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 -블라디보스토크-
2012.9.24 오후
러시아 여행을 결행하기까지 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상당한 기간 러시아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관련 서적을 구해 읽어보고 인터넷의 관련 항목들을 열심히 찾아 훑어보았다. 늘 내 마음을 누르는 것은 러시아라는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여행 조건이 까다로울 뿐 아니라 어렵고 힘들 것이라는 선입견이었다.
비자를 발급 받고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 표를 구해 놓고도 여전히 마음은 무거웠다. 나 혼자 러시아를 여행할 수 있을까???
그러나 오랜 기간 "러시아"라는 단어에 짓눌렸던 기분이 막상 블라디보스토크 행 비행기 표를 가지고 공항으로 향할 때에는 마음이 홀가분하였다. 그리고 편안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블라디보스톡 행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공항에서 9시 30분에 탑승하여 14시 20분경(현지시간 - 비행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였다.

블라디보스토크의 train station
공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버스 종착역인 시내 기차역 앞에서 내렸다. 인터넷으로 예약한 호스텔이 기차역 부근이라서 쉽게 찾아갔다. 오늘은 출국할 때부터 마음이 평온했던 것처럼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렸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 길의 풍경들은 한국과 비슷하였고 특별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한국보다는 좀 서늘하였을 뿐 큰 차이를 못 느꼈다.
오후 4시간 지났는데도 해가 중천에 있었다. 그래서 내일 저녁에 출발하는 이르크추크 행 열차를 타기 위하여 기차표를 예매하였다.
기차표를 예매하고 역사를 나와 언덕길을 넘어 해안가 유원지 아무르만으로 갔다.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해안가에는 산책 나온 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붐볐다. 아무르만 유원지에는 각종 오락 시설물들과 놀이 공간들도 많이 보였다. 나는 길게 이어진 아무르만 해변을 따라 기우는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넘실대는 북태평양의 물결을 바라보면서 1시간 이상을 걸었다.

아무르만의 해변
해안가 언덕의 한 야외무대에서는 객석의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패거리의 젊은이들이 음향기기를 갖추어 놓고 음악에 맞춰 댄스를 즐기는 아름다운 모습도 보았다.

야회 무도장
저녁에 호스텔에서 한국의 젊은 여성 여행자 2명을 만났다. 러시아에서의 일정과 행선지가 같아서 동행하기로 하였다. 뜻밖에 동행을 만나서 반갑기는 한데 그들은 젊고 내가 너무 늙어서 그들에게 부담되는 일이 없도록 처신을 잘 해야겠다. 우리 침실에는 터키인, 브라질 인 그리고 러시아 인이 나와 함께 동숙을 하게 되었다. 저녁에 늦게까지 그들의 컴퓨터로 여행사진들을 보면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오늘 우리가 묵은 이 호스텔 Optimum은 블라디보스크 기차역 부근에 위치하여 편리한 점은 있지만 직원들이 무뚝뚝하고 너무 사무적이었다.
9월 25일 저녁에는 이르쿠츠크 행 기차를 타야 하였다. 아침에 호스텔에서는 체크아웃하고 저녁때까지 배낭을 보관해 달라고 하였더니, 짐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보관해 줄 수 없다고 하여 11시경에 기차역 짐 보관소에다가 배낭을 맡겼다.
여자들은 미리 시내구경을 나가고, 나는 이르크추크에서 모스코바까지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였는데 꾸페석밖에 없었다. 기차표 예매를 하고 역사를 나와 혁명 기념 광장과 굼 백화점을 둘러보았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혁명광장
9월 초에 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태지역 수뇌 회의가 있었던 관계인지 거리가 깨끗하였다. 스베들란스끼야 거리를 들어서서 신한촌을 가려고 하였다. 그런데 길도 멀고 다리도 아프고 해서 극동대학까지 걸어갔다가 되짚어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군사박물관, 잠수함 박물관과 그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돌아보았다.
잠수함 박물관에 전시해 놓은 많은 자료에 값진 것들이 많았을 텐데 관련지식이 전무하니 나에게 그냥 한갖 장식품으로만 보였다.


잠수함 박물관
잠수함박물관 주변은 항만과 더불어 넓은 지역에 조성해 놓은 공원의 아름다운 경관은 시민들의 훌륭한 휴식처로 만들어졌다. 잠수함 옆 넓게 자리잡은 대리석 구조물에 많은 글씨가 쓰였는데 전승을 기념하는 글인지 전몰장병들의 이름인지 알 수가 없다. 잠수 박물관 바로 위쪽에 ‘승리의 아치’라 일컫는 아름다운 작은 건물이 눈에 특이하게 들어왔다.
공원과 항구를 가로 질러 하늘 위로 높이 솟아 있는 대형 교량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가로지른 대형 교량(bridge)
잠수함 박물관 부근을 거닐면서 주변 경관을 구경하다가 국제항구 터미널로 갔다. 항구 터미널은 기차역과 붙어 있다. 터미널 앞 광장에는 러시아국기를 중간에 두고 한국태극기와 일본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다. 이 터미널은 주로 한국과 일본 선박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서 태극기와 일본국기가 게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구 터미널에서 기차역사로 나왔다. 블리디보스토크의 기차역사는 고풍스런 멋을 지닌 크래식 건축물이다. 그리고 기차역사 앞 길 건너편에는 레닌의 동상이 있다. 이곳에는 아직도 레닌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그 앞에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레닌 동상
아직도 해가 많이 남아있었다. 오늘은 많이 걸어서 오후에는 다리도 쉬면서 나머지 시간을 보낼 양으로 어저께 갔던 아무르 해변으로 갔다. 어저께 보았던 젊은 남녀들의 아름다운 댄싱모습을 보기 위하여 그 무도장(舞蹈場)을 찾아갔더니 무도장이 텅 비어 있었다. 오늘은 공연이 없는 날인 모양이었다.
오후 7시경 석양의 햇살이 태평양 바다를 금색으로 물들였고 깨끗하고 아름답게 단장한 아무르 해변 보행자 거리에는 팔짱 낀 젊은 연인들의 가벼운 발길이 이어졌다. 환상의 세계를 찾아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나는 이 길 한 가운데 서서 주변 경관을 바라보면서 한참 넋을 놓고 있었다.
일몰 후 혁명 광장 부근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기차 출발시간 1시간 30분 전에 역사로 갔다. 동행할 여인들이 미리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짐 보관소에서 배낭을 찾아 30분 전에 이르쿠츠크행 열차를 탔다. 내가 탄 열차 12호 25호실에 Belarus 여인이 들어왔다. 오늘 밤은 이 여인과 함께 열차 안에서 보내게 되었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 말로 내가 이해를 하든 말든 자기말만 하였다.

아무르 해변로에서

블라디보스토크 역

아무르 해변(태평양 연안)

아무르 해변로에서

동숙자들

혁명광장

현대 호텔


무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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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속초와 블라디보스토크 간을 운행하는 선박이 정박하는 부두 - 왼쪽에 태극기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