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드라마 [징비록] 첫 방송 임박
“으악” 혹한에 맨몸 촬영 투혼
“바른대로 대지 못하겠느냐?”
문경새재의 차가운 날씨 속에
비명소리가 새파란 하늘을 찌른다. 추국(推鞫)장면을 연기하느라 상반신을 노출하고 양손을 밧줄에 매단 배우, 봉두난발에 피 칠갑을 한 배우, 인두로 허벅지를 지져 신음소리를 내는 배우들로 촬영장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월 중순 ‘징비록’이 본격 촬영 중인 경북 문경 왕건세트장을 찾았다. 기축옥사의 도화선이 된 정여립 모반사건의 연루자들을 추국하는 장면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위관 정언신(박칠용 분)이 류성룡(김상중 분)과 이산해(이재용 분)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문으로 피투성이가 된 죄인들을 심문하고 있었다.
긴박한 순간, 촬영에 몰두하고 있는 김상휘 PD를 찾았다. ‘한낮인데도 왜 이렇게 춥냐?’는 투정에 “이 곳 날씨 기준으로 지금은 봄날.”이라며 싱긋 웃는 김 PD는 추위 때문에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있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임진왜란이라는 최대국난을 선조들이 어떻게 극복했는지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임진왜란 TV개론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기획의도지요. 이 작품의 키워드는 ‘용기’, ‘책임’, ‘교훈’ 이 세 가지입니다. ‘용기’는 마음속 두려움을 이기고 국란을 극복하는 것이고, ‘책임’은 환란을 일으킨 자들에게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이고, ‘교훈’은 지난날을 반성하고 유비무환의 정신을 배우자는 것입니다.”
김 PD의 기획의도를 듣다 보니 정도전에 비견할 만한 고품격 대하 드라마의 탄생이 눈에 본 듯 선명하게 그려졌다.
안덕철 촬영감독의 각오도 남달랐다. “‘불멸의 이순신’이 종영한지 10여년 만에 다시 재조명을 받는 걸 보더라도 고화질의 영상을 위해 촬영, 조명, 의상, 소품 등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단 생각을 많이 합니다. 특히 본격적인 4K 촬영시대를 맞아 레드 에픽 카메라로 고화질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징비록’은 임진왜란 당시 전시 총사령관격인 영의정 겸 도체찰사였던 서애 류성룡 선생이 임진왜란 7년을 온몸으로 겪은 후 집필한 전란의 기록이다. 이를 생생하게 영상화한 KBS 대하 드라마 ‘징비록’이 다음달 안방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지난해 정통 사극 열풍을 불러일으킨 ‘정도전’ 이후 7개월 만이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명량’에서 보듯 임진왜란을 극복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게 될 것이다.
리더십 부재의 시대…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사회 지도층이 갖춰야 할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고민해 보는 정통 사극 탄생이 임박했다.
김상중, 김태우, 임동진, 이재용, 김규철, 김혜은, 노영학 등이 열연한다.
2월 14일 1TV 첫 방송을 기다려보자.
미니 인터뷰 _김상중 (류성룡 역)
“진정한 리더십과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생각한다”
Q. 류성룡 선생을 조명하는 최초의 드라마이다. 각오나 소감 한마디?
이 시대에 왜 류성룡 선생을 재조명해야 하는지 이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될 것이다. 선생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고, 여러 문헌과 참고서적 등을 통해 선생의 발자취를 밟아 나갈 것이다. 선생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바꿔 말하면 ‘참 재미가 없는 사람’이다. 선생의 조용한 카리스마, 진정한 리더십을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Q. 충무공 대신 왜 류성룡 선생을 조명하나?
지금까지 임진왜란하면 이순신 장군, 이순신 장군하면 해전이 떠 오를 것이다. 하지만 육지에서는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 명나라와 조선이 합동으로 일본과 싸운 평양성 전투 등 다양한 전투가 있었다. 권율 장군을 조정에 천거하고, 명나라가 일본을 치도록 가교역할을 했던 분이 류성룡 선생이다. 영화 ‘명량’과는 달리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고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지 류성룡 선생을 통해서 알 수 있을 것이다.
Q. 연기를 하면서 느끼는 류성룡 선생의 매력은?
류성룡 선생은 보스가 아니라 리더였다. 보스는 ‘가라’고 한다면, 리더는 ‘같이 가자’고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시대에 다시 류성룡 선생을 재조명하고, 그분의 책 <징비록>을 사람들이 많이 읽으려고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