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 보살품 중 지세보살(地勢菩薩)과 법락(法樂)
부처님께서 지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가서 유마힐을 문병하도록 하라."
지세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감히 문병을 갈 수 없나이다. 왜냐하면, 생각해 보니 제가 지난 날에 조용한 방에 있었는데 그 때에 마왕 파순이 1만 2천 명의 천녀를 거느리고 마치 제석천의 모습으로 가장하여 풍악을 울리고 노래를 부르면서 제가 있는 곳으로 왔습니다. 그 권속들과 더불어 저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을 하고 합장 공경하며 한 쪽에 서 있었습니다. 저는 그가 진짜 제석천인줄 알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잘 오셨소, 교시가여! 비록 복이 많기는 하겠지만 마음대로 누려서는 안 됩니다. 마땅히 5욕의 무상함을 관하면서 선근을 구하고 몸과 목숨과 재물을 견고히 간직할 수 있는 법을 닦으십시오.’
제말을 들은 파순이 바로 말했습니다.
‘보살이여, 이 1만 2천 명의 천녀를 바치오니 거두어 심부름을 시키십시오.'
저는 말했습니다.
‘교시가여! 그것은 법에도 맞지 않고 나 같은 석자 사문에게는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마힐이 와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은 제석이 아니라 마구니로, 당신을 희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마왕에게 말했습니다.
’그 여인들을 나에게 주십시오. 나 같은 사람은 받아도 괜찮소.‘
이에 겁이 난 마왕은 생각했습니다.
’유마힐이 나를 괴롭히 못하도록 해야겠다.‘
그리고는 자취를 감추려 하였지만 도무지 숨을 수가 없었고, 온갖 신통력을 다 부려 보앗지만 도망갈 수 없었습니다.
그 때 공중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파순아, 여인들을 그에게 주어라. 그러면 떠날 수 있다'
두려움을 느긴 마왕은 할 수 없이 여인들을 유마힐에게 주었습니다.
그 때에 유마힐이 천녀들에게 말했습니다.
‘마왕이 그대들을 나에게 주었으니, 이제 그대들 모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알맞은 법을 들여주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게 하고는 다시 말했습니다. ‘그대들이 이미 보리심을 발하였으니 이제부터는 법락(法樂)을 즐길 뿐, 다시 오욕락에 빠지지 마시오.'
이에 천녀가 물었습니다.
’무엇이 법락입니까?'
유마힐이 답했습니다.
1. 항상 부처님을 믿는 즐거움 樂常信佛(낙상신불)하며
2. 법문 듣기를 바라는 즐거움 樂欲聽法(낙욕청법)하며
3. 대중에게 공양하는 즐거움 樂供養衆(낙공양중)하며
4. 5욕(五欲)을 떠나는 즐거움 樂離五欲(낙이오욕)하며
5. 5음(五陰)을 원수나 도적같이 보는 즐거움 樂觀五陰(낙관오음)이 如怨賊(여원적)하며
6. 4대(四大)를 독사와 같이 보는 즐거움 樂觀四大(낙관사대)가 如毒蛇여독사)하며
7. 십이처를 텅빈 마을같이 보는 보는 즐거움 樂觀內入(낙관납입)이 如空聚(여공취)하며
8. 항상 보리심을 잘 지켜가는 즐거움 樂隨護道意(낙수호도의)하며
9.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즐거움 樂饒益衆生(낙요익중생)하며
10. 스승에게 공양하는 즐거움 樂敬養師(낙경양사)하며
11. 널리 보시를 행하는 즐거움 樂廣行施(낙광행시)하며
12. 굳게 계율을 지키는 즐거움 樂堅持戒(낙견지계)하며
13. 인욕하며 유화롭게 하는 즐거움 樂忍辱柔和(낙인욕유화)하며
14. 부지런히 선근을 쌓는 즐거움 樂勤集善根(낙근집선근)하며
15. 산람함이 없는 선정의 즐거움 樂禪定不亂(낙선정불난)하며
16. 번뇌를 떠나 밝은 지혜로 사는 즐거움 樂離垢明慧(낙리구명혜)하며
17. 보리심을 넓혀 가는 즐거움 樂廣菩提心(낙광보리심)하며
18. 마구니들을 항복시키는 즐거움 樂降伏衆魔(낙항복중마)하며
19. 모든 번뇌를 끊는 즐거움 樂斷諸煩惱(낙단제번뇌)하며
20. 불국토를 맑게 장엄해 가는 즐거움 樂淨佛國土(낙정불국토)하며
21. 상호를 성취하는 공덕들을 닦는 즐거움 樂成就相好故(낙성취상호고)로 修諸功德(수제공덕)하며
22. 도량을 장엄하는 즐거움 樂莊嚴道場(낙장엄도량)하며
23. 깊은 법을 듣고 두려워하지 않는 즐거움 樂聞深法不畏(낙문심법불외)하며
24. 삼해탈문[三脫]에 들어가는 즐거움 樂三脫門(낙삼탈문)하야
25. 때가 아니면 먹지 않는 즐거움 不樂非時(불락비시)하며
26. 동학과 함께 하는 즐거움 樂近同學(낙근동학)하며
27. 동학이 아닌 사람들과 싫어함 없이 지내는 즐거움
樂於非同學中(낙어비동학중)에 心無恚碍(심무애애)하며
28. 악지식을 이끌어 좋은 길로 인도하는 즐거움 樂將護惡知識(낙장호악지식)하며
29. 선지식과 가까이 하는 즐거움 樂親近善知識(낙친근선지식)하며
30. 마음이 기쁘고 청정해지는 즐거움 樂心喜淸淨(낙심희청정)하며
31. 무량한 도품을 닦는 즐거움이니 樂修無量道品之法(낙수무량도품지법)
이것이 보살의 법락입니다.
그 때에 파순이 천녀들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너희들과 함게 천궁으로 돌아가고자 하노라.'
그러자 천녀들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저희들을 이 거사님에게 주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깊이 법락을 즐길 뿐, 다시는 오욕락을 즐기지 않을 것입니다.'
마왕이 말했습니다.
'거사여, 이 여인들을 버리십시오. 모든 소유물을 남에게 보시하는 자가 보살 아닙니까?‘
그러자 유마힐이 말했습니다.
’나는 이미 버렸습니다. 그대가 데리고 가서 일체 중생이 얻고자 하는 법에 대한 소원을 모두 만족시켜 주십시오.‘
그러자 천녀들이 유마힐에게 물었습니다.
’왜 저희더러 마왕의 궁전에 머물라고 하십니까?‘
유마힐이 말했습니다.
’자매들이여, 무진등(無盡燈)이라는 법문이 있으니 이 법문을 배우도록 하십시오.
무진등 법문이란 하나의 등불로 백천 개의 등불을 밝혀 어둠이 다 밝아지고 밝음이 언제나 계속 되게 하는 것이라오. 이와 같이 자매들이여, 한 사람의 보살이 백천 중생의 마음을 열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게 하고 도(道)를 이루겠다고 하는 뜻을 결코 꺼지지 않게 하며 법을 설할 때마다 모든 선한 법이 저절로 더욱 늘어나는 것을 무진등법문이라고 합니다.그대들이 비록 마궁에 머물더라도 이 무진등법문으로 무수한 천자와 천녀들로 하여금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게 하면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고 일체 중생에게 큰 이익을 줄 수 있습니다.'
그 때에 천녀들이 머리와 얼굴로 유마힐의 발에 예배하고 파순을 따라 환궁하여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세존이시여, 유마힐은 이와 같은 자재한 신통력과 지혜와 변재가 있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유마힐을 문병할 수 없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