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제회 도입 7부능선 넘었다
관련법 보건복지위 통과… 종사자 처우개선 ‘기대반 우려반’
지난해 12월‘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사회복지사공제회 법제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회복지공제회 도입은 사회복지 최일선에서 국가의 필수적 복지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 자신은 수급자에 가까운 열악한 환경에 직면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기돼 왔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관련 예산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반해 일선 현장에서의 체감 온도는 싸늘하기만 하고 복지사들의 처우 문제 또한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은 보수를 비롯한 근로환경의 열악함은 물론, 전문가로서의 지위도 확답 받지 못한 채 단순히 봉사자쯤의 개념으로 인식되며 희생과 사명감을 강요당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사회복지사끼리 결혼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까지 있을까.
서울의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임모(27) 복지사는 “복지관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복지사는 자원봉사자 인 줄 안다”며 “게다가 요즘은 내 권리 내가 찾겠다는데 왜 안해주냐며 복지사를 협박하고, 때로는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도 있어 일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근로환경 개선·전문가로서 지위 인정받아야”
지난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실시한 ‘사회복지사의 근로 및 생활실태와 공제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조사는 사회복지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엿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한국손해사정협회에 의뢰, 전국 16개 시·도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에 종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24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사회복지사의 근로 및 생활실태와 공제제도 도입의 필요성’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6.5%가‘현재의 근무 여건과 대우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대체로 불만족’은 40.7%, ‘매우 불만족’도 25.8%나 나오는 등 대다수 종사자들이 자신의 근무환경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연령대와 직급을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드러났다.
또 사회복지사의 연봉은 여성 32.8%, 남성 33.3%가 ‘2000만원~2500만원’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대기업 대졸 신입 초봉 평균인 3138만원보다 많게는 1000만원 이상 차이나며, 대졸 구직자들의 첫 직장 초봉 의망 연봉인 2655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낮은 연봉으로 인해 이들은 노후자금 준비 또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남성의 88.1%, 여성의 91.6%가 저축할 여유가 없다고 답하는 등 열악한 사회복지사 임금 수준이 수치로 드러났다.
종사자 10명 중 7명 근무여건·대우 ‘불만’
이 같은 조사결과는 사회복지계의 잦은 이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12월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발간한 사회복지사 처우개선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에 따르면 사회복지사의 42.6%가 이직을 경험했고, 종사자 가운데 41.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등 처우가 매우 좋지 못하다.
잦은 이직은 결국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을 저해하고, 전체 사회복지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지 못한 채 국민 삶의 질 제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공제회를 통해 퇴직연금급여사업 등을 실시함으로써 사회복지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복지사들의 소진예방은 물론 궁극적으로 국민의 복지를 증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장 실무자들도 공제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회복지사의 근로 및 생활실태와 공제제도 도입의 필요성’ 에 대한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의 84.9%인 2070명이 공제제도 도입이 필요하고 응답했다. 가입의사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85%(2079명)가 가입의사를 밝히는 등 공제회제도에 대해,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특히 응답자들은 공제제도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처우개선(67.1%), 노후 안정(18.9%)을 꼽았다.
공제회 도입 필요 84%… 가입의사 85%
이 같은 사회복지계의 바람인‘사회복지사공제회’제도 도입이 드디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2일‘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이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법제사법위원 회의와 본회의만을 남겨두고 있는 것.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을 통해 질 높은 복지서비스 제공은 물론, 복지사의 권리를 찾아 전문가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회 복지사공제회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회복지계 한 관계자는 “행복한 사회복지사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무엇보다 공제회는 다른 누구의 힘이 아닌 사회복지사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한다는 뜻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2009년 시행된 공제회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해 적극적인 대외활동을 펼쳤다”며“이주영, 곽정숙, 신상진 의원 등 일부 의원의 도움으로 지난해 본회의까지 통과시킬 계획이었지만, 국회파행으로 계류중에 있어 아쉽다”고 밝혔다.
지난해 사회복지사 처우와 관련해 구상찬 의원, 백원우 의원, 신상진 의원, 이주영 의원, 곽정숙 의원 등이 모두 6개의 법안 개정을 신청했으나, 국회법 제51조에 따라 위원회 대안으로 신상진 의원 등 11인이 발의한‘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으로 통합 심의키로 했다.
