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선거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분위기이다. 미국은 한국의 대선제도와는 달리 거쳐야 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길기 때문에 내년 대선이 1년 남짓 남았지만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의 대선은 불과 몇달전 주자도, 지지율도 뒤바뀌는 것이 꽤 있어왔지만 미국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다. 국민성과 선거제도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현재 미국의 내년 11월 대선은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이냐 바이든의 나이 리스크이냐로 좁혀질 것 같다. 물론 그외에도 수많은 변수와 요인이 있지만 아주 크게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한국도 여론조사가 끊임없이 이뤄지지만 미국은 더하다. 수많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수시로 여론의 향방을 체크한다. 그동안은 공화당 트럼프후보가 민주당 바이든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앞선다는 조사결과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최근에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에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트럼프 51%, 바이든 42%로 오차범위를 훨씬 벗어나는 수치로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 바이든의 국정 지지율도 37% 지지에 머물고 있다. 부정적인 평가는 56%로 나타났다.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국정운영에 지지하지 않은 부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여론조사가 어느기관에서 하느냐에 따라 조사결과가 들쭉날쭉이지만 그래도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과 대표적인 방송이 조사한 것을 감안해 볼때 이번 조사 결과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 대통령인 바이든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즉 나이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이 집권하고 난 뒤 이룬 경제와 관련된 핵심성과를 자주 거론했다. 그는 1,300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것인데 자신의 임기중 역대 타 대통령에 비해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에도 허수가 상당하고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 점이 많아 경제관련 지지도도 30%에 머물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외교적인 측면에서도 전임 대통령 트럼프의 럭비공식 갈피를 잡지 못하는 외교에 비해 자신은 체계적으로 우방을 동맹화했고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도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 전쟁에서도 세계 최고국가다운 행보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내세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그다지 반응이 좋지 않다. 또한 지금 미국내부에서는 자동차 노조 파업 사태와 내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공화당과의 마찰로 인해 순조로운 것이 없을 정도이다.
이런 문제뿐 아니라 지금 미국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통령의 나이이다. 올해 81살의 바이든이 내년에 82살에 대통령에 재선된다면 임기말에는 86살이 된다. 지금도 간혹 이상한 행동과 말을 해서 구설에 오르는데 그 이유가 바로 나이라고 미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의 계속되는 형사 기소도 문제지만 그래도 나이에 대한 우려보다는 덜하다는 판단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 아니 차악을 보는 시각이다. 형사적 기소로 야기되는 사법 리스크는 국정 운영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나이 리스크는 자칫 대단한 혼란을 일으키고 최악의 경우 그 상황을 짐작히 어려운 국면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민주당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60%가 넘는 국민들이 바이든이 아닌 다른 사람이 후보로 나서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에 비해 트럼프는 지금 아주 여유롭다. 트럼프도 지금 77살로 고령이지만 바이든에 비해 4살이나 적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트럼프는 다른 후보들보다 월등한 지지를 받고 있다. 거의 게임이 안될 수준이다. 그냥 트럼프 종교를 믿고 있다고 보여진다. 트럼프는 연일 바이든 정부의 실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비판하고 있다. 국내 문제는 물론 외교문제를 주 타킷으로 삼는다. 이민자 문제를 포함해 중국과 타이완 상황, 러시아와 우크라 전쟁, 북한의 핵위협까지 트럼프는 바이든의 심기를 심하게 자극하고 있다. 자신이 다시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 우크라 전쟁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고 중국과 타이완의 상황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반도 긴장관계도 자신이 예전에 했던 것처럼 북의 김정은을 대화테이블로 충분히 불러 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현 대통령 바이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코 후보사퇴는 없을 것이라는 바이든인 만큼 특단의 조처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문제는 상대방 공화당이 있기에 뾰족한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이 외교적인 방법인데 러시아 우크라 전쟁과 중국과의 상황이 핵심이다. 하지만 미국 국내만큼이나 해법이 간단치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내년 대선을 바라보면서 이런 저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북한도 미국의 내년 대선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바이든의 고민은 깊어진다. 대승적인 결단으로 후보를 사퇴하든가 파격적인 외교술을 발휘하든가 해야 하는데 어느 쪽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읽기에 몰리면 악수를 두게 마련인데 과연 바이든은 어떤 수로 이 난국을 헤쳐나갈 지가 내년 대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2023년 9월 2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