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루가 14, 1 - 6]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라는 동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주일학교에서 처음 들었고, 또 배웠습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온다면? 그야말로 꿈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촌구석에서 자란 제가 텔레비전에
나올 확률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제가 알고 있는 우리 동네 사람 중 유일하게 텔레비전에 나왔던 사람은
지방 방송국의 어린이 노래 경연대회나 퀴즈대회 같은 프로그램에 나갔다가
별 성과 없이 돌아왔던 같은 학교 학생들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진학 때문에 도시로 나와서 공부할 때 지방 뉴스에 ‘행인 1’ 역할로
나왔다는 것을 보았다는 친구들의 말을 들은 적은 있어도 유명 연예인이나 훌륭한
사람으로 방송을 타본 적은 여지껏 한 번도 없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 뉴스에
나온 것도 비행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보도였다고 합니다. 분명히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를 찍어간 기자는 버스 노선과 가로등 문제라고 했는데`….
그때부터 언론에 대한 제 불신의 책임은 언론에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아무튼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는 소망은 어른이 되면서
점점 퇴색되어 갑니다.아니, 오히려 텔레비전에 나와서는 안 될 거란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특히 뉴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대하면서도 저와는 다른 사람들,
저와는 상관없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세상 사는 것이 다 그렇지’ 하며 지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주인공이 나라면 어떻게 될까? 자연재해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저 사람, 저 집이 내 가족, 내 집이라면? 지금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온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면? 그래도 나는 이렇게 태평하게
‘세상일이 전부 그렇지’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고슴도치도 제 새끼 귀여운 줄은 안다고 합니다. 내 일이 아니라고,
내 병이 아니라고, 내 식구가 아니라고, 남은 아프거나 말거나
그냥 지나치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눈뜬 장님으로 만들고,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병입니다..
이정석 신부(전주 가톨릭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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