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루카 복음사가는 성자에게서 이루어지는 성령의 행동을 강조합니다.
특별히 성자의 기쁨과 성부께 올리는 성자의 기도 안에 성령께서 개입하심을 드러내는데
이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친밀한 관계를 전제합니다.
한편 본문에는 "철부지"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그리스어 원문에서는 본래 '아이', '미성년자'를 뜻하지만 더 나아가
'교육받지 못한 자', '지혜를 갖추지 못한 이'까지 가리킵니다.
그러면 성자께서 성부께 감사드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철부지' 같은 일흔두 제자가 전한 복음을 '철부지'같은 이들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성부께서 베푸신 은총의 결과입니다.
성자께서 성부께 감사 기도를 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님의 감사 기도 안에는 세속적 기준으로 턱없이 모자란 이들에게
하느님께서 선의와 은총을 베푸셨다는 사실이 강조됩니다.
성자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부의 계시와 은총이 바로
'철부지' 같은 이들에게 전해진 복음 메시지의 핵심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마태오 복음 13장 16절의 행복 선언은 그 내용이 예수님의 제자들에게만 한정됩니다.
반면 루카 복음 10장 23절은 행복 선언의 대상을 확대 적용합니다.
곧 구약 성경의 약속들이
예수님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짐으로써 더 이상 제자들에게만이 아니라
모든 믿는 이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베풀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하여 루카 복음의 중요한 주제인 '보편적 구원'이 실현됩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자격이 없는 '철부지들'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으로 말미암아 '자격 미달'인 우리도 은총의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사실에 얼마나 공감하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신상우 바오로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