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었던 장담그기를 하였습니다.
텃밭에서 손수 유기농 콩을 생산해 메주를 만들어 발효시키고 잘 발효된 메주로 아내와 같이 정월 말날 장을 담았습니다.
예로부터 장은 맛있으라고 말(馬)날, 달아지라고 닭날 담근다고 하는데 이 날을 모두 놓치면 개중 손 없는 날(음력 9. 10일)을 고른다고 합니다. 특히 말날중 가장 좋은 때는 음력 정월 말날이라하는데 오늘 2월 12일이 말날이네요.
정월 말날에 장을 담그는 과학적인 이유는 이렇다고 합니다.
11월경 햇콩을 수확하고 날이 서늘해지면서 벌레가 사그라들면 메주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 메주가 가장 맛있게 완성되는 때가 바로 음력 12월~1월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 때 부터 100일간 서늘하면서 건조한 날씨가 장을 가장 조화롭고 맛있게 숙성시켜준다고 합니다.
작년 메주콩 수확일기를 다시 되돌아 보며 조금 긴 글이지만 기록차원에서 정리해 봅니다.
1, 메주콩 심기 ( 2023년 6월 23일)
예천장터의 곡물상에서 메주콩(백태) 한되를 12.000원에 구입해 딴덩너머 텃밭 100여평에 심었습니다. 비료 농약없이는 콩농사가 안된다고들 하는데 고집스럽게 유기농으로 가꿨습니다.
2. 메주콩 순지르기 (2023년 7월 27일)
콩을 심고 한달 정도 지난 지난 7월말 메주콩 순지르기를 하였습니다.
순지르는 방법은 메주콩이 웃자란 부분을 뭉퉁그려 손으로 잡고 무릎 높이 정도로 4 - 6 마디 남겨두고 위를 낫으로 잘라주면 됩니다.
잘들 아시겠지만 콩 순치기를 하는 이유는 콩의 위쪽 생장점을 제거함으로써 메주콩이 새로 옆가지가 많이 벌어지고 벌어진 가지에서 메주콩이 더 많이 열릴뿐 아니라 태풍이나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3. 메주콩 수확 ( 2023년 11월 22일)
메주콩을 심은지 5개월만에 유기농 메주콩 22kg 을 수확하였습니다.
한말(15kg) 조금 안되는 12kg은 삶아서 메주를 만들고 나머지 10kg은 생콩으로 보관해 콩국수 해먹을 요량으로 별도로 보관하였습니다.
4. 메주 만들기 ( 2023년 12월 7일)
12월 초 아침 7시반부터 오후 2시 전후까지 센불과 뜸들이기를 해가며 가마솥에 메주콩을 삶아 메주를 만든 다음 꾸들꾸들 해질때까지 이틀을 기다렸다가 볏짚에 매달아 메주 6장을 발효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5. 장담그기 (2024년 1월 12일)
*. 재료준비
- 유기농 메주
한달 정도 따뜻한 방에 발효를 잘 시켜 하얀 곰팡이가 가득 핀 제게는 너무나 귀한 메주 6장을 만들었습니다. 12kg의 메주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어 건조시키니 2kg 정도 무게가 줄어든 10kg의 메주를 얻게되네요 !
- 소금 준비 ( 신안 비금도 천일염)
2019년도에 구입해 창고에서 간수를 빼둔 비금도 소금을 준비합니다. 20kg 한포가 5년 동안 간수를 빼고 나니 무게가 14kg로 6kg 정도 무게가 줄어들었습니다. <천일염 이력확인>까지 붙어있는 정말 귀한 소금입니다.
- 대나무 가지 준비
항아리에 메주를 넣고 나면 메주가 물에 뜨는것을 방지하기위해 보통 누름돌을 많이 사용하나 저희는 뒤안의 대나무 가지를 준비했습니다.
- 고추. 대추. 참숯 준비
- 생수 준비 (2리터 18병)
메주 6장 10kg에 사용할 물은 36리터입니다.
생수로 조금 여유있게 준비했습니다.
- 3말 항아리 준비
새로 구입한 항아리들입니다. 좌측은 3말짜리 항아리 우측 두개는 한말짜리 항이리 입니다.
사진의 좌측부터 2. 4. 5 번째 짙은색 항아리가 새로 구입한 장수 항아리 입니다.
메주 6장 (10kg) 과 소금 10kg . 물 30리터를 부어 만들 간장 / 된장 항아리는 3말 항아리가 가장 적당하다고 합니다. ( 한말은 20 리터) .
집에 빈 항아리가 있으나 매실청 담그던 항아리 (4말 .80 리터)는 너무 크고 ( 4말 .80 리터) 다른 빈 항아리는 2말짜리라 너무 작아 점촌 항아리점에서 새 항아리 3개를 새로 구입하였습니다.
한말짜리 항아리 두개는 장 담근 7 - 80일 후 장가르기 할때 된장용과 간장용 항아리로 미리 구입해 두었습니다.