복지부 인가로 설립가능… 전 종사자 대상
신상진 의원은 “사회복지 법인 등에 종사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등은 지역단위의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주요한 구성요소임에도 열악한 근로환경, 낮은 임금 수준, 과중한 업무량으로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다”며“사회복지사 등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사회복지공제회를 설립, 운영토록 함으로써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복지를 증진한다”고 법안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법률안은 △사회복지사 등의 보수가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보수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하고 △보건복지부장관과 지자체의 장은 사회복지사 등의 보수 수준 및 지급실태 등에 관해 3년마다 조사하도록 하며 △사회복지사 등이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인가를 받아 사회복지공제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공제회는 독립 법인으로 하고, 주된 사무소는 서울시에 두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또 정관 기재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정관의 변경은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하며, 공제회 대상은 사회복지 법인 등에서 사회복지사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모두 포함한다. 쉽게 말해 시설, 기관, 재단 등 사회복지관련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를 포함해 일반 행정직, 사무 보조, 기능직 등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사회복지공제회는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회원에 대한 공제급여의 지급, 사회복지시설의 안전·화재 등에 대한 공제사업, 자금조성 및 회원의 복지·후생을 위한 사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공제사업의 재원이 회원이 납입한 공제료,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외의 자의 출연금, 공제사업의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익금, 그 밖의 수익금으로 하고, 공제회의 예산과 결산, 준비금의 적립, 보건복지부장관의 행정조치 등을 규정한다.
독립법인으로 서울에 사무실 둔다
공제회 도입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공제회 운영 주체 및 투명성, 대상자 범위, 성공여부 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운영주체에 대해 공제회 설립을 추진했던 한국사회복지사협회나 설립에 관여했던 특정 인물들이 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드러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공제회 도입을 위한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그 역할”이라며 “공제회 설립에 참여했던 추진위원들도 설립을 위한 여건만 마련해주기로 처음부터 약속했다. TF팀 추진위원들이나 협회는 공제회가 설립되면 소임이 끝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안에 따르면 공제회는 의결기관으로서 대의원회와 이사회를 두고, 집행기관으로서 이사장과 이사를 두며, 감사기관으로서 감사를 두게 돼 있다. 또한 공제회 대의원의 선정과 대의원회의 구성과 권한, 이사회의 구성과 권한, 임원의 정수, 임원의 선출 및 임기, 임원의 직무, 직원의 임면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된다. 특히 협회는 대상자 범위를 두고 아직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제회 회원은 사회복지사 또는 사회복지사업을 행할 목적으로 설치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가 모두 포함된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를 모두 포함함으로써 일부 시설 등에 있는 간호사, 조리사, 운전사 등까지 포함되는 것. 그러나 이들은 각기 다른 법률로 다루고 있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숙제가 남아 있다.
“회원 대상 범위 고민”… 프로그램 다양화 과제
공제회 설립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회복지기관에 근무하는 이병호(33)씨는 “솔직히 공제회가 생긴다고 하니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또 월급에서 회비가 빠져 나가겠구나 싶어 한숨부터 나온다”며 “군인공제회 같이 믿을 수 있는 곳이라면 몰라도, 믿음도 없는 상태에서 확실한 보장 없이 선뜻 가입하기를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한 장애인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도 “협회비에 보수 교육비, 여기다 사회복지사공제회 회비도 내야하는 것이냐”며 “쥐꼬리 만한 급여로 이것저것 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더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한 사회복지사는 “강제성이 있는 게 아니라 가입률이 얼마나 되는지, 공제회를 운영하는 주체의 역량은 얼마나 되는지 확인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복지사도“요즘 사회복지 현장이 정치적으로 많이 치우치고, 자기 실속을 차리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데 이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며 “공제회는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관계자는“회원 가입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가입을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을 들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이 부분은 차후 설립되는 공제회 독립법인에서 고민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사회복지 종사자 가입 유도가 성패 좌우
반면 사회복지공제회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도 크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 관계자는 “공제회 도입을 적극 지지한다”며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이를 통해서 저금리의 대출을 용이하게 이용하고, 다양한 복지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함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생활에 안정을 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노인시설에 근무하는 박모씨는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복지사의 빠듯한 월급으로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매우 부담스럽다”며 “사회복지사공제회가 도입돼 저렴하게 대출받고, 실속 있는 보험 상품 등을 통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 사회복지 전문가는 “조금 저항이 있더라도 기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전부 가입토록하면 개인부담도 줄고, 더 많은 혜택도 누리지 않을까 싶다”며“사회복지 종사자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 또한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호응과 가입율이 공제회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출처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