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사회부 영남취재팀 장준성입니다.
설 연휴도 이제 막바지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드려야 할텐데
여기저기서 뒤숭숭한 소식이 들려 다소 씁쓸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설’ 아닙니까. 오늘은 ‘복(福)’에 관련된 얘기를 해볼까요.
지난 8일자 조선일보 A7면에는
「1등 2번이상 전국 로또명당 34곳」이라는 기사가 나갔습니다.
(참조: http://www.chosun.com/national/news/200502/200502070172.html)
팍팍한 세태에 '청량제'를 찾으려는 인파가
로또 1등 당첨자를 여럿 낸 이른바 ‘로또 명당’으로 몰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지요.
전국의 로또 1등 2회 이상 당첨자를 낸 판매소들이 소개됐습니다.
기사가 나간 뒤 독자님들의 여러가지 다양한 말씀과 지적이 있었습니다.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었고, 조선일보가 이런 기사까지 써야하느냐는 '쓴소리'도 있었지요.
제가 취재한 부산시 범일동의 로또명당 위치를 묻는 분도 계셨습니다.
설날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친구들 반응도 그랬습니다.
기사가 어떻다느니, 거기가서 로또를 사달라느니,
새해 덕담 대신 로또 얘기만 주고받았는데, 그 중 한 분이 물어보더군요.
"야, 그 로또명당 주인들도 대박 덕 좀 보냐?"
질문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1) 로또가 많이 팔리니까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겠느냐
(2) 1등 당첨자가 여럿 나오는 명당이니까,
주인도 거기서 규칙적으로 로또를 뽑으면 당첨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글쎄요. 다른 곳은 모르겠고, 제가 알아봤던 그 가게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부산 범일동 로또명당은 1등 당첨자가 4명, 2등 당첨자가 6명 나온 곳입니다. (전국에서 1등 당첨자가 4명 이상 나온 곳은 충남 홍성과 부산 범일동 이렇게 두 곳이랍니다) 3,4등은 수두룩하게 나왔고요.
그때문에 이 가게는 조선일보 기사가 나가기 전부터 TV방송을 3번이나 탔을 정도로 이미 소문이 많이 나 있던 곳입니다.
하루 손님이 평균 1000여명, 많을 때(주로 토요일인데)는 수 천명을 넘어선다고 합니다.
게다가 매주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이 1000여명,
서울과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오는 손님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보통 로또 판매소가 받는 이익은 판매액의 5.5%라고 합니다.
자, 이 가게의 수입이 얼마나 될지 계산하는 것은
여러분들께 맡기겠습니다. (괜히 오해사고 싶지 않습니다^^)
조금 더 흥미로운 건 질문 (2)입니다.
가게 '터'가 좋은 로또 명당에서
주인이 뽑는 로또 복권은 당첨될 확률이 어느정도 될까요?
이 곳 주인 권광택(39)씨에게 위의 질문을 했더니 권씨는 ‘허허’ 웃으며 손사래만 쳤습니다.
재미를 본 것 같아서 좀 짓궃게 계속 물었더니
"손님이 버린 거 주웠더니 되더라"고 말하더군요.
손님이 실수로 번호를 잘못 기입했거나
발매를 취소시켜달라고 한 복권을
버리기 아까워 따로 뽑아 놓은 게 희한하게도 3,4등(6개 번호 중 번호 3~4개가 당첨번호와 맞아떨어지는 것)에 당첨됐다는 겁니다.
당첨횟수는 정확하게 기억 안나지만 적어도 6~7회 이상 그랬다고 하더군요.
이런 소문이 나서 그런지 자동선택으로 로또를 뽑아달라고 했다가, 다시 취소했다가, 다시 자동선택으로 해달라며 주문을 바꾸는 까다로운 손님들도 여럿 있는 모양입니다.
원래 자동차 정비센터를 해오던 권씨는 2002년부터 센터 옆 창고를 개조해 복권 가게를 열었답니다.
"지나가던 역술인이 가게를 보더니 여기 터가 ‘용의 꼬리’에 해당되는 부분이니, 복권 가게 하길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십니까? 로또 판매점을 운영하는 분들 중에
상당수가 가게 '터'를 따지면서 가게를 엽니다.
서울 은평구에서 로또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 중년남성(50)도 몇 달간 수소문끝에 '용의 꼬리'에 해당하는 가게 터를 일부러 찾아서 사업을 시작했답니다. 사람 왕래도 잦은 곳이고요. 그런데 3등 당첨자 이상의 성과가 없었고, 하루 손님도 많아봤자 100명 미만이라고 합니다.
이런 얘기를 하자 권씨는 "결국 가게 복이 아니라 손님 복"이라고 했습니다.
손님들이 가져오는 복이 가게에 쌓이기 때문에 대박이 자주 나온다는 얘기죠.
"터가 아무리 좋으면 뭐하겠습니까. 복(福)도 자기가 모셔와야 오는 겁니다. 성심으로 손님 대하고, 겸손한 마음 가져야 복이 찾아오는 거지요."
어차피 기분으로 하는 얘기니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말아주십시오.^^
하지만 권씨가 하루에 1000명이 넘는 손님 대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결국 모든 일의 성패가 사람 마음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씨는 1000원짜리 손님(번호조합을 하나만 하죠. 보통 이런 조합이 다섯개씩 1장으로 구성되면 5000원입니다)일수록 더 정성껏 대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기자한테 하는 말이니까 좋은 말만 했을지 모르지요.
그래서 저는 시험하는 마음으로
설 당일 경기도 일산의 한 로또 판매소에 들어가 1000원짜리 로또를 사봤습니다.
끙끙대며 번호 6개를 조합해서 주인 아주머니에게 드렸다가, 다시 취소하겠다며 「자동선택」으로 해달라고 했다가, 다시 번호를 기입하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좀 너무했나요? 자리에 다시 가서 사인펜을 만지작거리는데 결국 그 분이 한마디 하시더군요. "사인펜은 다 쓰고 제자리에 놓으세요. 가져가지 마시고요." (귀찮고 짜증난다는 분위기가 팍팍 풍겼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게를 나왔습니다.
그 분, 복(福)을 쫓은건지 아니면 액(厄)을 쫓은건지 그건 모르겠네요.
^^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제가 이 글을 옮긴 이유는 느낀 바가 커서입니다. 8 천원 줄 손님이라고 확신하고 마음을 비우고 정성껏 모셨을때 의외로 그런손님(차정말 후지고 술 마신 장소도 별로고 해서 8천원이라고 확신)이 2-3 만원을 흔쾌히 주셨을때.... 모든 손님에게 한결같이 친절하게 모셔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8 천원짜리 장거리 손님도 최대한 친절하게 모신다면 그런 복이 모이고 모여서 저에게 저절로 복이 굴러오는거 같습니다. 8천원짜리 손님에게 짜증을 낸 날은 어김없이 수입이 안 좋더군요....... 이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번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 볼 문제입니다. ^^ 긍정의 힘이 모여서 큰 긍정을 만들어 낸다는것
생각해 봐야 될 문제가 아닐런지요 ? ^^
참고로 7 일날.... 장거리고 워낙 털털거리는 트럭을 타고 서부정류장에서 검단동까지 모셨는데 3 만원 받았습니다. 내릴때 그분이 젊을때 열심히 살라며 명함 한장을 주시던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의 임원이시더군요.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르는가 봅니다.
느끼시는바가 크셨나보네요
돈과 복이 쫒아오게 만드는거... 것두 역시 본인 스스로 하기 나름이겠지요... 마음 깊이 새기겠습니다...^^
오늘 느낀대로 행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