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청산 가는 길의 안갯속 소나무
내게 투혼을 발휘하라고 말하지 말라.
그건 모욕이다. 나는 야구 선수가 "멋진 투혼"을
자랑삼는 걸 듣고 싶지 않다.
그건 당연한 거니까.
――― 진 우들링(Gene Woodling, 1922~2001),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 산행일시 : 2016년 3월 5일(토), 흐림, 안개, 비
▶ 산행인원 : 16명(버들, 자연, 모닥불, 악수, 대간거사, 사계, 상고대, 두루, 일타, 신가이버,
해마, 해피, 도~자, 모두, 승연, 메아리)
▶ 산행시간 : 9시간 5분
▶ 산행거리 : GPS 실거리 16.9km(1부 7.9km, 2부 9.0km)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2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08 ~ 08 : 15 - 제천시 백운면 방학리 가정 마을, 달랑고개, 산행시작
09 : 16 - △517.0m봉
09 : 50 - 오청산(五靑山, 656.9m)
10 : 40 - 632.3봉, Y자 능선 분기, 오른쪽으로 감
11 : 07 - 임도
11 : 35 - 오챙이 마을, 송강저수지, 1부 산행종료, 점심
12 : 09 - 2부 산행시작, 송강저수지 위, 된장집 입구, 너랭이 마을
12 : 45 - △470.5m봉
13 : 00 - ┫자 갈림길 안부, 장개미재
13 : 17 - 주릉마루
13 : 37 - 602.8m봉
14 : 24 - △678.5m봉
15 : 14 - 702.7m봉 전위봉
15 : 34 - 702.7m봉
15 : 47 - ╋자 갈림길 안부, 비지재
16 : 19 - 시루봉(740m)
16 : 45 - 옥녀봉(玉女峰, 714.4m)
17 : 20 - 충주시 엄정면 유봉리 녹재, 산행종료
18 : 42 ~ 20 : 17 - 감곡, 목욕, 저녁
21 : 35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오청산 정상에서, 뒷줄 왼쪽부터 일타, 모두, 자연, 해피, 모닥불, 버들, 두루, 대간거사,
사계, 메아리 대장, 도~자, 앞줄 왼쪽부터 승연, 상고대, 해마, 신가이버
2. 2부 산행, 시루봉 주릉 오르기 전
2-1. 2부 산행, 702m봉 전위봉에서, 멀리는 천등산
▶ 오청산(五靑山, 656.9m)
산은 우리에게 종교인가? 오청산을 오르면서 사계 님과 해마 님이 나눈 얘기의 주제다. 기상
청은 주초부터 이번 주말에 중부내륙지방에 큰비가 오고 돌풍과 우박까지 몰아칠 것이라고
예보했다. 오늘 이른 아침 동서울터미널 대합실에 여느 때와 달리 등산객이 썰렁한 것은 그
런 연유에서일 것. 묵직한 배낭 맨 우리 차림이 약간은 어색하다.
오늘 산행에 16명이나 간다. 일기불순은 우리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오
늘 오를 오청산이나 시루봉, 옥녀봉이 세상에 그다지 알려진 산도 아니고 오지산행에서 (물
론 코스를 달리 했지만) 예전에 갔었다. 다만, 우리는 주말이면 만사 제쳐두고 산을 찾아가는
의식을 올릴 뿐이다. 이러하기 10년이 훌쩍 넘었다. 사계 님이 나에게 동의를 구한다. 형님에
게도 산이 종교이지요? 글쎄, 적어도 종교적이지는 않을까.
너른 들판 가로지르는 가정2교 지나고 도로 옆에 ‘달랑고개’라는 잘 생긴(?) 표지석이 보인
다. 오늘 1부 산행 오청산의 들머리다. 달랑고개 표지석에 아울러 그 사연을 써놓았다. “서낭
당에 돌 던지고/달랑달랑 넘든 길/옛 길이 아름다워/이 돌에 새김니다./병술년 충주 길손” 병
술년은 2006년이다.
