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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18
#1. 갤러리 외부 물가 일각 (D)
소현 : 오랜만이야.
달수 : 어.. 그래. 그런데... 너 어디 가?
소현 : 이혼하고 나면 나갈거라 그랬잖아.
달수 : 그렇지 않아도 물어보고 싶은 거 있었어. 너 혹시... 내가 짤릴까봐 중간에 니가..
소현 : (OL) 그런 거 없어. 난 선배랑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거 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신경쓰지 마. (하다가 멈칫 표정)
저쪽에서 두 사람을 찍고 있는 파파라치가 보이고.
소현 : 선배. (하며 달수 막아주려고) 고개 돌리지 마.
달수 : 왜.
소현 : 고개 돌리지 말라구. 이쪽으로 비켜.
파파라치 달수를 조준해서 찍는 표정들.
소현 : 들어가 먼저. (하면서 달수를 밀어내려다가 삐끗..)
그대로 물에 빠지는 소현. 달수 표정!
순식간에 아수라장 되고. 사람들 몰려오고.
뒤늦게 뛰어오는 지애. 놀라는데.
저만치 뒤로 뛰어나오는 태준.
그 순간. 달수, 물에 뛰어들어 소현 팔을 붙잡고. 그 모습 보는 지애 표정.
지애 뒤로 영숙 와서 서고. 남몰래 회심의 미소 짓는데.
그 표정 놓치지 않고 보는 봉순.
경호원들 몰려들어 소현 구해내는 거 도와주고. 물에 흠뻑 젖은 소현에게 담요 덮어 씌워주는.
역시 젖은 달수, 가쁜 숨 몰아쉬며 정신없다가 문득 정신 들고 보면..
지애 그 자리에 굳은 채 서 있다가. 조용히 돌아선다.
뒤에는 사람들 어떻게 된거야... 술렁이고.
달수, 표정 있다가 여보.. 하며 따라가고.
뒤에 남겨진 소현. 떨면서 달수 뒷모습 보는.
태준 : (뚜벅.. 다가오고) 괜찮아?
소현 : (표정에서)
#2. 갤러리 앞 (N)
지애 걸어가는데. 뒤따라 뛰어오는 달수.
달수 : 여보 잠깐.
지애 : (그대로 걸어가고)
달수 : 잠깐만. 내 말 들어.
지애 : (계속 걷고)
달수 : 내 말 들어보라구! (하고 지애를 확 돌려세우는데)
지애 : (눈에 눈물 가득한)
달수 : (맘아픈)
지애 : (보면)
달수 : 소현이 아니라 누구였다고 해도 그랬을거야.
지애 : (보고)
달수 : 위험한 상황이었으니까. 다른 누구였다고 해도....
지애 : 알아. 당신 그럴 사람인 거 나도 알아.
달수 : (표정)
지애 : 아는데...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래도 화가 나. 화가 나는 내가, 잘못된거야?
달수 : 아니야. 잘못된 거 아니야.
지애 : 물에 빠진 사람 구해낸 당신이 잘못된 것도 아니고. 그런 당신 보고 화가 나는 나도 잘못된 게 아니고....
뭐 하나 잘못된 거 없는데. 우린 왜 이렇게 됐지?
달수 : ....
#3. 갤러리 내부 (N)
파티 분위기 이어지고 있고.
영숙을 둘러싼 여자들 삼삼오오 모여서 쑥덕이고 있다.
정란 : 혹시... 그때 그 소문 속 온달수씨의 여자가 사장님 사모님?
영숙 : 글쎄... (미소만)
이슬 : 사모님은 뭘 알고 계신거죠. 아까 보니까 둘이 좀 그래보이던데. 천지애씨 표정도 그렇고. (향숙 툭 치며) 안 그래?
향숙 : (옛날 버릇 나와서) 그러게요. (하다가 얼른) 그러게.
이슬 : (확 째리고)
영숙 : 내가 남의 사생활 나불나불 까발리는 성격 아닌 거 잘 알잖아. 아는 게 없진 않지만 내 입으론 다른 얘긴 못하겠네.
일동 : (어머어머 맞구나!! 하는데)
봉순 : (약간 비켜 옆에 서 있다가 툭 던지듯) 맞아 자기들 너무 무례하다. 우리 사모님이 어디 남의 사생활 함부로 까발리는 분이셔?
일동 : (봉순 본다)
영숙 : (쟨 또 왜 저래?)
봉순 : 우리 오영숙 사모님은 남의 사생활이나 치부 같은 거, 잘 감춰 두셨다가 결정적일 때 까발려서 제대로 활용해 먹는 분이셔.
그러니까 그런 거 함부로 막 가르쳐 달라 그러지들 마. 그거 실례야.
영숙 : !!!!!
일동 : (경악)
영숙 : (입가 떨리며 웃는) 한부장네. 지금 무슨 말이야 그게?
봉순 : (웃으며) 사모님. 한부장네라뇨. 제 남편은 대기발령중인데요.
암튼 옛정 잊지 않고 그렇게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영숙 : (저게!! 파들파들)
봉순 : 그리구 자기들도 조심해. 사모님께 한번 흠잡히면 빼도박도 못하는거야.
(뼈있는) 모른 척 하신다고 해서, 모르는 분 아니시니까. 착각들 하지 말고, 미리미리 처신들 잘 해. 알겠지?
일동 : (어정쩡한 표정들)
봉순 : 그럼 저 가보겠습니다 사모님.
산뜻하게 미소 짓고 돌아서서 가며 점점 비장해지는 봉순 표정.
뒤에서 맹렬히 노려보고 있는 영숙.
#4. 소현 집 거실 (N)
소현 소파에 누워 있고. 주치의 쯤 되는 의사와 간호사 정도가 처치 끝내고 링겔병 고정시켜주고 나간다.
태준이 옆에 앉아 있고.
소현 : 이렇게까지 요란 안 떨어도 되는데.
태준 : 너야말로 그렇게까지 요란 안떨어도 됐잖아. 사진 좀 찍히는 게 대수야? 언젠 그런 사진 안찍혔어?
소현 : 나 메이크업 완벽하게 안됐을 때 사진 찍히는 거 싫어하잖아. 그래서 요란 좀 떨어봤어.
태준 : 사진 찍지 말라고 물속에 뛰어드냐? 파파라치들은 더 신났더라.
소현 : 그러게.... 막아주고 싶었는데 일이 더 커져버렸네.
태준 : 그럼. 그놈 막아주려다가 그런 거야?
소현 : 결과적으론 그러지도 못했지.
태준 : (좀 냉정한 톤) 은소현. 내가 봤을 때 온달수는 너 아니야. 텄어 임마.
소현 : 그렇게 정확히 말 안해줘도 알거든?
태준 : 아는데..?
소현 : (가벼운 힐난의 톤) 오빤 아는대로 다 하면서 살아? 좋아하는 사람이랑 안될 거 알면서도, 끝없이 나 밀어내면서 살아왔잖아.
나도 내 의지박약이 싫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오빠한테 지적 당하고 싶진 않네?
태준 : (표정)
소현 : 약기운 도나봐. 졸린다. 잘게.
태준 : 들어가서 잘래?
소현 : 여기가 편해. 그만 가.
#5. 지애집 안방 (M)
새벽. 핸드폰 시끄럽게 울린다. 잠들어 있던 지애, 전화벨 소리에 깨고.
지애 : (잠결에) 여보세요? 응. 엄마. 왜.
친정모OFF : 이게 어떻게 된거냐? 온서방 어떻게 된거냐구!
지애 : 응? 뭐가?
#6. 지애집 거실 (M)
지애 튀어나온다. 달수, 자다가 깨서 왜저래? 보는데.
지애 현관문 열고 신문 들고 다시 들어온다. 바닥에 신문 쫙 펴고 몇장 넘겨보다가. 헉!!!
대문짝만하게 사진과 기사가 나 있다.
<허태준 사장과 이혼한 대광그룹 딸 은소현씨, 열애설> 식의 헤드라인 기사가 떠 있고.
달수가 소현 구해내는 모습. 반쯤 고개를 돌린 달수는 눈을 검은띠로 가린 채..
지애, 너무너무 기가 막힌다.
달수도 뒤에서 반쯤 눈을 뜬 채 보다가 헉 놀라는.