3말 항아리(장수 옹기 7호 63리터)는 14만원 . 한말짜리 항아리(장수 옹기 4호 24리터)는 각각 7만원으로 조금씩 할인은 받았지만 인터넷구매가 보다 많이 비싸네요. 미리 항아리를 체크해두지 못한탓에 시간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어제 구매했습니다.
*. 장담그기
- 메주씻어 말리기
장담그기 하루 전날 메주를 깨끗이 씻어 따뜻한 햇살에 말려줍니다.
2. 소금물 준비
간장을 담을때 소금과 물의 비율은 집집마다 지역마다 많이 다른듯합니다. 메주 : 소금 : 물의 비율이 1 : 1 : 3 이라는것이 일반적입니다만 저는 아내 레시피대로 따라 하였습니다.
아내는 시집오기전 어머님께서 장 담그는 모습을 보기만했고 직접 담아보는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만 메주 10 kg에는 소금 10 kg . 물 36 리터 비율이 가장 적당하다고 하네요 .
장 담그기 하루전 커다란 고무다라에 생수 36리터를 붓고 그물에 소금 10kg을 넣어 소금이 녹을때까지 저은 후 계란을 넣어보니 정말로 계란이 50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로 물위에 떠오르네요 !
이렇게 하루전날 소금물을 준비해 두는것은 소금물의 불순물을 바닥에 가라 앉히기 위함이지요 !
3. 장담기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 말린 다음 메주를 차곡 차곡 넣고 메주가 뜨지 않도록 대나무 가지를 메주위에 걸친뒤 그위에 하루전 준비해둔 소금물을 면포에 걸러 부어 넣고 불에 달군 숯과 고추. 대추를 넣으면 끝입니다.
이렇게 하면 메주라는 방에서 자란 누룩균들이 천일염을 만나 발효의 여행을 떠납니다. 누구 말처럼 햇빛. 달빛. 그리고 바람을 벗 삼아서 긴 여행을 시작하게 되지요 !
장 담그는 방법은 생각보다 쉬운편 입니다 만 작년 6월부터 메주콩을 심고 콩을 수확해 메주를 손수 만들고 손수 만든 메주로 장을 담그는 약 7개월의 과정이 제겐 너무 재미 있었던것은 사실입니다. 이렇게 담근 장은 70 - 80일 정도 맑은 태양볕을 맞으며 숙성된후 간장과 된장으로 만들어 지게 됩니다.
< 이런 일에 너무 유별나게 하시면 .......... ! >
하고 아내에게 늘 지청구를 듣는 편이지만 젊었을적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콩을 원료로한 식품들은 GMO 식품이 대부분이란것을 알게되었고 우리가 먹는 고춧가루에 농부들이 습관적으로 농약을 얼마나 많이 치는지 알게된 뒤부터 늘 꿈꿔왔던 것중의 하나가 < 고춧가루. 간장. 된장 같은 기본 양념과 장류는 손수 만들어 먹자 ! > 였습니다.
남들은 농약없이 절대 안된다고 노래를 하던 유기농 고추 역시 작년에 고추 서른 포기를 심어 유기농 태양초 고추 10근 (6kg) 을 수확해 봤고 이번에 손수 기른 메주콩으로 장 담그기를 해 망우헌표 씨간장을 만들었으니 나름 제 먹거리에 대한 소신이 반은 성공했다고 자부합니다.
오늘 장담그기를 마치니 체신머리 없는 사람이 되었을지 언정 정말 기분은 좋네요 !
종산 https://blog.naver.com/jongsangolgil111/223351091462
첫댓글 감탄이 절로납니다.. 마치 농사를 잘 설계된 건축을 하듯 하십니다.... 이 그림을 보면 농촌을 모르는 이들은
농사가 아주 재미나고 쉬운듯 착각 하겠습니다ㅎㅎ 저도 콩파종기 하나 사야겠습니다.
텃밭 농사지만 결과보다는 농사짓는 과정을 즐기는 편입니다.
콩을 심고 콩 순을 자르고 콩을 탈곡 할 때도 이번에 시도해 본 장 담그는 모습을 늘 상상해가며 일을 즐겼거든요 ! 몸을 움직여 일하는 자체가 쉽지는 않지만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만 아주 재미나고 쉬운 듯 착각하며 농사짓고 있습니다.
이제 두어달 지난 후 요리의 기본이 되는 된장 간장을 가르면 당분간은 콩 심을 일이 없겠지만 콩 요리 만큼은 유기농 콩을 고수할 작정입니다. 아주 작은 텃밭이지만 콩 농사도 한번 해보니 나름 노하우가 생기네요 !
박사학위논문을 읽은 기분입니다.
오래 묵은 메주.ㅡ바싹마른 메주가 6장잏 습니다.
무게는 10kg는 넘을 것같습니다.
(무게를 달아 보질 않아습니다.^~*)
오래 묵은 메주로도 되장을 담글수 있을까요..