찌뿌듯한 하늘 한 번 우러르고 달랑고개 표지석 뒤 생사면을 오른다. 가시철조망보다 더 살
벌한 복분자 가시덩굴을 피해 옆 사면을 친다. 낙엽송 숲이다. 간밤에 비가 살짝 내렸는지 침
엽 낙엽이 촉촉하고 부드러워 걷기에 썩 좋다. 능선에는 안개가 오간다. 벌목한 사면 아래 마
을은 운해에 잠겼다. 벌목한 사면에 듬성듬성 남겨둔 모수(母樹)가 안갯속 가경이다.
벌목하여 조망 트인 430m봉에서 첫 휴식한다. 입산주 탁주가 먼 산 눈 안주에 더하여 피조
개와 봄동 배추전 안주하니 아주 맛나다. 피조개껍질은 후일 지질학자들이 이곳을 해저가 융
기한 곳이라고 우길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수습했다. 얼근한 발걸음으로 된 한 피치 오르니
517.0m봉이다. 등로 조금 비켜 삼각점이 풀숲에 묻혀 있다. 422 재설, 76.9 건설부.
이제 잔 봉우리 오르락내리락이 끝나고 오청산까지 줄곧 오르막이다. 자작나무 숲 지나고 등
로 주변에 즐비한 소나무가 볼만하다. 하나같이 장대하다. 특히 안개가 여백을 채운 농담(濃
淡)의 노송은 가히 절품이다. 그런 동양화 전시장에 들어선 기분이다. 대체 산이 아름답지 않
을 때가 있던가.
소나무 바라보고 우러르다 오청산 정상이다. 백두사랑산악회에서 ‘천등지맥 오청산’이라는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긴 휴식한다. 어묵 끓여 가는 겨울을 아쉬워한다. 왜 오청산(五靑山)
이라고 하는가? 주변의 산봉우리 5개를 들어 오청산이라고 하는가? 어쨌거나 ‘청(靑)’은 소
나무를 두고 작명했으리라 짐작한다.
3. 오청산 들머리, 달랑고개 표지석 뒤로 오른다. 달랑고개 표지석 문구는 “서낭당에 돌 던지
고/달랑달랑 넘든 길/옛 길이 아름다워/이 돌에 새김니다./병술년 충주 길손”이다
4. 오청산 가는 길, 벌목한 사면에 남긴 모수(母樹)
5. 오청산 가는 길, 벌목한 사면에 남긴 모수(母樹), 가정 마을은 운해에 잠겼다
6. 오청산 가는 길, 벌목한 사면에 남긴 모수(母樹), 가정 마을은 운해에 잠겼다
7. 멀리 가운데는 시랑산(691m), 박달재는 저 산 왼쪽에 있다
8. 오청산 가는 길, 벌목한 사면에 듬성듬성 남긴 모수(母樹)
9. 오청산 가는 길, 벌목한 사면에 듬성듬성 남긴 모수(母樹)
10. 오청산 가는 길의 안갯속 소나무
11. 자작나무 숲, 오청산과 시루봉 가는 길에 자작나무 숲이 많다
시루봉, 옥녀봉 가는 길은 오청산 정상에서 서진하여 공재고개 지나고 시계(제천시와 충주
시)인 주릉을 따라가면 쉽겠지만 그러면 일당(8시간 산행)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두
말없이 시루봉 주릉을 벗어나 송강저수지를 향하여 남진한다. 이렇듯 우람한 소나무 숲을 거
니는 것만 해도 흐뭇하다. 입석 지나고 암릉이 나와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Y자 능선 분기봉인 632.3m봉. 무덤 1기가 넓게 자리 잡았다. 오른쪽으로 간다. 쭉쭉 내린다.
내림 길은 미끄럽다. 땅이 거죽만 녹았고 빙판이 드러난다. 사태 지듯 낙엽과 쓸려 내린다.
