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Life with Absinthe Oil on canvas 46.5 x 33.0 cm. Paris: Spring, 1887 Amsterdam: Van Gogh Museum
고흐의 술 ‘압생트’, 에메랄드 빛 유혹
3월 1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전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한 작품이 있다. 고흐가 1886~88년 파리 시절에 자신이 즐겨 마셨던 술을 그린 압생트 잔과 물병(Glass of absinthe and a carafe )이다.
늘 가난과 외로움에 쪼들렸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평소 압생트(Absinthe)라는 술을 즐겨 마셨다. 고단한 삶을 사는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싸구려 술 압생트 한잔이었다. 독성이 강해 한때 악마의 술이라고 불렸던 압생트는 19세기 유럽 예술가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예술적 동지였다.
반 고흐 말고도 에두아르 마네, 귀 드 모파상, 아르투르 랭보, 폴 베를렌느, 에릭 사티 등이 압생트를 즐겨 마셨다. 이밖에도 파블로 피카소, 오스카 와일드, 어네스트 헤밍웨이 등 무수한 예술가들을 매혹시킨 압생트는 과연 어떤 술일까.
◇ 에메랄드 빛이 감도는 초록색 요정= 압생트는 프랑스어로 향쑥을 가리킨다. 쑥을 비롯한 몇 가지 약초를 알코올에 담가 만든 이 술은 은은한 에메랄드 빛이 감돌아 초록색 요정이란 별명이 붙었다. 값은 싸지만 알코올 도수가 70도에 달해 취기를 빨리 느끼게 했다. 강한 것은 알코올 도수 90도짜리도 있었다.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서도 묘사됐듯 천재 시인 아르튀르 랭보는 푸른 빛 도는 술이 가져다 주는 취기야말로 가장 우아하고 하늘하늘한 옷 이라 칭했다.
그의 파트너 베를렌느는 압생트에 취해 늘 비틀거렸고 당대 최고의 화가인 에드가 드가는 1876년 압생트를 마시는 여자(파리 오르세 미술관)라는 유명한 그림을 남겼다. 에두아르 마네도 압생트를 마시는 남자라는 그림을 그렸다. 19세기말 프랑스에서만 연간 200만 L의 압생트가 소비됐다. 1910년에는 3600만 L로 늘어났다.
◇ 악마의 술로 제조 금지= 사실 압생트는 당대의 사고 뭉치였다. 환각 부작용으로 인해 한때 악마의 술이라고 취급 당해 제조 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고흐가 귀를 잘라 자해한 것이나 자살한 이유도 바로 압생트에 중독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피에르 푸케의 『술의 역사』에 나와있듯 1890~1900년대 파리 거리는 압생트 향이 진동했다.
1905년 스위스의 노동자 장 랑프레이는 압생트를 마신 다음 자신의 일가족을 죽인 다음 자살을 기도하다가 체포됐다. 사고가 끊이지 않자 마침내 스위스와 프랑스에서는 1910년을 전후해 제조를 금지시켰다.
이후 유럽공동체(EC)가 1981년 압생트 합법화 결정을 내리면서 생산이 재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의 것은 독성이 있는 향쑥을 제거하고 알코올 도수가 40도 정도로 내려간 형태로 제조ㆍ판매되고 있다. 국내에는 정식으로는 수입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애주가들이 이베이나 일본의 옥션 사이트 등에서 구입해 예술가의 취향을 음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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