종산님 논문을 베껴볼까합니다.
장 맛은 손맛이라고 하시던데 사모님이 솜씨가 좋으시니 맡겨 보시지요 !
저는 장 담그면서 바깥 양반이 이런 일에 너무 세심하게 관여하면 체신머리(?) 없어진다고 아내에게 잔소리 많이 들었습니다. 집사람과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메주 : 소금 : 물의 비울이었습니다.
1 : 1 : 3 이 정석이라는데 저희는 1 : 1 : 3.6 비율로 장을 담았습니다 만 아내 말로는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누룩이 소금물에 숙성되어 가면서 장이 많이 졸아 든다고 물을 조금 더 넉넉히 부어야 된다고 하더군요 ! 다행히 창고에 5년간 간수 뺀 비금도 소금이 남아있어 나름 장맛도 괜찮을것이라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종산 고맙습니다.
꼭 해보렵니다.
지난해의
고추 작은두봉지 있고
숯 있고
대추 있고
10년도 더묵은 소금있으니
생수만 사오면 됩니다.
항아리도 물론 있습니다.
결과는 시골기차에 올려 보여드리겠습니다
김도깡님 건축설계하듯 한 댓글처럼
일석님 박사학위 한편 읽은 이란 댓글처럼 정리를 잘 해 놓으셨네요.
저 역시 결혼해서 지금까지 친정에서 보고 자란 눈치로 장은 담가 먹고 있지만
요래 글로 쓴 적은 없어요.
옛날엔 달걀 띄우고 요즘엔 비중계 써서 염도 맞췄거든요.
정확한 레시피 얻어 갑니다.
귀한 씨간장이 되겠습니다.
한 집안의 역사가 탄생하는 순간이겠어요.
짝짝짝
니어링님에 비하면 한수 아래지만 이번에 장담그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정월 말날과 손없는 날이 언제인가 달력에 표시해놓고 12일에 맞춰준비했습니다.(이럴때 큼지막한 글씨의 농협달력이 정말 요긴하더군요.)
시중에서 무심코 사 먹는 진간장이 간장처럼 맛이 나게 만든 액상 조미료인 산분해간장을 70%나 섞어 만든다는 사실에 놀란적이 있습니다만 간장과 된장을 거르게 되면 이 녀석들로만 요리를 해볼 작정입니다.
저도 꼭 하고 싶은 일인데, 종산님이 하셨네요.
전 직장을 그만 두고 내려가면 가능할지 싶습니다.
지난번 "건축탐구 집"을 보고 댓글을 달려
종산님 글이 언제 올라오나 기다렸습니다.
본 소감은 물론 "집"프로그램도 좋지만 제가 좋아했던 kbs의
"자연의철학자"편에 방송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자연의 철학자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아무쪼록 사모님이 만족해하는 집을 지어 두 분이 같이
생활하시는 날이 빨리 오시길 기대해봅니다.
아...저도 작년에 고추 20여 포기를 심어 병 하나 들지 않고
10근 정도를 수확했습니다.
아마 농사를 처음 지은 땅이라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올해는 50포기로 늘리려 하는데 수확이 어떨런지~~
보셨군요 ! ㅎ
섭외가 들어 왔을때는 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년에 어떤 집을 짓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 촬영에 응했었습니다. 하지만 촬영일이 잡히고 작가와 PD가 현장답사후 사전미팅이 끝나고 난뒤 시청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부가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나와야 한다며 이상한 방향으로 유도해 촬영동안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집성촌 내려가기 싫어하는 도시여자와 남자만을 위한 공간을 꾸며놓고 시골가서 살자는 고지식한 남편 뭐 이런 컨셉말입니다. 사실 본체 흙집은 여름 가을에는 너무 잘 사용중이고 겨울에는 ALC 별체에 부부 둘이서 지내기가 너무 좋아 크게 불편한점이 없었거든요.
내년부터는 아내가 시골에 내려올 예정이라 본체흙집 리모델링 계획은 진작에 해두었었는데 방송에서 이상하게 편집을 해버려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방영된 기분입니다. ㅎ 3일 촬영분을 15분 편집했는데 어쩜 그리 부부가 티격태격하는 모습만 쏙 골라서 방영하는지 저나 집사람 모두 많이 놀랐습니다.
유투브서 <망우헌 >으로 검색하면 다시 볼 수 있습니다만 아뭏든 아내나 저나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려합니다.
굴뚝님 정도시면 장담그기는 식은죽 먹기 일겁니다
사부님!
합장하여 간청하오니,
수제자로 낙찰시켜 주시기
앙망합니다~oTL
무슨 말씀을 !
요리에는 석가님이 대가 아니십니까?
제 경우는 버킷리스트중의 하나가 장담그기여서 콩을 심고 가꿀때부터 틈틈히 귀동냥 / 책동냥 해가며 배운 초짜실력입니다.
장맛이 괜찮게 나와야 할텐데 하고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