산허리 도는 임도 지나 지능선을 꼭 붙든다. 오지산행 카페의 산행일정에 오늘 1부 산행지가
오청산과 상산이기에 ‘상산’이 어디에 있는가 하고 열심히 찾았더니 마을 이름이었다.
상산 마을 위쪽 송강(松江)저수지로 내린다. 오챙이 마을 송강길로 들어 움트기 시작하는 과
수 들여다보며 몇 개 산굽이 돌면 송강저수지 위쪽이다. 송강저수지는 춘수만사택(春水滿四
澤)이다. 갓길에 둘러앉아 점심밥 먹는다. 아직은 라면이 맛있는 계절이다.
▶ 시루봉(740m), 옥녀봉(玉女峰, 714.4m)
2부 산행. 송강저수지 주 수원인 골짜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사방댐 지나 된장집 수많은 장
독을 먼발치로 바라보고 너랭이 마을 끝까지 간다. 그리고 저마다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산줄
기 잡는다. 왕도는 없다. 멀리서는 완만해 보여도 막상 다가가면 엄청 가파르다. 앞사람이 대
자 갈지자 그리며 만든 발자국계단을 따라 오른다.
가쁜 숨 몰아 쉴 때나 심호흡하면 가슴이 아프다. 지지난주와 지난주 산행 때 나무 그루터기
에 걸려 된통 넘어지면서 오른쪽 가슴을 카메라에 받쳤다. 필시 갈비뼈에 금이 갔거나 담에
걸렸다. 괜히 기침까지 나오려 한다. 그래서도 땀난다. 능선마루에 올라 곧 △470.5m 넘고
야트막한 안부에서 인원 점검한다. 늘 느끼는 일이, 사람 수효 세는 것이 병아리 수효 세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더구나 오늘은 대부대이다.
┫자 갈림길 안부인 장개미재 지나고 시루봉 주릉 오르는 길이 가파르다. 또한 등로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 숲은 대단한 볼거리다. 이윽고 공재고개 넘어온 시루봉 주릉과 만난다. 박처
사 묘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부터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산행이 시작된다. 봉봉을
무수히 오르내리는 것이다. 602.8m봉은 정류장이다.
역시 메아리 대장님이 건진 대물의 만리발청향(萬里發淸香)을 여러 사람이 바짝 코 대고 맡
아 힘 받는다. △678.5m봉은 첨봉이다. 왼쪽 사면으로 돌아 넘는 길이 나 있지만 삼각점을
알현하고자 직등한다. 이끼 낀 삼각점은 ‘308 재설, 76.9 건설부’이다. 백두사랑산악회에서
‘△678.5m봉’이란 쓴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12. 오청산 가는 길, 소나무가 아름답다
13. 오청산 가는 길, 소나무 숲과 갈잎 낙엽 쌓인 길
14. 송강저수지 가는 길의 오챙이 마을, 가운데가 엄정산(505m)이다
15. 2부 산행, 시루봉 주릉 오르기 전
16. 2부 산행, 시루봉 주릉 오르기 전
17. 시루봉 가는 길에서
18. 시루봉 가는 길에서, 장병산(408.8m)
19. 시루봉 가는 길 702.7m봉 전위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20. 멀리 가운데는 천등산(807m), 그 뒤 오른쪽은 인등산(666m)
봉봉이 곧추선 첨봉이다. 돌부리 움켜쥐고 바위 슬랩을 기어오른다. 702.7m봉 전위봉. 암봉
이다. 모처럼 조망이 트인다. 드문 경점이다. 오청산, 천등산, 지등산, 인등산을 차례로 살핀
다. 702.7m봉 전위봉은 내리기도 까다롭다. 검은 빙벽이다. 가느다란 밧줄이 매달려 있다.
702.7m봉 내린 ╋자 갈림길 안부는 비지재다. 북사면의 자작나무 숲이 산의 품격을 높인다.