달수 : 이게 뭐야?
지애 : 뭐긴 뭐야! 보면 몰라?
달수 : 어떻게 된거야! (기막혀서 신문 들어서 보는데)
이때 집 전화벨 울리고. 지애 받는다.
지애 : 여보세요.
큰동서OFF : 동서, 나야. 이거 서방님 맞지!
#7. 시댁 거실 (D)
큰동서 전화중이고. 시모가 옆에 딱 붙어 앉아 있다.
시모 : 뭐래니.
큰동서 : 어설프게 가렸어도, 딱 보니까 서방님이네. (전화기 가리고) 아무 소리 못하는 거 보니까 맞나봐요 어머님.
시모 : 아이구.... 내가 못살아. 이게 웬 집안망신이니.
큰동서 : 근데 동서. 서방님 정말 이 재벌집 여자랑 그렇고 그런 사이야? 서방님 능력 좋으시다.
시모 : (버럭) 얘!!!!
#8. 지애집 안방 (M)
지애 전화 끊으며. 짜증나 죽겠는데. 또 울리는 전화벨.
신경질적으로 코드 확 뽑아버리는 지애. 그러자 이번엔 달수 핸드폰 울리기 시작한다.
지애 : 잘한다! 아주 전국적으로 광고를 했구나?
달수 : (신문 들여다보며 아직도 패닉 상태고)
지애 : 어쩔거야 이제! 어쩔거냐구!
달수 : 가만 있어봐. 나도 생각을 해야 할 거 아냐!
지애 : 생각을 해? 생각이 있는 사람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놔? 당신 아는 사람들 이거 보면 당신인 거 딱 알아.
망신망신 이런 개망신이 어딨어!
동시에 지애 전화벨도 울리고.
지애 : 여보세요! 그래! 미영이냐? 그래. 내 남편 맞다! 맞아! 됐냐? 위로는! 끊어 이 기지배야! (뚝 끊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데)
이때 정원 눈 비비며 방에서 나오다가 신문 얼핏 본다.
정원 : (보자마자) 어? 아빠네?
달수 : (헉!) 정원아. 이걸로 가렸는데도 아빤 거 알겠어?
정원 : 응. 딱 보니까 알겠는데? (아무렇지 않게 화장실로 가면)
달수 : (절망스런)
#9. 회사 로비 (M)
달수 들어오는데. 직원들 모두 힐끗힐끗거리면서 달수 보고, 수근대고. 죽겠는데.
그 뒤로 와서 탁 치는 하참.
하참 : (큰소리) 달수야. 사진 잘 봤다.
달수 : (쉿!!하며) 하대리님~~
하참 : 하과장이거든?
달수 : 암튼요. 지금 죽겠거든요.
하참 : 니가 멋지게 에푸에푸..해서 얼음공주를 구해낸 것까진 좋았는데. 이제 어떡하면 좋냐. 니가 얼결에 전국구 스타가 됐으니.
달수 : (표정 있는데)
다시 뒤에서 탁 치는 양과장.
양과장 : (큰소리) 달수야! 사진 잘봤다! 가린다고 애썼는데. 딱 너더라!
달수 : (윽...)
#10. 지애 동네 슈퍼 (D)
지애, 두부랑 콩나물 사고 있다.
슈퍼집 : (힐끗 보고 은근 웃으며) 맞지.
지애 : (후! 열받고) 뭐가요.
슈퍼집 : 에이.. 맞는데 뭐.
지애 : (버럭) 아 맞긴 뭐가 맞아요! 신문에 난 거요? 그거 우리 애아빠 아니에요! 세상에 닮은 사람이 한둘이에요?
비슷한데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그렇게 가자미 눈 뜨고 보지 마세요!
슈퍼집 : (깜짝 놀라서) 그래. 알았어. (하고 쏙 들어간다)
지애, 열받아 확 돌아서는데. 태준이 서 있다.
지애 : 뭐요 또! 사장님도 물어보시게요? 그거 온달수 맞냐고?
태준 : 난 현장에 있었는데 뭘 물어봐요. 맞는 거 아는데.
지애 : 그런데 왜요!
태준 : 난 지나던 선량한 동네주민이에요. 그냥 길을 가는데, 웬 목소리 큰 동네 아줌마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길래
놀라서 보고 있던 중이구요.
지애 : 그럼 그냥 지나가세요. 동네주민님.
태준 : (표정 있다가) 괜찮아요?
지애 : 아침에 눈 뜨고 지금까지 전화 스무통도 넘게 받았거든요? 내가 지금 괜찮겠어요?
태준 : (도리도리)
지애 : 그러니까 나 건드리지 말아주세요! (확 가 버린다)
태준 : (표정)
먼발치에서 보고 있던 황비서, 갸웃하는.
#11. 소현집 거실 (D)
소현, 여비서와 마주앉아 있고.
소현 : (벼락같이 화내는) 가만 있지 않을 거라고 해. 지면은 일단 나온 거니까 할 수 없고. 인터넷 기사들 다 내리라 그래!
바로 법정소송 들어간다고!
여비서 : 예.
소현 : 한변호사님한테 연락했어? (하는데)
들어오는 태준.
태준 : 다들 난리네.
소현 : (돌아보고 표정) 뭐하러 또 왔어. 나 지금 좀 바쁜데.
태준 : 알어. (여비서에게 잠깐 나가있으란 손짓하고 앉는) 그 아줌마도 화 많이 났더라.
소현 : (표정)
태준 : 몸은 좀 어때.
소현 : (표정 있다가 일어나며) 미안한데. 나 어디 가 볼 데가 있어서.
태준 : 나 방금 왔는데?
소현 : 그러게 전화하고 오지.
태준 : 커피 한잔도 안줘?
소현 : 어딨는지 알잖아. 마시고 가.
태준 : (삐죽)
#12. 지애 집 거실 (D)
스포츠 신문에 나온 소현의 기사 보고 있는 지애. 소현 얼굴에 이상한 낙서들 하고. 마귀할멈처럼 뿔도 그려놓고 그러고 있다.
전화 울리면. 보지도 않고 배터리 빼버리는 지애. 그러자 벨소리 나고.
지애 : (휴... 한숨 쉬고 일어서 나가며) 누구세요. (문 열고 흠칫해서 뒷걸음질 친다)
소현과 여비서 들어온다.
소현 : 죄송해요. 전화 드렸는데 받질 않으셔서요.
지애 : (표정 있다가) 들어오세요.
소현 : (여비서에게) 나가서 기다려.
소현 들어와 앉는다. 지애도 와서 앉고.
소현 문득 보면. 얼굴에 낙서돼 있는 자신의 사진. 소현 표정.
지애, 얼른 신문지 빼다가 엉덩이 밑에 깔고 앉는다. 큼... 하는 표정.
소현 : 아침에 많이 놀라셨죠.
지애 :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소현 : 저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막는다고 막았는데.
지애 : 막고 싶었으면 첨부터 이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죠.
소현 : (표정 있다가) 제가 책임질께요. 선배 얼굴까지 내보낸 매체 상대로 소송도 불사할 거에요.
지애 : (하!)
소현 : 정말... 죄송합니다.
지애 : (노려보다가) 우리 남편 갖고 논 게 아니라. 갖고 싶은 거랬죠?
소현 : (표정)
지애 : 그럼 가질래요?
소현 : !!!
지애 : 가질거냐구요! 내가 가지라 그럼 가질 수 있냐구요.
소현 : (표정 있다가) 아뇨.
지애 : 왜요?
소현 : 선배가 원치도 않을 거고. 또 나 때문에, 천지애씨가 더 상처 받는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진심이에요.
지애 : (표정 있다가) 왜요?
소현 : 선배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지애 : !!
소현 : 선배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면, 선배가 힘들거고. 그건 나도 싫으니까.
지애 : 지금 그거 나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면 실수하셨네요. 내 남편 힘든 건, 나만 싫으면 되지. 그쪽이 왜요? 왜 그렇게 싫은데?
그걸 지금 나 찾아와 위로라고 던지는 말이에요? 아님 작정하고 염장지르는 거에요?
소현 : 위로 아니고 제안이에요.
지애 : 뭐에요?
소현 : 이번 일로 아무 피해 없게 할께요. 내가 책임져요. 두 사람 앞에 나타날 일도 더 없어요. 약속해요.
