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김영기
88 고개 바라보니 아른아른 아지랑이
시의 옷
시의 밥
시의 집
시의 넋
세상이 복마전이래도 꽃피우니 시의 힘
2024년(갑진) 6월 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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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의 옷/ 김영기
편하고 임의로운
단벌 남루 벗으려고
신상을 걸쳤더니
어색하고 불편하다
빈티지 축에도 못 낄
솔기 해진
옷 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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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보았다/ 김영기
화창한 봄날 한철 아득해 그에게는
조롱하는 새 노래를 축가로 들었을 때
끝자락 풀벌레 울음 서러운 줄 몰랐다
죽어도 안 온다던 죽어서 돌아온 그
대소가(大小家) 종착역이 여기인 줄 알았으랴
미워도 어쩔 수 없이 장대 빗속 달린다
조강치처 숙명이란 믿을 수 없다하고
그 길에 뿌린 씨앗 숲으로 가꾼 곳에
바람에 뒹굴며 오는 가랑잎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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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씻는 법/ 김영기
들숨 날숨 바람으로 소리를 삼키며
쇠북이 되기 위해 끈길김을 익혔다
미물을 아끼는 곳에 사물(四勿)의 길이 보여
쇠북은 무엇으로든 되는 게 아니었다
다 주고 한 장 가죽 속을 텅 비운 순간
중생의 영혼을 씻는 법고 소리 둥 둥 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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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깨끗하다
-소쇄원에서/ 김영기
물결이 물결을 밀고
바람이 바람을 밀어
더 맑아지고 푸르러
고고한 기상이다
쥘부채 거르고 써는 만남도 서늘해
소리와 햇빛이
한 몸으로 흘러서
청매미 울음도
맑고 깨끗한가 보다
세월의 더께를 터는 아름다운 저 몸짓
나 여기 초대되어
광풍각에 앉으니
탐라를 연 양을나의
바다 빛 그 정기가
수천의 푸른 깃발로 펄럭이는 소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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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새로운 교감
김영기 시조집/ 시(詩)의 옷/ 정은출판/ 2024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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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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