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수제국수

v 예산수제국수    국수는 음식 가운데 길이가 길다. 국수 가락이 길다보니 장수의 뜻과 결연이 이어지기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회갑연이나 결혼식에 참석한 손님들에게 식사대용으로 국수를 즐겨 대접한다. 과거 밀이 귀했던 시절에는 상류층사람들만이 국수 즐겨먹었다. 제사나 잔치 등의 특별한 날이나 국수를 먹을 수 있었다.   요즈음 농협마트, 시장 등에서 국수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먹고 싶은 만큼 사다 집에서 마음대로 요리하여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나는 면 종류를 무척 즐겨 먹는다. 면 중에서도 국수를 즐겨 먹는다. 즐겨 먹는 국수종류는 단연 비빔국수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기 때문이다. 국수를 매번 배부르게 먹고 나면 배속에서 포만감이 느낄 수 있다.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나의 입에서 침이 흘러나온다. 국수 먹을 때 다른 사람보다 나는 먹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국수 많이 먹으면 체중이 많이 나간다. 국수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회식이나 모임자리에서 갈비 등을 먹고도 국수 시켜먹는다. 집사람은 국수를 나처럼 좋아하지 않는다. 나와는 정반대이다. 라면에 비해 국수를 삶으려면 귀찮고 손이 많이 간다. 국수를 먹고 싶을 때마다 삶아 달라고 할 수 없어 내가 손수 냄비에다 물을 넣고는 국수 삶아 먹는다. 눈대중 5배정도의 물 냄비에 붓고는 끓이다가 국수를 넣으면 하얀 공기방울 거품 연신 품어 댄다. 공기방울의 거품을 토해내면 찬물 조금 넣으면 거품이 가라앉는다. 반복하여 거품을 품으면 차가운 물을 넣는다. 서너 번 반복하여 찬물 넣으면 면발이 쫄깃해진다. 국수를 삶을 때 면이 차가운 물이나 공기에 닿으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쪼그라져 잘 퍼지지도 않는다. 삶은 국수를 소쿠리 담아 물이 빠지면, 큰 그릇에다 고추장, 기름, 열무김치 등을 넣고는 비벼서 먹는다.   예산수제국수의 원료는 밀가루, 옥수수전분, 정제염이다. 이런 원료로 만든 국수는 태양열에 말려 제품이 완성된다. 국수가 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뜨거운 태양의 햇살을 받으며 열에 단련된다. 국수는 태양열보다 더 뜨거운 100℃이상의 열을 잘 소화한다. 국수를 삶을 때마다 연신 영롱한 공기방울 거품을 품어댄다. 국수를 삶을 동안 가끔 예산수제국수를 말리고 있는 여름 날 태양이 지는 저녁 햇살아래 흰 구름이 이동하는 모습들이 떠오른다. 예산수제국수 소상인 공장기계에서 면을 뽑자마자, 국수면발은 국수 가락으로 변모 도로변에 옮겨서 시누대에 허리를 반듯하게 걸치고 누워버린다. 그런 모습을 예산시장․역전시장 도로주변에서 날씨가 화창한 날 자주 볼 수 있다. 질서 정연하게 죽 늘어선 모습은 정답게 느껴진다. 예산수제국수의 참맛은 사람의 손맛이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솔솔 불어오는 시원을 예산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을 충분히 받는다. 그래서 예산수제국수는 다른 지역 국수보다 월등히 맛있고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5월 저녁 퇴근하면서 삽교농업협동조합 마트에서 1400g수제국수를 사왔다. 집에서 포장지를 살펴보니 ‘백월산 예산국수’였다. 국수 포장지에 지역표시가 홍성읍 월산리로 되어있었다. 포장지를 더 자세히 살펴보니 원료는 밀가루, 옥수수 전분이 외국산(미국, 호주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정제염 표시는 국내산이라 다행스러웠다. 내가 그동안 즐겨먹던 예산수제국수의 원료가 수입 산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기분은 좋지 않았다. 예산에서는 애석하게도 대량생산하는 기계를 설치한 곳이 없다. 상표만 ‘예산’으로 표기되어 인접 지역인 당진, 홍성지역 국수공장에서 생산한 국수가 예산지역 마트나 상점 등에서 잘 팔린다. 예산읍 지역에서 수제공장을 운영하는 곳이 6~7개 된다. 예산수제국수는 주문생산에 의해 국수는 포대로 외지에 택배 배달한다. 예산수제국수를 사려고 하면 예산수제국수공장을 방문 구입하면 된다.   예산수제국수를 즐겨먹는 동안 언뜻 슬픈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00면사무소에서 재직 중에 직원이 "채무가 많다며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자 총무계장이 “나도 월급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워 국수를 삶아서 많이 먹었다.”라며 소비보다는 절약하면서 살아가라고 직원에게 직언하는 것을 들었다. 그 직원이 사직서를 내면 설득과 이유를 대서 사직서를 반려했다. 조금 지나면 사직서를 내고 반려하고, 사직서 또다시 제출하면 반려 반복하다가 예산군청에 사직서를 진달하였다. 결근하는 날짜가 많아지고 처리할 서류도 밀리자 군청직원으로부터 지탄의 전화를 상급자들은 많이 받았다. 그 당시 총무계 서무업무를 보면서 내손으로 처리 했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사직서 진달 후  일주일 지나서 사표수리가 되자 그 직원은 우리 곁을 떠나야만했다. 최근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을 여러 번 접하게 되어 늘 마음이 아프다.   조금 전 서울에서 공부하는 자녀에게서 주말을 이용해 내려온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예산 오일장날에 가서 갱지로 둘둘 마른 예산수제국수를 한 포대 사와 집에다 비축해 놓아야겠다. 그동안 객지에서 무더위 속에 공부하랴 고생했다고 아들을 격려하려고 한다. 내일 점심에 자녀에게 예산수제국수 한 솥 삶아 소쿠리로 건져 그릇에 듬뿍 담아 주려는 생각에 오늘 따라 마음이 분주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