그러니까 두 사람. 예전처럼 그렇게. 살던대로 사세요.
지애 : (표정)
소현 : (고개 숙인다)
지애 : !!!
소현 : 미안했어요.
지애 : (하.... 소현 감정이 장난이 아니구나 느껴져 오히려 기막히고. 떨리는) 나가주세요. (표정 있다가 차갑게) 나가라구!
#13. 기획실 (D)
달수 자리에 앉아서 인터넷 뉴스 보고 있다.
눈에 검은 띠 가려진 얼굴 사진 게재된 밑에 리플들이 많이 달렸다.
“남자가 아주 꽃제비처럼 생겼구만!”
달수 : (확 열받고 그 밑에 리플다는) 꽃제비처럼은 안생긴 거 같은데요. 나름 건실해 보이는데?
하참 : 너 뭐하냐?
달수 : (얼른 모니터 끄고)
하참 : 야... 뭐 훌륭한 일로 난 건 아니지만 암튼 대단하다 너.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랭크됐더라. 수영남으로 검색하면 니가 나와.
1위가 박지성. 2위가 소지섭. 3등이 수영남.
달수 : 아 그만해요.
김과장 : (오더니 신경질적) 얌마! 신문사에서 너 찾는 전화 왔다.
달수 : 죄송한데. 없다고 좀 해 주시겠어요?
김과장 : 선배를 막 부려먹어라! 갑자기 왜 승진을 하나 했더니, 그런 엄청난 빽을 숨겨놓고 말이야. 저 자식 완전 내숭이야!
(홱 가버리면)
하참 : 내숭!
달수 : (후... 미치겠는)
#14. 인사과 (D)
인사과 직원과 얘기중인 준혁.
직원 : (공문 내밀며) 미안한데. 이게 나와서.
준혁 : 뭐야 이게?
직원 : (미안하지만 냉정하게) 대기발령 받은지 한달 안에 자진사직을 하면 명예퇴직으로 인정해 석달 월급을 지급한다는 내용이야.
준혁 : (!!!)
직원 : 나야 뭐 위에서 시키는대로 하는거니까.
준혁 : 내가 이사님 돌아오시면 얘기하자 그랬지! 자네들 재량으로 일 막 이렇게 진행시키면 안돼.
이러다 나중에 이사님한테 무슨 소릴 들으려고 그래!
직원 : 이 공문 최종 사인하신 분, 이사님이셔. 출장가시기 전에 결재하신 사항이야.
준혁 : (다시 공문을 본다. 김홍식 이사의 사인이 선명하게 보이고. 믿을 수가 없다. 힘이 쭉 빠지는 느낌)
#15. 봉순 집 주방 (N)
후라이팬 위에 맛있게 완성된 볶음밥. 접시에 덜어내고. 테이블에 놔주는 손.
봉순 : (일부러 툴툴대며) 한밤중에 들어와서 볶음밥을 해내래요.
준혁 : (일부러 쎄게) 왜!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들어온 가장! 꼴랑 볶음밥도 못해 줘?
봉순 : 열심히 일한 거 맞아? 오늘은 딴 데 안 새고 회사 갔죠?
준혁 : 당연하지! 내가 부장 자리 며칠 비웠더니 지금 난리야. 업무가 마비됐다구!
봉순 : (안도의..) 정말요?
준혁 : (진지/약간 거만) 당연하지! 밑에 애들이 뭘 알어? 이건 어떻게 해야 하냐 저건 어떻게 해야 하냐.
부장님이 가르쳐 주지 않으시면 우린 모른다.... 아 내가 귀찮아서 회사 안나갈까 싶기도 하고.
봉순 : 무슨 소리에요! 그럴수록 악착같이 나가서 당신의 존재감을 보여줘야지!
준혁 : 그래서 피곤해도 내가 나가는거야. 지금껏 야근하고 왔더니 어흐.. 뒷목 뻐근해.
봉순 : (조심스레) 저기... 복귀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준혁 : (표정) 김이사님 돌아오시면 뭐...
봉순 : (후회되고) 너무 들이받았나....
준혁 : 뭐?
봉순 : 열받아서, 이사님 사모님 확 들이받았거든. 이럴 줄 알았음 가만 있는건데.
준혁 : (표정 있다가) 잘했어.
봉순 : 네?
준혁 : 잘했다구! 들이받을 일 있으면 받아야지! 이번 일로 지들이 더 깨달았을걸? 나 없으면 안된다는 걸? 하고 싶은대로 맘대로 해.
봉순 : (기분 좋고) 으유. 어떻게 맘대로 해요. 금방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괜히 그랬어. 가서 또 납작 엎드려야겠네.
준혁 : (표정)
봉순 : 국물 좀 줄까요? (즐겁게 싱크대 쪽으로 가고)
준혁 : (표정)
#16. 지애 집 거실 (N)
달수 막 들어오는데. 쿠션이 확 날라온다. 얼굴에 탁 맞으며 기분 나쁜 달수.
달수 : 뭐하는거야.
지애 : (씩씩대며) 뭐하는건지 몰라서 묻냐? 내가 이제 동네 챙피해서 밖에 나다닐 수도 없어!
달수 : (낮지만 분명히 화가난) 난 뭐 회사 다니는 거 편한 줄 알아?
지애 : 하긴... 회사 사람들은 또 얼마나 쑥덕대겠어? 사장 전부인이랑 말단직원이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니.
달수 : 그렇고 그런 사이?
지애 : 그럼 아니야?
달수 : 분명히 말했었지. 마음이 잠시 흔들렸던 건 사실이지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고.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는 거 아냐?
지애 : (하!) 너무해? 누가? 내가?
달수 : 빌만큼 빌었고! 이제 아무 것도 안남았어! 더 이상은 빌 이유도 없어!
지애 : 뭐?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빌 이유도 없어? (쿠션 들어서 확 패려는데)
달수 : (팔목 탁 잡는다) 그 일은 당신도 어제 두눈으로 봤잖아! 물에 빠진 사람 그럼 두 손 놓고 보기만 해?
지애 : (팔 뿌리치며) 나한테 강요하지 마. 난 싫어! 무조건 싫어! 왜 자꾸 엮여? 왜 자꾸 그 여자랑 엮이냐구!
우연이고 뭣이고 간에 엮이는 것도 당신 잘못이야!
달수 : 그렇게 말하면. 당신은!
지애 : 뭐?
달수 : 당신 사장이랑 자꾸 엮이는 건 어떻게 설명할건데! 어떤 사이냐고. 어떻게 가까워진 관계냐고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도 안해줬잖아!
지애 : (왠지 살짝 밀린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랬지! 말하려고 보면 복잡하니까!
달수 : 복잡해? 그럼 난 당신이 복잡하다고 설명 안해주면 그냥 모르고 넘어가야 되고. 따지지도 못해?
지애 : (화딱지 나고) 그래! 말한다 말해! 내가 하두 돈이 없어서 니가 준 결혼반지 팔아먹으려고 했었어! 공과금 낼 돈이 없어서!
그런데 사장님이 내가 판 결혼반지 찾아다 주더라!
달수 : 뭐?
지애 : 뭐 이런저런그런 일들 때문에 사장님한테 빚이 좀 생겨서 그거 갚느라 몇 번 만났어.
그게 어떻게 니가 은소현 만난 일이랑 같냐?
달수 : (더 화나고) 빚을 져?
지애 : 이게 다 니가 돈을 못벌어다줘서 생긴 일 아냐! 돈만 많이 갖다줬어봐! 이런 일이 왜 생겨!!!
달수 : (자존심 많이 상하는. 낮고 싸늘하게) ....뭐? 그게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었어?
지애 : (버럭버럭) 내가 못할 말이라도 했어? 없는 말이라도 했어? 다 있는 얘기잖아. 당신 무능했고. 돈 못벌었고. 나 고생시켰고!
달수 : (꾹 참으며 낮게) 그만해.
지애 : 당신이랑 결혼한 게. 내 인생 최대의 실수야. 시간을 돌릴 수만 있으면 돌리고 싶어!!!
내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너무 분해서 내 발등이라도 찍고 싶어!
