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 무기로 활용 시 격추 어려워…"미사일 쏘는 것과 같다"
부정확성은 한계…심리전·신경전 수단으로 활용 가능성 높아
북한이 살포한 대남전단 추정 미상물체 잔해들이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29일 오전 대남전단 풍선으로 추정되는 잔해가 경기 용인시 이동읍 송전리에서 발견됐다.(독자 제공) 2024.5.2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이 오물과 쓰레기를 담은 대량의 '오물풍선'을 남한 전국으로 살포했다. 전국 곳곳에서 풍선과 이 풍선에 실려 온 전단을 봤다는 목격담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이를 무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28일 밤부터 살포한 대남 풍선은 경기, 강원, 경상, 전라 등 전국 각지에서 260여 개가 관측됐다.
이번에 날아 온 풍선엔 오물과 휴지 조각 분뇨 등이 실렸다. 북한은 큰 비닐봉지에 내용물을 담고 이를 풍선에 매달아 살포했는데, 일정 시간 후에 이 봉지를 터트릴 수 있는 타이머까지 부착했다.
풍선은 당초 예상과 달리 한반도의 남쪽인 전라도, 경상도 일대에도 살포됐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풍선의 '내구성'이 확인된 셈이다.
그 때문에 북한이 향후 풍선을 '무차별적' 공격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타이머가 부착된 폭탄이나 생화학 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이 풍선의 무기 전환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았다. 다만 이번에 북한이 살포한 풍선이 전국적으로 살포된 점,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는 점에서 '만일의 대비'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풍선을 주요 공격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생화학 무기 등을 탑재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라며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는 것과 똑같은 행위로 간주하고 우리가 반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도 "풍선 자체는 정확한 목표를 타격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라면서도 "(공격용으로 활용했을 경우) 생화학 테러에 풍선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
생화학 무기를 탑재한 풍선을 날릴 경우 건드리는 것 자체만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 또한 이번처럼 대량으로 살포할 경우 격추도 쉽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사항이다. 지난해 미국이 자국 내에서 중국의 정찰 풍선을 발견한 후 일주일 뒤에서야 격추에 나선 것도 격추 시 인명 피해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한편으론 북한도 '심리전' 목적이 큰 풍선을 공격용으로 살포해 상황이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풍선을 공격용 무기로 활용하는 것보다 신경전과 심리전의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대남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국민들의 비난 감정을 정부와 대북전단 살포 단체로 유도하기 위한 노림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계속해서 대남전단을 살포하는 등의 행동을 이어갈 경우 우리 정부 당국도 대남확성기 방송 재개 등 중대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