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은 '발행인이 소유자에게 일정 금액에 상당하는 물품이나 용역을 재공할 것을 약속하는 '유가증권'이다.
형태만 다를 뿐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상품권이 처음 선보인 때는 일제 강점기인 1930년.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미쓰코시백화점 경성점이 상품권 시대를 열었다.
해방 후 잠시 자취를 감췄던 상품권은 1961년 설탕.조미료 교환권으로 다시 등장한다.
1999년 상품권법 폐지로 발행이 자유로워지자 상품권 종류가 급증했다.
지금은 백화점.구두 외에도 주유.외식.도서.관광.문화 등 200여종이 넘는 상품권이 유통되고 있다.
상품권은 종이 형태가 일반적이지만 정보기술(IT)발전으로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함께 쓸 수 있는
카드.전자식과 모바일 상품권으로 진화 중이다.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부침도 심하다.
요즘은 백화점 상품권이 '받고 싶은 선물' 순위에서 톱이지만
1980~1990년대 초반까지는 구두상품권이 단연 으뜸이었다.
1980년대 명절선물로 잘 팔려 제화업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1994년 백화점상품권이 나오면서 구두 상품권 인기가 급진직하하자 업체들은 할인 판매에 들어간다.
그 대가는 가혹했다.
제품 가치의 추락에 할인율을 더 톺혀야 하는 악순환의 연속. 효자 역할을 하던 상품권이 부매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현재 구두 상품권 할인율은 30%대에 이른다.
최근 1961년부터 한국 구두 역사를 써 온 에스콰이어의 제조업체 EFC가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빅3의 금강제화나 엘칸토도 사정은 좋지 않다.
엘칸토는 모나리자와 이랜드로 주인이 바뀌면서 10년 새 매출이 반토막났다.
토종 제화의 위기는 상품권 장사에 눈이 멀어 소비 패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2000년대 국내에 본격 진출한 수입 구두는 독특한 개성과 디자인으로 탠디,소다 등
후발 국산 브랜드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무기로 소비자를 끌어들이지만 '빅3'는 예전 방식 그대로였다.
위기는 항상 한순간의 성공에 취해 변화를 외면할 때 찾아온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