달수 : (싸늘한 표정 있다가 그대로 정원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지애 : (숨몰아 쉬며 헉헉대다가 주방으로 가서 물 한컵 벌컥벌컥 마시다가 울컥 울음 터지고)
#17. 지애 집 외경 (M)
#18. 지애 집 주방 (M)
지애, 정원 데리고 밥 먹이고 있다. 깨작깨작 입맛 하나도 없는데.
이때 방에서 양복 입고 나오는 달수.
지애, 쌩하니 외면하는데. 달수는 더 차갑다. 지애 쳐다도 안보고 그대로 나가버린다.
지애, 좀 어이없는 표정 있다가. 어쭈.. 싶은.
정원 : (두 사람 번갈아 보다가) 엄마. 아빠 왜 저래?
지애 : 어? 얼른 먹어. 아.... 꼭꼭 씹고. (하면서도 지가 뭘 잘했다고? 어이없다)
#19. 사장실 (D)
태준 들어오는데. 태준모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고.
태준모 : 넌 어떻게 된 애니? 어제부터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태준 : 신문사 대표들 좀 만나고 오는 길이에요. 연관 기사 더는 못싣게 하려구요.
태준모 : 일이 이렇게까지 됐는데도 그 말단사원 계속 회사에 붙여둘 작정은 아니지?
태준 : 어머니. 생각해 보세요. 내가 신문사 찾아가서 그런 일 절대 없으니까 더 이상 기사 내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그 직원을 짜르면 뭐라고들 그러겠어요? 아~ 역시 뭔가 있었구나~ 다들 그러지.
태준모 : 아주 죽어라고 막아주는구나?
태준 : (진지) 그런데 어머니. 이번일 어머니랑 관련 없는 건 확실하죠?
태준모 : 뭐? 너 또 왜 여기 나를 끌어다 붙여?
태준 : 이 기사로 어머니가 소현이네 친정이랑 싸우기 좀 편해진 건 사실이잖아요.
태준모 : 그거야 뭐. (밉게 째려보다가 일어나는) 저녁에 집에 좀 들러. 니 아버지 요새 혈압치수가 너무 높아져서 요양중이셔.
태준 : 이번주는 좀 그래요. 다음주초에나 찾아뵐께요.
하는데. 비서가 들어온다.
비서 : 사장님. 온달수 사원이 면담 신청을 했는데요.
태준모 : (표정 있다가) 온달수면... 그 말단사원 아니니?
태준 : (표정 있다가) 어머니 나가시는 길 맞죠?
태준모 : (째려보고 비서에게) 들여보내.
태준 : 어머니도 같이 만나시게요?
태준모 : 얼굴이나 보자!
하는데 들어오는 달수. 태준모 보고 정중하게 인사한다.
태준모, 달수 뚫어져라 보고.
태준모 : 나 허태준사장 에미 되는 사람이에요. 그쪽 신문에서 봤어요.
달수 : ...예.
태준모 : 앞으로 지켜보겠어요. 더 이상의 잡음은 없었으면 좋겠네요. 회사의 명예 문제도 있으니까!
(하고 싸늘하게 미소짓고 나가면)
달수 : (표정 있는데)
태준 : 앉아요. (다리 꼬고 앉는)
달수 : (앉고)
태준 : 무슨 일이죠? 직접 면담 신청까지 다하고.
달수 : (품에서 돈봉투 꺼내서 준다)
태준 : 이게... 뭡니까?
달수 : 집사람이 사장님께 돈을 빌렸다고 들었습니다.
태준 : !
달수 : 결혼반지도 찾아서 돌려주셨다구요.
태준 : (표정)
달수 : 그걸 빌미로 해서 계속 두사람이 만나는 거라면, 제가 이거 돌려드리면 되는 겁니까?
그럼 더 이상 두 사람이 만날 일 없는 겁니까?
태준 : (본다)
달수 : 얼마인지 정확히 몰라서 제가 만들 수 있는 만큼 만들었습니다. 모자라면 말씀해 주십시오. 곧 채워 드리겠습니다.
태준 : 온달수씨.
달수 : (일어나더니 꾸벅 인사하고) 무례하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나간다)
태준 : (돈봉투를 본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진지해지는 표정)
#20. 백화점 일각 (D)
영숙 선글라스 이거저거 껴보고 있고. 황비서 옆에서 은밀하게 얘기하는.
영숙 : 황비서. 요즘 너무 소홀한 거 아냐? 뭐 보고할 게 그렇게 없어?
황비서 : 사장님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신 거 같은데.
영숙 : 아우 그런 거 말고. 허사장한테 여자가 한둘이야? 그게 무슨 뉴스나 된다구.
황비서 : 그런데.. 그 여자가... 온달수 사원 와이프 같습니다.
영숙 : (!!!!) 뭐라구?? 누구???
황비서 : 사장님이 최근에 이사가신 동네도 온달수 사원이 사는 그 동네더라구요.
영숙 : (표정)
황비서 : 어울리지도 않게 그 동네로 이사간다고 할 때도 뭔가 이상하다고 했는데.
돌이켜 보니까 최근 몇 달 동안 그 동네를 뻔질나게 드나들었거든요.
영숙 : 근데 그렇게 중요한 걸 이제 얘기하면 어쩌자는거야? 무슨 스파이가 이렇게 눈치가 둔치야!
황비서 : .... 죄송합니다.
영숙 : 그나저나 만에 하나.. 정말 그런 거라면 이거 완전 빅뉴스 아냐? (선글라스 껴 보며 좋아죽는) 좀 더 자세히 알아봐.
황비서 : 그런데 요즘 좀 눈치가 보여서. 사장님이 좀 알아채신 거 같아서..
영숙 : 그러니까 요령껏 잘 알아보란 거 아냐. 어차피 조만간 그 자리 주인 곧 바뀌거든?
황비서 : (표정 있으면)
영숙 : (돈봉투 찔러주고) 와이프가 둘째 임신했다며. 넣어둬.
#21. 봉순 집 서재 (D)
봉순 청소하다가. 책상 위의 서류들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필기도구 정리해서 책상 서랍 안에 넣으려다가 문득 멈칫. 서랍 안에 달수가 줬던 공문이 있다.
뭐지? 해서 읽어보다가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봉순. 준혁이 안쓰럽고. 미치겠다.
#22. 갤러리 내부 (D)
샤핑이 한가운데 떡하니 걸려 있고.
영숙 폼나게 대표 자리에는 앉아는 있는데. 딱히 할 일도 없고.
옆엔 찬양 위해 준비하고 있는 이슬,정란,향숙.
영숙 : 정고운씨?
고운 : (다가온다) 네.
영숙 : 한수동 화백님하고 미팅이 몇시지?
고운 : (고깝지만 애써 미소) 네. 3시 약속이십니다.
영숙 : 그래. 가봐.
이슬 : 사모님은 정말 대표 자리에 딱이신 거 같아요.
정란 : 이제야...
향숙 : (OL/얼른 가로채는) 이제야 자리가 주인을 찾은 거 같아요 사모님.
정란 : (헉!해서 보는 표정)
영숙 : 저기, 사모님이라는 호칭 말고 앞으로 대표님이라고 해줄래? 나 이제 김홍식 이사의 와이프도 좋지만,
오영숙이라는 나만의 이름으로 거듭나고 싶은 소망이 있거든?
정란 : (얼른) 멋지세요 대표님.
영숙 : 자기들두, 자아를 찾으려는 노력들을 해 봐. 남편이 과장 되고 부장 되면 뭘해? 자기들의 이름이 있어야지.
이슬 : 그러니까요. 저는 우리 양과장이 부장만 되면 바로 자아 찾으려구요.
정란 : 저두요 사모님! 얼른 찾으려구요.
영숙 : 그래. 뭐, 기획 부장 자리가 공석이니 조만간 결판이 나겠네. 하다못해 직무대행 할 사람이라도 뽑아야 하지 않겠어?
여셋 : (들뜨며/ 서로 경계하는 눈빛들 강렬한데)
영숙 : 그나저나 나는 요새 고민이야.
정란 : 왜요 사모님?
영숙 : 아니.... 내가 요새 즐겨보는 드라마 있잖아. 하양색 거짓말이라구. 거기서 은영이가 애를 뺏기게 생겼는데.
내가 그거 보는데 아주 안타까워 죽겠더라구.
