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호크 다운’ 등 스펙터클 연출에 강한 감독의 여성 영웅 드라마
‘사랑과 영혼’ 데미 무어의 삭발·대역 없는 액션 연기 투혼 돋보여
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 방영한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가 꽤 인기를 끌었다. 젊은 연기자, 가수,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이 나와 악전고투·좌충우돌의 군대 체험을 사실감 있게 보여 줘 호평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군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데도 한몫해 군이 국민 속으로 성큼 다가간 느낌을 줬다.
여군 특집도 재미있었다. 예쁜 여자 연예인들이 민낯으로 진흙탕을 구르고 단체 얼차려를 받는 등 남성들도 하기 힘든 훈련을 받는 모습은 애처롭지만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했다. 또한 빨간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그녀들의 군기를 잡는 여자 교관들의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간혹 훈련에 참가한 여자 연기자 가운데는 남성 이상의 체력과 운동 실력, 담력을 보여준 유명 스타도 있었다. 실제로 아마추어지만 여자 복싱 우승자도 있었다. 여자들도 극한 상황에선 남성을 능가하는 체력과 담력, 파이팅을 갖고 있음을 과시했다.
네이비실에 투입된 여성 장교 이야기
영화 ‘지. 아이. 제인(G.I. Jane)’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해군특전단 훈련에 투입된 한 여성 장교가 혹독한 훈련을 극복하고 강한 여성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영화의 메시지다.
미 해군 정보국의 중위인 조던 오닐(데미 무어)이 편견을 깨고 네이비실(Navy SEAL) 특전훈련을 통과한 최초의 여성이 된다는 것이 기둥 줄거리다. 삭발을 감행한 할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가 힘든 육체적인 훈련을 견뎌내며 자신의 꿈을 이뤄내는 여군 역을 열연해 호평을 받았다.
교관들의 멸시 이겨내며 임무 완수
조던 오닐은 뛰어난 정보 분석력과 판단력을 갖춘 에이스다. 철인 3종 경기 올림픽 참가자인 오닐은 걸프전이 발발했을 때도 참전을 신청하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어느 날 그녀에게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훈련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그 기회는 군의 성차별 폐지 법안을 이용해 재선을 노리는 여성 상원의원 드헤이븐(앤 밴크로프트)이 헤이즌 장관 인사청문회 승인을 조건으로 해군과 비밀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처럼 비록 정치적인 목적으로부터 나온 것이긴 하지만 오닐은 평생의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훈련장으로 향한다. 선임 교관 존 얼게일(비고 모텐슨)은 여자가 입소하는 자체가 달갑지 않다. 오닐은 남자라는 자존심으로 가득 찬 훈련생들과 교관들의 멸시를 이겨내며 남자와 똑같은 조건에서 혹독한 훈련을 잘 견뎌냈다. 얼게일 교관은 포로 훈련에서 생포된 오닐을 필요 이상으로 심하게 구타한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굽히지 않고 그에게 일격을 가한다.
동료들은 서서히 그녀의 강인함과 전우애에 감동을 받게 된다. 오닐은 마지막 관문인 리비아 실전에서 팀장으로서 동료들과 함께 임무를 완수하고 부상한 얼게일을 구출한다.
개봉 당시 멜로 영화 ‘고스트-사랑과 영혼’의 여배우 데미 무어가 여전사로 변신해 화제가 됐다.
데미 무어는 대역 없이 많은 훈련 장면을 직접 연기해냈으며 실제 삭발을 하기도 했다. 데미 무어의 뮤직비디오 같은 트레이닝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미 전성기를 보낸 여배우 데미 무어의 액션 연기는 일부 할리우드 비평가들로부터 “당신이 데미 무어냐, 아니면 남편 브루스 윌리스냐?”라는 식의 비아냥을 받기도 했다. ‘다이하드’의 액션 스타 브루스 윌리스와 이혼 후 한때 연하인 영화배우 애슈턴 커처와 연인 사이이기도 했다.
감독은 리들리 스콧이다. ‘블랙 호크 다운’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등 스펙터클한 전쟁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할리우드 명감독이다. 이번 ‘지. 아이. 제인’은 ‘에이리언’ ‘델마와 루이스’ 등 일련의 강한 여성 캐릭터들을 내세워 만든 영화에 속한다. 부하 남성들을 이끌고 적(괴물)을 물리치는 여전사, 남성 중심의 세계에 저항하는 외롭고 강한 여자가 주인공들이다. 여자 영웅의 신화를 쓴 캐릭터들이다.
여군 1만 시대, 많은 우수인력 활용해야
우리나라도 여군 1만 명 시대를 맞고 있다. 본래 여군은 남성들의 전투 활동을 지원 또는 보조하기 위해 창설됐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실제 상황에 대처할 만한 능력을 가진 여군으로 발전했다.
우리 여군도 남성 군인과 비교해 전혀 부족하지 않은 정신력과 체력을 갖게 된 것이다. 주지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여성 인력은 선진국 수준이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활발하다. 우리 군도 여군 인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급변하는 우리 안보 상황을 생각할 때 더 많은 우수 여성 인력들이 활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여군을 여성이 아닌 군인으로 생각하는 군 문화도 지속적으로 발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