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 길 교보엘 갔어
필요한 책 몇 권 사들고서 종로1번지 출구로 나와
버거킹에서 더블치즈버거와 콜라로 배를 채웠어
그리곤 언제나처럼 종로거리를 거닐었어
걸었다는 말과 거닐었다는 말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뜻은 비슷한 거 같으면서 뉘앙스는 완존히 틀린 말
그러니까 교보에서 종로3가의 종묘까지 걸어서 가나 거닐어서 가나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종로 3가까지 도착하는 건 별 차이가 없는 거잖어
다리가 조금 아픈 것도 비슷할꺼구....
굳이 차이점을 따진다면 거닐은 사람은 걷는 사람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좀 늦어지는 정도랄까?
그렇지만 삶의 내용이 완존히 틀린 거 같아
걸었다는 말이 있음에도 거닐다는 말이 생겨난 건
걸었다는 말에서 표현되지 못하는 어떤 의미를 거닐다는 말로 표현하고 싶었던 거겠쥐
살다보면 굳이 사전을 찾고 싶지 않은 그런 단어들이 있어
눈 앞에서 자연스럽게 영상이 그려지는 그런 단어들 말야
거닐다는 말이 그런 거 같아
사전을 찾는 순간 나의 이 거닐다는 말은
더 이상 거닐다가 아닐 거 같은 느낌
생활에선 살아있는 말이
국어사전에선 왠지 박제가 되어버린 듯한 경험을 많이 했으니깐
사전을 찾아서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사용하는 거보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단어들을
곰곰히 씹고 또 씹으며 사는 것이 더 정겨운 일인 거 같거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