여셋 : (자기들 일처럼 맘아파하고)
영숙 : 아니 뭐 그런 나쁜년.. (참고) 나쁜 여자가 다 있는지 말이야. 나는 그렇게 모략이나 꾸미구 거짓말하고 남 뒤통수 치는 사람은
아주 경멸하잖아.
정란 : 사모님은 워낙 선을 추구하시는 성격이시라.
영숙 : 그러게~ 암튼 애 뺏기면 진짜 안되는데 어쩌나. 아우 나 생각하니까 또 눈물날라 그래.
이슬 : 아우 우리 사모님 여리셔가지구. 저번에 조인성 군대갈때도 그렇게 맘아파 하시더니.
영숙 : (이쁜 척 귀 뒤로 머리 넘기고)
정란 : 저희 삼촌이 거기 방송국 계시거든요. 제가 애 뺏기면 안된다고 한번 말해볼께요 사모님.
영숙 : 가능하겠어?
정란 : 네. 쎄게 한번 말해볼께요.
이슬 : (정란 경계하듯 보고)
영숙 : 그래그래. (하는데)
고운 : 대표님. 손님이 오셨는데요.
영숙 보면 그 뒤로 봉순이 서 있다. 영숙 표정.
영숙 : 무례하네. 약속을 하고 와야지. 나 사전 약속 없는 미팅은 하고 싶지 않은데?
봉순 : 드릴 말씀이 있어요. 잠깐 따로 시간 좀 내주세요.
영숙 : (노려보며) 얘기했지. 별로 만나고 싶지 않다고.
봉순 : (공격적으로 노려보고) 그럼 그냥 여기서 해요?
#23. 갤러리 내부 다른 일각 (D)
영숙과 봉순 마주 앉아있다.
영숙 : 나 화백님하고 곧 미팅 있거든? 할 얘기 있음 빨리 하고 가.
봉순 : 어떻게 하실 셈이세요?
영숙 : 자기 참 답답하다. 아니 남자들끼리 하는 일인데, 날 보고 어쩌라구 자꾸 날 찾아와서 이래?
봉순 : 김홍식 이사님 지금 해외 출장중이시라면서요? 거기 왜 가셨는데요?
영숙 : ....뭐? 그걸 자기가 알아서 뭐하게?
봉순 : 이사님께선 지금 추진중인 프로젝트도 망하길 바라고 계시잖아요. 저희 남편한테도 그쪽으로 유도하라고 지시하신 걸로
알고 있거든요? 팔백억짜리 프로젝트가 망해야 이사님이 사장 자리 오르시는 데 유리할테니까요!
영숙 : (표정 있다가 여유롭게) 증거 있어?
봉순 : (표정)
영숙 : 증거도 없이 감히 우리 이사님을 모략해? (하! 기막히고. 차갑게) 회사에 다시 발붙일 생각이 아예 없나봐?
봉순 : 발붙이게 해줬으면 이러지도 않았겠죠. (일어나더니) 그리구요. 지난번 식중독사건이며 CCTV파일 사건이며..
이런 거 가지고 우리 남편 발목 잡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걸로 받아야 될 벌이 있으면 내가 다 받을 거고.
그럴 준비도 다 해놨으니까.
영숙 : 내가 옛정 생각해 하는 말인데. 그쯤 해 둬. 애 많이 썼어.
봉순 : (표정) 아뇨. 애는 지금부터 많이 써야죠. 저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사님도 무사하시진 못할 거란 걸 아셔야죠.
영숙 : (기막히다) 자기넨 우리한테 안돼. 알잖아.
봉순 : 잘 모르겠는데요?
영숙 : 자기 정말 만신창이가 돼서 쫓겨나고 싶구나? 원하면 그렇게 해 줘?
봉순 :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총맞고 죽으나 대포맞고 죽으나 똑같은 거 아닌가요? 우리랑 같이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맘 바꿔주세요. 저도 마지막으로 부탁드리는 거에요.
영숙 : (같잖은 미소)
봉순 : (표정 있다가 돌아선다)
지나가다 듣게 된 듯한 고운. 표정.
#24. 슈퍼집 앞 (D)
태준, 지애와 함께 앉아 있다.
지애 : 전화 잘 하셨어요. 안그래두 저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었어요.
태준 : (본다) 무슨 얘기요?
지애 : 우리 이런저런 이유로 만나고 그러는 거, 그만 뒀으면 좋겠어서요. 돈은 제가....
태준 : (차용증 내민다)
지애 : ?
태준 : 온달수씨가 나 찾아왔었어요. 찾아와서 돈 갚고 갔어요.
지애 : 네?
태준 : 이런저런 핑계 대가면서 만나지 말라고 따끔하게 얘기하고 가던데요?
지애 : (표정)
태준 : 그래서, 그러기로 했어요.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거라는 생각도 들고.
지애 : (! 본다)
태준 : (표정 있다가) 악수라도 하고 싶은데. 그건 지난번에 했으니까... 생략할께요.
지애 : (표정 있다가) 네. 그동안 고마웠어요.
태준 : 네.
지애 : (돌아서는데)
태준 : 그런데요... 만약에 같은 동네주민으로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거나 그러면... 어떡하죠?
지애 : (돌아보고 표정)
태준 : 뭐... 굳이 모르는 척 할 필요는 없는거... 아닌가? 뭐 딴 뜻은 없고, 이웃주민으로서. 괜히 모른 척 지나가면 좀 그렇잖아요.
지애 : 인사는 해요.
태준 : (다행이다...) 그래요. 인사는 해요. 우리.
지애 : 네.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서 가면)
태준 : (그 뒷모습 보는데, 이제 정말 끝이구나... 왠지 가슴이 싸하다. 오래오래 그 자리에서 보고 있는)
#25. 휘트니스 클럽 (N)
준혁 운동하고 있는데. 공영민 땀에 젖은 채 지나가다가 준혁을 발견하는.
공영민 : 안녕하십니까.
준혁 : (표정) 어. 오랜만이야.
공영민 : 네. 소식 들었습니다. 대기발령 나셨다구요?
준혁 : (!! 표정) 뭐.. 당분간. 잠깐 쉬려구.
공영민 : (훗..) 당분간이 어딨습니까 그 세계에서. 한번 밀려나면 끝이지.
준혁 : 뭐?
공영민 : 부장님 저한테 사표 받을 때 뭐라셨어요. 당분간이라면서요.
근데 저 지금까지 그냥 백수로 지내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준혁 : (!! 표정)
공영민 : 앞으로 저랑 자주 보시겠네요.
준혁 : 내가 왜!
공영민 : 놀면 운동 많이 하게 되거든요. 저도 놀면서 는 건 근육밖에 없어요. (괜히 근육 쎄게 보여주며 몸자랑 한번 하고 간다)
준혁 : (왠지 위축되며 표정)
#26. 봉순 집 거실 (N)
혁찬 영어학습기 하고 있는데. 심심한 준혁 여기저기 채널 돌려보다가 슬쩍 옆으로 온다.
준혁 : 혁찬아. 그거 재밌어?
혁찬 : 응.
준혁 : 잠깐 줘 봐. (좀 어려운 단어 찾아서 해보는데, 계속 틀리는)
혁찬 : 아빠 자꾸 틀리고. (직접 해보는데 잘하는)
준혁 : 어우. 옛날엔 아빠도 단어 많이 알았는데. 머리가 녹슬었나부다. (웃는데)
이때 봉순 들어온다.
봉순 : 당신... 지금 그런 거 하고 있을 때에요?
준혁 : 왜! 하루종일 일하고 너무 힘들어서 잠깐 머리 식히는건데! 밥이나 줘.
봉순 : 밥 같은 소리 하지 말고 잠깐 나 좀 봐요. (홱 들어가면)
#27. 봉순 집 서재 (N)
봉순과 마주앉은 준혁.
봉순 : (공문을 앞에 내놓으면)
준혁 : (표정)
봉순 : 당신 아는 거 다 얘기해줘요. 김이사 비리든 뭐든 다. 우리 그거 문서화해서 회장님께 보내드리든... 확 폭탄선언을 하든...
그렇게 해요. 이대로 당할 순 없잖아.
준혁 : 진정해. 그렇게 흥분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야.
봉순 : 그럼 이제 어쩌려구! 왜 가만 앉아 당하고만 있어요!
