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어 날이 풀리면 어머니는 바빠졌다.
장에 가서 광목 몇 마 끊어와서 물적삼,물수건을 만들고 남은 천으로는
검은 물을 들여 물소중기를 만드셨다.
헤진 망사리는 나이롱줄로 꿰매고,
테두리 헐거워진 수경도 새로 사고,
태왁, 빗창, 바당골겡이까지 빠트리지 않고 준비를 마치고 육지 가는 날을 잡았다.
어린 나를 떼어놓고 떠나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학교에 찾아와 선생님께 당부의 말씀을 하시고는
교실 밖 유리창 너머로 두리번거리다 사라지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보였다.
흙먼지 일어나는 신작로를 한참 지나 좁고 구부러진 올레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집에 와 보면
아무도 없이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마루 한구석의 알루미늄 밥상 위에 식어버린 보리밥과 마늘지, 자리젓이 놓여 있었다.
허기짐에 몇숟가락 꾸역꾸역 삼키자 목이 메여왔다.
이제부터 기나긴 외로운 날들이 시작되었다는 막막함과
까막눈인 어머니가 몇글자 남길 수 도 없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자꾸 뒤돌아보며 떠났을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어머니는 한평생을 홀로 사셨다.
軍에 갔던 아버지가 돌아오시지 않은 후 외할머니를 모시고 나를 의지한 채 살아갔다.
"젊었을 때 팔자 고쳐야 한다" 며 많은 중매쟁이들이 문턱을 드나들 때마다
'혹 날 떼버리고 가는 건 아닐까?'
밀려드는 불안과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모를 질투와 조바심으로 가슴이 탔다.
"아이고! 고집도 원....쯧쯧...."
혀를 차며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면 남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곤 했다.
옛날처럼 烈女門을 세워주지도 않을 때지만 어머니는 그 많은 권유와 유혹을 뿌리쳤다.
어머니는 태풍이 불지 않은 한 바다에 나가셨는데
고무옷이 나오기 전에는 천 한 겹으로 몸을 가리고 얼음같은 바닷물 속에서도 물질을 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물속에서 나오면
세찬 바람에 턱을 탁탁 부딪치며 날카로운 돌 위를 기어나오다시피 올라와
불턱에서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쬐었다.
오돌오돌 떨면서 연기가 눈에 들어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불에 바짝 가까이 달라붙어 앉으면
얼어붙었던 혈관이 불거져 나와 어머니 허벅지는 붉그죽죽,푸르죽죽 엉기면서 살갗이 변해 가는데
어렸던 나는 안타까움에 찬 슬픈 눈으로 어머니를 쳐다봐야만 했다.
창창히 젊었을 때부터 벌이가 더 좋은 육지로 나간 어머니는
눈이 아무리 높이 쌓여도 물질 나갔다는 울릉도에서,
군부대의 허가가 내려져야만 작업할 수 있었다는 백령도에선 북한경계 바다에 가까이 갈 수록
전복,소라가 수북했다는데도 어머니는 무서워서 못 들어갔다고 했다.
물속이 어두워 힘들었다는 서해바다에선 전복을 잡고 올라오다 그물에 걸려
물숨 다 먹고 저승으로 가는 줄 알았다고 지난날을 회상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칠성판을 등에 지고 물속으로 들어간다는 海女의 한평생은
이승과 저승의 세계가 물숨 한 끗 차이에 달려있다.
저승에서 번 돈으로 이승에서 쓴다는 말은 참 모진 말이다.
전국의 바닷속을 헤집으며 파도와 싸운 어머니는 바다와 한몸이 되어 살아오셨다.
바다라는 무한의 자연은 세속의 모든 때를 씻겨주었고 강인함을 갖게 해주었다.
젊음의 속절없음도,
뼈에 박힌 긴긴 세월의 외로움도,
남편 없는 홀어멍에 대한 업신여김과 추근덕거림도,
삶의 덧없음도,
깊은 바다에 다 흘려보내고 새로이 몸을 정화시켰다.
어머니는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마을해녀조합에서 당번이 되면
물때마다 바다를 지키러 나갔다.
바닷가로 내려가는 사람이 보이면 달려가 호통을 쳤다.
"바당에 내려강 뭐 허젠 햄서"
"올라가 올라가"
"확 올라가지 못 허커라?"
새된 소리로 사람들을 다올리던 어머니는 마치 자기 터를 지키려는 동물들의
본능적이고 맹목적인 냉혹함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가슴 한 쪽이 서늘해졌다.
어머니는 왜 그렇게까지 악착같이 바다를 지키려 했을까?
몇년 더 들어가지도 못할 바다에,
아니 영원히 들어가지도 못한 바다에..
고관절을 다쳐 쓰러지신 후 어머니는 급속도로 쇠잔해지고 눈물 보이는 날이 잦아졌다.
집안에만 계신 것이 답답해서인지 가끔 유모차에 몸을 의지하고
바다가 보이는 마당에 나가 꼬부라진 허리를 천천히 펴고 지는 해를 바라보고 계셨다.
붉은 노을은 바다 위를 금빛으로 물 들여가는데 주름진 어머니 얼굴도 붉게 물들어갔다.
바람에 살랑이는 은발도 붉게 물들어갔다.
단순,무식하게 살아온 저에게
詩까지 선물 주시는군요.
잘 외우겠습니다.
메마른 인간이라 詩를 잊은지 오래 됐습니다.
덕분에 부드러운 인간 되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순 무식하게 살아오셧다는 말씀은
어머님 세대를 살으셧다고 보아야겟네요
오직한길 보고 배운대로 살으신거지요
여유 없는삶 이제부터는 마음속에 공간을
두어 보세요
주변분하고 대화도 많이 하시구요
나도 몰르게 우울증 공한증에
빠져들수 있어요
즐겁게 맛나게 점심드시구요 !
마음통장에뭐가있나//행시
마~음통장에 뭐가 들어있나요
음~한것 솔직하지 못한것
통~장은 뭐든 넣어두는곳
장~문에 인생사 애환과 추억
에~로틱함도 진한사랑
뭐~든경험한거 버릴수 없는것
가~혹한시련 애환고통 모두
있~을거 모두있지만 아쉽게
나~에 인생통장에는 행복을 넣을수 없다
넣을려 하면 야속한 세상이 빼내여 간다, , ,,,,,
**평생 간직해온 비밀스런 통장이
조금 열린것 같은데요
보다더 행복한 삶 이루시길 바램함니다..
@독립군 좋은 詩 보내주셔 고맙습니다
@아우라 감사합니다 ~