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머거리 17년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에 오랜 세월 수행해온
지혜로운 성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성자를 만나 가르침을
얻기 위해 기나긴 여행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때 가난한 여인이 사막을 가로 질러 성자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
여인은 이미 기력이 쇠잔해 있었고,
오랜 여행끝에 빈털터리가 되어 있었다.
마침내 성자를 만날 차례가 오자
여인은 기쁜 마음으로 성자 앞에 다가갔다.
하지만 막 말을 꺼내려는 순간
여인은 그만 방귀를 뀌고 말았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여인은 얼굴이 빨개져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때 성자가 말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여인은 여전히 얼굴이 빨개져서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다시 성자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귀가 어두워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러니 큰소리로 말해 주십시오."
순간 여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성자의 귀가 어두워 자신이 뀐 방귀 소리를
알아듣지 못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문득 여인은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하여 여인은 짐짓
큰소리로 성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놓았다.
성자는 행복에 넘친 얼굴로 여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성자는 여인에게 마음의 평화와 지혜가
담긴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인은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성자 앞을 물러 나왔다.
다음 사람이 찾아왔을 때도
성자는 귀가 어두운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날 이후 성자는 귀머거리가 되었고,
귀머거리로 행세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어느 날,
성자는 그 여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성자는 자신의 제자들을 모두 불러모은 후
이렇게 말했다.
"내게 신의 은총이 내렸나보다.
오늘 아침 기적적으로 귀머거리에서 벗어났다!"
_마음의 평정 가운데서 / 이용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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