준혁 : 날 자기 인생의 롤모델로 삼았다던 후배들도 있어.
봉순 : !!
준혁 : 정도를 넘어서는 짓까지 해 가면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꼴. 걔네들한테 보여주기 싫어. 쪽팔려서 싫어.
봉순 : (표정)
준혁 : 지금까지처럼, 나 조금만 믿고 참아봐. 그럴 수 있지? (표정에서)
#28. 지애 집 거실 (N)
지애, 자 대고 열심히 재단질 하고 있는데.
달수, 방에서 나와 화장실 가는데. 눈길 한번 안주고 싸늘하다.
지애, 기막혀서 보고.
지애 : (궁시렁) 집이 한 마흔평은 돼야 덜 마주치지. 아주 콧딱지만 하니까 걸리적거려 죽겠네. (다시 일하는데)
화장실에서 나와 다시 싸늘하게 방으로 들어가는 달수.
지애, 갑자기 확 열이 받아서 방으로 쫓아들어가려다가 방문 앞에서 돌아나와 자리에 앉는다.
라마즈 호흡하면서 후후후.. 마음 가다듬고. 다시 한번 일에 몰두해본다.
#29. 지애 집 외경 (M)
#30. 지애 집 정원 방 (M)
달수, 출근준비하는데. 서랍 안에 양말이 하나도 없다.
#31. 빨래통 앞 (M)
달수 가 보면. 달수양말, 달수 와이셔츠, 달수 옷만 그대로 남아있다.
달수 표정 있다가. 쇼핑백 하나 들어서 거기에 세탁물 다 담고.
이때 정원 쪼르르 와서 본다.
정원 : 아빠. 뭐해?
달수 : 응. 세탁소에 갖다 맡기려구.
정원 : 엄마가 아빠 빨래 안해줘?
달수 : 정원아. 유치원 가야지. 가서 준비해. (하고 쇼핑백 들고 일어나는)
#32. 지애 집 싱크대 (M)
문짝이 떨어져 덜렁댄다. 지애, 망치로 못쳐보는데. 아얏! 손가락 아프고.
이때 쇼핑백 들고 나오는 달수. 그러거나 말거나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지애 : (하! 기막힌데)
정원 쪼르르 온다.
정원 : 엄마. 뭐해?
지애 : 응. 문짝이 떨어져서 좀 고치느라구.
정원 : 아빠가 안도와줘?
지애 : 치카치카 했어? 얼른 가서 해야지? (다시 못치는)
#33. 동대문 일각 (D)
영자, 가방 들어서 본다.
영자 : 수정 꼼꼼하게 잘했네.
지애 : 그래? 몇 개 갖다줄까?
영자 : 일단 한 다섯 개만 줘봐.
지애 : 에? 다섯 개? 저번에 걸어놓자마자 팔리는 거 봤잖아. 시원하게 한 열 개 갖다 걸어놓지?
영자 : 이 기지배야. 요새 장사 안돼 죽겠어.
지애 : 장사가 안될수록 눈에 확 띄는 걸 많이 걸어놓고 그래야 가게가 활기차지. 열 개? 오케이?
영자 : 아우 그럼 그러든가.
지애 : 저기 그리구 언니. 나 선금 좀...
영자 : (OL/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언니야! 안에 물건 많아! 언니야 어디 가. 딴 데 가도 똑같애!
지애 : 아이~ 그러지 말고!
영자 : (갑자기 일본어로) 물건 좀 보고가세요. 싸고 좋은 게 많이 있어요.
지애 : 언니!!! 나 좀 도와달라니까?
영자 : 아우. 왜 소리를 지르구 난리니.
지애 : 나 돈 필요해. 지금 너무 필요해서 그래.
영자 : 내가 은행이야? 나도 지금 없다니까?
지애 : 아니면, 나랑 정원이랑~ 당분간 언니네 집 가 있으면 안돼?
영자 : (질색) 뭐?
지애 : 나 그 인간 때매 집에 있기 싫어 미치겠는데. 친정 가긴 눈치 보이고. 그래서 돈 모으려고 그런단 말이야.
그러니까 당분간 언니네 집에....
영자 : (서둘러 돈 꺼내더니 손에 침발라 세어보는) 얼마면 되니?
지애 : (표정)
이때 전화벨 울리고.
지애, 전화 받는. 여보세요?
#34. 소회의실 (D)
영숙과 평강회 회원들 모여 있다. 봉순만 빼고.
지애가 뻘쭘하게 와 있고.
영숙 : 오늘 임시모임을 갖게 된 이유는 양봉순 회원을 영구제명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양봉순 회원의 남편
한준혁 부장은 여기 있는 천지애씨의 남편인 온달수 대리에게 뇌물수수죄를 뒤집어씌워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지애 : (표정)
영숙 : 그래서 징계를 받게 되자 평강회 회장인 나를 찾아와 온갖 회유와 협박을 하면서 남편을 복직시켜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양봉순 회원에게 해명기회를 주려고 이 자리에 참석할 것을 권했지만, 끝내 오지 않았으므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제명을 결정하겠습니다. 이의 있으십니까?
정란 : (얼른) 없습니다.
이슬 : 저도 없습니다.
일동, 없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너무한다 싶은 지애.
영숙 : 그리고 (다정) 여기 있는 천지애씨를 우리 평강회 회원으로 추천하는 바입니다. 천지애 회원은.... (말하려는데)
지애 : (손 들어서) 저기....
영숙 : 왜?
지애 : 주제 넘긴 하지만... 제가 아직은 준비가 안됐습니다. 또 제가 개인적으로 사정도 있어서. 평강회에 들어오게 된다고 하더라도
활동을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당분간은 보류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동 : (술렁이는)
영숙 : (확 괘씸하지만, 꾹 참으며 미소) 그래? 역시 우리 지애씬 겸손해. 그럼 지애씨의 의견을 따르도록 하지 뭐.
지애 : (표정)
#35. 퀸즈팰리스 로비 (D)
봉순 들어오는데. 수다 떨면서 나오는 이슬,정란,향숙 등..
봉순, 반가운 표정 있는데. 여자들, 눈치 보면서 불편한 표정들로 눈인사 정도만 하고 쪼르르 스쳐 간다.
봉순, 기막히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한다. 꼿꼿하게 등 펴고 걸어가는 봉순.
#36. 영숙집 거실 (D)
찻잔 앞에 두고 앉은 지애와 영숙.
영숙 : 내가 그날 오픈파티 때 말야. 그거 보고 얼마나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지든지. 자기 얼마나 충격받았어?
지애 : (영숙이 얄밉다)
영숙 : 지 마누라가 눈 시퍼렇게 뜨고 보고 있는데 지 애인 구하려고 물에 뛰어드는....
지애 : (OL) 애인 아니에요 사모님.
영숙 : (표정) 그래? 말을 하다 보니 표현이 격했네. 암튼 그건 경우가 아니지 않아?
지애 : (차 마시고)
영숙 : 그래. 마셔. 목타겠다. 쥬스 줄까?
지애 : 아뇨.
영숙 : 암튼 난 자기 보면서 젊은 사람이 참 용하다 싶어. 그걸 어떻게 참고 사는지.
지애 : 저, 사모님. 제가 약속이 있어서 그만 가볼께요.
영숙 : 잠깐만~ 아니 내가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지애 : 네?
영숙 : 자기 혹시, 우리 사장님 알아?
지애 : (헉하지만 애써 침착) 그냥 뭐.. 아주 조금요.
영숙 : 아주 조금 얼마나?
지애 : (곤란한 표정) 그냥 정말 조금..
영숙 : 뭘.. 어떻게 아는 사인데? 자기, 혹시 나한테 접근했던 것처럼 사장님한테두?
지애 : 네에? 그런 거 아니구요. 처음에 만났을 땐 사장님인 줄 몰랐어요. 암튼, 말씀드리기가 좀 복잡하네요.
영숙 : 그래. 뭐 사연 없는 관계 어딨구. 고민 없는 인간 어딨겠어. 나중에 또 찬찬히 얘기 듣자.
지애 : (표정)
영숙 : (머리 살짝 누르며) 나두 요즘 뭐.. 고민이랄까.. 그런 게 있어서 머리 아파 죽겠잖아.
지애 : ....네에.
