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가을 산책길 산책
2017. 10. 26. 금계
노르웨이 빈스트라의, 페포르 호텔 주변 산책길
산책길 하면 5년 전 열이틀 동안 돌아보았던 북유럽을 잊을 수 없다. 거기는 가는 곳마다 정감 넘치는 자연 속에서 차분하고 조용하고 옹골진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노르웨이 햄스달의 산책길
스웨덴 크리스틴 암의 산책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의 여름궁전 산책길
우리 집 앞 웰빙공원 산책길
10월 26일 1시경, 나는 똑딱이 사진기를 들고 집을 나선다. 나는 오늘 목포의 대표적인 산책길들을 걸으며 가을 하늘을 마음껏 즐길 심산이다.
[1] 웰빙공원 산책길 : 목포역-임성역 철도폐선부지 약 3km
[2] 하당 산책길 : 하당 동서를 꿰뚫는 숲길 약 2.5km
[3] 삼향천 산책길 : 하당을 흐르는 삼향천 천변로 약 1.5km
[4] 평화광장 : 광장 바닷가 산책길 약 2km
웰빙 산책길 주변의 예쁜 집
숲 우거진 하당 산책길
웰빙 산책로를 따라 버스터미널 언저리까지 걷다가 오른쪽으로 꺾어들면 숲이 우거진 하당 산책로가 나온다. 도심에서 고즈넉한 숲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다.
나는 발걸음을 옮기면서 또 평생 동안 화두로 삼은 말을 떠올린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왜 사는가. 왜 태어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모르겄다.
하당 산책길
대형 상가 건물 ‘포르모’의 안마당
대형 상가 건물 ‘포르모’를 지나 왼쪽으로 꺾어서 조금 걸으면 삼향천 산책로가 나온다. 삼향천에는 갈대가 우거져 있다. 역시 시냇가라 볼거리도 많고 마음도 푸짐해진다.
갈대 우거진 삼향천 산책길
오메, 코스모스랑 피었네.
삼향천 산책길. 자전거 출입금지. 개 출입금지.
삼향천 냇물에 비친 나무 그림자
삼향천에는 오리와 잉어가 산다
잉어를 들여다보는 한가한 아주머니들
가을 하늘 공활한데
미항초등학교
삼향천이 끝나는 곳에 예쁜 미항초등학교가 보인다. 나는 네모반듯한 건물을 싫어한다. 가운데가 주황색으로 둥글게 휘어진 초등학교 건물이 무척 아양스럽고 낭창낭창한 느낌이다.
삼향천은 영산강 하구언 아래 바다로 빠져든다.
미항초등학교 다리 건너 건물들 지붕 위로 ‘산타마리아’ 식당의 돛폭 세 개가 참 멋스러워 보인다. 처음에는 그 이국적인 돛대 덕분에 목포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는데 요즘은 어쩐지 모르겄다.
삼향천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서 평화광장 산책로가 시작된다.
영산강 하구언 수문 언저리에 외로이 떠 있는 작은 배
하구언 언저리의 낚시꾼
삼향천 산책로와 평화광장 산책로가 만나는 곳에 있는 출렁다리. 나는 거기에서 평화광장 산책로를 포기하고 다시 되돌아선다. 자전거부대와 만날 약속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 오전 광주에서 출발하여 영산강 강변도로를 따라 목포까지 왔다.
따르릉, 이윽고 전화.
“음, 청호시장 청호식당이라고? 알았어. 지금 곧 택시 타고 감세.”
유 선생이 시장에서 팔팔 뛰는 ‘오도리’를 사 왔다. ‘오도리’는 ‘뛰어오르다’라는 뜻의 일본말인데 실제로는 팔팔 뛰어오르는 ‘보리새우’를 가리키는 말이란다.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지만 올해는 낙지가 귀하고 비싸서 며칠 전에 처음으로 산 낙지 맛을 보았다. 비싸기는 보리새우도 마찬가지다. 오늘 처음으로 맛본다. 한 마리에 3000원쯤으로 알면 틀림없다.
맛나기로는 가을 전어도 마찬가지다. 회를 깨물면 고소한 기름이 질질 흐른다. 두어 시간 산책 끝에 좋은 안주에다 마시는 술맛이 끝내준다.
