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마음속 하늘나라 하느님 나라는 말 그대로 하느님 것이다. 그 나라는 주인이고 임금이신 하느님 마음대로 다스리신다. 하느님 마음이 곧 법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 마음을 선한 포도밭 주인의 마음에 비유하신다. 그 주인은 1시간만 일한 일꾼에게도 하루 품삯을 준다. 그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아니 그 주인은 일꾼이 필요한 게 아니었던 거 같다. 아무도 사주지 않아 장터에서 하루 종일 우두커니 서있어야 했던 이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하고 마치 정당하게 품삯을 받는 거처럼 만들어 주고 싶었던 거다.
주인의 그런 계산법에 세상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불공평하다고 이의를 제기할 거다. 하지만 그 포도밭은 이 세상이 아니라 하늘나라다. 거기서는 하느님 마음대로다. 외아들까지 아낌없이 내주는 아버지 마음이다. 하루 종일 마음 편히 일한 사람이나 일거리가 없어 하루 종일 마음을 조리며 기다렸던 이나 그 주인에게는 똑같이 고생한 사람이다. 그 나라는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소위 ‘노란봉투법’처럼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을 만들기 위해 다투어야 하는 이 세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나라다.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1시간만 일한 이와 똑같은 품삯을 받은 이의 불평이다. 그의 마음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우리 안에는 이런 마음도 있다. ‘나는 하루 종일 일하고 그 돈을 받았는데, 너는 1시간만 일하고도 같은 돈을 받았으니 참 잘됐네. 축하해.’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이다. 아주 작고, 잘 사용하지 않아 서툴러서 그렇지, 있기는 있다. 사람들 마음이나 심리를 관찰하는 실험 영상들을 보면, 곤경에 처한 낯선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다가가 기꺼이 시간과 돈을 내어주는 이들이 있다. 그가 자기 어린 동생 같아서, 딸 같아서,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나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물론 그 영상은 그런 사람들만 편집해서 그렇지 그냥 지나쳐 간 사람들이 더 많았을 거다. 하지만 그들도 마음 한쪽은 곤경에 처한 그 사람을 향해 있었을 거다. 내 안에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선한 포도원 주인 같은 마음이 들어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이웃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면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든다. 맞다, 그중에 가장 작은 이에게 잘해주지 않은 죄, 주님에게 잘 해드리지 못한 죄를 지은 거다.
그 선한 포도밭 주인은 처음부터 그 일꾼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일거리를 만들어 주려고 장터에 나갔다. 하느님은 당신 자녀들에게 일거리를, 기회를 계속 주신다. 일꾼들이 필요 없었으니 그 일이 크든 작든 당신에게는 의미가 없다. 크고 작고 많고 적고는 우리가 하는 세속적 계산이고 판단이다. 재산과 가족을 다 버리고 주님을 따른 이들이나 생의 마지막 때에 회개하고 복음을 믿은 이나 당신에게는 다 똑같다. 이를 두고 불평하는 이는 하느님을 모르고 하느님 나라에 사는 기쁨, 선하고 의로운 이들 무리에 속했을 때 누리는 기쁨을 모르는 사람이다. 1억 원이나 1조 원이나 내게는 둘 다 그저 큰돈일 뿐 그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 내 안에서 자라고 있는 하늘나라가 바로 그렇다.
예수님, 주님이 어려운 이들에게 베푸신 후한 처사나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신 일들이 저희에게는 파격적이지만 주님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이 되게 도와주십시오. 제 안에 심으신 하늘나라가 잘 자라게 해주십시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제 마음을 아드님의 마음 안으로 이끌어 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