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가 찹다. 자동차들이 적막을 깨뜨린다. 불빛이 어둠을 걷어간다.
지난번 못채운 자리를 채우기라도 하듯 이번에는 만차다.
조식은 옥천휴계소에서, 점심은 어중간한 시간에 길목에서 해결했다.
새해 1월 산행은 탐방 트레킹 코스로,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다.
초입에 들어서면 고요한 어촌마을이다.
구룡포항과 흥환리를 잊는 해파랑길을 따라가노라면,
몽돌길과 데크로드로 한없이 번갈아가며 이루어진다.
원없이 바다를 본다.
맑은 하늘아래 청록물빛은 파도를 유난히 백색으로 만든다.
주루르르 밀려오다 힘차게 크라이막스를 연출할 때면 통쾌한 맛과 멋을 부린다.
안타까운 것은 쓰레기들이 파도에 밀려나온다는 점이다.
전국 걷기대회도 펼쳐지나본데, 보기에 지저분하다.
마음을 바다에 빼앗기다보면 그런거 쯤이야 금세 잊어버린다.
바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일행은 놓칠망정 광활한 바다표정 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
찰칵 찰칵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거대하게 설치해 놓은 테트라포드(Tetrapod)에 바다새들이 모인 풍경은 기밀답다
어쩜 크기도 같고 색깔도 같고 하는 짓들이 똑같을까. 사랑스럽다.
포로로 한꺼번에 날고 한꺼번에 내려앉는다.
차가 보이지 않는 도로는 자전거 길임을 가는곳 마다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어느분이 호미곶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호미는 지역이름 호미면이고, 곶串은 (cape)바다로 돌출한 육지의 선단부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동쪽에 해가 먼저 떠오르는 곳.
바다위 전망대에는 동쪽을 가리키는 아이의 조형물과, 돌문어 조형물이 있다.
지나올 때 마을에서 보았던 돌문어 통발이 많은 이유였다.
상생의 손도 호미곶의 상징물이다.
바다위로 내민건 오른손이고, 땅위 광장에 황금돼지와 나란히 내민건 왼손이다.
평화,희망 번영으로 서로 화합하며 사는 정신을 형상화 했다.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듯한 한반도를 형상화 한 호랑이 조형물 역시,
국가 번영을 기원하고 국민의 소망을 담았다.
낮에는 백호의 이미지 스테인레스로, 밤에는 화려한 칼라조명으로 처리했다.
조선의 지리학자가 표현하기를, 백두산은 코 부위고,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선생은 꼬리부분은 호미곶이라고 기록했다는데.
등대의 역사와 등대에 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등대박물관을 보지못한것이 아쉽다.
바다에는 안전하게 안내하는 등대가 있게 마련이다.
빨간등대는 밤에 빨간불이고, 배에서 봤을 때 왼쪽으로 가라는 의미고,
흰색등대는 밤에 초록불이고, 배에서 봤을 때 오른쪽으로 가라는 의미다.
뒤풀이는 식당에서 회와 매운탕으로 풍성했다.
배가 든든히 체워지면 여유가 생기는법.
막간을 이용해 문화거리 코스로 향했다.
돌문어와 과메기가 유명하다는 길목상점에는 대게만이 손님을 부르고 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 들어서니 기모노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가 있다. 일본식 풍경이다.
옛영화 촬영지도, 내부 구조와 음식을 맛볼수도 있는 곳. 밖에서만 대충 눈요기했다.
강점기때의 사진도 전시 돼 있다.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는 부모님 세대의 아픈 시절이다.
하루해가 급하게 넘어간다. 새해 호미곶 탐방 트레킹. 좋은 시간이었다. 감사하다.
우리 향군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조국장님 애쓰셨습니다.
첫댓글 같은 곳을 같이 보고도 표현이나 느낌은 다르다.
나 같은 사람이야 눈에 보이는 것만 주마간산(走馬看山)인데 들꽃언니의 눈은 현미경처럼
세세하다. 오래간만에 만차는 우리들 마음을 넉넉하게 하고 새로운 손님들에게 잘 보여서 또 오게
하고픈 마음이다. 투명하고 광활한 바다가 그립고 힘차게 몰아치던 파도가 다시 보고싶다,
양작가님 좋은글,사진 감사드려요..
금번산행은 양작가님의 은은한 현지 지역설명만으로도 충분할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