蓋聞秋之爲氣, (개문추지위기)
듣건대 가을의 기운이란 것은,
揫斂萬物者也.(추검만물자야)
만물을 거두어 모으는 것이다.
靡斧鉞而政肅, (마부월이정숙)
도끼가 없어도 그야말로 숙살(肅殺)하며,
行不見乎軌轍.(행불견호궤철)
기운이 다니는 자취가 보이지 않는다.
羌無質而無窾, (강무질이무관)
아 재질도 없고 텅 빈 것도 아니면서,
迭四序而居一.(실사서이거일)
바뀌는 사계절 중 한 자리를 차지했어라.
遵迎郊之懿則,(존영교지의즉)
교외에서 맞이하는 아름다운 법칙에 따라,
爰命筇而覽察.(원명공이람찰)
이에 지팡이를 짚고 가을을 보러 가노라.
原野鏖靑, (원야오청)
들판에는 푸른색을 무찔러 가고,
浦海驅白.(포해구백)
바다에는 흰색을 몰고 가누나.
月澄澄而凈輝, (월징징이정휘)
달은 맑은 모습으로 비치고,
天皬皬而頓廓.(천학학이돈곽)
하늘은 환한 빛으로 드넓어라.
此秋之見於色者耶.(차추지견어색자야)
이것은 가을이 빛으로 드러난 것인가.
憭慄兮慘惔, (요율혜참담)
기운이 처량하고 참담하며,
霜薄兮雲舂.(상박혜운용)
서리가 내리고 구름이 일어나니.
亭皐則落葉歸根,(정고즉낙엽귀근)
물가에는 잎이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고,
隴陌則嘉實呈功.(농백즉가실정공)
언덕에는 좋은 열매가 익었어라.
此秋之著於容者耶.(차추지저어용자야)
이것은 가을이 모습으로 드러난 것인가.
以無形而寓形,(이무형이우형)
형체 없음으로써 형체에 깃들어,
撝萬象而作繪.(휘만상이작회)
만상을 지휘하여 그림을 만든다.
目有得而殊態, (목유득이수태)
눈으로 보매 자태가 각각 다르나니,
耳可審者焉在.(이가심자언재)
귀로 살필 수 있는 것은 어디에 있는고.
若其喞喞切切, (약기즉즉절절)
찌르 찌르르 찌르 찌르르,
或促而長,(혹촉이장)
소리가 혹 촉급하고 길어서,
砭入肌膚, (폄입기부)
사람의 피부에 아프게 파고드니,
琢在腎腸.(탁재신장)
신장을 쪼아내어 우는 듯하여라.
恒永夜以求晨, (항영야이구신)
긴긴 밤 지나 아침이 올 때까지,
依薄樾以悽霜者, (의박벌이처상자)
숲에 깃들어서 서리를 맞으며 우는 것은,
吾知爲蟲聲也.(오지위충성야)
벌레 소리라는 것을 나는 아노라.
引絲哢竹, (인사농죽)
현악기와 관악기를 연주하는 듯,
啾哳叮嚀, (의찰정녕)
맑은 소리로 지저귀면서,
遡落霞而訴臆, (소락하이소억)
떨어지는 안개를 거슬러 호소하여,
咽欲絶而不停者, (인욕절이불정자)
애절한 울음이 끊어질 듯 그치지 않는 것은,
吾知爲鳥聲也.(오지위조성야)
새소리라는 것을 나는 아노라.
楓酣而哀壑韻, (풍감이애학운)
단풍이 붉게 물들고 골짜기 쓸쓸할 때,
石出而幽泉落, (석출이유천락)
바위는 드러나고 시냇물은 줄어서,
百派交於嵌空,(백파교어감공)
온갖 물줄기가 빈 골짜기에 교차하며,
儘淙琤而淅瀝者, (진종쟁이석역자)
참으로 맑은 소리 울리며 흐르는 것은,
吾知爲水聲也.(오지위수성야)
물소리라는 것을 나는 아노라.
山吟而谷響, (산음이곡향)
산은 읊조리고 골짜기는 울리며,
林振而柯鬪, (임진이가투)
숲은 흔들리고 나무는 다투어,
始旋蓬以交回, (시선봉이교회)
처음에는 마른 쑥을 날려 소용돌이치다,
終捲穹以驟走, (종권궁이취주)
마침내는 하늘을 휘말아 질주하여,
匪驚濤之亂蹙, (비경도지란축)
놀란 물결이 아니면서,
若磤䨓之紛吼者, (약은뢰지분후자)
마치 우레가 마구 울리는 듯한 것은,
吾知爲風聲也(오지위풍성야)
바람 소리라는 것을 나는 아노라.