영숙 : 어디 용한 점쟁이 없을까? 오죽 속이 답답하면 그런 거라도 보고 싶을까.
지애 : (아무 생각 없는 표정이다가, 반짝... 표정에서)
#37. 점집 (D)
화자, 영숙을 뚫어져라 보고 있고. 영숙 어색한 표정이다.
화자 : 미술을 하는구만?
영숙 : (헉!) 어머나 네. 제가 밥숟가락은 놔도 붓은 놓지 못하는 성격이라...
화자 : 어디보자... 최근에 무슨 대표 자리를 맡았어. 소원성취했네.
영숙 : (기절할 것 같다) 어머나. 증말 용하시다. 어떻게 그걸?
화자 : 남편은... (눈감고 있다가 뜨며) 2인자야. 아직 1인자는 따로 있고.
영숙 : 맞아요. 우리 남편이 이사거든요. 사실은 사장 보다 능력은 백배 난데~ 실은 제가 그거 때문에 온 건데요.
어떻게 우리 남편이 1인자가 되긴 되겠어요? 지금, 거사를 앞두고 있어서...
화자 : (표정 있다가) 1인자가 될 가능성이 있지.
영숙 : (혹해서) 정말요?
화자 : 그런데. 문제가 있어.
영숙 : 네? 뭐가 문젠데요?
화자 : 니년이!
영숙 : 예에?
화자 : 니년이 문제라고!
영숙 : 아니.. 왜요? 내가 왜?
화자 : 밑에 사람 개부려먹듯 막 부려먹고. 저한테 한 개 뺏어가면 열 개 스무개 뺏어와야 속이 시원하고.
또 저한테 충성하는 사람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뒷통수 빠악 때리고! 강한 사람한테 약하고. 약한 사람한테 강하고!
영숙 : (헉해서 본다) 그건 아닌데?
화자 : (버럭) 아니긴 이년아! 너 맘보 그렇게 고약하게 쓰면 아주 천벌 받어! 니 남편 1인자도 영영 물건너가는거야!
영숙 : (찔끔)
#38. 지애 집 거실 (D)
지애,봉순,화자가 모여 있다. 지애 깔깔대는.
지애 : 그랬더니 뭐래?
화자 : 뭐래긴 뭐래. 얼굴이 그냥 샛노래져서 도망쳤지.
지애 : 아~ 속이 다 후련하다.
봉순 : 넌 그게 뭐가 그렇게 재밌냐?
지애 : 넌 재미 없어? 너도 이사님 사모님께 (강조) 까인 마당에~ 이런 거 재밌어 할 거 같아서 불렀는데?
봉순 : 재미 하나도 없거든? 야! 그리고 지화자 너. 지난번에 너 승진 걱정 말랬지. 과장은 단다고. 그런데 이거 뭐야. 대기발령이잖아!
지애 : 한 대기네~
봉순 : 야 이 기지배야 하지 마!
지애 : 야. 너도 나한테 사모님이라고 해. 위계질서는 분명히 해야지.
봉순 : 위계질서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다 진짜! 야. 니 남편이 대리면 대리지, 니가 대리야?
지애 :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다?
봉순 : (찍 째려보는데)
지애 : (피식 웃고) 야! 난 그 사모님 소리 징그러워서 누가 해준다 그래도 싫다. (하더니 가방 꺼내서 보여주는) 야. 이거 어때?
봉순 : (보고) 뭔데? 괜찮네, 뭐.
지애 : 이거 내가 만든거다?
화자 : 암튼 넌 짝퉁 만드는 덴 천재야.
지애 : 이건 짝퉁 아니고 진퉁이거든. 내가 직접 디자인했다 이거지.
봉순 : 니가? (쓱 보고, 괜찮다 싶은)
지애 : 어제 동대문에 돼지언네니라구, 아는 언니네 가게에 열 개 놓고 왔는데. 얼마나 팔렸는지 모르겠다. 떨려 죽겠는 거 있지.
봉순 : (가방 툭 내던지며) 구리다 이 기지배야.
지애 : (씨이..) 암튼 재수꽃다발! 이건 뭘 잘해줘도 고마운 줄도 몰라! 내가 니 병원까지 가서 싸인도 해주고...
봉순 : 아우 생색 그만내. 몇 번을 얘기하냐? 나 간다. (일어나 나가면)
지애 : 아 재수없어 진짜!
화자 : 소금 줘? 좀 뿌릴래?
#39. 동대문 일각 (D)
봉순, 상인에게 묻는.
봉순 : 돼지언니네가 어디에요?
#40. 동대문 영자네 가게 (D)
영자 물건 팔고 있는데. 다가오는 봉순.
영자 : 언니야! 여기 좋은 거 많어. 보구 가.
봉순 : (지애 가방 보이면) 이거.. 명품인가봐요?
영자 : (반갑고) 이쁘죠. 이거 엄청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거에요.
봉순 : (피식) 그래요? (보더니) 괜찮네. 실용적이면서도 품위도 있고.
봉순, 가방 매고 보란 듯 이리저리 폼재면.
지나가던 사람들 흘낏 보고. 다른 여자들도 그 가방 만져본다.
봉순 ‘괜찮죠~’ 얘기하고.
영자 : 그죠그죠. 언니가 안목이 있네. 이걸로 드려?
봉순 : 그러세요. 잘 팔리겠는데요. 몇 개 더 깔아놔도 되겠네. 얼마에요?
#41. 사장실 (D)
태준, 한준혁 부장 대기발령에 관한 서류 내려다보고 있다.
인사기록 카드 보고. 표정 있다가. 호출벨 누르는 태준.
비서 : (들어와) 네 사장님.
태준 : 기획부장.. 얼마전에 대기발령난 한준혁 부장 좀 불러봐.
비서 : 네. 알겠습니다.
#42. 기획실 (D)
다들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준혁, 구석자리에 앉아서 손가락으로 책상 문지르고 있다.
이때 김과장, 전화 받더니 일어나는.
김과장 : 부..부장님!
준혁 : (모르고 있다가, ?? 해서 나??)
김과장 : 사장님이 오라고 하신다는데요.
일동 : (술렁술렁)
준혁 : (두리번하다가) 나를??
#43. 사장실 비서실 (D)
준혁, 대기하고 있고. 떨려 죽겠다.
황비서 서 있고.
준혁 : 혹시...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모르신거죠?
황비서 : 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호출벨 울리고) 들어가시죠.
준혁 : (옷매무새 가다듬고 들어가는)
#44. 사장실 (D)
준혁과 태준 마주앉아 있다. 준혁, 조심스럽고 떨린다.
태준 : 궁금한 게 있어서 불렀어요.
준혁 : 네! 사장님! 뭐든지 물어봐 주십시오.
태준 : (예리) 내가 알기론 한부장은 김이사의 수족같은 사람이었던 걸로 아는데. 그래서 승진도 남들보다 빨랐던 거구요.
준혁 : (표정)
태준 : 그런데 이번에 대기발령이 나게 된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 봤더니 좀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불렀어요.
준혁 : (표정)
태준 : 괜찮다면, 나한테 솔직하게 얘기해 줄 수 있어요?
준혁 : 예? (긴장하는 표정)
태준 : 내가 원하는 부분과, 한부장이 원하는 부분이 같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요.
준혁 : (!!!)
#45. 기획실 (D)
준혁, 구석책상에서 어떤 서류들을 굉장히 열심히 검토하는 중이고.
달수,양과장,하참,김과장 등 직원들 그런 준혁에게 시선집중.
하참 : (자연스레 쓱 가서) 준혁.. 아니 부장님. 사장님이 왜 부르신 거래요?
준혁 : (일만 하고)
일동 : (뭐하나 보면)
준혁 : (쓱 가리며) 가서 일들 봐.
양과장 : (뭔가 심상치 않구나 싶고) 부장님. 자리 불편하지 않으세요? 저랑 바꾸실래요?
김과장 : (얼른) 저랑 바꾸세요 부장님!
준혁 : (표정 있다가) 온달수씨, 나랑 바꿀래?
달수 : 아뇨? 제가 왜요? (하고 자리로 가면)
하참 : (달수한테 가서 툭 치며) 암튼 넌 눈치도 없이. 지금 한부장은 사장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은거야!
달수 : 과장님. 주부서포터 모집 때문에 그러는데. 이거 주부파워블로거들 접촉 현황입니다.
