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도 꽃은 피어난다...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 전쟁보다 더 살벌한 전쟁이 벌어지는 영국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EPL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2023년 9월 24일 밤 영국 아스널 홈구장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영국 프리미어리그 북런던 더비가 열렸다. 손흥민선수가 소속된 토트넘과 잉글랜드 전통의 강호 아스널이 격돌했다. 유럽인들의 호전성이 적나라하게 녹아든 것이 바로 프로축구이며 그런 조직의 최일선 그리고 최상위권에 올라선 것이 바로 EPL이다. EPL 각 팀들은 그야말로 한경기 한경기에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야말로 전쟁터가 따로 없다. 단지 총과 탱크와 폭격기만 없을 뿐이지 상대를 폭격하고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총투하하는 그런 엄청난 전쟁이다.
이번 토트넘과 아스널은 북런던 더비로 유명하다. 더비 매치는 그야말로 사생결단을 내는 전쟁이다. 라이벌도 이런 라이벌이 없다. 다른 경기에서는 비록 지더라도 더비 상대에게는 절대 질 수도 져서도 안되는 그런 경기이다. 한일전이라고 보면 된다. 유럽의 각국 리그에는이런 더비가 존재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호전적인 성격 그리고 남성들의 결코 져서는 안된다는 그 자존심 그리고 약육강식의 정글속 최후의 승부를 겨뤄보자는 그 극한 경쟁심이 만든 요상한 경기가 바로 더비라는 것이다. 한 나라에 두개의 태양이 없다는 의식도 존재한다. 스페인 라리가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 더비나 세리에 A의 AC밀란과 인터밀란의 밀라노 더비, 프랑스 리그앙의 파리 생제르맹과 마르세유 더비 그리고 이것과 과격함과 격한 라이벌 의식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잉글랜드 북런던 더비인 토트넘과 아스널의 경기였다. 경기전에도 잉글랜드뿐 아니라 손흥민선수의 나라 한국 그리고 세계의 축구팬들의 관심은 과연 북런던 더비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쏠렸다.
결과는 2대 2 무승부로 승부를 결정내지 못했다. 홈구장인 아스널 팬들은 무척 아쉬웠겠지만 경기내용에서는 토트넘의 우세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2골을 넣은 손흥민 선수 캡틴 손에게 쏠리는 관심은 지대했다. 하지만 캡틴 손은 겸손했다. 자신은 단지 마지막에 터치를 했을 뿐이다...우리팀 모두가 만들어낸 골이다...누구나 할 수는 있는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결코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인성은 결코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가식으로 조작해 낼 수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닳게하는 언급이 아닐 수 없다.
적장인 아스널 감독인 미켈 아르테타 감독도 적군의 주장인 손흥민 선수에 대해 대단함을 표시했다. 자신팀의 선수들도 선전을 펼쳤지만 적팀의 주장인 손흥민선수에 대해서도 경의를 표한 것이다. 유럽의 프로축구 리그가 전쟁터이고 유럽인들의 호전성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스포츠가 축구라고 하지만 그래도 경기후 적장이 적군의 주장을 칭찬하는 것은 그래도 EPL이 유럽프로축구리그에서 최상위에 존재하는 이유를 말하는 듯 하다.
다음 토트넘 상대인 리버풀 감독 위르겐 클롭 감독의 인터뷰도 의미심장하다. 클롭감독은 영국 언론이 해리 케인의 뮌헨 이적이후 모두 토트넘을 걱정했지만 지금 그들은 오히려 케인이 있던 시절보다 훨씬 강한 팀이 되었다며 빠른 스피드, 양발 능력, 완벽한 결정력, 침투해가는 움직임과 플레이 메이킹, 항상 팀을 우선시하는 팀 퍼스트 정신, 위닝 멘탈리티, 선한 영향력, 희생정신 등 경기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이렇게 완벽한 선수는 극히 드물다고 손흥민 선수에 대해 극찬을 했다. 그는 또 오늘도 손흥민은 그 바늘같은 기회를 전부 골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평소 클롭 감독은 손흥민선수를 스카웃하려했고 그의 인성과 축구 실력을 높게 평가하는 감독이지만 며칠후 격전을 치를 적장의 감독이 감히 하기 어려운 평가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것도 그 전쟁터같은 EPL을 그래도 멋지게 보여주고 아직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리그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가운데 가장 많은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전쟁이다. 인간이 만든 가장 비극적인 경기가 바로 전쟁 아니던가. 영화감독들이 전쟁영화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 하겠는가. 전쟁의 잔혹성도 당연히 있겠지만 그런 인간이 만든 극한 상황속에도 피어나는 바로 그 꽃 그러니까 인간의 잔인함속에 마지막 남은 인간애 바로 그 희망을 찾으려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간의 잔인함과 호전성때문에 벌어지는 그 전쟁이지만 그래도 그 전쟁속에서 하나라도 찾고 싶은 것이 바로 가볍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그 솜털같은 인간애 아니겠는가. 그런 전쟁 못지않게 전쟁스러운 경기가 바로 지금 유럽프로축구리그이고 그 가운데 핵심이 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즉 EPL인 것이다. 잔인하고 참혹스런 경기가 펼쳐지고 그런 극한 경기속에서 희열을 찾으려는 인간들에게 그래도 아주 작은 희망은 감동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유럽인들도, 시차때문에 졸린 눈을 비비며 밤늦게 또는 새벽에나 경기를 봐야하는 동양인들에게도 유럽 프로축구가 필요악처럼 여겨지는 것 아니겠는가. 살벌한 전쟁터 EPL에서 전해지는 그 인간애가 담긴 이야기가 감동으로 전해지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일 것이다.
2023년 9월 2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