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변 소규모 알짜단지로 꼽히는 풍납미성아파트(275가구)가 재건축 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해 재건축 첫발을 뗐다.
12일 송파구청에 따르면 풍납미성아파트는 재건축 안전진단 결과 53.93점을 받아 1차 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점수(100점 만점)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D등급(31~55점)은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시설안전공단)의 적정성 검토도 거쳐야 한다. E등급(31점 미만)은 안전진단 통과 확정, A~C등급(55점 초과)은 재건축 불가를 뜻한다.
이번 결과로 풍납동 일대에 재건축 기대감이 일어나는 모양새다. 풍납미성은 1985년 지어진 275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로 용적률이 167%여서 재건축 진행 시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채갑식 풍납미성 재건축추진위원장은 "풍납동은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던 동네"라며 "한강변에서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점을 살려 명품 아파트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이곳의 실거래가 상승폭도 가파르다. 전용면적 117㎡는 2019년 12월 9억77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해 8월 11억6000만원까지 올라 신고가를 2억원 가까이 높였다.
풍납동은 과거 한성백제 시기 유물이 출토된 지역으로 정비사업이 멈췄던 곳이다. 풍납토성은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 드러난 성곽으로, 초기 백제가 웅진으로 천도하기 전 500년간 쓰던 곳으로 사학계에서는 추정한다. 정부는 1970년대 풍납토성 인근 지역을 문화재보존지역으로 지정하고 2000년대 초반부터는 재건축 불가·건축물 허가 높이 제한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 지역을 모두 매입하려면 2조원 넘게 들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존 및 보상권역이 불명확해졌고 결국 지역민들이 재산권 침해를 주장해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풍납 우성아파트를 재건축한 697가구 규모 '잠실 올림픽공원 아이파크'가 성공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 이곳 전용 60㎡는 2019년 말 27층 매물이 14억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1월 9층이 16억2000만원에 손바뀜돼 2억원 넘게 뛰었다.
이번 안전진단 결과는 풍납미성아파트 자체 구조조사에 그쳤지만 터파기 작업 등 재건축 절차를 본격화할 때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에 재건축 안전진단 결과가 전해지지 않았고 앞으로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