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나 재력에 맞선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우리 자신이 잘 보아 왔습니다. 내 편은 누구인가, 생각해보면 아무도 없구나 싶을 때가 있을 것입니다. 절망이지요. 불의 거짓 부패, 뻔한 것인데 그것을 알면서 또는 무지해서 아니면 자기 보호 때문에 방관하거나 허위조작하거나 나아가 훼방합니다. 대부분은 개인의 신변보호나, 같은 말이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나서지 못합니다. 여러 사람들, 주민보다는 나 자신이 먼저입니다. 나도 가족이 딸린 몸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합니다. 긴 안목으로 보면 그 불행이 결국은 자기 자신에게도 돌아온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이고 나만 당하는 일도 아닌데 하는 생각으로 얼버무립니다.
사실은 그런 식으로 해서 오늘날 환경오염이나 엘리뇨 등 이상 기후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그 까짓 것 하면서 자기 배 불릴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돈의 힘에 양심도 접어두고 법망만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습니다. 그 돈을 믿고 누가 이기나 버티기 작전까지 사용합니다. 당연한 보상을 요구하며 법정 투쟁까지 불사하지만 그 기나긴 시간을 무슨 힘으로 버팁니까? 상대방은 막강 재력으로 쟁쟁한 변호사들 앞세워 질질 끌고 갑니다. 그 힘을 이겨낼 자신이 있습니까? 저쪽은 느긋하고 이쪽은 한편으로는 먹고살기 힘든 마당에 법정까지 오가며 어떻게 버팁니까? 게임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바로 그것을 노리는 것이고요.
대기업의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롭’은 어느 날 뜻밖의 손님을 맞습니다. 허술한 차림의 농부 두 사람이 부탁한다고 비디오테이프 몇 개를 두고 갑니다. 사실 그 자리의 변호사로서는 전혀 돈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그런데 할머니와 안면이 좀 있다는 구실로 찾아와서 다짜고짜 부탁하는 것입니다. 할머니 생각에 시간을 내어 일단 현장을 찾아갑니다. 찾아왔던 농부를 만납니다. 현실을 이야기하지만 기업을 상대로 하는 변호사가 이런 환경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 내키지 않습니다. 더구나 힘이 없는 농부를 위한 보상 청구를 맡는 일입니다. 상대는 잘 아는 대기업 듀폰입니다. 로펌의 책임자도 막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화이고 매스컴을 통해 사건은 대충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 줄거리는 홍보지 게재된 내용으로 대신합니다.
<젖소 190마리의 떼죽음,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는 사람, 기형아들의 출생 그리고, 한 마을에 퍼지기 시작한 중증 질병들...
대기업의 변호를 담당하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롭 빌럿’(마크 러팔로)은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의 독성 폐기물질(PFOA) 유출 사실을 폭로한다.
그는 사건을 파헤칠수록 독성 물질이 프라이팬부터 콘택트렌즈, 아기 매트까지 우리 일상 속에 침투해 있다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아내 ‘사라’(앤 해서웨이)와 가족들, 모든 것을 건 용기 있는 싸움을 시작한다.>
형사고발 사건으로 다룰 수 없답니다. 도리 없이 민사 소송으로 하여 보상을 청구하는 쪽으로 돌립니다. 앞서 말했듯이 소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입니다. 로펌에서도 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지난 자료들을 요구했더니 트럭으로 하나를 실어다 줍니다. 해볼 테면 해봐 하는 식이지요. 이왕 발 디뎠으니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남의 도움을 빌릴 처지도 못됩니다. 혼자서 버텨야 합니다. 말 그대로 일 속에 묻혀 사는 것입니다. 떼돈 벌어다주는 것도 아닌데 어린 자식들 돌아볼 시간도 없습니다. 아내도 버티다 짜증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내도 상황을 듣고는 이해는 합니다. 그래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것을 어찌합니까? 가족이 모두 힘든 것입니다.
이제는 역학조사 결과에 따른 증거를 요구합니다. 그러면 주민의 혈액검사를 일일이 해야 합니다. 대규모 공장에 고용되어 일하는 주민들이 쉽게 응해줄까요? 다행히 로펌이 투자해줍니다. 혈액검사에 응해주는 주민에게 그 대가로 현찰을 지불해주기로 합니다. 큰돈을 쓰는 셈입니다. 어쩌면 투기일 수도 있습니다. 과연 보상이 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많은 사람의 혈액검사를 함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하는 것입니다. 주민들은 주민들대로 대가를 치르지요. 회사가 가만두겠습니까? 한 해, 두 해 시간은 가는데 소식은 오지 않습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쓰러집니다. 그 지경으로 버티다 결국은 검증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재판이 쉽게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길고도 긴 싸움입니다. 아무튼 덕에 주민들은 보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세월이 흐르며 희생도 따릅니다. 이미 기형으로 또는 질병을 안고서 살고들 있습니다. 도움은 되겠지만 상처를 안고 사는 인생들입니다. 끝까지 남편의 외로운 싸움에 조력자가 되어준 아내와 그래도 믿고 참고 밀어준 로펌 대표가 고맙기만 합니다. 그 독성의 해악을 알면서도 숨기고 막무가내로 생산하여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기업을 벌할 수 없다는 현실이 더 무섭습니다. 영화 ‘다크 워터스’를 보았습니다.
첫댓글 질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복된 주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