산 이름이 공연히 붙은 게 아니다. 산의 놓임새 못지않게 우선 높아야 한다. 그래야 뭇 산을
거느릴 수 있다. 시루봉 또한 그렇다. 시루봉이란 이름은 대개 시루(甑)를 엎어놓은 것처럼
뾰쪽하니 솟았다 하여 이름 붙였다. 박성태 님의 『신산경표』에는 우리나라 남한에 시루봉
51개(시루산과 시리봉(甑峰) 각각 4개 포함)를 들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를 비롯한 여러 지도에는 695.4m봉을 ‘시루봉’이라 표시하고 있는
데 충주시에는 740m봉에 시루봉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정상 오른 단체 기념사진 찍는다.
주위가 어둑해지더니 드디어 빗방울이 뿌리기 시작한다. 더는 못 참겠다는 기세다. 돌풍이기
에는 턱없지만 그런대로 바람은 불어 땀 식히기에 알맞다.
이제 옥녀봉이다. 스퍼트 낸다. 진창을 엉망으로 내리고 길고 가파른 사면을 오른다. 앞사람
미끄러진 발자국 피해 옆으로 간다. 그래도 미끄러진다. 옥녀봉. 충주시에서 시 표준규격의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옥녀봉치고(박성태 님의 『신산경표』에는 우리나라 남한에 옥녀봉
64개를 들고 있다) 첨봉이 아닌 봉이 없다. 옥녀(玉女)는 선녀와 같은 말이다.
충주시에서 세운 정상 표지석에서 50m쯤 더 가면 원주시에서도 시 표준규격의의 정상 표지
석을 세웠다. 원주시가 표지석에 표시한 옥녀봉의 표고 778m는 714.4m의 착오다. 옥녀봉
내려 녹재 가는 길.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하다. 땅이 녹아 곤죽이 되었고 그 아래
는 빙판이라 열 걸음에 다섯 걸음은 미끄러진다.
처음에는 미끄러져 넘어지는 앞사람을 보고 웃다가 나도 따라 넘어지고 하여 재미났지만 점
점 넘어지는 회수가 잦아지고 보니 심각해진다. 난을 피하려고 엉겁결에 붙드느니 가시덩굴
이고 완만한 곳 고르자니 가시덤불이다. 갈잎 낙엽도 믿을 것이 못된다. 하도 자주 넘어져 엉
덩이가 얼얼하다. 너덜이 낫다. 산자락 다 내렸다고 안심하기는 일렀다. 사과나무 과수원에
들어선다. 진창이다. 푹푹 빠진다. 등산화에 금방 흙이 무겁게 달라붙는다.
녹재. 비는 제법 모양내어 주룩주룩 내린다. 녹재의 작명을 알 것 같다. 이 재에 내리려면 녹
아난다고 해서가 아닐까?
21. 2012.1.14. 천등산(이때 오청산도 올랐다)에서 바라본 인등산과 그 뒤 지등산
22. 앞은 엄정산과 장병산(오른쪽)
23. 시루봉 오르기 전 비지재 주변의 자작나무
24. 시루봉 가는 길
25. 시루봉 가는 길의 자작나무 숲
26. 시루봉 정상에서, 왼쪽부터 두루, 일타, 해피, 자연
27. 충주시 쪽 옥녀봉
28. 원주시 쪽 옥녀봉과 모닥불 님, 778m라는 표고 표시가 714.4m의 착오다.
29. 옥녀봉에서 녹재 가는 길의 소나무 숲
첫댓글 우~ 와 ~~^^^^^^
*악수 산사진전*
금년에 함 하셔야 합니다 ^^^^^^^""""~~~~~
이번에 보니 그곳 산 참 고약하게 생겼더군요. 오르면 내리고 오르면 내리고 마치 롤러코스터 타는 거 같았습니다.
워낙 쎈 닥불이형은 그렇다쳐도 버들 자연 고생많았습니다.
와,악수님 카메라에 잡힌 소나무,자작나무가 다른차원으로 승격되는군요.
촉촉한 산이 아름다움을 더하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오르내림하면 충청도산이 제일 심한것 같습니다. 그쪽으로 갈때마다 쉬운 구석이 거의 없으니...그래도 행복한 하루였습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