하참 : 어 그래.. (표정)
준혁 : (다시 열심히 일하고)
달수 : (그런 준혁 찍 한번 째려본다)
#46. 봉순 집 주방 (N)
봉순, 시끄러운 소리에 나와 보면. 준혁, 파프리카를 믹서기에 넣고 징~ 갈고 있다.
멈추고 잘 갈아졌나? 보는 준혁.
봉순 : 당신 뭐해요?
준혁 : (어색, 긁적) 어. 그냥.. 심심해서. 이거 잘 갈아지나 보려구. (믹서기 툭툭 치며) 잘되네?
봉순 : 뭔데요?
준혁 : 아니... 이게 뭐 뇌혈관을 맑게해주고 어쩌고 하길래~ 뭐 진짜 그러나 궁금도 하고.
봉순 : (표정) 나 주려고 했다구요?
준혁 : 나는 뭐 별로네? 당신 한번 마셔볼래?
봉순 : (표정 있다가 받는다)
준혁 : 마셔.
봉순 : (표정 있다가 웃으며) 못 마시겠네.
준혁 : 왜.
봉순 : 한준혁이 날 위해서 이런 거 해주는 게 처음이라.
준혁 : (괜히 어색하고. 표정 있다가 뺏으려고) 먹기 싫으면 먹지 마.
봉순 : (얼른 마신다)
준혁 : (어색하지만 좋은 표정 있다가) 여보. 기회가 있을 것 같애.
봉순 : (! 해서 보면)
준혁 : 나, 사장님 만났어.
봉순 : !!!! (하는데서)
#47. 사장실 (N)
외국사이트 클릭하면서 뭔가 확인하던 태준. 문득 표정 있다가. 핸드폰 꺼낸다.
검색해서 나일롱 이라고 써진 이름 보는.
<플래쉬컷>
- 지애와 통화하며 몰래 가서 놀래켜주던
- 지애와 통화하면서 즐거워하던 모습들
삭제하시겠습니까? 깜박이는데. 핸드폰 그냥 덮는다. 그리고 서랍 속에 그냥 집어넣어 버리고. 일어나는.
이때 황비서 들어오다가.
황비서 : 차 대기시킬까요?
태준 : 아냐. 나 혼자 갈거야. (하고 나간다)
#48. 핸드폰 대리점 (N)
태준, 새 핸드폰 고르고 있다. 이거저거 고르고 설명듣다가. 이걸로 주세요~ 하고. 개통 언제 돼요?
#49. 태준 차 안 (N)
황비서 운전하고 있고. 지애 집앞을 지나가는 태준 차.
태준 힐끗 한번 집을 보지만. 떨치듯 그냥 앞만 보면서 가는 모습.
#50. 호텔 레스토랑 (N)
소현과 태준 밥 먹고 있다.
소현 : 그냥 집에 있겠다니까.
태준 : 너 여기 다 둘러봐. 혼자 스테이크 썰어먹는 사람 있나.
소현 : (둘러보고 표정)
태준 : 이혼은 그런거래더라. 혼자 고기 먹고. 혼자 거울 보고 말하고. 아무데서나 셀카 찍는 거?
소현 : 그래서. 이혼남 티내기 싫어서?
태준 : (표정 있다가) 나 오늘 중요한 결정 했다.
소현 : 무슨 결정?
태준 : 그런 게 있다.
소현 : (표정 있는데)
전화벨 울리고. 소현 받는.
소현 : 여보세요? (하고 표정) 어. 왜? (얘기 듣다가 태준 살피는)
태준 : (밥 먹다가, 왜? 하는 듯 보고)
소현 : 어. 알았어. (끊고 보는) 핸드폰 안가져왔어?
태준 : 새로 개통시키느라구. 왜?
소현 : (표정 있다가) 아버님이... (뭔가 말하려다 차마 못하고) 위독하신가봐. 갑자기 쓰러지셨는데... (미적거리는 느낌)
태준 : (오히려 차분해지며) 솔직히 말해. 위독하신거야?
소현 : (표정 있다가) ...... 돌아가셨대. 손 써볼 겨를도 없이.
태준 : (먹던 거 탁 놓더니, 입가 닦고, 나간다)
태준 애써 이성을 찾으려 노력하며 걸어 나가는데. 그 위로.
태준모OFF : 저녁에 집에 좀 들러. 니 아버지 요새 혈압치수가 너무 높아져서 요양중이셔.
태준OFF : 이번주는 좀 그래요. 다음주초에나 찾아뵐께요.
나가는 태준, 가슴이 미어진다. 꾹 참으며 나가는 태준.
#51. 기획실 (N)
삼삼오오 모여서 퇴근 못하고 얘기하는 중인. 달수도 거기 있고.
양과장 : 갑자기 이런 날벼락이 어딨냐..
하참 : 왕회장님이 날 엄청 아껴주셨는데. (크흑..) 회장님.
김과장 : 이 와중에 뻥 까고 싶냐? 다들 오늘은 못들어간다고 집에 전화들 해. 비상이야.
양과장 : 니가 부장이야? 왜 명령이야? 다들 전화해. 못들어간다고.
달수 : (표정)
#52. 지애 집 거실 (N)
지애, 패턴 뜨다가 깜박 엎드려 잠들었다가 문득 일어나는데.
달수 아직도 안들어왔고. 시계 보면 새벽 3시.
지애, 열 확 받아서 전화하려다가 멈춘다. 다시 일하기 시작하고.
(시간경과)
지애 꼿꼿하게 앉아 있는데. 날은 이미 서서히 밝아오고 있고.
창밖을 보며 기가 막힌 지애. 분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이때 문 열리는 소리 들리고.
지애 홱 본다. 달수, 그런 지애 보고도 그대로 화장실로 들어가려고 한다.
지애 : 당신 지금 뭐하는거야?
달수 : (보는데, 눈빛이 냉정하다)
지애 : (약간 움찔하지만) 내가 웬만하면 말 안하려고 했는데. 지금 외박한거야?
달수 : (그냥 들어가 버린다)
지애 : (하!!!)
지애 표정 있다가, 화장실 문 확 연다.
#53. 화장실 (M)
지애가 문 열어젖혔지만 상관 않고 손 씻는 달수.
지애 : 당신 지금 내 말 무시해?
달수 : (수건에 손 닦고 나간다)
지애 : (자기도 모르게 비켜서게 되고. 어쭈!!!)
#54. 거실 (M)
달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싸늘하게 말하는 지애.
지애 : 잠깐 나 좀 봐.
달수 : (역시 싸늘) 피곤해.
지애 : 당신 나 미치는 꼴 볼라 그래? 나 좀 보자면 봐!
달수 : (표정 있다가 지애 쪽으로 걸어와 앉는다)
지애 : (그 앞에 앉으며 작정한 눈빛으로 보는) 뭐 어쩌자는거야 지금?
달수 : (보는)
지애 : 나랑 살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달수 : (표정)
지애 : 이 와중에 외박을 해?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온건데!
달수 : (표정) 무슨 짓?
지애 : 왜? 의심 받는 건 싫어? 이렇게 만든 게 누군데? 당신 못믿게 만든 건, 당신이거든?
달수 : (피곤하게 마른 얼굴 쓸고) 그래서?
지애 : 뭐? 그래서? 하! 잘못했다고 싹싹 빌고 숙이고 들어와도 모자랄 판에.. 이제 뭐 막가자는 것 같은데. 좋아! (쏘아본다)
달수 : (담담하게 눈빛 받고)
지애 : (단단히 결심한 눈빛으로) 이럴거면, 차라리.... 이혼해!
달수 : (표정)
지애 : (강하게 쏘아보는데)
달수 : (조용히 보다가) 그래. 그러자.
지애 : (!!!!!)..... 뭐라구?
달수 : (싸늘하고, 이성적인) 나랑 결혼한 게 후회된다고 했지?
지애 : (표정)
달수 : 시간을 돌릴 수 있으면 돌리고 싶다고 했지?
지애 : (표정)
달수 : 시간을 돌려주지 못해줘서 미안하다. 그리고 난 이제 너한테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내 스스로에 지쳐.
지애 : (!!)
달수 : 이혼하자.
지애 : (충격받고 놀라 눈물까지 그렁해지는 표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