1970년대 후반 완도여중에서 만났으니까 저들과 사귄 지도 어언 40년이 다 되었다. 우리들은 헤어지기가 자못 아쉬워서 ‘청해동우회’라는 계모임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그 모임을 시작한 지도 3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열 가까웠는데 지금은 여섯 명만 남았다.
처음에는 방학 때 집집마다 어린 아이들까지 데리고 회원 집을 방문하였다. 어떻게 그 비좁은 아파트 살림집에서 회원들에다 부인들에다 아이들까지 스무 명 넘는 사람들이 복작대면서 하룻밤을 자고 먹었는지 지금 상식으로는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그런 모임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윤 선생, 류 선생, 이 선생은 불과 나보다 서너 살 아래들인데 끄떡없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고 다니니 부럽기 짝이 없다. 사실은 나도 고등학생 때 짐바리자전거에다 쌀 한 가마니를 싣고 배달을 다녔으니 자전거라면 자신 있다. 그러나 세월이 번쩍 흘러 칠십을 넘기고 보니 건강이나 체력도 전만 못하여 자전거 전국 일주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신세가 되고 말았다.
특히 음악과 이 선생의 별명이 우습다. 그는 항상 자전거 행렬의 선두에 서서 과도하게 속력을 높이기 일쑤여서 ‘질본(질주 본능)’이라 불리게 되었다.
류 선생은 집이 목포지만 윤 선생, 이 선생은 광주까지 버스 화물칸에다 자전거를 싣고 가야 한다. 다음에 또 내려오라는 말로 인사하고 악수를 나눈다. 그들의 뒤꼭지가 서운하면서도 부럽다.
다시 버스터미널 부근. 해가 진다. 저녁놀이 발그레하다.
왜 사냐고? 그걸 어찌 아노. 그냥 웃으며 사는 거지.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했으니 그냥 슬슬 걸어 다니다 말제 별 것 있간디. 살아보니 부귀영화도 모두 덧없는 일이더라. 출세도 별 것 아니더라.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니 허무주의에 바탕하여 가볍게 거닐어야 쓰겄더라. 칠십을 넘기고 보니 세상만사가 컴퓨터 비활성화 창처럼 뿌옇게 희미해지더라.
다시 웰빙공원 산책길. 해가 졌는데도 그럭저럭 사진이 찍힌다.
그래도 나는 결혼하여 아들도 셋이나 낳고, 손자 손녀가 벌써 넷이나 되고, 남들 사는 흉내도 다 내보고 나이도 일흔을 넘겼으니 살 만큼 살아본 것을 아주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 않던가.
그나저나 집에 닿으면 곧 야구 볼 시간이다. 어제는 코리언 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한테 졌다. 헥터를 철석같이 믿었던 내가 바보지. 오늘은 양현종이 잘 던져야 할 텐데 또 지면 큰일이다. 기아가 우승한다고 뭐 나 K-5 한 대 줄 것도 아니지만 팔이 안으로 굽는 걸 어떡하냐.
목대 송림캠퍼스 축구장이 야간조명으로 휘황하다. (끝)
첫댓글 오랜만에 여기에 들르니, 선생님 글도 읽고그 옛날 제 초임 시절의 선배 샘들도 뵙는군요. 류훈영 샘, 이세길 샘, 우스갯소리를 참 잘하셨던 윤성만(?)샘. 그땐 사실 저는 아직 잘 모르긴 했지만 선배 샘들에게 약간의 실망감이 있었기에 거리감도 느꼈었지요. 류훈영 샘은 몇 달 전, 소성리 사드 싸움 현장에서 뵈었지요. 건강하시지요? 저도 퇴직하고 지금은 구례 산속에다 지은 초막에서 멍 때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언제, 순천이나 구례에 오실 일 있으면 연락주십시요. 소주 한 잔 올리겠습니다. 건강과 평화를 빕니다!
유훈영, 이세길, 윤성만 선생님과 함께 근무했다니 그도 참 반가운 말씀이네. 사람은 늙고 세월은 새록새록 추억만 그리워하니 우리 한 선생 글을 읽으니 새삼 반가운 마음이 앞서네. 언제 인연이 닾으면 한번 전화하고 놀러감세. 늘 안녕하시기를.
@조명준 반갑습니다. 제가 있는 산속의 방안이 불통 지역이어 부재 중 전화 표시도 안 되어 오해하기 쉽습니다.
저녁에는 내려오니, 저녁시간이나 아침 9시 이전에 전화나 문자, 카톡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길......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