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제때에 뽑지 못해 많이 얼었어요.
그래도 숫자로는 꽤 됩니다.
오롯이 햇빛 먹고, 바람 먹고 큰 유기농배추여서 고소하고 참 맛있어요.
올해는 큰맘 먹고 김장을 하려고 산모퉁이에 왔어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김장 할 때마다 몸이 안 좋아서 저는 참여한 적이 없어요.
올해는, 제가 주도해서 해야 할 듯하네요.(어구구, 큰일났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배추는 저녁 때 절여도 되니까 그 동안 산모퉁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청소를 했어요.
쓰레기도 줍고, 정리도 하고....
잠시 쉬려고 앉아 있으려니, 으뜸이(가장 늦게 나왔는데 가장 똘똘합니다)가 달려오네요.
태어난 지 한 달 보름 된 녀석이 팔짝팔짝 뛰어다녀요.
"에이, 이제 그만 하고 나랑 놀아요."
이 녀석, 운동화 끈이 탐나는지, 운동화 끈을 이리 당기고 저리 당기고 난리가 났어요.
그러자 샘이 난 버금이도 달려옵니다.
왼쪽이 버금이, 오른쪽이 으뜸이....
서로 경쟁하듯 운동화끈을 잡아당깁니다.
겁쟁이 딸림이는 저만치서 지켜보고 있어요.
갈까 말까....갈까 말까....
드디어 딸림이도 합세했어요. 그런데 지켜보기만 해요.
이 녀석은 가장 먼저 태어났는데, 건드리기만 해도 깨갱 엄살을 피워요.
"난 왜 이렇게 겁이 많을까요?"
딸림이가 물었어요.
"걱정 마. 너도 곧 용감한 강아지가 될 거야. 이제 겨우 한 달 반 됐잖아."
제가 위로해 주었어요.
와글와글, 바글바글...
으뜸이, 버금이, 딸림이 삼형제가 신나게 놀아요.
아이구, 너희들은 좋겠다.
그렇지만 너희들 노는 모습 보니까 기분이 참 좋다.
백구는 개 신사예요. 어찌나 점잖은지 몰라요. 물론 집도 잘 지키구요.
와, 이젠 김장 할 준비를 해야겠네요.
배추를 다듬어 쌓아놓았어요.
겉은 좀 얼어 쭈그러들었지만 속은 노란게 고소해 보여요.
반으로 자른 배추를 소금에 절입니다.
소금물에 담갔다가 배추 사이사이에 소금을 약간 뿌려요.
어휴, 저 많은 걸 언제 다하죠?
하지만 천리길로 한 걸음부터 라는 말이 있듯이
꾹 참고 인내심을 가지고 하다보니, 끝이 보이네요.
도대체 몇 포기나 될까? 세어보고 싶었지만 너무 많아 셀 수가 없어요.
커다란 함지박에 가득...
커다랗고 속이 깊은 함지박에도 한 가득.....
이 많은 김치를 혼자 먹냐구요?
절대로 그렇지 않아요.
우리 두 식구 먹는 게 뭐 얼마나 되겠어요?
주위 아는 분들과 나눠먹고 싶어요.
그러니, 미안해 하지 마시고 연락주세요.
배추를 다 절이고, 밖으로 나오니 별들이 우수수 쏟아질 듯하네요.
카시오페이아도 보이고, 북두칠성도 보이고, 북극성도 보여요.
참 아름다운 밤입니다.
두 어깨에 내려앉았던 피곤이 싸악 물러가네요.
방에 들어오니, 새로 단장한 벽이 보입니다.
밧줄로 장식한 사진들....
지난 겨울, 아이들과 캠프파이어 하는 모습, 소원쪽지 매단 나무 모습....
아이들과 뭔가를 할 때는 엄청 신경도 쓰이고 힘도 들지만...
일을 끝내고 나면 보람도 있고, 기분도 좋아요.
그래서 늘, 힘들어도 아이들과의 체험학습을 계획하는 거겠죠?
그건 그렇고.....
내일, 본격적인 김장을 위해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할까 봅니다.
일찍 눈이 떠진다면, 유명한 일동 온천에도 다녀올까 합니다.
첫댓글 ㅎㅎ 화음 삼형제가 재롱으로 거들어 주었군요. 부산만 아니라면 염치없이 김장김치 얻으러 달려가련만..수고 하셨습니다! 몸도 파김치, 아니 김장김치가 되셨겟습니다. 푹 쉬세요! 너무 무리해서 쇠약해지면, 대상포진이라는 통증이 불청객으로 찾아온답니다.
대상포진이라? 뭔지 모르지만 듣기만 해도 겁나네요.
배추가 아주 고소할 것 같아요. 가까우면 좀 도와드리면 좋으련만...
온다고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일이 생겼다고 못 오는 바람에....
캠프화이어 하는 모습의 사진이 마치 벽난로가 타고 있는것 같이 보여서 따뜻해 보입니다. 우와 150포기의 배추를 절였다고요 말만 들어도 저는 몸이 아파 오네요... 저는 저의 토요일 일정이 취소되는 바람에 다음 주에 하려던 김장을 급하게 준비하여 6포기만 담그었답니다. 산지기님이 정성드려 마련해 주신 고추가루로 담그어서 올해는 아주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6포기 한것을 김장이라고 할 수 있나요
내년부터는 산모퉁이에 와서 해가지고 가세요. 뭐든지 유기농이니까요...
밧줄액자가 그만이네요. 저 엄청난 배추 앞에서도 여유있는 쌤의 마음... 참 존경스럽네요.^^
일을 겁낸 적은 없어요. 몸이 안 따라줘서 못했을 뿐이지....이번에는 산지기와 둘이서 절이고, 씻고, 채썰고, 버무리고, 속 넣고, 독 파서 그 속에 넣고...정말 장난이 아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