旣無小而無大, (기무소이무대)
이미 작음도 없고 큼도 없으며,
雜衆籟而砰轟, (잡중뢰이평굉)
뭇 소리들 뒤섞여 요란히 울리니,
靜思惟而起惱.(정사유이기뇌)
고요히 생각하다 번뇌가 일어난다.
壹令人以懷生, (일영인이회생)
하나같이 사람에게 감회 일게 하니,
凡出乎虛撼乎情者, (범출호허감호정자)
무릇 빈 곳에서 나와 감정을 흔드는 것은,
何莫非秋聲也.(하막비추성야)
무엇인들 가을 소리가 아니겠는가.
夫軋乾軸而亭毒, (부알건축이정독)
대저 하늘의 축을 운전하여 만물을 기름에,
疇有敷而不收.(도유부이불수)
펼치고서 거두지 않는 것 무엇이 있으랴.
動觸物而發機,(동촉물이발기)
움직이면 사물과 감촉하여 작용을 일으키니,
殆若類乎鼓枹.(태약유호고외)
흡사 북을 치는 북채와 비슷하여라.
孰告諭以布信, (숙고유이포신)
누가 미덥게 세상에 알리는가,
乃均調而相應.(내균조이상응)
만물이 고르게 이에 호응하도다.
彼蟲鳥之有心, (피충조지유심)
저 벌레와 새들도 마음이 있어,
或齎嘅于衰旺.(혹채개우쇠왕)
혹 계절의 변화에 탄식을 하누나.
維流水與轉風, (유류수여전풍)
오직 흐르는 물과 부는 바람은,
豈革響于俄頃.(개혁향우아경)
어찌 잠깐 사이에 소리 바뀌랴.
吾不知其然也, (오불지기연야)
나는 이렇게 되는 까닭을 모르지만,
必有存乎主張.(필유존호주장)
필시 무언가 주재하는 게 있으리라.
於是忽高詠而發音, (어시홀고영이발음)
이에 홀연 높이 읊어서 소리를 내고,
按曲拍而流商.(안곡박이유상)
박자를 맞추어서 가을 소리를 낸다.
和濺溜之潺湲, (화천류지잔원)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화답하고,
與回飇而倏颺, (여회표이숙양)
휘몰아치는 바람과 함께 섞이니,
林藪之切股助歎,(임수지절고조탄)
숲에서는 벌레들이 탄식을 돕고,
巖峀之決吻增傷, (암수지결문증상)
산봉우리에는 새들이 상심을 보태,
互自鳴其不平, (호자명기불평)
각자 불평한 심정을 울어 드러내며,
來逐節而低昂.(내축절이저앙)
계절 따라 와서 높고 낮게 우는구나.
撫年歲之不淹, (무년세지불엄)
한 해가 머물지 않음을 돌이켜 보노니,
柰少壯之電忙.(내소장지전망)
젊은 시절이 번개처럼 지나감을 어이하랴.
其聲唈唈然嗚嗚然, (기성읍읍연연오오연)
그 소리가 우울한 듯 오열하는 듯해,
今日之歌異昔日之隱几, (금일지가이석일지은궤)
오늘의 노래가 예전의 은궤와 다르니,
何其悲哉.(하이비재)
어쩌면 그리도 슬픈가.
豈非秋聲之浹吾肺肝, (개비추성지협오폐간)
어찌 가을 소리가 나의 간과 폐에 젖어들어,
發吾喉齒者耶.(발오후치자야)
나의 목과 치아 사이로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固知一往一來, (고지일왕일래)
이에 진실로 알겠노라 한 번 가고 한 번 옴은,
天亦不違, (천역불위)
하늘도 어길 수 없다는 것을,
宜吾血肉, (의오혈육)
의당 혈육으로 된 나의 몸도,
順以同歸, (순이동귀)
이 이치에 순응해 함께 돌아가,
色與秋齊,(색여추제)
형색은 가을과 나란히 가고,
聲與秋移.(성여추이)
소리는 가을과 더불어 옮겨 가리.
生也可樂(생야가락)
삶이 즐거웠거늘,
逝復何咨(서복하자)
세상을 떠난들 무엇을 한탄하랴.
說 : 구양수(歐陽修, 1007~1072)
북송(北宋)의 정치가이자 문인으로, 자는 영숙(永叔)이고, 호는 취옹(醉翁), 육일거사(六一居士)이다.
어려서 집이 가난하여 갈대를 가지고 땅에 글씨 연습을 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