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1년 , 현장 가보니
인적 끊기고 잡초만 무성
주민들 '기대 컸는데 너무 허무'
최악행사 오명...재활용 쉽지 않아
조직위, 이달중 백서발간 주목
멀리서 보면 드넓고 멋진 초원이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저 잡초만 무성했다.
곳곳에 물웅덩이도 보였다.
4만2600여명 청소년의 함성과 탄식이 교차했던 야영장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해 질 무렵 1시간여 동안 주변을 지난 차량은 1대뿐이었다.
'역대 최악의 공공행사'라는 오명을 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1일로 개막 1년을 맞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 현장을 다시 둘러봤다.
그날의 흔적들, 이젠 찾기 어려워
전북 무안군에 있는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부지.
한낮 땡볕은 그대로였다.
지난해 여름 끊임없는 논란이 벌어진 곳은 적막했다.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 초입에 있는 한 음식점 대표 박주현씨는 '벌써 1년이 되었느냐'고 되묻더니
'안타깝고 아쉬웠던 지난해 여름을 결코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당초 잼버리로 부안이 북적북적해질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컸었다'며
'그러나 너무 허무하게 끝나 가슴 아프고 정부에 대한 실망이 크다'고 회고했다.
여의도 3배 규모(8.84km2)의 야영장에선 덩그러니 서 있는 3층짜리 건물 하나만 눈에 띄었다.
429억원을 들여 세운 글로벌청소년라더센터 등으로 임시 사용했던 건물이지만 공사가 지체되면서 해를 넘긴 뒤
지난 6월에야 공사가 마무리됐다.
더욱 튼문제는 행후 막대한 유지비 부담이다.
매년 20억여원의 운영비와 30여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건물의 쓰임새조차 정하지 못했다.
현재는 문이 굳게 닫혀 있고 내년 상반기에나 개고나할 예정이다.
신기루처럼 사라진 대회 후 청사진
잼버리는 무려 117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정부와 전북도의 준비 부족과 안일한 대응, 무책임에 폭염, 태풍까지 더해져 역대 최악의 국제행사로 남았다.
잼버리 유치로 국가적으로 9조8016억워느 전북도에는 5조5318억원의 경제효과를 줄 것이라는 기대(전북연구원 발표)는
일찌감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당초 전북도와 여성가족부는 이 부지에 대규모 복합테마파크를 건설하거나 창소년수련원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잔치가 파행으로 끝나 당분간 어떤 사업도 추진하기 쉽지 않다.
대회 파행의 원인을 두고도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지난 4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보고서'를 내고 조직위원회의 미숙한 운영을 지적했다.
안전, 보안, 청소년 보호, 의료지원, 위생, 현장 이동, 날씨 대응 등 각종 부분에서 상담한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파행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부안=김용권 기자
429억짜리 빈 건물만 덩그러니...책임 공방 여전히 진행중
감사는 11개월째 결론 못내리고
비효율적 예산 집행에 47억 남겨
이들은 '한국 정부가 제공한 많은 자금으로 인해 한국스카우트연맹은 (행사 운영에서) 배제됐다.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잼버리의 실질적 주최자가 됐고 이는 기존의 행사 조직 과제를 악화시키고
다수의 구조적, 조정상 어려움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여가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여가부는 '정부는 행사 초기 발생한 문제에 대해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민간기업 등과 합심함으로써
이른 시일 내에 행사를 정상화했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동의할 국민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부실 운영의 주인공인 조직위는 지난 12일에야 해산했다.
폐막 11개월 만이다.
5명의 최소 인력만 남아 소송 대응 등을 마무리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는 아직도 제자리
감사원 감사는 시작된 지 11개월이 됐지만 아직도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새만금 잼버리 추진 실태'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으나 현재 '감사보고서 작성'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대상 기관은 여가부를 비롯해 조직위, 전북도 등 11곳.
감사원은 그동안 관련 지료와 고나계자 진술 청취 등을 마쳤으나 최종 공개까지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가부와 조직위의 남은 예산이 수십역우너에 이른 것도 논란을 다시 부추키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지난 19일 여가부가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으로 보조금을 전부 쓰지 못해
47억원의 잔액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예정처는 '여가부가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관련 보조사업관리와 행사 준비에 미흡해 대규모 전용과 예비비 배정이
이뤄졌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예정처는 여가부가 지난 해 8월4일 예비비로 증액한 예산 78억1700억원을 사흘 뒤인 7일 조직위에 보조금으로 지급했으나
이날은 이미 태풍 카눈이 관통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면서 잼버리 참가자들을 8개 시.도로 비상 대피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상황이었다며 여가부의 안일함을 질타했다.
하지만 책임지는 인사와 기관은 사실상 없었다.
주무부처인 여가부는의 김현숙 장관은 잼버리 이후 6개월간 더 자리를 지키다 지난 2월에야 퇴임했다.
78%(5147억원)나 삭감됐던 전북도의 올해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연말에 최종 58.6%(3017억원)가 되살아났다.
조직위는 이달 중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행사를 중심으로 잼버리의 유치부터 폐막까지 전 과정을 복기할 예정이다.
'5명의 공동위원장이 있었는데도 '네 탓'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직위 자체 백서의 내용이 주목된다.
부안=김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