를 피하던 기억이납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윙하는 엔진소리와 함께 풀들이 사정없이 잘라지는 기계가 나왔으니 얼매나 신기했던가?
그 시절 우리 아버지말씀
할아버지 봉은 기계로 깍지말고 손으로 깍아라
할아버지 놀라신다.
이제는 모든농사를 기계아니면 못짓는 세상이 됐으니 정말 좋은 세상아닌가?
통쾌무비! 하하.
우리 저자는 2막 인생 잘살고 있소이다. 냉천부락에 안착을 축하드리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