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코기리 만지기'란 말이 있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만 만져서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숲과 나무를 함께 보라는 말이다.
낚시꾼의 대명사로 흔히 강태공을 들먹이지만 알고보면 강태공은 고기를 낚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낚시를 빌려 타이밍을 기다린 것이다.
협상에 있어서 미리 가서 기다리면서 시뮬레이션을 행한 사람과 시간 늦게 헐레벌떡 뛰어가서 협상에 임하는 사람들을 보면
결과는 뻔하다. 예상 문제를 한 번 풀어보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고 협상에 끌려 가는 사람과는 결과가 판이하게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그게 바로 한일 어업협정시의 우리나라 관료들의 상황이었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가 없는 법이다. 낚시 이야기를 하려다가 주제가 삼천포로 빠져버렸네.
나는 1기사때 1기생, 3기생, 8기생 고참 기관장들과 함께 배를 탔다.
성격이 꾀까다로운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기관에 대해 잘 모르니까 1기사를 신임하고 모두 맡기셨다.
그러고는 낮에 할 일이 없으니 방에서 혼자 낚시줄을 매서 사관들한테 나눠주시는 분도 있었고 또 어떤 분은 낚시 종류와 낚시줄도 다르게 매어 벽에다 진열을 해 놓고 계셨다. 일본에 들어가면 낚시에 관한 책도 사서 깊이 연구를 하시기도 하였다.
배가 외항에 입항하여 입항 수속을 하는 동안 잠시 엔진을 끄고 있는 동안에 기관장님은 먼저 바닷물에 낚시를 던져 넣어셨다.
나는 기관실에서 뒷처리를 하고서 늦게 올라와 방에서 낚시를 챙겨서 갑판에 나가 낚시를 하면 고기는 항상 내가 먼저 건져 올렸다. 나는 마산 선창가에서 자라면서 낚시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실전 경험이 풍부하였고 대신 기관장님은 이론적으로만 공부를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전에서는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주식과 낚시는 비슷한 데가 많다. 기다림의 미학이란 점도 비슷하다.
프로 낚시꾼이 있는가 하면 프로 주식투자꾼도 있다. 낚시군은 고기를 낚지만 주식 프로들은 주가를 낚는다. 고기나 주가나 프로들의 눈에는 다 돈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선 개미나 프로의 구분이 없다. 따라서 개미들은 프로의 밥이나 다름없다.
금년들어 코스피가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고점에서 물려 꼼짝 못하고 있던 차에 매도한다는 것이 이웃종목을 건드려 의도치 않게 매도가 되어 제법 손해를 입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종목이 하락하는 바람에 오히려 득이 됐다.
오늘 아침에 주식계좌에 현금이 900만원 정도 남아 있었다.
옳다 됐다 싶어 개장이 되자마자 볼린저 밴드 상단 돌파 종목중에서 등락률이 높은 아이템을 골라서 틱상으로 낮은 값으로 매수를 해서 값이 올라가면 팔아서 제법 짭잘한 재미를 보아 이득을 46만원까지 보게 됐다. 그런데 10시반쯤 그 종목이 상한가에 걸려 꼼짝않고 있어 다른 종목으로 옮겨 탔다. 그랬더니 이 종목은 상한가까지 올라갔다가 하강하는 참이었다. 아직 시간이 있는데 한번은 올라가지 않을까 하고 들어 갔는데 계속 미끄러지는 것이었다. 어어 하는 사이에 바닥으로 빠져 결국 5만7천원 손절하고 나왔다. 내일이면 더 빠질 것 같아서였다. 낚시는 아무나 하는 것 아닌데 더구나 썰물때는 고기가 입질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까미득히 잊어버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